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3)위험한 접선

  • 황천우 작가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6.03.09 09:54:27
  • 호수 10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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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거사일, 굳어진 결심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이제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그래, 사회운동도 폭력이니 가정도 폭력으로 해결해 봐!”

아내가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석원이 올렸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이어 방구석에 있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래, 좋다.”

“뭐가?”

“신년을 맞이하여 그럴싸한 일 찾아 돈 벌어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그럴싸한 일도 필요 없어. 그러니 그저 이제는 제발 정신 좀 차려. 그리고 가정에 눈 좀 돌려봐.”

그래도 부부사이인 모양인지라 석원이 기세를 누그러트리자 아내 역시 부드럽게 태도를 바꾸었다. 바로 그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여나 어머니께서 직접 손자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에 문을 열자 이호룡이 한 손에 물건을 들고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부장님이 기별도 없이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아 이 사람아, 손님이 왔으면 안으로 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잠시 멈칫하던 석원이 아내의 표정을 살피다 이내 안으로 안내했다. 호룡이 아내를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건네자 아내가 못이기는 체 인사를 받고는 슬그머니 뒷걸음질 했다.

“차를 내올까요?”


“차는 그만 두고 잠시 앉아보겠습니까.”

아내가 잠시 멈칫하다 이내 거리를 두고 자리 잡았다. 순간 호룡이 가져온 물건을 앞으로 내밀었다. 또한 상의에서 조그마한 봉투를 꺼내어 건넸다.

“이것이 무엇인지요.”

“신덕수 의장께서 석원 군의 그동안에 노고를 치하하시면서 조그마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호룡이 말하다 말고 다시 봉투를 꺼내 석원에게 건넸다.

“이건 뭡니까?”

“꺼내보게.”

비록 말은 석원에게 했지만 시선은 석원의 아내에게 주었다. 그에 따라 동시에 두 사람이 자신의 앞에 놓인 물건과 봉투를 개봉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순식간에 미소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런 것까지.”

“이런.”

석원과 아내가 외마디 소리를 주고받고는 상대에게 전해진 물건을 서로 확인했다. 호룡이 아내에게 전한 물건은 귀한 인삼주와 돈이었고 석원에게 전한 봉투는 신덕수가 친필로 작성한 연하장이었다.
석원이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으며 연하장을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가 언제 그런 일 있었느냐는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하장에 시선을 주었다.

“차를 내올‥‥‥ 아니 귀한 술이 있으니 안주를 내어올까요?”

“차나 한잔 주시지요. 잠시 후 들를 곳이 있어서. 그리고 그 술은 이따 두 사람이 오붓하게 드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모처럼 오셨는데.”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차만.”

석원의 아내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참고 지내게. 그리고 이후부터는 다른 모든 일에는 일절 신경 쓰지 말고 자네의 영웅적 행위에 일로 매진하도록 하게.”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그런데 집 사람에게 자네가 무엇을 할 것이라 이야기하였는가?”

“그건 이야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역시 자네가 다르긴 다르네.”

호룡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급히 대화 내용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석원의 아내가 차를 가져오자 서로 일상사에 대해 덕담을 주고받고는 오래지 않아 호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아내와의 마지막 인사
국경일 큰 행사서 암살 시도?

“의장께서 석원 군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조금 힘이 부치더라도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호룡이 집을 나서면서 거듭 석원의 아내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러마고 건성으로 답한 아내가 호룡의 모습이 멀어지자 석원을 주시했다.

“어떻게 할 거야?”

“뭘?”

“잠시 전 어머니 뵈러 가자 했잖아.”

석원이 즉답을 피하고 호룡이 가지고 온 술을 주시했다.

“어머니께는 내일 가고 오랜만에 당신과 술 한잔 어떨까 싶은데.”

아내가 답 대신 급하게 되는대로 안주를 준비하여 돌아왔다.

“당신 도대체 무슨 일하는 거야?”

아내가 술을 따르기 무섭게 입을 열자 석원이 답하지 않고 아내의 잔을 채웠다. 이어 아내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잠시 전과 비교해 너무나 변해 있었다.

“당신도 잘 알잖아. 늘 하던 일 하는 거지.”

“그래도 전에는 당신 하는 일 하면서 시간을 내어 참석하고는 했었잖아. 그런데 요즈음엔 당신 일은 제쳐두고 조총련 관련 일에만 매달리는 듯 보여서.”

“단순히 조총련 일이 아니지. 우리 조선 인민들의 단합을 위한 일이지.”

아내가 뭔가 말하려다 급히 입을 닫았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겠다는 듯 석원이 어색하게 미소를 흘리며 잔들 것을 종용했다.

“좌우지간 내 말 잘 새겨들어.”

잔을 내려놓기 바쁘게 아내가 호룡이 가지고온 돈 봉투를 집어 들었다.

“뭘?”

“저 이호룡이란 사람 믿는 건 아니지?”

석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아내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 상당히 교활한 사람이야. 이 돈이 신덕수 의장으로부터 전해졌다고 한다면 아마도 반 정도는 저 사람이 꿀꺽했을 거야.”

“뭐라고?”


“왜,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래. 저 사람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던 게 바로 그 교활함 때문이란 걸 몰라. 다들 아는데.”

아내의 말을 들으며 이전의 일 즉 홍콩에 다녀온 일을 생각해보았다. 기껏 해외여행 보내준다고 하더니, 그것도 대사를 앞두고 그 일환으로 나갔는데 달랑 2박 3일 간으로 그쳤고 경비 역시 빠듯했었다. 또한 얼마 전에 이후의 생활경비는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했었다. 그러나 말뿐이었지 지금까지 받은 돈은 한 푼도 없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금방 한 이야기. 이호룡이란 사람의 실체가 어떤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어.”

“어때?”

“한편 생각해보니 당신 말이 일리 있어 보이는데.”

“그러니 여자 말 잘 들어. 그러면 절대 손해 보는 일 없으니.”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독한 술 몇 잔을 연거푸 들이키자 불현듯 기미코의 얼굴이 술잔에 아른거렸다. 기미코를 생각하며 석원이 느끼한 시선을 아내에게 보냈다.

“무슨 의미야.”

“몰라서 물어.”


“지금 말이‥‥‥.”

아내의 목소리가 술기운 탓인지 미세하게 떨렸다. 그 의미를 새기던 석원이 상을 옆으로 밀쳐내고 천천히 아내의 몸을 취하기 시작했다.

동일이 일본으로 돌아와 신년을 맞이하여 바쁘게 움직이는 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도쿄에서 세기문화사를 경영하는 차주선이라는 사람인데 한국 단체관광과 관련하여 상의할 일이 있으니 만나줄 수 있겠느냐 제안해왔다.

잠시 뜸을 들이던 동일이 마지못해 만나겠다는 듯이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물론 전화를 걸어온 당사자가 누구인지 직감하면서도 혹여나 누군가 전화를 도청할지도 모를 일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통화를 끝내고 그동안 문석원의 행적에 대해 회고해보았다. 홍콩을 다녀온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고 기미코와 이호룡을 만나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를 살피며 암살 시도에 전념하고 있다는 감을 받았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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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