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숨은 갑부’ 프로필 대공개

‘뉴페이스’ 알부자…“넌 누구냐?!”

 ‘부자’라고 하면 통상 재벌가나 상장기업의 대주주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올해 ‘한국의 400대 부자’에 새로 이름을 올린 부호 가운데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재력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정치인, 비상장기업 오너의 친인척 등이 대표적이다. <일요시사>가 이들의 신상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여동생 최기원씨 5329억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동생 박지만 583억원
영화배우 신영균 아들 신언식 대표 543억원
축구선수 차두리 장인 신철호 회장 620억원


<재벌닷컴>이 올해 400대 부자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13.5%인 54명이 ‘새얼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주 회장
일약 12위 등극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다. 개인 재산 규모가 1조5406억원으로 평가되면서 일약 12위의 부자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씨앤엠(C&M)의 지분 61.17%를 1조4000억원대에 매각했으며, 현재 에이티넘파트너스와 구리청과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중이다. 금호사옥 빌딩 등 건물 및 부동산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삼성생명과 현대홈쇼핑, 심텍, 미스터피자 등 상장사의 주식 및 전환사채에 대규모 투자한 뒤 대박을 터뜨리면서 주식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도 올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락앤락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단숨에 1조원대(19위) 갑부가 됐다. 김 회장은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개발해 가정주부들에게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락앤락의 지분 53.54%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 회장과 함께 2대주주인 사촌동생 김창호 씨도 2847억원(86위)의 부자가 됐다.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위메이드 역시 올해 박관호 대표이사가 주식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1539억원(144위)의 재산가로 등장했다.
올해 한국 400대 부자에 합류한 신흥 부자 중에는 재계인사 친인척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행복나눔재단 이사장)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2대주주(10.5%)로 있는 SK C&C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5329억원(36위)의 재산가로 떠올랐다.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의 외아들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전무는 주식증여와 신규상장 등으로 2222억원(104위)의 재산가로 부상했다. 일본 야쿠르트와 합작회사인 한국야쿠르트의 대주주인 윤 전무는 상장회사인 능률교육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기업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또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의 장남 용민씨의 자산이 1359억원으로 집계되면서 165위에 올랐다. 에스엘가는 아버지와 두 아들이 나란히 400대 부자 대열에 합류하는 영예를 누렸다. 우선 이충곤 에스엘 회장의 자산이 795억원으로 268위에 오른데 이어 장남 성엽씨와 차남 승훈씨의 재산 역시 각각 1311억원(170위), 779억원(274위)으로 평가됐다. 강병중 넥센 회장의 장남 호찬씨도 1055억원으로 204위, 김동녕 한세예스24 회장의 장남 석환씨는 826억원으로 259위로 떠올랐다.

또 옥외 광고업체인 전홍의 대주주이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친인척인 박정하 씨의 재산은 977억원(223위)으로 평가됐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 형덕씨는 불과 33세의 나이로 400대 재벌에 진입하면서 최연소 재벌이 됐다. 형덕씨의 자산은 576억원(339위)으로 평가됐다. 형덕씨는 현재 웅진코웨이에서 차장으로 지내며 경영 수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 장남 현덕씨
33세 최연소 갑부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의 누나 경애씨도 561억원으로 350위에 올랐다. 현대 중공업의 사외이사를 지내고 있는 법조인 박용상 씨와 가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룹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동생 문재영 신아주그룹 회장도 자산총액이 643억원으로 파악되면서 310위에 등극했다.

400대 부자 명단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 성이씨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성이씨의 자산은 521억원으로 평가되며, 366위에 올랐다. 성이씨는 이노션의 고문을 맡아 회사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성이씨는 현대해비치호텔의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연예인, 스포츠스타나 정치인의 친인척 등 흥미로운 숨겨진 알부자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유명 가수 출신인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회장은 회사의 주가가 올들어 폭등하면서 763억원(278위)을 기록했다. 유명 영화배우였던 고은아(본명 이경희)의 남편이자 ‘영화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곽정환 서울시네마 회장의 재산은 623억원(321위)이었다.

축구선수 차두리의 장인으로 잘 알려진 신철호 임페리얼팰리스호텔 회장은 재산이 620억원(325위)으로 평가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은 583억원으로 336위, 영화배우 신영균의 아들인 신언식 한주에이엠씨 대표는 543억원(360위)의 재산으로 400대 부자에 올랐다.

나성균 네오위즈 사장도 111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면서 400대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카이스트 경영과학대학원을 졸업한 나 사장은 대학원 시절 벤처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위즈는 게임, 인터넷, 온라인 음악, 투자, 교육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로 2007년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네오위즈의 창립 멤버인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의 자산도 549억원으로 평가되면서 357위에 올랐다. 장 대표는 역시 카이스트 출신으로 현재 게임회사 블루홀 스튜디오의 CSO를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도체와 LCD 등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레이저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인 이오테크닉스의 성규동 사장은 1241억원으로 180위에 올랐고, 열교환기 및 가스발생기 제조업체 비에이치아이의 우종인 대표의 자산은 1237억원(181위)으로 평가됐다.


이수만 SM 회장
보유 주식 폭등

이밖에 ▲플라스틱 필름, 시트 및 판 제조회사 한진패앤씨 이종상 회장 자산은 1079억원으로 201위 ▲바이오 벤처 기업인 씨젠 천종윤 대표는 792억원으로 269위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체 모토닉 김영봉 회장은 757억으로 282위 ▲태양전지 전문업체 성융광전투자의 이규성 대표 723억원(289위) ▲의료, 정밀 및 과학기기 도매업체 원익의 이용한 회장이 671억원으로 302위 ▲토목설계 전문업체 도화종합기술공사의 곽영필 회장이 643억원으로 308위 ▲유성락 이연제약 회장이 635억원으로 315위 ▲모바일 게임제조 업체 게임빌의 송병준 사장이 625억원으로 320위 ▲곽정환 서울시네마 회장 623억원으로 321위 ▲소주제조업체 금복주의 김동구 회장이 622억원으로 322위 ▲금형제조업체 에이테크솔루션 유영목 대표 603억 330위 ▲강관제조업체 태광의 윤성덕 대표가 579억원으로 337위 ▲휴대기기용 입력장치 전문기업인 크루셜텍 안건준 대표 579억원으로 338위 ▲약국자동화기기 업체 제이브이엠의 김준호 대표 560억원으로 351위 ▲차병원 차광열 원장이 496억원으로 378위 ▲핸드폰 부품 제조기업 파트론의 김종구 대표가 493억원으로 382위 ▲TFT-LCD 공정장비업체 디엠에스의 박용석 사장이 490억원으로 385위 ▲특수 점착 테이프 전문업체 신화인터텍 이용인 회장이 487억원으로 388위 ▲LED 조명 제조업체 화우테크놀러지 유영호 대표가 478억원으로 392위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이 474억원으로 395위 ▲화장품 제조 및 유통 전문업체 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회장이 468억원으로 398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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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