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안양 최대 상권으로 손꼽히는 범계역은 외식과 쇼핑을 즐기는 수많은 인파들로 밤낮 없이 북새통을 이룬다. 범계역에서 조금 떨어진 인근 지역 역시 배후 인구가 충분해 “웬만하면 망하지 않는다”고 지역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대창구이 전문점인 ‘오발탄’이 간판을 내렸다.
2003년 설립된 ‘행복을굽는사람들’은 육류가공 및 식자재 유통과 함께 요식업 브랜드 ‘오발탄’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매장을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고 소비자들의 기호를 즉각적으로 파악한 덕분에 오발탄은 금새 성공가도를 달렸다. 한 때 정직원만 350여명에 달했고 매장당 하루 매출은 1000만원이 넘었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열을 올리는 등 파죽지세 그 자체였다.
2011년부터 ↓
행복을굽는사람들이 보여준 눈부신 성과는 근래에 이르러 조금씩 빛이 바래는 모습이다. 몇 년 전부터 뚜렷한 실적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한층 와 닿는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매년 급락하고 있는 매출액이다.
행복을굽는사람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거둬들인 매출은 약 149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감소세가 나타났고 지금은 반등을 기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12년 130억원에 이어 2013년에는 109억원으로 세 자리 매출을 겨우 유지하더니 2014년에는 97억원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불과 3년 사이에 40% 가까운 매출 하락이 이뤄진 셈이다.
영업이익은 한층 더 처참하다. 2011년 39억원에 달했던 행복을굽는사람들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16억원까지 급락했다. 해가 바뀌어도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2013년 1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4년에는 9억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창 때 벌어들이던 수익과 비교하면 1/4에도 못 미친다.
순이익 역시 마찬가지다. 2011년에 23억원을 찍었던 순이익은 2014년에 7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자연스럽게 주당순이익도 10만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종합하자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회사 재무구조에 위협을 가할 만큼 심각한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대창 입소문 타고 승승장구
식자재 위생 논란 후폭풍에 휘청
지난 몇 년 간 행복을굽는사람들의 실적추이가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선 데에는 양·대창구이 전문점인 오발탄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행복을굽는사람들과 오발탄의 거래금액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오발탄은 행복을굽는사람들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재무재표상에 기록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행복을굽는사람들이 오발탄과의 거래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2011년 61억원 수준에서 이듬해 56억원으로 떨어졌다. 2014년에는 47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육가공 설비를 직접 운영하는 특성을 고려하면 오발탄의 매출하락이 직접적인 거래내역 감소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발탄의 어려운 사정은 현장에서도 어렴풋이 드러난다. 현재 오발탄이 홈페이지에 등재한 국내 운영 매장은 총 15곳.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관계로 일반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비해 대규모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모든 매장이 원활히 가동된다고 보긴 힘들다. 안양평촌점이 대표적이다.
안양 중심에 위치한 안양평촌점은 얼마전 폐점이 결정됐다. 인근 지역에서 동일품목을 취급하는 음식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직영점이라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초창기에는 선전하는 듯 했지만 결국 간판을 내렸다. 근래의 부침을 고려하면 효율화 측면에서 추가적인 폐점이 이뤄지더라도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일단 오발탄의 주력 메뉴인 대창구이를 둘러싼 위생논란이 잠재적인 장애물이다.
몇 해 전 곱창·대창의 위생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품목을 주로 취급하는 요식업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대창·곱창에 대한 갖가지 잡음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쪽으로 기울었던 까닭이다. 대형 매장을 앞세워 청결한 위생을 보장했던 오발탄 역시 후폭풍을 피해가기 힘들었다. 오발탄의 실적 하락세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도 이 무렵이다.
원대한 포부를 갖고 뛰어든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아픈 구석이다. 중국은 예로부터 식문화를 매우 중시해왔고 외식업은 현재 중국의 3차산업 사이에서 가장 성장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대형 프랜차이즈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단 지난해 실적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지만 급작스런 반전을 기대하긴 요원해 보인다. 당연히 올해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몇 년 간 계속된 실적 하락세가 일순간 돌아서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실적 곤두박질
해외로 눈을 돌린 오발탄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느냐가 분수령이다. 중국에 세워진 오발탄 매장은 총 5곳이다. 북경에 2곳이 영업중이고 상해, 연길, 하얼빈 등지에 각각 1개씩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진출 10년차에 접어든 만큼 확실한 수익원으로 거듭나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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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요식업 폐업률
폐업한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4명은 음식점업이나 소매업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는 68만604명으로 집계됐다. 14개 업태별로 보면 식당을 운영하다가 접은 자영업자가 15만6453명으로 전체 자영업 폐업 가운데 가장 많은 23%를 차지했다.
편의점, 옷 가게 등 소매업이 14만36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소매업 폐업자는 전체의 20.6%로 집계됐다. 소매업 다음으로는 서비스업(11만3319명), 부동산임대업(8만578명), 운수·창고·통신업(5만2327명) 순이었다.
폐업 배경은 역시 ‘영업이 잘 안 됐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요식업을 그만둔 자영업자 2명 중 1명(50.7%)이 사업 부진을 폐업 사유로 꼽았다. 소매업도 50.6%가 사업이 잘되지 않아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이나 소매업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의 폐업이 유달리 많은 것은 이들 업종의 창업이 비교적 쉬워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후 마땅한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매 및 소매업 사업체 수는 2006년 86만5045개에서 2013년 96만388개로 10만개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에 숙박 및 음식점업 사업체도 62만1703개에서 68만6225개로 6만개 이상 증가했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