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쯔위 사태 주역들

정치적 희생양 된 17세 소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이자 대만 출신인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사과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든 방송이 나가자 중국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불거졌고, 결국 소속사 JYP는 쯔위의 사과 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사과 영상이 나간 직후 대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이번 ‘쯔위 사태’의 주역은 쯔위가 아니다. 쯔위 사태에 부채질한 주역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트와이스가 중국 진출을 타진하는 시점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룹 내 대만인 쯔위(17)가 국내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 내 반대 여론에 부딪쳐서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트와이스의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으로 거슬러간다.

한국인 5명, 일본인 3명, 대만인 1명으로 구성된 트와이스는 방송에서 출신국의 국기를 흔들었다. 쯔위도 대만기를 들었다. 쯔위는 생방송에 출연할 당시, 제작진이 출신국을 알리고자 준비해 준 대만 국기를 몇 초간 흔들었다. 이 장면은 인터넷에서만 방송됐고 TV방송에선 편집됐다.

중국 압박에
즉각 백기투항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는 중국 내에서 대만 독립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이 깃발이 런던 시내에 걸렸다가 중국 대사관의 항의로 철수된 일도 있었다.

당시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던 내용은 지난 8일 논란이 됐다. 대만 가수 황안이 웨이보에 “쯔위가 대만 독립 세력을 부치긴다”며 방송 내용을 공개하면서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태를 터트린 주역으로 꼽는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을 처음 찾아내 ‘대만 독립주의자’로 몰아세운 사람이다.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중국 연애인 황안이 “쯔위가(대만 국기를 흔들며) 대만 독립세력을 부추긴다”며 비난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는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 영통이다) 정책을 견지하는 중국과 독립을 요구하는 대만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에 양국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대만 신주 현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넘어가 가수로 활동하는 그는 '반 대만독립 영웅'이라고 자처하며 중화권 연예계에서 정치적 논쟁을 자주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 쯔위 사건으로 인해 대만인들 사이에서 ‘모함꾼’ ‘반간’(이중스파이) 등으로 불리며 대만 역사상 ‘가장 짜증나는 인물’로 등극했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건에 앞서서도 지난 10일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가 페이스북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비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고자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웡헤이는 당시 방송분에서 얼굴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됐다.

황안은 또 지난해 대만 가수 크라우드 루(盧廣仲)의 대만독립 지지 발언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 바람에 루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뮤직페스티벌이 취소됐다.

방송서 대만기 흔든 장면 원인
중국서 비난 커지자 바로 사과

그가 당초 대만에서 태어나 가수 생활을 시작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만인들의 분노는 더 크다. 세계에서 가장 취득이 어렵다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여전히 대만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황안은 1993년 유명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 자신의 노래 ‘신원앙호접몽’(新鴛鴦蝴蝶夢)이라는 노래가 실리며 잠깐 인기를 얻었으나 이후 발표한 앨범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쇼프로그램 MC 등으로 방송생활을 이어갔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건에 앞서서도 지난 10일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가 페이스북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비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고자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웡헤이는 당시 방송분에서 얼굴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됐다.

그러다 한 연예인의 이혼 은폐 사실을 폭로하는 등 주변 연예인들과 잦은 설화로 역풍을 맞아 대만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뒤 1998년 중국으로 이주, 베이징에 주거지를 두고 중국과 대만을 오가며 방송활동을 펼쳤다.

2013년엔 중국의 한 방송에서 “대만은 괴상한 곳”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처음 황안을 옹호하는 듯 했던 반응도 점차 비판 여론으로 바뀌고 있다.

차이잉원 당선
총통선거 영향

중국이 지지해왔던 국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양안 민중의 감정대립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당도 “대만 역사 60여년간 쓰러지지 않았던 국민당이 황안에 의해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모함꾼 황안이 양안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파괴했고, 16살 소녀를 정치적으로 박해했으며, 양안의 민간관계를 악화시켰다. 그 죄는 백번 죽어도 면할 수 없다”며 “양안 민간교류의 천고의 죄인”이라고 질타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황안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중국어권 미디어에 따르면, 황안이 2014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웨이보에 올린 글과 사진 약 4900여건이 19일 모두 없어졌다. 대만은 물론, 중국에서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지해왔던 국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양안 민중의 감정대립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당도 “대만 역사 60여년간 쓰러지지 않았던 국민당이 황안에 의해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황안은 이처럼 ‘하나의 중국’에 어긋난 중화권 연예인의 행동을 찾아 곤경에 빠뜨리는 친중 국가주의자로 악명이 높다. 그의 선동으로 중국에서 “쯔위와 JYP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JYP는 13일과 14일 사과 성명을 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대륙 네티즌의 완승”이라며 환호했다.

당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의 압승이 점쳐져 쯔위의 행동은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지경에 이르자 시장이 반응했다. 지난 15일 쯔위가 모델로 활동하던 LG유플러스는 모델 교체를 발표했다. 트와이스가 화보를 찍었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쯔위는 공식 모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쯔위와 JYP에 대한 반감 기류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5.37% 하락했다.

JYP·황안
여론 뭇매


지난 15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두 차례 사과를 했다. 중국 소비자들을 향해 ‘낙작 엎드린’ 사과였다.

이날 오후 늦게 JYP는 웨이보와 유튜브에 쯔위가 직접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해협양·안이 한 몸이며 저는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사과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하지만 발 빠른 대응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특히 16세 쯔위에게 조국을 부정하는 말을 하도록 만든 것은 JYP에 대한 한·중·대만 팬들의 분노만 키웠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안과 JYP를 향하게 됐다. 황안은 과거 대만기를 들고 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중 잣대’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센터 측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하게 한 것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17세 소녀가 모국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가 중국 누리꾼의 과잉 반응에 굴복해 ‘사죄의 재판대’에 세우고 말았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개 사과는)쯔위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상의한 후 최종 결정한 것”이라며 “강요된 사과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박 대표를 향한 쓴소리가 많다. “돈이 무섭다” “한류의 주인은 중국” 등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소속사의 대응은 대만 여론을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6일 차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의 기자회견은 이른바 ‘쯔위 사건’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누구도 대만 정체성으로 사과할 필요 없다. 억압은 양안 관계의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친중파 가수 고자질 원흉
사태 키운 소속사도 책임

쯔위의 유튜브 사과 영상은 500만명 이상이 시청하고 13만 건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대만 선거 막판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현지 언론은 쯔위 사태가 총통 선거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젊은 층의 134만표가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만 연합보는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쯔위 사건으로 인해 득표율 1∼2% 포인트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홍콩명보도 “연약한 소녀 쯔위가 당한 수난이 유권자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2004년 총통 선거의 천수이볜 저격 사건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웨이보에선 한때 차이잉원과 쯔위의 이름이 검색 차단되기도 했다. 중국과 대만은 이 문제가 확대되는 건 바라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 판공실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일부 정치세력이 국민 감정을 도발하고 있다. 대만 대륙위원회와 해결 반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안과 JYP를 향하게 됐다. 황안은 과거 대만기를 들고 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중 잣대’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24일 타이베이에서 황안 반대와 쯔위 지지를 위한 행진 계획을 밝히자 1만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중국 공연 중인 황안은 17일 웨이보에 “다음달 3일 대만에 가서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썼다.

JYP의 거듭된 사과는 역효과만 냈다. 대만 네티즌은 “JYP가 황안의 음악에 맞춰 춤춘 꼴”이라고 비난했다.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 대만분국은 JYP 홈페이지 공격을 선언했다. 지난 17일 오전부터 JYP 홈페이지는 접속되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사과했지만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늦었다”고 썼다. JYP는 최악의 수를 뒀다.

국내 가요계에서도 JYP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K팝이 시장을 확장하면서 아이돌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어 ‘쯔위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데 위기 대응 시스템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류 재점검”

JYP 측도 “소속사로서 국가 간 예민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중가요 평론가 김작가씨는 “JYP의 대처에서 한국의 아이돌 산업이 갖고 있는 취약성이 드러났다. 어린 소녀를 내세워 사과케 하는 건 소속사의 책임감이 결여된 악수였다”고 말했다.

이번 쯔위 사태로 험한류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에 잠깐 나간 장면이 혐한류로 확대될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K팝이 세계에 퍼져나가는 만큼 역사·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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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