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민훈기 SPOTV 해설위원

“코리안 메이저리거 6인방, 빅리그 달군다”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코리안 메이저리거 전성시대. 선수의 양과 질에서 과거 박찬호·서재응·최희섭이 활약하던 때 이후 최고다. 6명의 주전급 메이저리거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대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와 7인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추신수·류현진·강정호. 이들이 지난 2014~2015년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의 아침을 책임졌다면, 2016년부터는 박병호·김현수·오승환이 대열에 가세한다. 활동범위도 과거 내셔널리그에 국한됐다면, 이젠 아메리칸리그까지 확대. 지구도 동·중·서 가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해있다.

이전에 비해 서로 경기장에서 만나는 광경이 자주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입에서 기쁨의 함성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이는 2016 메이저리그에 대해 <일요시사>는 메이저리그 전문가 민훈기 해설위원과 함께 그들의 활약을 예상해봤다.

다음은 민 위원과의 일문일답.

- 오승환 선수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행 소식이 들린다. 불펜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과거 임창용 선수의 실패사례도 있다.
▲임 선수 같은 경우에는 기회가 별로 없었기는 했다. 임 선수와 마찬가지로 오 선수 또한 마무리로 가는 것은 아니다. 현지 스카우트들의 판단도 오 선수에 대해 마무리로는 물음표가 붙지만, 중간 구원으로서는 효용가치가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 몇 회를 맡게 될 것으로 보나?
▲셋업맨 바로 전 6, 7회 정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이미 로젠탈이라는 리그 최고급 마무리가 있다. 8회 등판하는 셋업맨도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패전처리로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팀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나 긴박한 상황에 등판해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쪽으로 기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자기능력 보여주면 좋은 역할을 기대해봐도 될 것이다.

- 힘 싸움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이길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힘 대 힘으로 붙는 스타일이라. 메이저리그의 힘 있는 타자들과 어떻게 상대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구속만 놓고보면 경쟁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워낙 경험이 많고, 또 구원 투수는 구속 이외에 배짱이나 노하우, 경험등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오 선수도 강점이 있는 투수다. 마무리로서 세이브를 200개 이상 한 경험이 있는 선수니까.

- 박병호 선수 얘기로 넘어와서, 계약을 두고 말들이 많다.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 계약이다. 그러나 미네소타 트윈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통 큰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포스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박 선수에게 약 3000만불 정도 투자한 셈이 되는데, 1년으로 환산하면 750만불 정도가 된다.

지금 FA로 계약한 김현수 선수가 2년간 700만불이지 않나. 결국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제도 때문에 박 선수에게 가는 몫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액수보다 ‘계약기간을 한 3년 정도만 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삼진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삼진은 선수마다 조금 다르게 적용된다. 구단에서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를 원한다면, 예를 들어 앞선 타석에서 삼진 3개 당한 선수가 마지막 타석에서 3점 홈런 하나 쳐서 그 경기를 이긴다면 120% 자기 역할을 한 것이다.

2015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26홈런 99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지만, 기록한 삼진도 199개로 전체 1위였다. 홈런타자는 전쟁터의 장수와 같다. 전투를 많이 치르다보면 상흔이 많이 남지 않나. 만약 박 선수가 2할 5~6푼 정도의 타율에 그들이 원하는 25개 정도의 홈런, 70~80타점을 올려준다면 삼진은 크게 문제가 안 될 것이다.

- 삼진을 두려워하지 말고 제 스윙을 가져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아무래도 거포들은 게스히터(구종을 예측해 스윙하는 타자)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생소한 변화구에는 삼진을 많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적응해 나가야지 자기 스윙에 변화를 준다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기 것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미네소타 구단 홈페이지를 보면 지명타자로 분류된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겠나.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포지션 중 하나가 대타인데 지명타자는 한 경기에 대타만 4~5번 들어서는 것과 같다. 지명타자 경험도 많지 않다. 따라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 시 덕아웃에 들어가 상대 투수에 대한 데이터를 찾아보는 등 오히려 잘만 활용하면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종국에는 1루로 가야한다고 보나?
▲그게 박 선수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미네소타는 굉장히 추운 지역이다. 겨울이 아주 길고 봄도 5월까지 춥다. 덕아웃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지명타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힘들 수 있다. 나이도 아직 지명타자로 뛰기에는 젊다.

- 1루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 마우어의 자리다.
▲마우어는 펀치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홈런이 24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해 10개도 채 치지 못할 정도다. 또 미네소타 쪽 스카우터들의 얘기로는 박 선수의 1루 수비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지명타자로 많이 뛰겠지만 1루수로도 기용이 될 텐데, 이때 자신의 역량을 보인다면 결국 기회가 점점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 선수를 두고 1번 타자로 기용해야 한다는 설이 있다.
▲1번 타자 김현수는 무리수다. 1번 타자는 출루도 중요하지만, 루상에 나가 내야를 흔들어주는 플레이도 필요하다. 그런데 김 선수는 그런 유형은 아니다. 아마 2번이나 6~7번으로 기용이 될 가능성이 높고, 쭉 적응해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붙으면 3번이나 5번의 중심타선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선수에 대해서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


- 기대감 속에는 캠든야즈라는 구장의 영향도 있나?
▲아무래도 있을 수밖에 없다. 박 선수가 있는 미네소타 타깃필드는 상당히 투수 친화적인 반면, 캔든야즈는 전통적으로 투수보다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구장 사이즈도 잠실보다 작다. 특히 우측펜스는 97m가 조금 안 되는 편이라 당겨 치는 왼손타자가 홈런을 치기 용이한 구조다. 현지에서 10~15개 홈런을 얘기하는데 그 이상도 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류·추·강 2016년 맑음…여전한 활약 기대
박·김·오 적응이 관건 “흔들리지 말아야”

- 두 선수 모두 현지 적응에는 문제없나?
▲국내에서 뛸 당시 외국인 선수에 대해 가장 살갑게 다가가는 선수가 박병호다. 영어도 구사력이 좋아 야구에 관한 얘기는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미네소타가 스몰마켓이라는 점, 몰리터 감독이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고 간다는 점을 보면 경기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 없다. 단, 박 선수가 약간 예민한 편이라 경기 내적으로 얼마만큼 차근차근 풀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현수는 자신만의 루틴을 굳혀놓고 있는 선수라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쇼월터 감독이 상당히 깐깐하지만 마음이 열린 사람이니 잘 스며든다면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선수 모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 기존 선수들 얘기도 빠질 수 없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6년 추신수 선수의 ZiPS(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시스템)가 떨어졌다. 노쇠화의 시작이라는 말도 있는데.
▲야구에서 통계는 굉장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요소다. 그러나 통계 속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추신수 선수에 대한 얘기는 일반론적인 통계다.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가니 ‘지금보다 쇠퇴할 것이다’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추신수의 2015년 9월의 활약을 보면 타율이 전체 1위 출루율도 1위 OPS(출루율+장타율)는 전체 2위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9월의 추신수는 20대 절정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1~2년 동안은 성적이 하락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추신수가 2016년 시즌에 개인 통산 세 번째 3할 20홈런 20도루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도루 쪽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르빗슈 유도 돌아오고 하니 2016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타격은 몰라도 수비에 대한 지적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결국 1루 또는 지명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현지 커뮤니티에서도 보인다.
▲시즌 초 텍사스의 한 친한 기자가 “추신수가 원래 수비 잘했던 선수가 맞냐”라고 묻더라. 그런데 후반기 맹활약을 펼치니 수비에 대한 얘기가 현지에서 쏙 들어갔다. 물론 과거에 비해 수비 폭이 좁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비에 대한 본능이 좋은 선수고 일단 어깨는 변함없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1루수로 가기엔 이르다. 팀 사정상으로도 프린스 필더, 미치 모어랜드가 있기 때문에 옮길 수 없다. 앞으로 1~2년 동안 아주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겠지만 평범한 수준의 수비수는 될 것이다.

- 류현진·강정호 선수는 부상 회복 후 기량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류현진 선수 덕분에 다들 어깨에 관해선 전문가가 다 됐다. LA다저스 구단은 내년 6월 정도면 복귀하지 않겠냐고 전망하는데, 재활 상황을 보면 그것보다 빨리 복귀하는 시나리오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다고 한다. 한 가지 우려는 어깨라는 점이다.

팔꿈치와 달리 어깨는 순조롭게 진행되다가도 조금의 통증이라도 있으면 모든 과정이 스톱이다. 경우에 따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복귀 후 100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의 비율이 10%가 안 될 정도로 적은 게 사실이지만, 젊은 나이, 좋은 체격, 낙천적 성격 등 재활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빠르면 4~5월 복귀가 예상된다.

강정호 선수의 경우 류현진과는 다르다. 강 선수의 부상은 어깨와는 달리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플로리다에서 귀국도 안하고 꾸준히 재활을 하고 있는데, 현지 얘기로는 상태가 아주 좋아 3월 스프링캠프부터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내년 시즌에는 고정 3루수로 갈 것이니 올해 못한 20홈런도 이뤄내면서 정착하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건다. 단,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지 않기 위해선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손아섭·황재균 선수는 포스팅에 나섰지만, 무응찰에 그쳤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는데.
▲두 선수에 대해 현지에서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결정적 이유는 그 두 선수에 대해 메이저리그 구단이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박병호·강정호·김현수는 적어도 한 시즌 이상 지켜봐 왔다. 그런데 손아섭·황재균 선수에 대한 그 쪽 얘기는 “도대체 얼마를 써야 될지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시즌이 끝나갈 때 쯤 선언했기 때문에 타이밍도 안 좋았고, 어느 정도의 포스팅 금액이 나오지 않으면 롯데구단에서 보내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현지에서 돈 것도 영향이 있다. 결국 “FA로 나오면 생각해보자”로 선회한 팀들이 꽤 있었다. 손아섭·황재균 선수의 기량 문제는 아니다.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반대한다. 프로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에서 부와 명예를 쌓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도전하는 길을 막아선 안 되고, 구단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데려가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 2016 메이저리그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맞대결인가?
▲거기에 덧붙여 우리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팀 전력에 얼마나 플러스가 될 것인가. 팀 내 위상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개개인으로는 박병호의 경우 구단에서 원하는 장거리포를 쏟아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김현수가 국내에서 보여준 타격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까라는 것들이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


<chm@ilyosisa.co.kr>



<민훈기는 누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학사
▲중앙일보 LA본사 사회부 차장
▲스포츠조선 미주 특파원
▲스포츠조선 야구부 부장
▲현 Spotv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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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