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착한바보 신드롬 앞과 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고객들이 돕는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직장인 신씨는 영화 상영 전 나오는 광고에서 눈에 확 띄는 키보드를 접했다. 자세히 보니 LG전자 제품이었다. 휴대성을 극대화한 이 제품을 보자마자 신씨는 왜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대박 아이템이 될 가능성이 커보였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화제가 되는 건 순식간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제품은 굉장히 잘 뽑는데 딱히 사고 싶진 않다.”

가전과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LG전자를 평가하는 단적인 표현이다. 치명적인 단점마저 아이덴티티로 포장하는 애플과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오죽하면 마케팅 능력이 바보 수준이라는 비판마저 들릴까. 놀랍게도 마냥 답답했던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어느 순간부터 ‘착한바보’로 둔갑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제품은 호평
마케팅은 글쎄

삼성전자의 경쟁자 혹은 대항마로 불리지만 사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수평적인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외형 차이가 극명하다. 매출은 물론이고 대다수 제품군에서 현격한 점유율 격차를 실감하고 있다. 단순 품질 차이라면 그나마 수긍할 법 하건만 LG전자 제품 사용자들은 보통 성능과 디자인 양쪽에서 후한 평가를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쯤 되면 LG전자가 매번 열세에 놓이는 근원적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바로 마케팅이다.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은 예전부터 조롱의 대상이었다.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사장시키거나 후발주자의 추격을 허용하는 일이 빈번했다. 반대로 경쟁사들이 선점한 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경우 오랜 시간동안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다가 철수 혹은 명맥만 유지하는 모양새가 계속됐다.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맞춤형 마케팅 전략의 부재가 컸다. 전통적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에 비판이 계속된 건 당연했다. 그런데 최근 LG전자의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에 극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어리숙한 모습이 뚝심 혹은 장인정신 쯤으로 비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순간 착한바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마저 덧씌워졌다.

거듭된 마케팅 전략 실패가 전화위복? 
치명적 단점마저 포장하는 애플과 비교

LG전자를 설명하는 착한바보라는 표현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LG전자 제품 애호가라고 밝힌 한 사람이 마케팅 부재로 고전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 나머지 스스로 LG전자 홍보에 나선 것이다.

이 사람이 모아서 엮은 LG전자 제품의 뛰어난 특징은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때부터 LG전자 제품 홍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났고 특히 뛰어난 내구성에 대한 찬사가 줄을 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사례는 토네이도를 이겨낸 냉장고였다.

지난 2012년 남아프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쪽으로 90㎞ 떨어진 데니스빌(Deneysville)에 토네이도가 급습했다. 1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한 대형 자연재해였다. 이곳에 사는 마크 로우씨도 토네이도에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였다. 집이 파괴 되고 가재도구는 바람에 날아갔고 성한 물건을 찾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LG전자 냉장고는 별 탈 없었다.

그의 집에서 사용 중이던 LG전자 냉장고는 강력한 토네이도 바람에 의해 집 밖으로 날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이상 없이 정상 작동됐다. 외관이 조금 손상되고 내부 선반이 흐트러졌을 뿐이었다. 냉장고에 감탄한 마크 로우씨는 이후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LG전자에 찬사를 보내며 직접 찍은 사진을 LG전자에 이메일로 보내기까지 햇다.


LG전자 휴대폰이 총탄을 막아 생명을 구한 기적도 다시 한 번 회자됐다. 지난 2005년 보석상으로 일하는 대런 프라이어는 무단 침입한 권총 강도로부터 총격을 받았으나 총탄이 재킷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휴대폰에 맞고 튕겨져 나가 생명을 건졌다. 휴대폰 배터리 부분이 충격을 흡수하면서 총탄을 튕겨낸 것이다. 이 소식은 영국의 유력 일간지에 연일 대서특필됐고 현지에서 LG전자 휴대폰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그러나 이 소식은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9층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했던 스마트폰의 사례도 퍼져나갔다. 한 네티즌이 LG전자 최신 스마트폰 ‘V10’을 아파트 9층에서 이불을 털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후 상태를 찍어 올렸다. 박살났다고 생각했던 스마트폰은 놀랍게도 약간 휘어졌을 뿐 멀쩡했다. 사용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또 다른 사람은 LG전자 스마트폰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의 스마트폰은 끓는 기름에 넣고 튀겼음에도 멀쩡했다. 순식간에 이 영상은 4000건 이상 리트윗 됐고 LG전자 스마트폰의 내구성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뛰어난 성능
부족한 마케팅

LG전자 마케팅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회사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내구성뿐만 아니라 제품 전반의 성능을 재조명하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지금껏 효율적인 마케팅이 수반되지 않았던 제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이들 제품은 기본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충족시킨다.

초경량 노트북 ‘그램’은 14인치 모델의 무게가 980g에 불과하다. 비슷한 스펙을 지닌 제품 가운데 가장 가볍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제품의 실제 무게가 963g이라는 사실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더 가볍다고 광고해도 될 만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도료 오차 10g, 저울 오차 5g까지 감안해 980g으로 표기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어떻게든 좋게 포장하기보다 고객의 오해를 없애는 게 최우선이라는 뜻밖의 대답이었다.

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V10은 애플, 삼성전자의 경쟁모델과 대결에서 사실상 실패한 모델로 귀결된다. 안타까운 점은 DSD 재생 기능, 쿼드비트3 Tune By AKG 등 고급 오디오에 들어가는 사양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사장됐다는 사실이다. 금색 스테인리스 베젤에 실제로 20K 금도금이 돼 있다고 밝혀진 것도 판매가 이뤄진 이후였다.

사용자들이 직접 나서 제품 홍보
줄 잇는 찬사…양심기업으로 재평가

20만원대 모니터에 수백만원대 제품에만 제한적으로 탑재되는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기능이 쓰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대대적인 마케팅이 이뤄졌다면 훨씬 큰 반향을 이끌어냈을 제품이 분명하지만 LG전자는 홈페이지와 카탈로그에 이 기능을 표기한 게 전부였다.

최근 케이블TV와 극장에서 한정적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4단 접이식 롤리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벌이다 보니 노출 빈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들 제품들의 공통점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고민하게 할 만한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제품의 스펙을 낮춰 알리거나 중요사항을 누락시키기까지 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제품의 특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제기할 정도였다. 별 것 아닌듯한 특징을 핵심 키워드로 잡고 제품의 특성과 연결짓는 애플, 삼성전자의 마케팅 방식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마케팅 바보
'착한바보'로

한발 더 나아가 LG그룹이 펼치는 사회 공헌사업과 잘 알려지지 않은 선행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물론 지금껏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이렇다 보니 네티즌들이 직접 LG를 마케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LG는 복지시설 가전제품을 평생 AS 해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복지시설에 기부를 좀 하려고 알아보는데 시설 실무자가 "LG는 복지시설 것은 무제한 무료로 서비스해준다"고 언급한 사실을 알린 것이다. "기왕이면 LG 제품으로 부탁한다"고 시설 실무자가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정, 조손가정, 장애인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LG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사회적 약자 배려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4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며 “우리 회사가 가진 재능기부를 통해 기업의 당연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목함지뢰 부상 장병 2명에게 5억씩 위로금을 줬는데 과세될 처지에 놓이자 이마저 내줬다는 이야기도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위로금 쾌척 당시보다 넉 달 후 위로금 과세 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 LG가 부상 장병에게 위로금을 줬다는 게 더 크게 알려졌다. 보면 볼수록 호감이라고 칭찬도 더해졌다.


이렇듯 소소한 사례가 모이자 급기야 LG전자를 ‘양심기업’으로 떠받드는 묘한 분위기마저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LG 창업자가 거액의 독립운동자금을 내주었다는 뚜렷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조차 떠도는 상황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수다. 일각에서는 착한바보 신드롬으로 불리는 정황이 고도의 마케팅 수단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껏 LG전자가 보여준 마케팅 활용 능력을 감안하면 착한바보 이미지를 일부러 덧씌운다는 주장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용자들이 직접 나서야 할 만큼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그동안 소비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보다 못해 네티즌이 직접 LG를 마케팅 한다’는 식의 제목이 달린 우호적인 글이 퍼지는 상황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기업이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한다.

의도치 않은
양심기업 훈장

달리 말하자면 자신들의 강점을 알리기에 모자란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LG전자의 행보를 꼬집는 셈이다. 착한바보라는 긍정적 이미지와 포장에 서툰 대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동시에 함축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