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눈치보는 대기업 속사정

살 떨리는 주총장 ‘예전 같지 않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달 17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가 막을 올렸다. 배당금 증액 등 주주친화 정책이 현안으로 부각된 만큼 주가부양을 위한 액면분할이나 자사주 매입 등이 안건으로 상정될 전망이다. 기존 경영진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어떻게 결정될지 지켜보는 일도 나름의 관전 포인트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3월에 주주총회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826곳. 이 가운데 77.96%에 해당하는 644곳이 11일, 18일, 25일에 주총을 실시한다. 모두 금요일이다. 특히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367곳은 오는 25일 주총을 열겠다고 신고했다. ‘주총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매주 금요일
슈퍼주총 예고

날짜별로 살펴보면 11일에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총이 몰려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포스코의 주총도 이날 열린다. 18일에는 SK그룹 계열사와 LG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실시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도 이날 주총을 실시한다.

25일에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주총을 갖는다. 이밖에 KB금융, 대림산업, 대한전선, 엔씨소프트, 팬오션, 현대홈쇼핑, NHN엔터테인먼트, LS, 코오롱, 웅진에너지, E1, 남양유업 등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주총의 최대 화두는 배당 확대로 귀결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주주들의 요구대로 배당을 늘리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주당 1000원이던 배당액을 2500원으로 크게 늘렸다. 2014년 3509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조6111억원으로 359%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라홀딩스는 배당액을 500원에서 1200원으로 늘렸고 S&T중공업도 배당금을 전년도 100원에서 200원으로 2배 증액했다고 공시했다. 이외에 SK하이닉스, 삼성정밀화학, 동아타이어, LG유플러스, 등도 배당액을 60% 이상 늘렸다.


분기배당을 고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 1회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규정된 정관을 변경해 매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한 안건을 11일 주총에 상정한다. 포스코와 한온시스템도 분기배당을 도입한다고 공시했다.

더욱이 ‘증권가 큰손’ 국민연금은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점 관리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금운용본부가 저배당 기업을 몰아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배당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내부 기준을 이미 마련하고 전담팀까지 꾸렸다. 저배당 기업을 선정해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표적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배당 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거나 배당 성향이 낮은 기업 중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해당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예고될 뿐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 가진 기업은 대략 250곳에 이른다. 기금운용본부는 주총시즌이 끝나는 3월 말 이후 배당성향을 분석해 예측 가능한 배당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들을 가려낼 계획이다. 우선 구체적으로 배당정책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시장 상황과 산업의 특성, 개별기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대상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배당정책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 막 올라…관전 포인트는?
배당 확대로 주주 달래기 “국민연금 신경쓰이네”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은 긴장과 함께 내심 경영권 간섭으로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국민연금 주권행사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통주식 수를 늘리기 위한 액면분할도 주총을 관통하는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상승시켰던 전례를 참고삼아 주주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액면분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양상이다.

통상 액면분할은 거래량 증가를 수반하며 이를 통한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액면분할을 결정 공시한 기업은 모두 26곳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총 1000억원 이상 기업들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6개 기업 가운데 3개는 주가가 상승했고, 나머지 절반인 3개는 주가가 하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액면분할 이후 대부분의 종목에서 일일 평균 거래대금이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거래대금 상승은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가세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올해는 주당 액면분할이 한층 적극적으로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테이프는 크라운제과가 끊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인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을 발표하고 오는 25일 예정인 정기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운제과 이외에도 KNN, 넥센, 성보화학, 엠에스씨, 케이티롤, 동양물산, 극동유화 등이 액면분할을 예고한 상황이다.

하지만 액면분할이 모든 기업들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오뚜기, 오리온 등 이른바 식품업종 황제주들은 거듭된 액면분할 요구를 무작정 수용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이들은 액면분할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 눈치껏
배당 늘리나

실제로 오리온은 보통주 1주당 6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상황이다. 최대 주주인 이화경 부회장(86만5204주)은 약 50억원, 이 부회장의 남편인 2대 주주 담철곤 회장(77만626주)은 45억원을 챙기게 된다.
오뚜기는 보통주 1주당 5200원을 현금으로 배당한다. 주식 57만543주(16.5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은 약 30억원, 함 명예회장의 장남인 함영준 회장은 약 28억원을 각각 배당금으로 받는다. 
 

롯데제과, 롯데칠성은 아직 배당금을 확정하지 않았다. 롯데 계열사의 배당성향(이익대비 배당총액)은 낮은 편이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낮아 배당금 수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 수준의 배당을 결정하더라도 사실상 ‘그들만의 배당 잔치’는 큰 변동이 없는 셈이다. 

이처럼 기업별 이해관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에 배당수혜가 집중되는 황제주를 액면분할해 투자 진입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거래소 역시 우량 대형주를 대상으로 액면분할 여부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 부이사장은 “지난해 황제주였던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사례를 통해 주가 상승과 거래량 증가 등의 효과가 확인됐다”며 “많은 기업이 액면분할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제주 피해
액면분할 효과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도 관심이다. 주요 그룹들의 사업 재편과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가운데 등기이사 선임은 오너들의 책임경영 확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가시화된 모습이다. 최 회장은 SK·SK C&C·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 등 4개 회사 등기이사를 맡아왔으나 지난 2014년 횡령 혐의로 수감되면서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사면 이후 그룹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는 등 그룹 전반의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그룹에서는 신성장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의 LG화학 등기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LG화학은 18일 주총에서 구본준 부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을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LG전자 CEO를 역임하다 올해부터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1일 예정된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지난달 임기가 종료된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14년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는 물러난 바 있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같은 날 열리는 현대차 주총에서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등재는 오너가 그에 대해 법적인 영역의 책임까지 진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룹 오너들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말뿐이 아닌 책임경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액면분할 확대…황제주 ‘글쎄’
이사회 재선임 ‘갈등의 화약고’


재계 관계자는 “오너들의 등기이사 선임은 단순히 감투 하나를 쓰는 의미가 아니라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오너의 책임경영 확대는 성장 정체 속에 그룹의 새로운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등기이사 재선임 이전에 경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본적인 장치를 함께 도입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불법행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등기임원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존 이사회 구성원의 재선임을 원하는 회사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주주들 간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면서 주가는 3년 전에 비해 70% 떨어졌지만 박대영 대표이사 재선임이 주총 안건에 올라와 있다. 수주산업 특성상 프로젝트가 장기간에 걸쳐 마무리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논란은 불가피하다.

효성 주주총회에서 조석래 회장의 재선임 여부도 관심사다. 조 회장에게  지난달 15일 법원은 총 1358억원의 탈세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갈등의 내막
이사 재선임

GS건설, 베이직하우스, 세아제강 등도 실적이 바닥을 치면서 3년 전에 비해 주가는 반 토막이 난 상태지만 사내외이사와 감사의 재선임을 안건에 올렸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적자가 났는데도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책임경영을 담보할 수 없다”며 “주총은 경영진 재선임에 대해 주주들 의견을 묻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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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