대기업 논란의 사외이사 막전막후

권력기관 출신 모시기 경쟁 '박 터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진의 횡포를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혀 경영진을 견제하자는 게 기본 취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결정에 순응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정기주주총회 현장을 뜨겁게 달군 사외이사 적격성 논란 역시 따지고 보면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3월이 되면 주주들의 이목은 주주총회에 집중된다. 거의 모든 상장사들이 매년 이 시기에 주총을 거행하는 까닭이다. 올해 3월에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만 해도 800곳이 넘는다. 그사이 핵심 관전 포인트였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거의 모든 주총에서 무사통과 됐다.

일부 사외이사들의 지난 행적이 논란을 야기했지만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아직까지 갖가지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이해관계에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부각된 덕분이다.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이 사외이사로 발탁돼 독립성을 저해하는 경향 역시 마찬가지였다.

되풀이되는
우리 편 뽑기

이해관계자를 임명하는 행태는 사외이사 선임 논란에 불을 지피는 단초가 된다. 하이트진로와 하이트홀딩스는 25일 주총에서 회사 임원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조판제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는 과거 하이트맥주 임원을 지낸 인물이다. 하이트홀딩스는 김명규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그 역시 하이트맥주, 하이트음료, 진로 등에서 임원을 거쳤다. 둘 다 독립성을 중시하는 사외이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됐다.

조현덕 한진칼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2013년 대한항공을 인적분할해 한진칼을 설립해 지주회사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문용역을 수행했다.


일부 사외이사는 회사와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SK텔레콤 오대식 사외이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다. 태평양은 LG유플러스의 법률 대리인으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LG화학 안영호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다. 김앤장은 정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처분 취소소송에서 LG화학 등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한진해운 노형종 사외이사는 KSF선박금융 감사다. 노 사외이사는 자신이 감사로 재직한 회사와 거래관계가 있는 한진해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소지가 다분하다.

현대엘리베이터 서동범 사외이사 후보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이음프라이빗에쿼티 상무로 재직 중이다. 이 회사와 특수관계인 이음제이호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는 현대엘리베이터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주총에서 이옥섭 바이오랜드 부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옥섭 사외이사는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의 화장품생활 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부사장) 등을 지낸 인사다.

뜨거운 감자 ‘독립성’ 한계
“보험처럼 갱신” 정권 따라 교체

일부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잔류시켜 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경영진이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지적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지주는 5년 임기를 채운 남궁훈 사외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금융회사 사외이사 임기는 최장 5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기타비상무이사는 임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외이사로서 임기를 채웠더라도 이사회에 남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지금껏 극히 드물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지배구조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이사회를 경영진과 교감할 수 있는 인물들로 꾸렸다고 평가한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주총을 통해 임기 1년의 사외이사로 임명했던 7명을 전원 유임시켰다. 사외이사의 힘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가 이번에 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유임 결정을 내리면서 임기도 다시 2년 으로 돌아오게 됐다. 지배 구조의 연속성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은 하이투자증권 사외이사로 금융권에 복귀했다. 그는 과거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조치를 받았던 전례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2년 3월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2014년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을 부당 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문책경고 제재를 받았다.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된다.

일 안 해도
재선임 OK

업무 능력이 검증되지 않거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인물을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경우도 되풀이됐다. 매번 사외이사를 선임 과정에서 잡음을 만들던 기업도 더러 눈에 띈다.

지난 18일 종로구 LG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주총에서 LG생명과학은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을 처리했다. 다만 이번에 재선임 된 양세원 사외이사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은 논란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양 이사의 지난 3년간 이사회 출석률은 71%, 75%, 75%로 평균 73.7%이다. 일각에서는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인 이사들에 대해서는 업무의 충실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해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이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외국인 사외이사를 재선임해 논란을 키웠다. 홍콩 국적의 에릭 싱 치 입(ERIC SING CHI IP)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지난 10년간 이사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은 인물이다. 지난 2005년 3월 처음으로 사외이사에 선임된 이래 불과 6번 출석한 게 전부였다. 2011년부터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2년 연속으로 잡음에 휩싸였다. 계획보다 일주일 미뤄진 25일이 돼서야 가까스로 주총을 치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외이사가 중도에 사퇴하면서 주총에 차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당초 주총에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유성 후보가 이사직 자진 사퇴 의견을 밝힘에 따라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교체됐다. 민 후보는 최근 SDJ코퍼레이션에 몸담고 맡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데다 정부와 연관된 산업은행장을 역임한 약력이 있어 적격자로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권력기관 출신
정경유착 고리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 자질 논란은 지난해에도 일어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를 송기영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 고문변호사에서 유국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변경했다. 송 변호사의 경우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과 특수관계에 있어 비판이 일었다. 송 변호사는 정몽준 대주주와 현대중공업이 출연해 세운 아산나눔재단의 감사를 맡은 바 있다.


대기업 사외이사 자리에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진출하는 모습도 변함없이 재현됐다. 사외이사가 경영 투명성이 아닌 정경유착의 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상장사의 신규 또는 재선임 예정인 사외이사 후보 140명을 분석한 결과, 43.6%인 61명이 정부 고위관료, 국세청, 금감원, 판·검사 출신으로 나타났다. 전직 장·차관도 16명이나 된다.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장관(GS건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두산인프라코어),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한화생명),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장관(삼성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권도엽 전 장관은 요주의 대상이다.

GS건설은 18일 열린 주총에서 권도엽 전 국토교통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권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5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국토해양부장관을 지냈다. GS건설은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권 전 장관의 전문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만 독립성에 국한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주무 장관으로 있던 분야에서 기업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 없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됐거나 활동했던 사실이 공개돼 사외이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력기관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해 방패막이로 삼거나 향후 돌발상황에 대비한 보험 명목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송광수 변호사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영입된 이래 3년 동안 20차례 이사회에 참석하며 60여개 의안에 모두 찬성 입장을 냈다. 두산 사외이사로도 활동하는 송 변호사는 이 회사에서도 찬성표를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름만 대면 아는…퇴직 후 방패막이 역할 
전직 검찰 간부들 겸직 위반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성호 변호사도 2013년부터 CJ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이 참석한 모든 안건에 찬성 입장을 개진했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귀남 변호사 역시 7차례 이사회에서 모두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2009∼2011년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일부 인사는 재직 시절 수사했거나 직무와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었던 기업과 연고를 맺었다. 송광수 변호사는 검찰총장 시절 삼성가의 편법 경영권 승계 수사를 지휘했지만 퇴임 후인 2013년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았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다시 선임돼 3년간 활동한다. 이재원 변호사는 자신이 지검장을 지냈던 서울동부지검장 관할 구역에서 제2롯데월드를 추진하던 롯데쇼핑의 사외이사가 됐다.
 

기업이 판·검사 출신 법조인을 영입한 것은 새삼스러운 그다지 일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최태원 SK 회장 형제가 회삿돈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2년 1월 이 회사에 전무급 이사로 영입되기도 했다.

물론 해당 기업이 충분한 검토와 자문을 거쳐 결정한 사안인 만큼 찬성, 반대 여부만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굳건한 방패막이
회사와 한통속

실제로 시민단체들은 권력형 사외이사 선임을 ‘방패막이’ 쯤으로 평가한다. 권력형 인사의 경우, 풍부한 인맥과 경험을 통해 기업에 유리한 정책입안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사정기관 동향파악 등 사실상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는 그릇된 사외이사의 행태가 곳곳에서 드러난다"며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라도 전관예우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시화된 오너 2·3세 승계작업

정기주주총회를 거치며 대기업들이 경영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오너일가 2·3세들이 그룹 주력 계열사 사내이사 명단에 잇달아 이름을 올린 형국이다.

재계의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은 지난 18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조 부사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공항의 대표이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미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국공항 등 그룹 내 주요 12개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조원태 부사장은 지난 1월 단행된 대한항공 ‘2016년 정기 인사’에서 회사 전 부문을 관장하는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주회사와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르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조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의 경영 승계가 정지작업을 마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은 28일 열린 주총에서 박세창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세창 사장의 금호산업 등기이사 선임은 그룹 경영 승계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아그룹의 3세 경영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도 등기이사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전무는 세아베스틸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번 세아베스틸 등기이사 선임으로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와 세아특수강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2009년 세아그룹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에 입사한 이태성 전무는 지난해 세아홀딩스와 세아베스틸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한술 더 떠 두산그룹은 오너가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큰조카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에게 넘기면서다. 박정원 회장은 25일 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했다.

두산그룹은 박두병 창업 회장의 유지에 따라 형제간에 경영권을 승계해왔다. 박 창업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회장부터 시작해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회장까지 차례로 경영권이 이어져왔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 1세대가 그룹의 기틀과 성장을 이끌었다면 2·3세대는 신사업과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그룹의 전면에 등장한 이들의 활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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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