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최대 보수단체 수장된 'DJ맨' 김경재

"대북 문제만큼은 DJ와 생각 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측근이었던 김경재 전 의원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자총은 우리나라 최대의 보수단체로 과거부터 DJ의 햇볕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DJ의 최측근이었던 그가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5일 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경재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최근까지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내는 등 핵심 친박으로 떠올랐다. 자총은 소속된 회원만 전국적으로 30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보수 관변단체다.

그런데 올해 자총 회장선거는 하필 20대총선을 코앞에 두고 치러져 더욱 치열했다. 누가 회장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당내 경선 등 선거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경재 신임회장과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허준영 후보가 맞붙은 이번 선거에선 양 후보 간 고소와 폭로가 난무했고,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두 개로 쪼개지는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회장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허 후보의 측근이 비리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청와대 개입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DJ의 측근이었던 그가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신임회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다음은 김 신임회장과의 일문일답.

- 늦었지만 자총 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당선소감은?
▲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자총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서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자총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자총의 위상이 설립 당시보다 많이 떨어져있다. 자총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 재선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내셨다.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께서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갑자기 자총 회장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 사실 저는 청와대 홍보특보에서 물러난 후 20대국회 비례대표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 1월에는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그런데 선배 한 분이 남북 상황이 엄중하니 자총의 회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비례대표 출마를 포기하고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청와대 개입설? 오비이락일 뿐
김기춘, 친박계 당선 못시켜 혼나긴 했다

- 일각에선 친박계가 총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자총 회장선거에 김 회장을 투입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청와대 교감설도 나오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출마 권유는 없었나?
▲ 선거과정에서 청와대 교감설이 제기될 때마다 저는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말해왔다. 이것이 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사실 여권 일각에서 자총에 출마할 후보자를 간추려봤는데 제가 7번째 후보였다고 하더라.

5번째 후보자까지는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었는데 각자 사정이 있어 출마하지 못했고 6번째는 야당 출신의 전직 경제부총리였는데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어 탈락했다. 해당 인사는 출마가 좌절되자 상당히 서운해 했다고 하더라. 결국 그 사람들이 7번째 후보였던 나에게 찾아와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 그 사람들이라고 하면 청와대 쪽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 여권 쪽 정치기획자들이라고 해두자. 자총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를 밀어주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자총 같이 큰 관변단체의 회장선거는 청와대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다.

지난 자총 회장선거에서는 이동복(친박계) 후보가 허준영(친이계) 후보에게 졌는데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말하기를 “이동복 당선 못시켰다고 VIP(대통령)에게 되게 혼났다”고 하더라. 그거 하나 당선을 못 시켰냐고.

- 한때 DJ의 측근이셨다. 자총은 DJ의 최대 업적인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있는데 거부감은 없었나?
▲ DJ의 자유, 박애, 평화, 민주화 등의 가치는 존중하지만, 햇볕정책 등 대북정책에서 만큼은 이견이 있었다. DJ와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제가 밀사로 북한에 다녀왔다. 그런데 북한에 가서보니 그들은 우리가 쌀 등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조공을 바치는 것이라고 생각 하더라. 또 우리가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쓰이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기로 했는데 북한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매번 거부했다.

그래서 돌아온 후 대통령께 햇볕정책 노선을 수정해야 된다고 진언을 드렸더니 버럭 화를 내시더라. 제가 DJ를 40년 이상 모셨다. 평소 허물없이 큰형님처럼 모셨는데 이 일에서 빠지라고 하시더라. 제 대신 들어간 사람이 박지원 의원이었다. 제가 그때 햇볕정책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박 의원 대신 DJ의 수행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당시부터 저는 북한에 무조건 퍼줘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 김 회장께서 취임하심으로써 자총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나?
▲ 자총의 목표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정신을 더욱 함양시키는 데 있다. 자총의 전통적인 역할에 더욱 치중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흔들려고 하는 이른바 종북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를 공산화하려는 김정은 집단이 헛된 욕망을 버리도록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국론이 단단하게 통합되어 있으면 북한도 감히 우리나라를 넘볼 수 없다. 이외에도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총의 위상·실력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 유공자 포상확대, 중앙조직 축소, 지역 지부·지회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총을 ‘통일운동의 선봉대’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어 다소 황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 최근 김정은이 하는 것을 보면 저런 정권이 오래 가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분명히 자멸을 향해 가고 있다. 북한에 균열이 일어나면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에 전파하고 사유재산제도, 시장제도 등을 전파하는 것이 자총이 할 일이다. 북한에 민주주의의 바람을 불어넣을 100만 정예요원을 기르려고 한다. 제 임기 내에 북한이 붕괴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예요원을 육성하는 것은 언젠가 갑자가 찾아올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 현재 자총이 개선해야 할 점은 없나?
▲ 자총이 한 해 100억에 가까운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활동은 별로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자총을 '그들만의 리그'라고도 하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자총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많이 해나갈 것이다.

-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취임식까지 4월 중순 이후로 연기했다고 들었다.
▲ 선거를 앞두고 작은 오해도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저는 자총 회장에 당선된 이후 출연 예정이었던 종편 프로그램도 모두 사양했다. 또 일부 지회장이 개인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느냐고 묻길래 선거운동을 하려면 무조건 사표를 내라고 했다. 사퇴 이후에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자총의 이름을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저는 선거운동하는 곳에는 아예 근처도 가지 않는다.

- 진보 시민단체들은 여권 후보에 대해 다소 편파적인 낙천·낙선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 우리도 절대 국회에 입성해서는 안 될 후보가 있다면 낙선운동 같은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 경쟁상대였던 허준영 후보의 측근이 하필 자총 선거를 앞두고 압수수색을 당해 뒷말이 많았다. 허 후보 측은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허 후보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2011년 코레일 사장을 맡아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 최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주목받던 코레일 주도의 용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비리혐의가 불거져 조사를 받고 있다.)
▲ 오비이락이라고 하필 시기가 맞아떨어져 오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코레일 관련 수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허 후보가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내가 가서 찬조연설도 해주고 그랬는데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사이가 틀어져 아쉽다.

- 지난 17대 국회 당시 자총 등 관변단체 폐지 특별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진보진영에선 자총을 비롯한 관변단체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자총은 남북이 통일되면 없어져도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종북 단체가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총과 같은 보수 이념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자료를 보니 정부 각 기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가 약 1만개 정도 있는데 그 중 80%가 좌파단체더라.
 

그들은 정부에게 돈을 받아 반정부운동을 하고 있었다. 저는 좌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좌파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종북과 연관된 좌파를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단체들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자총이 꼭 필요하다.

수년 내로 북한 붕괴될 가능성 크다
100만 정예요원 육성해 통일 대비해야

- 자총 회장은 대북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도 가능한 자리다. 박 대통령이 북한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데 김정은 같이 극단적인 인물과 치킨게임을 벌이면 공멸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 언제까지 북한에 일방적으로 퍼주는 외교를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관계를 청산하고 극복해야 한다. 북한을 가봐서 알지만 그런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

- 최근 한미연합훈련이 예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구체적이다. 박 대통령은 정말 전쟁까지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인가?
▲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일종의 쇼로만 생각했다. 우리가 일전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북한을 압박해야만 진정한 대화의 길이 열린다. 대통령도 전쟁으로 북한문제를 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 도발을 하는데 우린 평화 메시지만 전달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중국도 우리가 단호하게 대응하니까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닌가?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 매우 엄중한 시기에 자총 회장을 맡게 됐다. 북한은 수년 내에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북한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국론을 모으기 위해 자총이 앞장 서 노력하겠다. 


<mi737@ilyosisa.co.kr>

 

[김경재 회장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보
▲제15∼16대 국회의원
▲제18대 대통령인수위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
▲청와대 홍보특보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