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숨은 갑부’ 프로필 대공개

‘뉴페이스’ 알부자…“넌 누구냐?!”

 ‘부자’라고 하면 통상 재벌가나 상장기업의 대주주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올해 ‘한국의 400대 부자’에 새로 이름을 올린 부호 가운데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재력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정치인, 비상장기업 오너의 친인척 등이 대표적이다. <일요시사>가 이들의 신상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여동생 최기원씨 5329억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동생 박지만 583억원
영화배우 신영균 아들 신언식 대표 543억원
축구선수 차두리 장인 신철호 회장 620억원


<재벌닷컴>이 올해 400대 부자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13.5%인 54명이 ‘새얼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주 회장
일약 12위 등극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다. 개인 재산 규모가 1조5406억원으로 평가되면서 일약 12위의 부자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씨앤엠(C&M)의 지분 61.17%를 1조4000억원대에 매각했으며, 현재 에이티넘파트너스와 구리청과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중이다. 금호사옥 빌딩 등 건물 및 부동산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삼성생명과 현대홈쇼핑, 심텍, 미스터피자 등 상장사의 주식 및 전환사채에 대규모 투자한 뒤 대박을 터뜨리면서 주식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도 올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락앤락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단숨에 1조원대(19위) 갑부가 됐다. 김 회장은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개발해 가정주부들에게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락앤락의 지분 53.54%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 회장과 함께 2대주주인 사촌동생 김창호 씨도 2847억원(86위)의 부자가 됐다.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위메이드 역시 올해 박관호 대표이사가 주식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1539억원(144위)의 재산가로 등장했다.
올해 한국 400대 부자에 합류한 신흥 부자 중에는 재계인사 친인척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행복나눔재단 이사장)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2대주주(10.5%)로 있는 SK C&C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5329억원(36위)의 재산가로 떠올랐다.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의 외아들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전무는 주식증여와 신규상장 등으로 2222억원(104위)의 재산가로 부상했다. 일본 야쿠르트와 합작회사인 한국야쿠르트의 대주주인 윤 전무는 상장회사인 능률교육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기업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또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의 장남 용민씨의 자산이 1359억원으로 집계되면서 165위에 올랐다. 에스엘가는 아버지와 두 아들이 나란히 400대 부자 대열에 합류하는 영예를 누렸다. 우선 이충곤 에스엘 회장의 자산이 795억원으로 268위에 오른데 이어 장남 성엽씨와 차남 승훈씨의 재산 역시 각각 1311억원(170위), 779억원(274위)으로 평가됐다. 강병중 넥센 회장의 장남 호찬씨도 1055억원으로 204위, 김동녕 한세예스24 회장의 장남 석환씨는 826억원으로 259위로 떠올랐다.

또 옥외 광고업체인 전홍의 대주주이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친인척인 박정하 씨의 재산은 977억원(223위)으로 평가됐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 형덕씨는 불과 33세의 나이로 400대 재벌에 진입하면서 최연소 재벌이 됐다. 형덕씨의 자산은 576억원(339위)으로 평가됐다. 형덕씨는 현재 웅진코웨이에서 차장으로 지내며 경영 수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 장남 현덕씨
33세 최연소 갑부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의 누나 경애씨도 561억원으로 350위에 올랐다. 현대 중공업의 사외이사를 지내고 있는 법조인 박용상 씨와 가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룹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동생 문재영 신아주그룹 회장도 자산총액이 643억원으로 파악되면서 310위에 등극했다.

400대 부자 명단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 성이씨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성이씨의 자산은 521억원으로 평가되며, 366위에 올랐다. 성이씨는 이노션의 고문을 맡아 회사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성이씨는 현대해비치호텔의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연예인, 스포츠스타나 정치인의 친인척 등 흥미로운 숨겨진 알부자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유명 가수 출신인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회장은 회사의 주가가 올들어 폭등하면서 763억원(278위)을 기록했다. 유명 영화배우였던 고은아(본명 이경희)의 남편이자 ‘영화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곽정환 서울시네마 회장의 재산은 623억원(321위)이었다.

축구선수 차두리의 장인으로 잘 알려진 신철호 임페리얼팰리스호텔 회장은 재산이 620억원(325위)으로 평가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은 583억원으로 336위, 영화배우 신영균의 아들인 신언식 한주에이엠씨 대표는 543억원(360위)의 재산으로 400대 부자에 올랐다.

나성균 네오위즈 사장도 111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면서 400대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카이스트 경영과학대학원을 졸업한 나 사장은 대학원 시절 벤처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위즈는 게임, 인터넷, 온라인 음악, 투자, 교육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로 2007년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네오위즈의 창립 멤버인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의 자산도 549억원으로 평가되면서 357위에 올랐다. 장 대표는 역시 카이스트 출신으로 현재 게임회사 블루홀 스튜디오의 CSO를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도체와 LCD 등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레이저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인 이오테크닉스의 성규동 사장은 1241억원으로 180위에 올랐고, 열교환기 및 가스발생기 제조업체 비에이치아이의 우종인 대표의 자산은 1237억원(181위)으로 평가됐다.


이수만 SM 회장
보유 주식 폭등

이밖에 ▲플라스틱 필름, 시트 및 판 제조회사 한진패앤씨 이종상 회장 자산은 1079억원으로 201위 ▲바이오 벤처 기업인 씨젠 천종윤 대표는 792억원으로 269위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체 모토닉 김영봉 회장은 757억으로 282위 ▲태양전지 전문업체 성융광전투자의 이규성 대표 723억원(289위) ▲의료, 정밀 및 과학기기 도매업체 원익의 이용한 회장이 671억원으로 302위 ▲토목설계 전문업체 도화종합기술공사의 곽영필 회장이 643억원으로 308위 ▲유성락 이연제약 회장이 635억원으로 315위 ▲모바일 게임제조 업체 게임빌의 송병준 사장이 625억원으로 320위 ▲곽정환 서울시네마 회장 623억원으로 321위 ▲소주제조업체 금복주의 김동구 회장이 622억원으로 322위 ▲금형제조업체 에이테크솔루션 유영목 대표 603억 330위 ▲강관제조업체 태광의 윤성덕 대표가 579억원으로 337위 ▲휴대기기용 입력장치 전문기업인 크루셜텍 안건준 대표 579억원으로 338위 ▲약국자동화기기 업체 제이브이엠의 김준호 대표 560억원으로 351위 ▲차병원 차광열 원장이 496억원으로 378위 ▲핸드폰 부품 제조기업 파트론의 김종구 대표가 493억원으로 382위 ▲TFT-LCD 공정장비업체 디엠에스의 박용석 사장이 490억원으로 385위 ▲특수 점착 테이프 전문업체 신화인터텍 이용인 회장이 487억원으로 388위 ▲LED 조명 제조업체 화우테크놀러지 유영호 대표가 478억원으로 392위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이 474억원으로 395위 ▲화장품 제조 및 유통 전문업체 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회장이 468억원으로 398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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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