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임병석(C&그룹 회장) 체포에 긴장하는 내막

다시 칼 뽑은 중수부 ‘다음 타깃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움직였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종료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그 서슬 퍼런 칼끝이 향한 곳은 C&그룹. 사정없이 난도질할 기세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엔 공포가 어려 있다. 중수부의 수사가 재계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는 어느 기업이 다음 타깃이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전방위적 수사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비자금·로비 사실 포착…수사는 시점 문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21일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임병석 C&그룹 회장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C&그룹 본사와 계열사들의 사무실에 검사·수사관들을 보내 각종 회계 관련 장부와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자신의 집에 머물던 임 회장을 체포했다.

검찰은 임 회장을 상대로 M&A 과정에서 계열사의 회계장부 등을 조작해 회사자금을 빼돌렸는지, 그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옛 정권의 실세들에게 건넸는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임 회장 체포

이와 함께 임 회장이 2007년 C&중공업을 설립해 조선업에 진출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의 존립이 위협받게 되자 자금지원을 받으려고 로비자금을 뿌리고, C&우방 등 상장계열사 세 곳을 고의로 상장폐지 시키면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도 조사했다. 임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체포 상태인 임 회장을 석방하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22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임 회장의 삼촌인 임갑표 C&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전ㆍ현직 임원 5~6명과 계열사 임원들도 소환, 기업 M&A 자금의 조달 경위와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해 집중 추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C&그룹은 1990년 무명 지역 해운업체인 칠산해운으로 출발, 공격적인 경영으로 십수년 만에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6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도약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세양선박(현 C&상선), 우방건설(C&우방), 진도(C&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력 조선산업의 침체와 무리한 M&A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룹 전체가 급속히 무너졌다. 현재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C&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엔 공포가 잔뜩 어려 있다. 검찰이 한화, 태광에 이어 C&그룹에까지 칼을 빼들면서 재계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이 예고되고 있다는 설이 나돈 데 따른 것이다.

정·재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몇몇 대기업이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자금으로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미 상당부분 내사를 진행했으며 구체적인 단서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의 세무조사도 심상치 않다. 사전 통고나 예고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점이 그렇고, 무려 50여 명이 넘는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들이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로 달라붙은 점도 그렇다. 특히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움직인 점에서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통상적인 정기법인세 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와 국세청 양측 모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가 흉흉하다보니 재계는 납작 엎드려 벌벌 떨고 있다. 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 버금가는 대기업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함께 “털어서 먼지 안날 기업이 어디 있겠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재 재계에선 모기업이 다음 타깃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비리 있는 곳에 수사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리가 있는 곳에 수사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검찰의 몰아치기 수사로 기업의 활동자체마저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수사 착수 대상 및 시기를 놓고 내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은 국내 재계 순위 10위권 안팎으로, 수사 착수 시기는 이달 말 전후가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몇몇 기업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수사 대상을 압축해가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2~3기업 내사

1년4개월 만에 이뤄지는 이번 대검 중수부 수사는 서울서부지검이 진행 중인 한화그룹·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보다 파장이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수부는 지난해 5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벌이던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 8월 김준규 총장 취임 1년을 맞아 수사 체제로 전환한 뒤 기업 비리 첩보를 파악하는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1년 동안 예비군 체제로 운영되던 중수부가 최근 수사 체제에 들어갔고 수사는 시점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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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