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최대 보수단체 수장된 'DJ맨' 김경재

"대북 문제만큼은 DJ와 생각 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측근이었던 김경재 전 의원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자총은 우리나라 최대의 보수단체로 과거부터 DJ의 햇볕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DJ의 최측근이었던 그가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5일 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경재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최근까지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내는 등 핵심 친박으로 떠올랐다. 자총은 소속된 회원만 전국적으로 30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보수 관변단체다.

그런데 올해 자총 회장선거는 하필 20대총선을 코앞에 두고 치러져 더욱 치열했다. 누가 회장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당내 경선 등 선거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경재 신임회장과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허준영 후보가 맞붙은 이번 선거에선 양 후보 간 고소와 폭로가 난무했고,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두 개로 쪼개지는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회장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허 후보의 측근이 비리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청와대 개입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DJ의 측근이었던 그가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신임회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다음은 김 신임회장과의 일문일답.

- 늦었지만 자총 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당선소감은?
▲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자총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서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자총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자총의 위상이 설립 당시보다 많이 떨어져있다. 자총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 재선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내셨다.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께서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갑자기 자총 회장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 사실 저는 청와대 홍보특보에서 물러난 후 20대국회 비례대표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 1월에는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그런데 선배 한 분이 남북 상황이 엄중하니 자총의 회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비례대표 출마를 포기하고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청와대 개입설? 오비이락일 뿐
김기춘, 친박계 당선 못시켜 혼나긴 했다

- 일각에선 친박계가 총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자총 회장선거에 김 회장을 투입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청와대 교감설도 나오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출마 권유는 없었나?
▲ 선거과정에서 청와대 교감설이 제기될 때마다 저는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말해왔다. 이것이 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사실 여권 일각에서 자총에 출마할 후보자를 간추려봤는데 제가 7번째 후보였다고 하더라.

5번째 후보자까지는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었는데 각자 사정이 있어 출마하지 못했고 6번째는 야당 출신의 전직 경제부총리였는데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어 탈락했다. 해당 인사는 출마가 좌절되자 상당히 서운해 했다고 하더라. 결국 그 사람들이 7번째 후보였던 나에게 찾아와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 그 사람들이라고 하면 청와대 쪽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 여권 쪽 정치기획자들이라고 해두자. 자총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를 밀어주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자총 같이 큰 관변단체의 회장선거는 청와대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다.

지난 자총 회장선거에서는 이동복(친박계) 후보가 허준영(친이계) 후보에게 졌는데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말하기를 “이동복 당선 못시켰다고 VIP(대통령)에게 되게 혼났다”고 하더라. 그거 하나 당선을 못 시켰냐고.

- 한때 DJ의 측근이셨다. 자총은 DJ의 최대 업적인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있는데 거부감은 없었나?
▲ DJ의 자유, 박애, 평화, 민주화 등의 가치는 존중하지만, 햇볕정책 등 대북정책에서 만큼은 이견이 있었다. DJ와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제가 밀사로 북한에 다녀왔다. 그런데 북한에 가서보니 그들은 우리가 쌀 등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조공을 바치는 것이라고 생각 하더라. 또 우리가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쓰이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기로 했는데 북한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매번 거부했다.

그래서 돌아온 후 대통령께 햇볕정책 노선을 수정해야 된다고 진언을 드렸더니 버럭 화를 내시더라. 제가 DJ를 40년 이상 모셨다. 평소 허물없이 큰형님처럼 모셨는데 이 일에서 빠지라고 하시더라. 제 대신 들어간 사람이 박지원 의원이었다. 제가 그때 햇볕정책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박 의원 대신 DJ의 수행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당시부터 저는 북한에 무조건 퍼줘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 김 회장께서 취임하심으로써 자총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나?
▲ 자총의 목표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정신을 더욱 함양시키는 데 있다. 자총의 전통적인 역할에 더욱 치중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흔들려고 하는 이른바 종북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를 공산화하려는 김정은 집단이 헛된 욕망을 버리도록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국론이 단단하게 통합되어 있으면 북한도 감히 우리나라를 넘볼 수 없다. 이외에도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총의 위상·실력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 유공자 포상확대, 중앙조직 축소, 지역 지부·지회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총을 ‘통일운동의 선봉대’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어 다소 황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 최근 김정은이 하는 것을 보면 저런 정권이 오래 가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분명히 자멸을 향해 가고 있다. 북한에 균열이 일어나면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에 전파하고 사유재산제도, 시장제도 등을 전파하는 것이 자총이 할 일이다. 북한에 민주주의의 바람을 불어넣을 100만 정예요원을 기르려고 한다. 제 임기 내에 북한이 붕괴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예요원을 육성하는 것은 언젠가 갑자가 찾아올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 현재 자총이 개선해야 할 점은 없나?
▲ 자총이 한 해 100억에 가까운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활동은 별로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자총을 '그들만의 리그'라고도 하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자총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많이 해나갈 것이다.

-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취임식까지 4월 중순 이후로 연기했다고 들었다.
▲ 선거를 앞두고 작은 오해도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저는 자총 회장에 당선된 이후 출연 예정이었던 종편 프로그램도 모두 사양했다. 또 일부 지회장이 개인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느냐고 묻길래 선거운동을 하려면 무조건 사표를 내라고 했다. 사퇴 이후에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자총의 이름을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저는 선거운동하는 곳에는 아예 근처도 가지 않는다.

- 진보 시민단체들은 여권 후보에 대해 다소 편파적인 낙천·낙선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 우리도 절대 국회에 입성해서는 안 될 후보가 있다면 낙선운동 같은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 경쟁상대였던 허준영 후보의 측근이 하필 자총 선거를 앞두고 압수수색을 당해 뒷말이 많았다. 허 후보 측은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허 후보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2011년 코레일 사장을 맡아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 최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주목받던 코레일 주도의 용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비리혐의가 불거져 조사를 받고 있다.)
▲ 오비이락이라고 하필 시기가 맞아떨어져 오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코레일 관련 수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허 후보가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내가 가서 찬조연설도 해주고 그랬는데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사이가 틀어져 아쉽다.

- 지난 17대 국회 당시 자총 등 관변단체 폐지 특별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진보진영에선 자총을 비롯한 관변단체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자총은 남북이 통일되면 없어져도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종북 단체가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총과 같은 보수 이념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자료를 보니 정부 각 기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가 약 1만개 정도 있는데 그 중 80%가 좌파단체더라.
 

그들은 정부에게 돈을 받아 반정부운동을 하고 있었다. 저는 좌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좌파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종북과 연관된 좌파를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단체들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자총이 꼭 필요하다.

수년 내로 북한 붕괴될 가능성 크다
100만 정예요원 육성해 통일 대비해야

- 자총 회장은 대북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도 가능한 자리다. 박 대통령이 북한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데 김정은 같이 극단적인 인물과 치킨게임을 벌이면 공멸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 언제까지 북한에 일방적으로 퍼주는 외교를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관계를 청산하고 극복해야 한다. 북한을 가봐서 알지만 그런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

- 최근 한미연합훈련이 예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구체적이다. 박 대통령은 정말 전쟁까지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인가?
▲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일종의 쇼로만 생각했다. 우리가 일전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북한을 압박해야만 진정한 대화의 길이 열린다. 대통령도 전쟁으로 북한문제를 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 도발을 하는데 우린 평화 메시지만 전달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중국도 우리가 단호하게 대응하니까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닌가?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 매우 엄중한 시기에 자총 회장을 맡게 됐다. 북한은 수년 내에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북한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국론을 모으기 위해 자총이 앞장 서 노력하겠다. 


<mi737@ilyosisa.co.kr>

 

[김경재 회장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보
▲제15∼16대 국회의원
▲제18대 대통령인수위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
▲청와대 홍보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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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