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수상한 세풍’ 막후

10년 악연의 굴레…또 시작?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부영그룹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 세무당국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다르다. 돌아가는 낌새가 이상하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작동된 형국이다.

재계 순위 20위(공기업 제외)인 부영그룹을 덮친 ‘세풍’이 심상찮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부영주택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요원 40∼50명을 사전 예고 없이 현장에 투입해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한폭탄 작동

이번 세무조사는 5년 만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이 2011년 부영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인 동광주택을 뒤진 적이 있다. 회사 측은 “별일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사를 맡은 부서가 ‘조사4국’이란 점에서 단순 세무조사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실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부영주택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는 조사1국과 조사2국이 담당한다. 조사3국의 경우 기업의 상속·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등 재산세, 자본거래세 분야를 맡고 있다.

‘국세청 중수부’라고 불리는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맡는다. 주로 기업의 비자금, 횡령, 탈세 등의 무거운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일정을 통보한 후 시작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한다. 이번 부영 세무조사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세무조사 중인 기업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부영에 대한 세무조사는) ‘특별하다’란 점만 확인해 줄 수 있다”며 “특정 사안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계 한 임원은 “조사4국이 나섰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추징금이 적지 않는 등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작동된 형국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영 측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무조사라니 모르겠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부서 등에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한 뒤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와 달리 세무당국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다르다. 국세청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선 갑작스런 세무조사를 두고 국세청에 밉보인 부영이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 부영그룹과 국세청은 악연이 깊다. 세무조사와 추징 금액을 놓고 날선 각을 세워왔다. 그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세금 34억9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실형을 피하기 위해 1심 선고 전날 은행에 공소제기된 탈세액과 같은 금액을 냈다. 이 회장은 납부 영수증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벌금 120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이후 세무서에 소득세 수정신고서를 제출하고 13억여원을 추가로 납부했다.  이 회장은 2006년 돌연 태도를 바꿔 “1심 선고 직전에 낸 돈은 납세신고 등 조세 채무가 없음에도 실형을 면하려 낸 것”이라며 그동안 낸 세금을 포함해 51억90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8년 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조사4국 출격 심상찮은 세무조사
배경 두고 설왕설래…괘씸죄 추측

증여세 반환을 놓고도 부영그룹과 국세청 사이에 묘한 긴장 기류가 조성됐다. 이 회장은 2007년 친인척들이 갖고 있던 부영과 대화도시가스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하고, 2008년 해당 주식 물납 방식으로 약 800억원의 증여세를 국세청에 납부했다.

이도 잠시. 이 회장은 “이 주식은 원래 자신의 소유로, 친인척들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뒤늦게 주장하면서 국세청에 증여세 반환을 신청했다. 국세청은 “자진 납부한 세금을 무효로 보기 어렵다”며 이 회장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세청 결정에 반발한 이 회장은 2010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판원은 이 회장의 명의신탁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주식에 대해서만 명의신탁을 인정해 환급 조치했다. 이 회장은 되돌려 받은 주식이 증여세로 낸 800억원에 턱없이 모자라자 행정소송을 걸어 결국 세금 일부를 깎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세청은 재반격에 나섰다. 부영의 주식 변동 내역에 대해 다시 조사에 착수, 2013년 이 회장 일가에 부당무신고 가산세와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포함한 증여세 260억원을 통보했다. 이를 두고도 역시 분쟁이 생겼다. 이 회장은 국세청의 가산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냈지만, 조세심판원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부영그룹과 국세청이 끈끈했던(?) 시절도 있었다. 뇌물을 주고 편의를 봐준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그랬다.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4년 5월 구속됐다. 검찰 수사결과 이 회장은 2001년 12월∼2002년 6월 봉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를 받지 않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모두 1억3000만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건넨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뭔가 걸렸다?

재계엔 조사4국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얘기가 있다. 시쳇말로 빡세서다. 추징금이 어마어마하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세금폭탄이 떨어진다. 세무조사 기간은 보통 90∼100일 정도, 길면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이르면 4∼5월, 늦어도 7월까진 부영 세무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부영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좀 더 지켜볼 일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사4국 덮친 기업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현재 조사 중인 기업은 3∼4곳이다. 조사4국은 지난달 ‘국민연료 썬연료’란 씨엠송으로 유명한 썬그룹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썬그룹 서울사무소에 사전 예고 없이 투입,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조사4국은 지난 1월 삼성물산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부턴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가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 역시 조사4국이 투입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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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