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포구여행 ⑤경남 거제시

향긋한 굴구이, 시원한 대구탕…겨울 해산물 가득한 거제여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즈음이면 전국의 포구는 미식가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겨울이면 한껏 기름기가 오르는 생선이며 조개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걸음으로 유명식당 문턱이 닳는다. 도루묵이며 숭어 등등 겨울이면 맛이 드는 여러 해산물 중에서도 최고의 맛을 꼽으라면 단연 굴과 대구가 아닐까. 향긋한 굴구이와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대구탕 한 그릇이면 코끝을 얼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진한 굴향, 육즙 가득 고인 굴구이
알 잔뜩 머금은 천하일미 겨울 대구

거제는 굴구이와 대구요리 등 싱싱한 겨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별미 여행지다. 별미여행의 시작은 거제면 내간리에 자리한 굴구이집이다. 굴하면 이웃한 통영을 떠올리지만, 거제에서도 통영 못지 않게 굴이 많이 생산된다.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넘어 호곡, 녹산, 법동 등지를 지나 거제면 내간리까지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해안가에 굴양식을 위한 지주들이 끝 간 데 없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다 위에는 가지런히 떠있는 투하식 굴양식장의 부표들도 장관을 이루고 있다. 거제 사람들은 굴을 주로 구이로 먹는다. 예전에 굴을 캐던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구워먹던 것이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상품화가 됐다고 한다. 내간리 해안가에 굴구이를 내는 집이 모여있다.

굴구이를 주문하면 맛보기로 생굴이 나오고 곧 이어 굴튀김과 굴무침이 가득 담긴 접시도 놓여진다. 고추, 파와 함께 바삭하게 튀긴 굴튀김은 일식집에서 맛보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 매콤한 맛이 이마와 콧등에 송글송글 땀을 맺히게 한다.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려진 굴무침도 매우면서도 새콤한 맛으로 젓가락질을 바쁘게 만든다.

굴무침과 굴튀김을 다 먹을 때면 커다란 철판 하나가 불 위에 올려진다. 뚜껑을 열어보면 껍질을 까지 않은 생굴이 가득 담겨있다. 가장자리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한데, 이는 굴이 싱싱하다는 증거다. 거제 굴구이는 구우면서 동시에 찌는 방식. 다 익기까지는 5분 정도가 걸리는데, 장갑을 끼고 칼로 껍질을 까서 먹는다.


입안 채우는
탱글탱글 식감

굴껍질을 까보면 육즙이 가득 고여 있다. 칼로 굴을 살짝 들어내면 탱글탱글한 굴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특유의 진한 굴향도 후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초장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 짭조롬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굴 자체에 간이 되어 있어 양념을 찍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거제의 굴구이 집 대부분은 굴구이, 굴죽, 굴국밥 등 다양한 굴요리를 파는데, 굴구이 세트를 시키면 굴구이와 굴튀김을 비롯한 다양한 굴요리를 코스로 먹을 수 있다.

거제의 또다른 겨울 별미는 대구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도 있듯,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대구에 맛이 제대로 드는 때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대구 산란기인데, 이때 잡히는 알 잔뜩 머금은 대구는 천하일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포항이 자리한 진해만에는 겨울이면 전국 최대규모의 대구 어장이 형성된다. 1980년대 한때 진해만을 가득 메웠던 대구가 사라지면서 ‘금대구’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어쩌다 한두 마리가 잡히면 수십만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귀한 생선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거제수협이 대구알 방류 사업에 성공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외포항으로 대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외포항에 자리한 거제수협 외포출장소 어판장은 대구 경매에 참여한 중매인들로 북적거린다. 어판장 바닥에 늘어선 갓 잡은 대구를 꼼꼼하게 살피던 중매인들은 경매가 시작되면 경매사에게 손가락 신호를 열심히 보낸다. 이렇게 30분이 지나면 나무상자에 담겨 있던 대구는 모두 팔려나간다.

대구잡이에는 호망을 쓴다. 호망은 대구를 유인하기 위해 길그물을 길게 놓고 그 끝에 둥그런 통그물을 붙인 것이다. 통그물의 모양이 단지(壺)처럼 생겨 호망이라 부른다. 야행성인 대구는 밤에 쏘다니다 호망에 걸리는데, 그물코에 꿰는 것이 아니니 산 채로 올라오는 대구도 많다.

외포항에는 대구요리를 내는 식당 10여곳이 늘어서 있다. 대구탕 거리로도 불린다. 대구는 회나 찜도 좋지만, 이맘땐 탕만 한 게 없다. 뽀얀 국물이 언뜻 보기에는 꼭 곰탕같다.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진하다. 소금만으로 간을 해 깊고 그윽한 맛을 낸다. 외지인들은 생대구가 좋다고 하지만, 어민들은 살짝 말린 대구를 더 선호한다. 내장과 아가미, 알과 이리 등을 제거하고 해풍에 3~5일 말린 대구는 수분이 쏙 빠져 더욱 차진 맛을 낸다. 말린 것으로 탕을 끓이면 더 뽀얗고 구수한 맛의 국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귀띔이다.


외포항 곳곳에서는 대구를 말려 건대구로 만드는 작업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부둣가 햇볕이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내장을 빼고 나무꼬치로 꿴 대구가 널려 있다. 말린 대구를 콩나물, 채소 등과 함께 쪄 먹는 대구찜도 맛있다. 생대구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쫀득한 맛과 말린 생선 특유의 감칠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코다리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대구는 지방 함유량이 적고 열량도 높지 않아 다이어트에 그만이며 각종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 원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굴과 대구로 배가 든든해졌다면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350km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비경이 펼쳐진다.

볼거리 가득한
거제 관광지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꼽으라면 아마도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일 것이다. 해금강 가는 갈곶리 도로 오른편에 신선대, 왼편에 바람의 언덕이 각각 자리한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바람의 언덕은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붙었다. 바다와 풍차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경치가 매력적이다.

신선대 입구에 자리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가족들과 함께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1950~1980년대까지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다이얼식공중전화, 대폿집 풍경을 재현한 전시장, 난로 위에 놓인 알루미늄 도시락 등 ‘그때 그 시절’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학동에 있는 학동흑진주몽돌해변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흑진주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은 몽돌이 덮인 몽돌밭 해변이 1.2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갈 때마다 몽돌밭에서는 ‘자글자글’하는 소리가 나는데, 우리나라 자연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감미롭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즐기는 바다 드라이브도 거제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 특히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푸른 바다와 정다운 포구마을, 깍아지른 해안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은 자꾸만 차를 세우게 만든다. 거가대교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4.5km의 사장교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내간리 굴구이→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1박 2일 코스
첫째 날: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내간리 굴구이→학동흑진주몽돌해변→학동 숙박
둘째 날: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관련 웹사이트
· 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 해금강테마박물관 www.hggmuseum.com

문의 전화
·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4173
· 해금강테마박물관 055-632-0670


대중교통
·버스 서울-거제(고현):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고현시외버스터미널 1688-5003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1018번 지방도→내간리

숙박
· 라이트하우스호텔: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2
· 베니키아호텔거제: 거제시 성산로, 055-991-1000
· 머그학동: 거제시 동부면 학동3길, 010-5036-3889

식당
· 원조거제굴구이: 굴구이, 거제면 거제남서로, 055-632-4200
· 외포효진횟집: 대구탕, 장목면 외포2길, 055-635-6340
· 양지바위횟집: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4327
· 항만식당: 해물뚝배기, 거제시 장승포로7길, 055-682-4369

주변 볼거리 지심도, 해금강, 외도보타니아, 칠천량해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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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