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넥센타이어의 2세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한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강호찬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가운데 향후 행보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 사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회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는 형국이다.
지난달 17일 경남 양산 넥센타이어 본사에서 열린 넥센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병중 회장과 강호찬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전까지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던 삼성그룹 출신 이현봉 부회장은 고문으로 한발 물러났다.
지배체제 강화
강 사장의 대표이사 복귀는 약 6년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강 사장의 복귀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표방해 온 넥센타이어가 오너경영 체제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2009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위촉됐던 그는 이듬해 전문경영인으로 부임한 이 부회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긴 바 있다.
당시 표면상 밝혀진 강 사장의 사임 사유는 해외영업 전념이었다. 이 시기부터 강 사장은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강 사장의 복귀를 예정된 수순쯤으로 바라보는 인상이다.
자질 여부 때문에 홍역을 치루는 여타 오너 2세들과 달리 강 사장은 능력을 대다수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강 사장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넥센타이어가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 회장은 사석에서 “근래 몇 년 간 넥센타이어의 인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며 “강 사장의 공이 컸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 사이 넥센타이어의 실적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매출은 2009년 9662억원에서 지난해 1조8374억원으로 늘어났다. 불과 6년 사이에 2배 가까운 외형적 성장이 이뤄진 셈이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어느덧 30%에 근접했다.
오너가의 그룹 지배체제는 더욱 굳건해졌다. 강 회장과 강 사장은 2012년 넥센타이어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분 정리를 완료했다. 당시 넥센타이어그룹은 흥아타이어공업이 전신인 넥센과 넥센타이어, 넥센테크, KNN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상태였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은 넥센을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넥센은 당시 넥센타이어 주주에게 넥센의 신주를 발행하는 주식맞교환 방식으로 넥센타이어의 주식을 공개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강 사장은 넥센 지분을 12.62%에서 50.51%로 높여 지주회사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반면 강 회장이 보유한 넥센 지분은 18.54%에서 9.76%로 낮아졌다.
당시 넥센의 시가총액은 대략 1600억원이었고 넥센타이어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었기에 강 사장은 어렵지 않게 넥센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다만 주식 맞교환 방식을 통해 증여세를 내지 않고 넥센타이어그룹을 장악하는 과정을 두고 편법상속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지금까지 강 사장의 그룹 지배는 별다른 변동 없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센타이어의 최대주주는 (주)넥센이다. 넥센은 넥센타이어 전체 지분의 42.20%를 보유하고 있다. 강 회장은 20.74%, 강호찬 사장은 3.29%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강 사장이 넥센의 지분 50.51%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넥센타이어의 실제 주인은 강 사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강호찬 사장 개인회사에 부당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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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 사장은 능력과 별개로 부정한 방법으로 회사 경영권을 강화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강 사장을 둘러싼 구설은 지금까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40%)과 장남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10%)이 전체 주식의 절반을 쥐고 있는 넥센L&C가 2014년에 80% 이상의 내부 거래율을 기록한 전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오너 2세에게 그룹 차원의 특혜가 이어졌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회사 차원의 부당한 특혜 논란은 금액의 크고 작음을 넘어 강 사장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강 사장이 사실상 대표인 것으로 알려진 오티피멀티솔루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티피멀티솔루션은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넥센타이어 서울사무소에 입주해 있다. 이 회사는 강호찬 사장과 넥센타이어의 고위 임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컴퓨터 및 주변장치 도매업을 영위한다.
흥미로운 점은 오티피멀티솔루션의 세부 정보를 넥센타이어 재무재표상에서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통상 해당기업의 대표가 또 다른 회사를 영위할 경우 특수관계자로 묶여 해당 회사의 공시 기록이 드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티피멀티솔루션의 이름은 넥센타이어 공시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넥센타이어의 또 다른 계열사인 넥센디앤에스에서 확인 가능할 뿐이다. 넥센디앤에스는 부동산임대 사업을 하는 회사다.
오티피멀티솔루션은 넥센디앤에스에 매년 임대보증금으로 400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 빌딩에 입주한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저렴한 금액이다. 개인적인 명목의 지원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해당 거래내역은 오티피멀티솔루션은 넥센디앤에스 사이의 것들이다. 부당지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혜지원 의혹
업계 관계자는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일종의 특혜를 줬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며 “개인간의 거래가 아니라면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