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지카 바이러스 ‘소문과 진실’

“한국도 뚫리는 건 시간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전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Zika)바이러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자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 수 십만이 찾는 동남아 국가에서 잇따라 발병 사례가 확인되면서 검역당국은 비상에 걸렸다. 국내 감염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브라질에서 선천적 기형인 소두증(小頭症) 신생아 출산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입신을 기피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는 열성 질환을 유발하는 ’이집트 숲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지 상파울루> 등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소두증 의심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모기 매개 가능성
소두증 직접 연관 

지카란 이름은 1947년 처음 감염된 붉은털원숭이(rhesus monkeys)가 서식했던 우간다 숲에서 따왔다. 지카는 뎅기열이나 급성열성질환처럼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이후 남아메리카 중심으로 전염되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머리 둘레가 32cm 이하인 신생아를 소두증으로 간주한다. 두부와 뇌가 정상보다도 작은 선청성 기형의 하나로 대개의 경우 앞이마의 발달이 나쁘고 상하로 두부가 작게 보인다. 소두증 신생아는 두뇌 발달 장애를 겪거나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임신 초기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를 보유한 모기에게 물리면 소두증 증상이 나타난다.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올해 태어난 신생아 중 소두증으로 추정되는 아기가 브라질 20개 주에서 2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147명에서 18배가량 급증했다. 소두증으로 사망한 아기도 40명이나 된다. 브라질 보건부는 “최근 소두증 신생아의 시신을 검시한 결과 체내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지난해 말만 해도 브라질·콜롬비아·온두라스 등 중남미에 집중됐지만, 올 들어선 주로 중남미를 다녀온 이들을 통해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들어 지카 바이러스 감염 아기는 미국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1월16일 미국 화와이주 보건 당국은 전날 오아후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브라질에서 확인된 소두증과 같은 증세를 보였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를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어 지난 1월22일 뉴욕주에 사는 3명이 지카 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여행한 후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공중보건국도 1월23일 콜롬비아와 수리남, 가이아나 관광을 하고 돌아온 3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CDC는 중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 22개국을 여행경고국으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에 대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제2의 메르스 될라’ 검역당국 초비상
“안전지대 아니다” 원천봉쇄 의지

대만에서도 24세 남성 감염자가 보고됐다. 그런데 이 남성은 확산된 중남미를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이러스 감염 경로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만 질병관제서는 지난 10일 태국에서 대만으로 입국한 태국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 양선판정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WHO는 이런 추세라면 지카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WHO는 “미주 대륙에서만 앞으로 1년간 감염자가 최대 400만명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 1일 긴급회의를 열어 지카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했다. PHEIC가 선포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여행과 교역, 국경 간 이동이 전면 금지된다. 리우올림픽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WHO는 이날 저녁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위원회 회의 결과 지카 바이러스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출산에 소두증 등을 유발하는지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지만, 사태의 위협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여행이나 교역에 대한 금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뾰족한 방법이…
전세계 골머리

특히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지난 1월30일 콜롬비아 국립보건연구소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2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전염병 발생 현황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 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총 2만297건에 달하며, 그중 3분의 2에 가까운 63.6%가 여성이었다. 이중 임신한 여성은 2116명이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28일까지 중남미 22개국에서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럽은 아직 청정 지역에 포함돼 있었지만, 단 며칠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프랑스와 캐나다에서 5명, 4명 등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새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외국 여행을 갔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카 바이러스가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이번 엘니뇨 현상과 맞물려 더 폭발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무역풍이 약화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보통 동태평양에 인접한 중남미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여러 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더욱 폭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이집트 숲 모기를 매개로 확산하는 만큼 모기 개체 수는 바이러스 확산과 직접 연관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흔히 남미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침전 양상이 달라지면서 모기의 개체 수가 늘어나 모기를 매개로 하는 전염병이 창궐할 환경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엘니뇨에 따른 기상 조건이 계속 모기가 번식할 환경을 조성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그러면서 올겨울 엘니뇨로 미국 남동부에 평년보다 습한 겨울이 찾아온 가운데 이곳에서 이미 이 모기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카 바이러스가 지난 2014~2015년 서아프리카에서 1만1000명을 숨지게 한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세계 보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브라질 확산
감염자 100만

영국 자선재단 웰컴트러스트의 제러미 파라 대표는 “지카 바이러스는 특별한 증상도 없고, 테스트 중인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기에 전염 상황이 파악되는 에볼라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신부와 태아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고, 백신 개발과정에서 태아를 상대로 임상실험을 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윤리적 논란이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카 바이러스의 청정지대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한다고 지난 1월29일 밝혔다. 제4군 법정감염병은 국내에 새롭게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입 감염병이다.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의심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보건소장에게 즉시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 상황에 긴급하게 대처하기 위해 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17개 시·도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 증 진단·신고 기준을 안내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를 중심으로 지카 바이러스 자문단도 구성했다. 

미주대륙 23개국에 급속 확산
‘백신 없다’ 동남아 일대 번져

질본관리본부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 정황은 없지만,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한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먼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리면 발열 등의 증상이 최대 2년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설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린 뒤 통상 2∼7일이 지나면 증상이 시작되고, 최대 2주 안에 증상이 나타나므로 2주가량 지난 후에는 안심해도 된다. 

‘모기에 안 몰려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열될 수도 있다’라는 설도 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된 모기에 물려 사람에게 전파되며, 일상적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다만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 받은 경우나 성적 접촉을 통해서 감염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드물다고 보고 있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과 성적 접촉이 있다면, 태아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적 접촉을 통한 전염을 인정하기까지는 더욱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임신부가 소두증이 있는 아이를 출산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살고 있다’는 설도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지카 바이러스를 가장 많이 전파하는 이집트 숲 모기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 않다. 비슷한 모기로 우리나라에 흰줄 숲 모기가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흰줄 숲 모기가 바이러스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유발되는 질병은 일반적으로 발열, 발진, 관절통, 눈충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거나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 소두증, 길랭·바레증후군(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 신경병증)의 관련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유행 우려
여행자제 권고

현재까지 지카 바이러스를 이겨낼 치료법이나 백신은 없다. 다른 많은 바이러스 질환처럼 치료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기존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질병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로 대부분 회복된다.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기관에 가서 해열제, 진통제 등을 처방 받아 치료하면 된다.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왔는데, 증상이 없는 경우 진단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행 후 2주 이내에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권고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행하는 다른 바이러스는?
 
영하를 넘나드는 추위에도 식중독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식중독 원인균 중 하나인 ‘노로 바이러스’는 영하 20도부터 영상 60도까지 넓은 범위의 온도에서 장기간 생존 가능해 겨울철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노로 바이러스는 굴, 생선 등 수산물을 익히지 않고 먹거나 오염된 식품과 식수를 섭취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심해질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 같은 노로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물과 음식은 익혀 먹으며, 식중독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충북 청주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신생아들의 집단 장염이 ‘로타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밝혀지면서, 로타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로타 바이러스는 영유아가 가장 걸리기 쉬운 주요 질환인 바이러스성 위장염으로, 주요 증상은 설사나 구토를 반복하며 38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한다.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로타 바이러스 감염률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환자들 역시 이 질환에 취약하다. <창>
 


<기사 속 기사> 모기 피하는 질병관리본부 지침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겨울철 모기에 의한 지카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없지만 모기 회피 수단을 미리 마련할 것을 권했다. 먼저 모기 기피제 마련이다.

먼저 모기 기피제 마련이다. DEET, Icaridin(=picaridin), eucalyptus oil(PMD), IR3535 등은 모기가 기피하는 성분으로 스프레이 또는 바르는 파스 형태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출된 피부나 옷에 엷게 바르고 눈이나 입, 상처에는 사용해선 안된다.

야외 활동에 주로 사용하고 건물 내에 들어와서는 바른 부위를 물로 깨끗이 세척해야 한다. 약효는 주로 3∼4시간 정도 지속된다. 어린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살충제는 숙소 내 모기가 침입하면 모기를 향해 직접 분사한다. 모기가 눈에 잘 띄지 않을 경우 주로 어둡고 구석진 곳을 향해 분사하면 된다. 분사 중에는 분사하는 사람 외에 입실을 피하고 분사 후 실내 공기가 외부의 공기와 교환된 후 입실하면 된다.

모기 침입을 막는 방충망도 설치하는 게 좋다. 만일 방충망이 없을 때는 반드시 잠자리 둘레에 모기장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 모기장에 구멍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방충망을 여닫을 때 모기가 따라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침입한 모기는 에어로졸 살충제를 이용해 제거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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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