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 업체 애드벤트 엔터프라이즈 탈세 의혹 내막

1천5백억대 ‘검은돈’ 탈세자가 ‘모범 납세자’?


최근 중견 완구업체 애드벤트 엔터프라이즈의 탈세, 자금세탁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자금을 조성, 스위스 비밀계좌에 넣어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적인 사실은 현재 확인된 잔액만 1500억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한때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 회사가 천억대 탈세자로 전락하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검찰은 최근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시가 천억원대의 빌딩이 6~7차례의 세탁을 거친 해외자금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외국 법인을 내세워 빌딩을 올린 것이다.

세무서장상 수상

문제의 회사는 국내의 중견완구업체인 ‘애드벤트 엔터프라이즈’. 중국에 완구공장을 운영하면서 미국의 유명 완구회사에 독점으로 인형 등을 납품해온 회사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세무서장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이들이 자금을 조성하는 데는 페이퍼 컴퍼니가 이용됐다. 홍콩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중국 공장에 납품 주문을 했고 중간에서 커미션을 떼는 식으로 돈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자금은 스위스 은행 2곳의 비밀계좌에 넣어 관리됐는데, 현재 확인된 잔액만 1500억원이 넘는다. 검찰은 은닉 자산이 스위스 은행 잔고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정확한 자금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이 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최근 이 업체 경영진을 수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해외 은닉 재산 규모가 확인되는 대로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5월 국세청이 스위스와 홍콩, 싱가포르 등 그동안 ‘과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나라들에 은닉된 세금 탈루자들의 비자금을 처음으로 조사하면서 적발됐다. 지난 5월25일 국세청은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에 개설된 세금탈루자들의 계좌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세 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온 4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개설한 14개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계좌잔액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강남 천억원대 빌딩, 7차례 세탁 거친 해외자금으로 지어
페이퍼 컴퍼니 이용해 만든 1500억원 스위스 은행에 안치


국세청 측 관계자는 “국제공조 등을 통해 분석능력을 향상시켰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은 상당 부분 추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사기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국제공조와 혁신적인 조사기법을 통해 탈루세액을 계속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탈세 천국’으로 여겨지던 이들 국가들의 금융계좌에까지 조사망이 확대됨에 따라 이젠 이들 조세피난처들도 더 이상 과세의 무풍지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졌던 국내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탈루 관행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범행에 이용된 스위스 은행은 국제적인 ‘검은돈의 은닉처’로 유명하다.

비밀계좌에 예치된 자금의 예금주에 대한 비밀을 철저히 보장해주는 것이 그 이유다. 이는 스위스 연방은행법과 민법, 채권채무관계법 등이 ‘개인 영역의 모든 관련사항’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방최고법원은 개인영역에 금융사항과 개인재산 등이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특히 연방은행법은 지난 1934년 은행비밀에 대한 침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스위스 비밀은행들은 주로 소규모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새마을금고나 신용금고 수준이다. 현재 120곳 가량으로 알려진 이들 은행은 2, 3층짜리 작은 건물에 행원 1백명 정도가 간판도 없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객이 돈을 갖고 오면 번호 하나만으로 계좌를 개설해주고 철저히 비밀을 보장한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비밀은행에 1200억달러 상당의 검은돈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비밀주의 포기

그러나 스위스 은행의 예금 비밀보장에 관한 신화도 국내의 금융개혁 요구와 국제적 비난여론 속에서 차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2월 스위스 비밀이행이 미국 검찰의 탈세수사 압박에 밀려 계좌정보를 수사 당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고객 비밀주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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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