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관리하는 한전 사연

전력공사는 돈잔치,민자발전은 빚더미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황금알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민자발전사업이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민자발전소 운영업체들의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전력대란을 우려해 이들의 참여를 독려했던 한전은 역대 최고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기’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있지만 양측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사상 최대인 10조원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한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6679억원으로 전년동기(4조9179억원)대비 76.3%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넘어설 게 확실시 된다.

계속 지으라더니…

한전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연탄, 석유, LNG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서 발전단가가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전 영업비용의 55%를 차지하는 발전변동비(발전연료비+구입전력비) 감소가 실적으로 이어진 셈이다.

원화가치가 하락했지만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이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한 덕분에 발전 관련 비용도 덩달아 줄었다. 한전의 3분기 LNG 구입비용은 전년동기대비 40.7%(7718억원) 감소했으며 그만큼 발전단가는 낮아졌다. 반면 전기 소비량은 증가했다. 3분기 전력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2.5% 늘어났다. 이는 상반기 판매량 증가율(1.8%)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한전의 호실적은 업계 전반의 호황을 뜻하지 않는다. 한전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만 봐야 하는 곳들이 있다. 바로 민자발전사들이다. 현재 민간 LNG 발전소 10곳 중 6곳은 사실상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전력 공급량이 예상치를 초과한 탓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LNG발전소 가동률은 40% 초반에 불과하다. LNG 소비 또한 하락 추세다. 올해 초 가동한 포스코에너지 7·8·9호기와 지난해 포천파워, 안산S파워 등 대규모 LNG 발전설비가 세워졌지만 LNG 판매량은 전년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민자발전사업자들이 특혜 의혹과 불편한 시선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2011년 발생했던 9·15 정전 대란 이후 원자력발전 가동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면서 LNG를 기반으로 하는 민자발전소를 쉴 새 없이 돌렸던 분위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당시 정부는 앞장서서 민간 LNG 발전소 건설을 독려했다. 전력예비율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진 이후 언제 닥칠지 모를 전력난을 우려한 까닭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정부는 유독 민자발전사가 생산하는 전기에 대해서만은 적정이윤을 보장한다는 명분 아래 비싼 전기값을 그대로 인정했다. 한전의 자회사인 남동·중부발전 등 5곳의 발전사에는 싼값에 전기를 팔도록 하면서, 민자발전사에는 원료값에 연동된 판매액을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그사이 민자발전소를 운영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은 이명박정부 들어 해마다 영업이익률 15∼30%에 이르는 호황을 누렸다. 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무렵이다.

올해 사상 최대 10조대 영업익 전망
발전사는 수익률 악화…가동률 40%

하지만 민자발전사업은 불과 2년 사이에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민간 LNG발전소의 가동률이 낮은 이유는 전력 생산단가가 낮은 발전소부터 차례로 가동·공급되는 체제로 운영되는 국내 전력시장의 공급 구조에 있다.
 

현행 발전 기준은 원자력, 석탄, LNG 등 발전원별로 적정 생산량을 할당한 뒤 생산 효율이 높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가 우선 매입하는 방식이다. 원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발전소가 먼저 가동되고, 이들 전원을 모두 가동해도 수요를 충당할 수 없을 때 LNG 발전이 투입된다. 지금은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소에서 전력을 우선 구매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LNG 발전소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공급과잉은 가격마저 떨어뜨렸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지난 9월 평균 1㎾h당 95원으로 최고치였던 2012년 7월(193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kWh당 전력생산 원가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이 45∼50원대인 반면 LNG복합발전은 130원대로 2배 이상 높다”며 “지금은 판매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43억원으로 56.1% 감소했고, GS EPS와 SK E&S의 영업이익은 각각 478억원, 3086억원으로 전년대비 56.2%와 16.7% 줄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 발전사의 경영난을 줄이기 위해선 ‘용량요금’(CP, Capacity Payment) 현실화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CP는 전력 시장 입찰에 참여한 발전기에 대해 가동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지급하는 일종의 지원금이다. CP는 2001년 도입 당시 1㎾h당 7.46원이 책정된 이래 15년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의 현상이 이전부터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안이었다는 점이다. 2011년 9ㆍ15 정전 대란이 발생하자 국민들의 원성과 비판에 놀란 정부는 민간투자를 독려했다. 이후 포스코와 GS,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LNG발전설비를 늘려 나갔다. 그 결과 2013년 13개 등 최근 3년새 35개의 LNG발전소가 새로 가동됐다. 이들 발전설비 용량만 16GW에 이른다.

체계적인 계획없이 밀어붙인 정부의 민간발전투자 독려는 5년이 채 안 돼 탈이 났다. 전력수요가 정부 예측치에 미달하면서 민간발전소 발전용량의 절반이면 공급을 맞출 수 있게 됐다. 결국 발전용량의 절반은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른 것이다.

예견된 뒤탈

업계 관계자는 “4년 전 정전대란이 터진 후 민자발전을 장려했던 정부가 발전소를 대거 늘리면서 LNG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급락했다”며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예견했기에 그릴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생에너지 사용률

온실가스 감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5 재생에너지 정보’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차에너지 총 공급량(TPES)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1.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1990년 재생에너지 비율이 1.1%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25년째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회원국 평균(9.2%)에도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기준 전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의 비중에서도 한국은 1.6%로 최하위였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가 각각 100.0%와 97.7%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차에너지 총 공급량 가운데 석유(35.6%)와 석탄(30.5%)의 비중이 특히 높았으며 천연가스(16.3%), 원자력(15.4%), 재생에너지(1.1%), 기타(1.1%) 등의 순이었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는 바이오연료 및 폐기물에너지가 72.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수력(12.2%), 풍력(3.6%), 태양광·조력(7.4%), 지열(4.0%) 등의 순이었다.


이는 경제성 위주로 값싼 원자력이나 석탄화력을 대폭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해상풍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지열, 바이오에너지 등을 일컫는다. <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