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태광쇼크 대해부上] 쏟아지는 의혹 #6

“작정한 ‘저인망 수사’ 뭔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태광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수사는 현재 비자금 조성, 로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빙산의 일각 아래 시커먼 덩어리가 수면위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태광 사태에 떠오른 의혹들을 면면히 살펴봤다.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수사 전방위로 확산
차명계좌에 4000억원…금융계열서 ‘개인저금통’

태광그룹의 각종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파고 들어갈수록 새로운 비리가 드러나는 모양새가 마치 양파와 같다. 편법 증여·상속, 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등 일찍이 주요 재벌들이 써먹던 해묵은 수법에 이어 맞춤형 법 개정이나 인허가 등을 위한 로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혹 1>주식 편법 증여·상속

태광그룹 검찰 조사는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됐다. 이호진 회장은 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은밀한 대물림’은 비상장사를 통해 이뤄졌다. 핵심고리 중 하나는 전산시스템 운영·관리 업체인 티시스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이 회장이 5000만원을 출자해 주식 100%(1만 주)를 소유한 형태로 설립된 회사다.

이 회장은 2006년 1월25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식수를 두 배(1만9600주) 가까이 늘렸다. 증자된 주식은 모두 현준 군에게 돌아갔다. 이를 통해 현준 군은 이 회사 지분 48.98%를 보유하면서 이 회장(51.02%)에 이어 단숨에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당시 신주 발행가격은 1만8955원. 당시 이 회사 자산규모와 당기순익을 고려하면 주당 20만원의 가치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발행가격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헐값 매각’ 의혹이 떠오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후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거쳐 현재 티시스는 이 회장이 3만611주(지분율 51%), 현준 군이 2만9389주(지분율 49%)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이 회장이 현준 군을 2대 주주로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고작 2억5500만원에 불과했다.
현준 군이 지분 49%(9600주)를 보유해 이 회장(지분율 51%, 1만 주)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는 티알엠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또 현준 군은 계열사 한국도서보급의 2대 주주에도 올라 있다. 원래 두산그룹 계열이었던 한국도서보급의 지분과 경영권을 지난 2003년 태광 계열인 한빛기남방송이 사들였다. 이후 2005년 11월 이 회장과 현준 군이 한빛기남방송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한국도서보급에서 이 회장이 51%, 현준 군이 49%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도 현준 군은 동림관광개발과 티브로드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39%, 8%씩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이들 비상장사에 주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티시스와 티알엠은 태광산업 지분을 각각 4.51%, 4.6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합하면 9.14%에 달해 이 회장(15.14%)에 이어 2대주주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도서보급은 핵심 계열사인 대한화섬의 최대대주(17.74%)다.

<의혹 2>계열사 간 부당 거래

아들에게 ‘왕좌’를 만들어준 이 회장이 다음으로 한 일은 ‘덩치 불리기’였다.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이 동원됐다.
실제로 티시스는 지난 2005년 흥국생명과 연간 58억원대 정보시스템운영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2004년 티시스의 연간 매출액이 3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액수다.

이후 티시스는 태광 계열의 여러 유선방송사와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 흥국생명의 콜센터 운영관리업무 위탁 도급 계약 등을 맺으며 몸집을 불려갔다. 그 결과, 티시스는 불과 4년 만에 매출에서 3배, 영업이익에서 2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게 됐다. 티알엠도 마찬가지로 태광산업 태광관광개발 흥국생명 등 계열사들의 건물·시설물 유지 관리를 도맡아 수익을 늘려나갔다.

<의혹 3>비자금 조성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의혹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의 시발점은 1996년 창업주인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뒤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받는 시점이다. 태광산업 주식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된 것.

검찰은 그 가운데 18%의 지분은 현금화돼 그룹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에 차명으로 예치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규모는 4000억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금화가 안 된 나머지 14%가량의 주식(1600억원 상당)은 이 회장 일가와 전·현직 임직원 100여 명 명의로 20년 넘게 차명 관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식들은 계좌당 158∼1만690주씩 잘게 쪼개져 있으며, 명의자가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질권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흥국생명 차명보험 계좌를 통해서도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룹의 금융 계열사 전체가 회장 일가의 ‘개인저금통’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 해직자 복직투쟁위원회는 이 회장 일가가 97년부터 4년 동안 보험설계사 115명의 명의를 도용, 저축성 보험 313억원을 운영한 서류를 공개했다. 또 이들은 2001년 이후에도 유사한 보험 계좌에 500여억원이 들어있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최소 800억원 이상이 보험 계좌에 비자금으로 예치됐다는 것이다.


 <의혹 4>정관계 로비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는 정관계 로비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그룹이 쌍용화재와 케이블TV업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를 누리며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해 나간 데 따른 것이다.

태광그룹은 지난 2006년 쌍용화재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를 주도한 흥국생명은 2004년 대주주에게 불법 대출금 125억원을 지원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보험업법 상 경고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업체는 보험업 허가를 얻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이 없는 셈이다.

맞춤형 법 개정, 인허가 등 위한 로비 정황 속출
이 회장 일가 소유 회사 ‘부당내부지원사격’ 받아


하지만 이를 감독할 금융감독위원회는 인수를 승인했다. 지배주주가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인수경쟁사에는 허가하지 않던 ‘3자 배정 유상증자’도 태광그룹에만 허용했다.

뿐만 아니라 보통 한 달이 걸리는 지분취득 심사도 불과 열흘 만에 해치워버렸다. 당시 태광그룹이 금감위 직원들에게 고가 와인을 선물하는 등 로비 의혹이 인 바 있다.

큐릭스 인수과정도 비슷하다. 태광그룹의 케이블TV 계열사 티브로드는 14개 방송권역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방송법에는 특정사업자가 전국 77개 방송권역 중 15개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태광그룹은 이런 방송법 규제 조항에 막혀 큐릭스를 인수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08년 말 제한 권역수를 최대 25개까지 두도록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후 태광그룹은 지난해 6개 권역을 보유한 큐릭스를 인수해 케이블 업계 선두로 부상했다. 시행령이 바뀌어 태광그룹이 최대 수혜를 입은 셈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2006년 12월 군인공제회 등을 앞세워 큐릭스의 지분 30%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어 군인공제회·화인파트너스는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다시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에 넘기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옵션계약의 내용은 앞으로 2~3년 내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태광 측에 넘기되 원금(900억원)과 연 10%의 복리이자를 보장받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태광이 규제 완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처럼 일방적이고 불리한 옵션계약을 받아들였을 리 없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시행령 개정을 위해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설이 나돌았다. 실제로 시행령 최종 승인 직전인 지난해 3월 티브로드의 대외협력팀장이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통위 뉴미디어과장에게 성접대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의혹 5>차명 부동산 소유

여기에 최근 이 회장이 차명 부동산을 대규모로 소유·관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문제의 부동산은 태광관광개발이 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태광컨트리클럽(태광CC)의 주변 부지다. 이 회장은 이 땅을 전·현직 그룹 임직원 이름을 빌려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현재 보유하거나 처분한 부동산이 모두 수백 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자신의 재산을 숨기기 위해 대규모 부동산을 차명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의혹 6>부당 내부지원

이밖에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인 동림관광개발이 춘천시 남산면에 개발 중인 골프장에서 회원권을 계열사들이 구입하는 식으로 건설자금을 ‘지원사격’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회원권의 대부분은 흥국생명, 태광산업, 대한화섬, 티브로드홀딩스 등 계열사들이 구입했다. 이들 계열사는 적게는 2계좌에서 많게는 20여계좌의 회원권을 구입했으며 이들이 산 회원권 규모는 792억원에 이른다. 구입 가격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는 계좌당 22억원, 올해는 26억원으로 국내 최고가 수준이다.

특히 보험계열사들은 532억원의 거금을 쏟아 부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8년 회원권 10계좌를 220억원에 구입했다. 또 다른 보험계열사 흥국화재도 올 8월 이 골프장의 회원권 12계좌를 312억원에 사들였다.

자산이 수십조 원에 이르는 회사들도 골프장 회원권 보유규모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의혹들에 대해 태광은?


이처럼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태광그룹은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가운데 최근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태광그룹이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태광그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수차례 사정 대상에 올랐던 의혹들이지만 명쾌하게 사실관계를 파헤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 역시 ‘용두사미’식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향후 태광 사태는 어떤 형국으로 흘러가게 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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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