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사고파는 즐거운 전통시장 ②강릉시 주문진읍

항구의 정취와 희망이 오가는 주문진수산시장으로 오세요~

영동 지방 제일로 꼽히는 주문진수산시장에서는 어민의 활기찬 삶과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에는 복어, 임연수어, 오징어, 도치, 가자미, 대구 등 제철 생선이 가득하다. 생선은 경매를 거쳐 순식간에 사라지고, 횟집과 난전으로 뿔뿔이 흩어져 손님을 기다린다. 난전에서 가벼운 승강이를 벌이며 흥정하는 맛도 쏠쏠하다. 말만 잘하면 오징어와 멍게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주문진항 언덕에 자리한 주문진성황당과 주문진등대도 빼놓지 말자. 이곳에서 주문진항과 너른 바다를 조망하는 맛이 일품이다.

주문진항은 1917년 부산에서 원산을 잇는 동해 뱃길의 기착지로 개발됐지만, 다목적 어항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방파제 길이가 920m에 이르며, 어선 500여 척이 정박할 수 있다. 주문진(注文津)이란 이름은 ‘물품을 주문받아 운반하는 나루터’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주문진 부근 연해에서 한류와 난류가 만나고, 수심이 깊어 어족 자원이 풍부하다. 이에 따라 일찍부터 수산시장이 발달했다.

주문진수산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해 뜰 무렵 주차타워에 올라가면, 붉게 물든 바다를 가르며 귀항하는 어선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어선이 속속 들어오면 항구는 분주해진다. 경매장 바닥에는 복어, 임연수어, 도치, 대구 등이 눈을 껌뻑껌뻑 뜨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경매 입찰표에 값을 적는 중매인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오징어는 배 앞에서 경매를 진행해, 낙찰자가 펄떡펄떡 뛰는 오징어를 직접 가져간다. 입찰표를 머리에 단 문어 한 마리가 탈출해 바닥을 기어보지만 곧 잡히고 만다. 작은 어선이 정박한 곳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연방 손을 놀려 그물에 붙은 임연수어를 떼어낸다. 생선은 트럭과 손수레, 자전거에 실려 수산시장과 어민수산시장, 횟집, 건어물 가게 등으로 흩어져 손님을 기다린다.

경매장 옆에 어민수산시장이 있다. 어부가 잡은 자연산 수산물을 노천에서 판매하는 곳이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에서 저마다 싱싱한 수산물을 자랑하며 호객하고, 흥정하느라 가벼운 승강이도 벌어진다. 이곳에서 회를 떠 근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차분하게 회를 맛보려면 수산시장 내 횟집이나 항구 끝에 자리한 ‘방파제회센타’로 간다. 2월까지 최고의 제철 생선은 복어다. 항구에는 싱싱한 복어가 넘쳐나고 값도 저렴하다.

주문진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주문진성황당과 주문진등대다. 항구에서 마을 언덕 쪽으로 보이는 푸른 기와집이 성황당이다. 굽이굽이 골목을 지나면 달동네를 거쳐 성황당에 닿는다. 성황당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가 시원하다.


2월에 최고
제철 복어

주문진성황당에는 애달픈 사연을 담은 ‘진이(眞伊) 설화’가 내려온다. 조선 시대 이곳 바닷가에 진이라는 여인이 살았다. 미색을 좋아하는 연곡현감이 우연히 진이를 보고 수청을 들게 했지만, 진이는 절개를 지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동해안 일대는 흉어와 질병이 반복되었다. 1613년 강릉부사로 부임한 정경세가 이 사연을 듣고 진이를 성황당에 모셔 봄가을로 제를 지내니, 마을에 안녕과 풍어가 찾아왔다고 한다. 지금도 봄가을에 서낭제, 가을에 풍어제가 열린다. 제사에 펼쳐지는 동해안별신굿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성황당에서 달동네 골목을 휘휘 둘러 가면 주문진등대에 닿는다. 등대 건물은 지름 3m에 높이 10m로 아담하지만, 1918년 강원도에서 처음 생긴 등대다. 옛 봉수대가 있던 곳에 자리해 사방이 한눈에 보인다. 바다는 물론 멀리 내륙 쪽으로 눈을 머리에 인 백두대간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등대에서 나와 강릉의 명소를 찾아보자. 주문진에서 13km쯤 내려오면 경포호를 만난다. 경포호 동쪽 초당동 울창한 금강송 군락에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이 자리한다. 허균은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의 누이 허난설헌은 비운의 천재로 뒤늦게 알려졌다. 난설헌은 시대를 잘못 만나 재능을 피우지 못하고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시는 명나라 시인 주지번이 중국에서 간행한 <난설헌집>으로 격찬을 받았고, 일본에서도 널리 애송되었다.

천천히 살피는
강릉의 명소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에서 나와 경포호를 반 바퀴 돌면 경포대다. 그 옆에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소리에 푹 빠진 손성목 관장이 세계 60여 개국을 돌며 수집한 축음기, 뮤직 박스, 에디슨의 발명품 등 5000여 점을 전시한 사설 박물관이다. 200년 전 소리인 뮤직 박스, 100년 전 소리인 축음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직원의 해설을 들으며 내부를 둘러보는데, 맛깔스러운 설명 덕분에 관람이 더욱 흥미진진하다.

강릉 여행에서 하슬라아트월드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정동진에 자리한 이곳은 자연과 사람,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 예술 공간이다. 박신정·최옥영 부부가 만들었으며, ‘예술에 눕다’라는 부제처럼 10만9000㎡(3만3000평)에 펼쳐진 자연 공간에서 예술의 세례를 듬뿍 받을 수 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수려한 바다와 작품이 어우러진 조각공원, 피노키오와 마리오네트 작품이 전시된 ‘피노키오&마리오네트미술관’, 최옥영 선생의 작품으로 꾸며진 하슬라뮤지엄호텔 등으로 구성된다.

하슬라아트월드에서 1km 거리에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 년 고찰 등명낙가사가 있다. 자장은 부처의 사리를 석탑 3기에 모시고 이 절을 세웠다고 한다. 그중 석탑 1기가 남았다. 약사전 앞에 서면 석탑 너머로 푸른 바다가 일렁거린다. 등명낙가사에서 바다와 눈 맞추며 주문진수산시장부터 이어진 강릉 여행을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주문진수산시장→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1박 2일 코스
첫째 날: 주문진수산시장→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하슬라뮤지엄호텔(숙박)
둘째 날: 하슬라아트월드→등명낙가사→정동진

관련 웹사이트
· 강릉시청 문화관광 www.gntour.go.kr
· 주문진수산시장 www.ffish.co.kr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www.edison.kr
· 하슬라아트월드 www.haslla.kr

문의 전화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 주문진수산시장 033-661-7302
·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033-640-4798
· 등명낙가사 033-644-5337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033-655-1130~2
· 하슬라아트월드 033-644-9411~5

대중교통(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2회(06:22~23:05)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회(06:00~20: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서울-주문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3회 운행(06:31~20:50), 약 2시간 5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북강릉 IC→연곡·주문진 방면→동해대로→주문진항 주차장(주문진수산시장)

숙박
· 경포비치호텔: 강릉시 해안로406번길, 033-643-6699
· 이지호텔: 주문진읍 해안로, 033-661-8085
· 하슬라뮤지엄호텔: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033-644-9414 

식당
· 일출횟집: 복어회·물회·매운탕, 주문진읍 시장2길(주문진수산시장 내), 033-662-6708
· 어민수산시장: 자연산 해산물, 주문진항 노천
· 고분옥할머니순두부: 순두부백반·두부찌개,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033-652-1897,http://hj010802.modoo.at

주변 볼거리: 주문진해변, 향호, 강릉선교장, 정동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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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