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민훈기 SPOTV 해설위원

“코리안 메이저리거 6인방, 빅리그 달군다”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코리안 메이저리거 전성시대. 선수의 양과 질에서 과거 박찬호·서재응·최희섭이 활약하던 때 이후 최고다. 6명의 주전급 메이저리거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대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와 7인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추신수·류현진·강정호. 이들이 지난 2014~2015년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의 아침을 책임졌다면, 2016년부터는 박병호·김현수·오승환이 대열에 가세한다. 활동범위도 과거 내셔널리그에 국한됐다면, 이젠 아메리칸리그까지 확대. 지구도 동·중·서 가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해있다.

이전에 비해 서로 경기장에서 만나는 광경이 자주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입에서 기쁨의 함성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이는 2016 메이저리그에 대해 <일요시사>는 메이저리그 전문가 민훈기 해설위원과 함께 그들의 활약을 예상해봤다.

다음은 민 위원과의 일문일답.

- 오승환 선수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행 소식이 들린다. 불펜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과거 임창용 선수의 실패사례도 있다.
▲임 선수 같은 경우에는 기회가 별로 없었기는 했다. 임 선수와 마찬가지로 오 선수 또한 마무리로 가는 것은 아니다. 현지 스카우트들의 판단도 오 선수에 대해 마무리로는 물음표가 붙지만, 중간 구원으로서는 효용가치가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 몇 회를 맡게 될 것으로 보나?
▲셋업맨 바로 전 6, 7회 정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이미 로젠탈이라는 리그 최고급 마무리가 있다. 8회 등판하는 셋업맨도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패전처리로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팀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나 긴박한 상황에 등판해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쪽으로 기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자기능력 보여주면 좋은 역할을 기대해봐도 될 것이다.

- 힘 싸움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이길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힘 대 힘으로 붙는 스타일이라. 메이저리그의 힘 있는 타자들과 어떻게 상대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구속만 놓고보면 경쟁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워낙 경험이 많고, 또 구원 투수는 구속 이외에 배짱이나 노하우, 경험등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오 선수도 강점이 있는 투수다. 마무리로서 세이브를 200개 이상 한 경험이 있는 선수니까.

- 박병호 선수 얘기로 넘어와서, 계약을 두고 말들이 많다.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 계약이다. 그러나 미네소타 트윈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통 큰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포스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박 선수에게 약 3000만불 정도 투자한 셈이 되는데, 1년으로 환산하면 750만불 정도가 된다.

지금 FA로 계약한 김현수 선수가 2년간 700만불이지 않나. 결국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제도 때문에 박 선수에게 가는 몫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액수보다 ‘계약기간을 한 3년 정도만 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삼진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삼진은 선수마다 조금 다르게 적용된다. 구단에서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를 원한다면, 예를 들어 앞선 타석에서 삼진 3개 당한 선수가 마지막 타석에서 3점 홈런 하나 쳐서 그 경기를 이긴다면 120% 자기 역할을 한 것이다.

2015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26홈런 99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지만, 기록한 삼진도 199개로 전체 1위였다. 홈런타자는 전쟁터의 장수와 같다. 전투를 많이 치르다보면 상흔이 많이 남지 않나. 만약 박 선수가 2할 5~6푼 정도의 타율에 그들이 원하는 25개 정도의 홈런, 70~80타점을 올려준다면 삼진은 크게 문제가 안 될 것이다.

- 삼진을 두려워하지 말고 제 스윙을 가져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아무래도 거포들은 게스히터(구종을 예측해 스윙하는 타자)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생소한 변화구에는 삼진을 많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적응해 나가야지 자기 스윙에 변화를 준다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기 것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미네소타 구단 홈페이지를 보면 지명타자로 분류된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겠나.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포지션 중 하나가 대타인데 지명타자는 한 경기에 대타만 4~5번 들어서는 것과 같다. 지명타자 경험도 많지 않다. 따라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 시 덕아웃에 들어가 상대 투수에 대한 데이터를 찾아보는 등 오히려 잘만 활용하면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종국에는 1루로 가야한다고 보나?
▲그게 박 선수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미네소타는 굉장히 추운 지역이다. 겨울이 아주 길고 봄도 5월까지 춥다. 덕아웃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지명타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힘들 수 있다. 나이도 아직 지명타자로 뛰기에는 젊다.

- 1루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 마우어의 자리다.
▲마우어는 펀치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홈런이 24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해 10개도 채 치지 못할 정도다. 또 미네소타 쪽 스카우터들의 얘기로는 박 선수의 1루 수비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지명타자로 많이 뛰겠지만 1루수로도 기용이 될 텐데, 이때 자신의 역량을 보인다면 결국 기회가 점점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 선수를 두고 1번 타자로 기용해야 한다는 설이 있다.
▲1번 타자 김현수는 무리수다. 1번 타자는 출루도 중요하지만, 루상에 나가 내야를 흔들어주는 플레이도 필요하다. 그런데 김 선수는 그런 유형은 아니다. 아마 2번이나 6~7번으로 기용이 될 가능성이 높고, 쭉 적응해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붙으면 3번이나 5번의 중심타선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선수에 대해서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


- 기대감 속에는 캠든야즈라는 구장의 영향도 있나?
▲아무래도 있을 수밖에 없다. 박 선수가 있는 미네소타 타깃필드는 상당히 투수 친화적인 반면, 캔든야즈는 전통적으로 투수보다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구장 사이즈도 잠실보다 작다. 특히 우측펜스는 97m가 조금 안 되는 편이라 당겨 치는 왼손타자가 홈런을 치기 용이한 구조다. 현지에서 10~15개 홈런을 얘기하는데 그 이상도 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류·추·강 2016년 맑음…여전한 활약 기대
박·김·오 적응이 관건 “흔들리지 말아야”

- 두 선수 모두 현지 적응에는 문제없나?
▲국내에서 뛸 당시 외국인 선수에 대해 가장 살갑게 다가가는 선수가 박병호다. 영어도 구사력이 좋아 야구에 관한 얘기는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미네소타가 스몰마켓이라는 점, 몰리터 감독이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고 간다는 점을 보면 경기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 없다. 단, 박 선수가 약간 예민한 편이라 경기 내적으로 얼마만큼 차근차근 풀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현수는 자신만의 루틴을 굳혀놓고 있는 선수라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쇼월터 감독이 상당히 깐깐하지만 마음이 열린 사람이니 잘 스며든다면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선수 모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 기존 선수들 얘기도 빠질 수 없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6년 추신수 선수의 ZiPS(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시스템)가 떨어졌다. 노쇠화의 시작이라는 말도 있는데.
▲야구에서 통계는 굉장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요소다. 그러나 통계 속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추신수 선수에 대한 얘기는 일반론적인 통계다.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가니 ‘지금보다 쇠퇴할 것이다’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추신수의 2015년 9월의 활약을 보면 타율이 전체 1위 출루율도 1위 OPS(출루율+장타율)는 전체 2위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9월의 추신수는 20대 절정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1~2년 동안은 성적이 하락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추신수가 2016년 시즌에 개인 통산 세 번째 3할 20홈런 20도루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도루 쪽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르빗슈 유도 돌아오고 하니 2016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타격은 몰라도 수비에 대한 지적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결국 1루 또는 지명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현지 커뮤니티에서도 보인다.
▲시즌 초 텍사스의 한 친한 기자가 “추신수가 원래 수비 잘했던 선수가 맞냐”라고 묻더라. 그런데 후반기 맹활약을 펼치니 수비에 대한 얘기가 현지에서 쏙 들어갔다. 물론 과거에 비해 수비 폭이 좁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비에 대한 본능이 좋은 선수고 일단 어깨는 변함없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1루수로 가기엔 이르다. 팀 사정상으로도 프린스 필더, 미치 모어랜드가 있기 때문에 옮길 수 없다. 앞으로 1~2년 동안 아주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겠지만 평범한 수준의 수비수는 될 것이다.

- 류현진·강정호 선수는 부상 회복 후 기량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류현진 선수 덕분에 다들 어깨에 관해선 전문가가 다 됐다. LA다저스 구단은 내년 6월 정도면 복귀하지 않겠냐고 전망하는데, 재활 상황을 보면 그것보다 빨리 복귀하는 시나리오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다고 한다. 한 가지 우려는 어깨라는 점이다.

팔꿈치와 달리 어깨는 순조롭게 진행되다가도 조금의 통증이라도 있으면 모든 과정이 스톱이다. 경우에 따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복귀 후 100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의 비율이 10%가 안 될 정도로 적은 게 사실이지만, 젊은 나이, 좋은 체격, 낙천적 성격 등 재활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빠르면 4~5월 복귀가 예상된다.

강정호 선수의 경우 류현진과는 다르다. 강 선수의 부상은 어깨와는 달리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플로리다에서 귀국도 안하고 꾸준히 재활을 하고 있는데, 현지 얘기로는 상태가 아주 좋아 3월 스프링캠프부터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내년 시즌에는 고정 3루수로 갈 것이니 올해 못한 20홈런도 이뤄내면서 정착하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건다. 단,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지 않기 위해선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손아섭·황재균 선수는 포스팅에 나섰지만, 무응찰에 그쳤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는데.
▲두 선수에 대해 현지에서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결정적 이유는 그 두 선수에 대해 메이저리그 구단이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박병호·강정호·김현수는 적어도 한 시즌 이상 지켜봐 왔다. 그런데 손아섭·황재균 선수에 대한 그 쪽 얘기는 “도대체 얼마를 써야 될지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시즌이 끝나갈 때 쯤 선언했기 때문에 타이밍도 안 좋았고, 어느 정도의 포스팅 금액이 나오지 않으면 롯데구단에서 보내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현지에서 돈 것도 영향이 있다. 결국 “FA로 나오면 생각해보자”로 선회한 팀들이 꽤 있었다. 손아섭·황재균 선수의 기량 문제는 아니다.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반대한다. 프로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에서 부와 명예를 쌓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도전하는 길을 막아선 안 되고, 구단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데려가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 2016 메이저리그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맞대결인가?
▲거기에 덧붙여 우리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팀 전력에 얼마나 플러스가 될 것인가. 팀 내 위상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개개인으로는 박병호의 경우 구단에서 원하는 장거리포를 쏟아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김현수가 국내에서 보여준 타격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까라는 것들이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


<chm@ilyosisa.co.kr>



<민훈기는 누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학사
▲중앙일보 LA본사 사회부 차장
▲스포츠조선 미주 특파원
▲스포츠조선 야구부 부장
▲현 Spotv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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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