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화장품 혁명 꿈꾸는 임재영 이노팜(주) 대표

“기능성 화장품은 얼굴에 나타나야죠”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총과 칼 대신 연구와 마케팅 역량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전장이 있다. 세계시장 규모가 1000억불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장품 시장이다. 작년 한 해 동안의 국내시장 규모도 17조원 상당이다. 다국적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 할 것 없이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을 광고모델의 미소 뒤에 숨기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시장이다. 또 매번 새로운 물질을 찾고 그를 상품화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다. 광고나 홍보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국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화장품 그 자체의 기능과 효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12년에 걸친 피토케미컬 연구를 바탕으로 화장품을 출시한 이노팜(주)이 주목을 끌고 있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의 뿌리나 잎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로 식물들이 각종 미생물이나 해충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위해 만들어 내는 일종의 천연화학물질이다. 이 화학물질이 사람에게는 항산화물질로 작용해서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늘릴수록 암 예방, 항산화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염증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이 피토케미컬 성분 때문이다.

12년 연구의 결과

문제는 이 피토케미컬의 종류가 너무나도 방대하다는 점이다.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페놀화합물(phenol compounds), 이소플라본(isoflavones), 알릴화합물(allyl compounds) 등 무수한 피토케미컬 계열마다 수백에서 수천 종의 식물이 존재한다. 심지어 한 식물에서 발견되는 피토케미컬 성분이 2만5000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방대한 성분들 속에서 화장품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실로 엄청난 작업일 수밖에 없다. 한 개의 유용한 식물을 찾기 위해 연구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 5만 종이 넘는다. 유용한 식물의 발견으로 끝이 아니다. 성분구조를 파악해서 유기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 유도체까지 고안해내야 비로소 상품화의 첫 걸음으로 인식된다. ‘누구나 뛰어들 수는 있지만 아무나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가 피토케미컬 연구인 것이다.

자금력이 있다고 해서 성과가 보장된 영역도 아니다. 언제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급인력들을 십여 년 이상 투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작년에 설립된 신생회사 이노팜(주)이 피토케미컬 기반 화장품 ‘피토라이저(Phytoliser)’를 출시한 것은 향장업계에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변변한 자금력이 없는 회사가 자체 연구로, 그것도 피토케미컬 기반의 제품을 출시한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의미 있는 도발’ 내지 ‘혁신’으로 표현되는 이노팜(주)의 시장 진입은 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재영(54) 대표의 역할이 컸다. 임 원장은 연세대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유전학 석사를 마친 뒤, 다시 부산대 의대에 입학해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피부과 전문의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자연과학과 의학 분야 양쪽의 지식과 역량을 가진 학자이자, 연구와 임상을 두루 섭렵해 온 의사가 그다. 피토케미컬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전문의 면허를 딴 직후다. 창원에 있는 복지피부과 병원에 부임, 피부조직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는 나병환자를 보면서 ‘유전자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피부조직을 재생시키는 그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열망을 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피토케미컬에서 찾았다.

유전공학·의학 전공한 피부과 전문의
식물성분 피토라이저로 업계에 도전장

다른 의사들이 박피며 미용성형으로 부를 쌓아나갈 때 임 원장은 개원한 피부과 진료실 옆에 연구실을 차렸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밤에는 연구원들과 피토케미컬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주경야경(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는)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렇게 12년이 흘러 출시한 제품이 피부색소 침착 제거에 효과가 있는 ‘피토라이저 에센스’와 ‘마스크 팩’이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나 대기업의 후원도 없이 오로지 임 원장의 뚝심과 연구원들의 열정의 만들어낸 성과다.

당초 피토라이저는 피부의약품으로 출시할 예정이었다. 민감성 피부나 난치성 기미에 적용할 의약품으로 피부과 병원이나 약국에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것이 피부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은 만만치 않은 임상실험 비용 탓이다. 연구비 마련도 막막했던 임 원장에게 수억원이 넘는 임상비용의 조달은 그야말로 커다란 장벽이고, 절망이었던 셈이다.

‘시장에 내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임 원장의 고뇌를 해소해 준 것은 임 원장을 30년 동안 지켜본 지인들과 중증 질환을 호소하며 찾아왔던 환자들이다. 임상 데이터를 모을 요량으로 나눠줬던 샘플을 써 본 주위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특히 ‘기미’와 관련된 고민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피드백이 컸다.


기미는 여성들에게 공공의 적 1순위로 지목받을 정도로 원인도 다양하고, 나타나는 형태도 천차만별인 난치질환. 각종 미백제와 레이저치료를 병행해도 일시적인 효과만 나타날 뿐 재발이 빈번하다. 있는 기미를 없애고, 치료 후 기미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결국 ‘화이트닝’이나 ‘안티 에이징’ 등으로 표현되는 기능성 화장품의 요체는 피부세포에 침착한 색소와의 전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치러내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 고달픈 전장에 이노팜(주)의 피토라이저 시리즈가 발을 들인 것이다.

“기미는 원인이 너무 다양해서 기존 미백제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습니다. 레이저 치료 역시 기미가 잘 안 빠지거나 고르게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법은 색소세포가 생기는 단계별로 식물성분 방어인자인 화이트케미컬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멜라닌 색소 합성과정에 개입하면서도 부작용 없는 피토케미컬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죠.”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출시된 이노팜(주) 제품에 대한 시장반응은 나쁘지 않다. 관광객을 상대로 화장품 영업을 하는 명동 상인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대리점을 내 보겠다는 문의도 나날이 늘어가는 중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큰 기업에서 판매권을 달라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받은 상태다. 화장품이지만 의약품에 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어필된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응 속에도 임 원장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화장품 시장에 들어와 보니 여기도 만만치가 않네요. 더 다양한 제품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기초와 색조를 갖춘 세트구성은 해야 합니다. 일이 끝이 없네요.”

뷰티의 길을 걷다

표정은 비장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넘치고 있다. “이노팜(주)은 모든 제품을 임상실험 절차 밟듯 소비자와 환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출시할 생각입니다. 아직 세계적으로 이런 식으로 개발되는 화장품이 없고, 또 그렇게 해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기능성 화장품 시장은 반드시 의약품에 버금가는 효과로 승부하는 시장이니까요.” 임 원장이 매일 밤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는 이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