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민훈기 SPOTV 해설위원

“코리안 메이저리거 6인방, 빅리그 달군다”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코리안 메이저리거 전성시대. 선수의 양과 질에서 과거 박찬호·서재응·최희섭이 활약하던 때 이후 최고다. 6명의 주전급 메이저리거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대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와 7인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추신수·류현진·강정호. 이들이 지난 2014~2015년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의 아침을 책임졌다면, 2016년부터는 박병호·김현수·오승환이 대열에 가세한다. 활동범위도 과거 내셔널리그에 국한됐다면, 이젠 아메리칸리그까지 확대. 지구도 동·중·서 가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해있다.

이전에 비해 서로 경기장에서 만나는 광경이 자주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입에서 기쁨의 함성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이는 2016 메이저리그에 대해 <일요시사>는 메이저리그 전문가 민훈기 해설위원과 함께 그들의 활약을 예상해봤다.

다음은 민 위원과의 일문일답.

- 오승환 선수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행 소식이 들린다. 불펜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과거 임창용 선수의 실패사례도 있다.
▲임 선수 같은 경우에는 기회가 별로 없었기는 했다. 임 선수와 마찬가지로 오 선수 또한 마무리로 가는 것은 아니다. 현지 스카우트들의 판단도 오 선수에 대해 마무리로는 물음표가 붙지만, 중간 구원으로서는 효용가치가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 몇 회를 맡게 될 것으로 보나?
▲셋업맨 바로 전 6, 7회 정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이미 로젠탈이라는 리그 최고급 마무리가 있다. 8회 등판하는 셋업맨도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패전처리로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팀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나 긴박한 상황에 등판해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쪽으로 기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자기능력 보여주면 좋은 역할을 기대해봐도 될 것이다.

- 힘 싸움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이길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힘 대 힘으로 붙는 스타일이라. 메이저리그의 힘 있는 타자들과 어떻게 상대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구속만 놓고보면 경쟁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워낙 경험이 많고, 또 구원 투수는 구속 이외에 배짱이나 노하우, 경험등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오 선수도 강점이 있는 투수다. 마무리로서 세이브를 200개 이상 한 경험이 있는 선수니까.

- 박병호 선수 얘기로 넘어와서, 계약을 두고 말들이 많다.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 계약이다. 그러나 미네소타 트윈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통 큰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포스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박 선수에게 약 3000만불 정도 투자한 셈이 되는데, 1년으로 환산하면 750만불 정도가 된다.

지금 FA로 계약한 김현수 선수가 2년간 700만불이지 않나. 결국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제도 때문에 박 선수에게 가는 몫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액수보다 ‘계약기간을 한 3년 정도만 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삼진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삼진은 선수마다 조금 다르게 적용된다. 구단에서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를 원한다면, 예를 들어 앞선 타석에서 삼진 3개 당한 선수가 마지막 타석에서 3점 홈런 하나 쳐서 그 경기를 이긴다면 120% 자기 역할을 한 것이다.

2015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26홈런 99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지만, 기록한 삼진도 199개로 전체 1위였다. 홈런타자는 전쟁터의 장수와 같다. 전투를 많이 치르다보면 상흔이 많이 남지 않나. 만약 박 선수가 2할 5~6푼 정도의 타율에 그들이 원하는 25개 정도의 홈런, 70~80타점을 올려준다면 삼진은 크게 문제가 안 될 것이다.

- 삼진을 두려워하지 말고 제 스윙을 가져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아무래도 거포들은 게스히터(구종을 예측해 스윙하는 타자)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생소한 변화구에는 삼진을 많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적응해 나가야지 자기 스윙에 변화를 준다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기 것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미네소타 구단 홈페이지를 보면 지명타자로 분류된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겠나.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포지션 중 하나가 대타인데 지명타자는 한 경기에 대타만 4~5번 들어서는 것과 같다. 지명타자 경험도 많지 않다. 따라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 시 덕아웃에 들어가 상대 투수에 대한 데이터를 찾아보는 등 오히려 잘만 활용하면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종국에는 1루로 가야한다고 보나?
▲그게 박 선수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미네소타는 굉장히 추운 지역이다. 겨울이 아주 길고 봄도 5월까지 춥다. 덕아웃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지명타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힘들 수 있다. 나이도 아직 지명타자로 뛰기에는 젊다.

- 1루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 마우어의 자리다.
▲마우어는 펀치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홈런이 24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해 10개도 채 치지 못할 정도다. 또 미네소타 쪽 스카우터들의 얘기로는 박 선수의 1루 수비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지명타자로 많이 뛰겠지만 1루수로도 기용이 될 텐데, 이때 자신의 역량을 보인다면 결국 기회가 점점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 선수를 두고 1번 타자로 기용해야 한다는 설이 있다.
▲1번 타자 김현수는 무리수다. 1번 타자는 출루도 중요하지만, 루상에 나가 내야를 흔들어주는 플레이도 필요하다. 그런데 김 선수는 그런 유형은 아니다. 아마 2번이나 6~7번으로 기용이 될 가능성이 높고, 쭉 적응해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붙으면 3번이나 5번의 중심타선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선수에 대해서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


- 기대감 속에는 캠든야즈라는 구장의 영향도 있나?
▲아무래도 있을 수밖에 없다. 박 선수가 있는 미네소타 타깃필드는 상당히 투수 친화적인 반면, 캔든야즈는 전통적으로 투수보다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구장 사이즈도 잠실보다 작다. 특히 우측펜스는 97m가 조금 안 되는 편이라 당겨 치는 왼손타자가 홈런을 치기 용이한 구조다. 현지에서 10~15개 홈런을 얘기하는데 그 이상도 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류·추·강 2016년 맑음…여전한 활약 기대
박·김·오 적응이 관건 “흔들리지 말아야”

- 두 선수 모두 현지 적응에는 문제없나?
▲국내에서 뛸 당시 외국인 선수에 대해 가장 살갑게 다가가는 선수가 박병호다. 영어도 구사력이 좋아 야구에 관한 얘기는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미네소타가 스몰마켓이라는 점, 몰리터 감독이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고 간다는 점을 보면 경기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 없다. 단, 박 선수가 약간 예민한 편이라 경기 내적으로 얼마만큼 차근차근 풀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현수는 자신만의 루틴을 굳혀놓고 있는 선수라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쇼월터 감독이 상당히 깐깐하지만 마음이 열린 사람이니 잘 스며든다면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선수 모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 기존 선수들 얘기도 빠질 수 없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6년 추신수 선수의 ZiPS(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시스템)가 떨어졌다. 노쇠화의 시작이라는 말도 있는데.
▲야구에서 통계는 굉장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요소다. 그러나 통계 속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추신수 선수에 대한 얘기는 일반론적인 통계다.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가니 ‘지금보다 쇠퇴할 것이다’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추신수의 2015년 9월의 활약을 보면 타율이 전체 1위 출루율도 1위 OPS(출루율+장타율)는 전체 2위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9월의 추신수는 20대 절정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1~2년 동안은 성적이 하락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추신수가 2016년 시즌에 개인 통산 세 번째 3할 20홈런 20도루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도루 쪽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르빗슈 유도 돌아오고 하니 2016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타격은 몰라도 수비에 대한 지적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결국 1루 또는 지명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현지 커뮤니티에서도 보인다.
▲시즌 초 텍사스의 한 친한 기자가 “추신수가 원래 수비 잘했던 선수가 맞냐”라고 묻더라. 그런데 후반기 맹활약을 펼치니 수비에 대한 얘기가 현지에서 쏙 들어갔다. 물론 과거에 비해 수비 폭이 좁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비에 대한 본능이 좋은 선수고 일단 어깨는 변함없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1루수로 가기엔 이르다. 팀 사정상으로도 프린스 필더, 미치 모어랜드가 있기 때문에 옮길 수 없다. 앞으로 1~2년 동안 아주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겠지만 평범한 수준의 수비수는 될 것이다.

- 류현진·강정호 선수는 부상 회복 후 기량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류현진 선수 덕분에 다들 어깨에 관해선 전문가가 다 됐다. LA다저스 구단은 내년 6월 정도면 복귀하지 않겠냐고 전망하는데, 재활 상황을 보면 그것보다 빨리 복귀하는 시나리오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다고 한다. 한 가지 우려는 어깨라는 점이다.

팔꿈치와 달리 어깨는 순조롭게 진행되다가도 조금의 통증이라도 있으면 모든 과정이 스톱이다. 경우에 따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복귀 후 100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의 비율이 10%가 안 될 정도로 적은 게 사실이지만, 젊은 나이, 좋은 체격, 낙천적 성격 등 재활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빠르면 4~5월 복귀가 예상된다.

강정호 선수의 경우 류현진과는 다르다. 강 선수의 부상은 어깨와는 달리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플로리다에서 귀국도 안하고 꾸준히 재활을 하고 있는데, 현지 얘기로는 상태가 아주 좋아 3월 스프링캠프부터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내년 시즌에는 고정 3루수로 갈 것이니 올해 못한 20홈런도 이뤄내면서 정착하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건다. 단,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지 않기 위해선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손아섭·황재균 선수는 포스팅에 나섰지만, 무응찰에 그쳤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는데.
▲두 선수에 대해 현지에서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결정적 이유는 그 두 선수에 대해 메이저리그 구단이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박병호·강정호·김현수는 적어도 한 시즌 이상 지켜봐 왔다. 그런데 손아섭·황재균 선수에 대한 그 쪽 얘기는 “도대체 얼마를 써야 될지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시즌이 끝나갈 때 쯤 선언했기 때문에 타이밍도 안 좋았고, 어느 정도의 포스팅 금액이 나오지 않으면 롯데구단에서 보내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현지에서 돈 것도 영향이 있다. 결국 “FA로 나오면 생각해보자”로 선회한 팀들이 꽤 있었다. 손아섭·황재균 선수의 기량 문제는 아니다.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반대한다. 프로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에서 부와 명예를 쌓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도전하는 길을 막아선 안 되고, 구단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데려가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 2016 메이저리그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맞대결인가?
▲거기에 덧붙여 우리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팀 전력에 얼마나 플러스가 될 것인가. 팀 내 위상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개개인으로는 박병호의 경우 구단에서 원하는 장거리포를 쏟아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김현수가 국내에서 보여준 타격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까라는 것들이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


<chm@ilyosisa.co.kr>



<민훈기는 누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학사
▲중앙일보 LA본사 사회부 차장
▲스포츠조선 미주 특파원
▲스포츠조선 야구부 부장
▲현 Spotv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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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