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열혈 총장님' 최수태 송원대 총장

“우리 학생은 나가 보장한당께요”

[일요시사 취재1팀] 이창근 기자 = 전라남도 광주시에 위치한 송원대학교의 최수태 총장은 경상남도 진주 출신이다. 1979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으로 첫 발을 디딘 후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교육문화 비서관을 거쳐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실장, 교원소청심사위원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36년간 교육계에 몸담은 교육통이다. 그가 고향을 떠나 광주로 주소를 옮긴 지 5년 만에 작은 결실을 맺게 됐다. 2011년 송원전문대학이 4년제 송원대학교로 승격한 이후 첫 졸업생을 배출하게 된 것이다.


송원대학교에는 다른 대학에는 없는 필수과목이 하나 있다. 1주일에 2시간씩 진행되는 ‘자조론’이다. 강사는 이 대학의 수장인 최수태 총장. 송원대에 입학하는 모든 신입생은 최수태 총장과 대면 수업을 받아야 한다. 종합대학 승격 이후 4년째 이어오고 있는 자조론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대학생들에게는 “나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학부모로부터도 “내 아들, 딸이 뭔가 달라지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0시간 직강

‘자조론’은 한마디로 ‘어려운 환경과 고난에 대한 격렬한 저항의식’으로 표현된다. ‘삶에 대한 강력한 열정’이 바로 자조론 과목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철학박사인 최 총장이 맹자나 공자 같은 동양철학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으로 출발하는  서양철학이 아닌 ‘자조론’이란 생소한 과목을 들고 나온 나름의 배경이 있다. 바로 신입생들이 알게 모르게 빠져있는 피해의식이나 절망감, 자기애 결핍 같은 패배의식 따위를 어떻게든 떨궈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의 명문대가 아닌 지방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있어요. ‘공부를 좀 더 했더라면…’ 하는 후회요. 이것을 방치하면 신생대학교 나와 봐야 사회가 인정해 주지도 않을 것이란 패배의식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그런 패배의식을 깨트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 총장이 꺼내든 자조론은 사실 체계적으로 구축된 학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 바탕이 없는 황무지는 아니다. 19세기 영국 출신의 정치가이자 사회개량학자인 새무엘 스마일스(Samuel Smiles)가 저술한 ‘자조론(自助論 1859)’이 기초가 되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이 책은 세계 각국어로 번역될 정도로 큰 반향을 끼친 바 있다.
 

이것을 최 총장이 오늘날에 맞춘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수업내용은 역경을 딛고 일어난 각 분야의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최악의 환경과 고난 속에서도 인류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정치가, 예술가, 의사 등 여러 위인들의 이야기를 각종 동영상과 참고서적, 학생들과의 토론 등을 통해 뜨거운 열정 에너지를 내재화하는 방식이다.

“수업 중에 왈칵 눈물 쏟는 학생이 많아요.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 거죠. 그리곤 조금씩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져요. 모든 것이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노력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으면 확 달라지거든요. 청춘들의 변화가 제겐 큰 감동이자, 보람입니다.”

자조론 수업이 학생들에게 크게 어필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강사인 최 총장 스스로가 자조론의 실천자이자 산 증인인 탓이 크다. 최 총장이 일곱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스무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찢어지게 가난한 6남매의 막내로 자라면서 맞게 된 고난을 이겨낸 원천에는 언제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있었다. 그 사실적 증언이 청강생들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간 것이다.  

종합대학 승격 후 첫 졸업생 배출
“청춘들 변화가 큰 감동이자 보람”

“저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죠. 대학도 방송통신대 졸업했어요. 가난 속에서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희망을 붙들고 살았죠. 행정고시 합격 이후 초고속으로 1급 공무원이 되기까지 저라고 남모를 고통과 눈물이 없었겠어요.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오늘날 후학을 양성하는 종합대학의 수장이 되게 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모든 역경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자는 목표로 시작한 자조론의 파급효과는 크다. ‘지방대학생’이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대학생 대신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란 각오로 무장한 ‘자조대학생’들이 캠퍼스를 채운 것이다.


매년 800명씩, 4년간 32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자조론의 파급효과는 강사인 최 총장까지 변화시켰다. 체면과 허식을 벗고 학생들 속으로 파고 든 것이다. 대학축제 때도 축사만 하고 관람하는 짓(?)을 못했다. 팔씨름 대회에 참가해서 본선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물론 프로골퍼 출신 체대학장 박장진 교수(47세)는 “학생들이 져 준 겁니다”라고 표현하지만 아직도 최 총장은 “정정당당히 겨뤄 이긴 승리”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수와 총장이 시시때때로 티격태격하면서 만들어낸 장면은 송원대 학생들이 기억하는 추억이다.

최 총장은 요즘 신축 중인 실내체육관과 기숙사 공사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부여된 또 다른 책무라고 생각에서다. 30여명의 교수진을 추가로 채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수가 진로상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4년제 승격 이후 첫 번째로 배출되는 졸업생의 취업 부분. 교수 1인당 10명의 대학생을 묶어 진로상담을 전담케 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학생들 먹이는 자장면 값 때문에 교수들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는 부작용을 빼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호응이 크다.

지역사회와 유수기업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어떤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는 정신을 가진 학생들로 키웠으니 많이 채용해 달라는 것.

“아따, 우리 학생들 좀 잘 부탁합니다. 나가 보장한당께요∼”

진주에서 자란 광주사람의 찰진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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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