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출마설 도는 기업인 리스트

여의도 입성 노리는 사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내년 4월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이 가까워지자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인사들의 발 빠른 행보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투영하듯 내년 총선에 다수의 기업인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는 명망 있는 기업인들을 간추려 봤다.

경제전문가를 표방했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기업인들의 정계 진출은 익숙한 풍경으로 비춰지고 있다. 대기업 CEO 출신이었던 이 대통령이 표방한 경제살리기와 실용주의 이념이 폭넓게 퍼지기 시작한 까닭이다. 실물 경제전문가인 기업인들의 총선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기업인들이 경제 회복에 일익을 담당할 거란 기대감을 반증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융권 출신
정치권 기웃

4월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기업인 명단을 살펴보면 이름값에서부터 확연히 두드러지는 인물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정·재계에서 명망을 쌓았거나 대내외적인 활동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정몽준, 최양오 등이 대표적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출마 여부를 두고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로 손꼽힌다. 한 때 월드컵 개최 1등공신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대선에 참가할 만큼 정 이사장은 거물급 인물로 통한다. 이미 울산과 서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나라당 대표도 겸임했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것도 그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FIFA 회장 출마 과정에서 피해자로 비춰지며 대중들에게 호의적인 인물로 비춰진 점이 호재다. 이미 여당 내부에서도 정 이사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정말 중요한 분들은 모조리 총선에 참여해주길 강력히 권고한다”고 언급하며 정 이사장의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부각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정 이사장은 총선 출마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회장 탄신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서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출마 여부는 다른 자리에서 수차례 이야기했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배경이 총선 출마 가능성을 부채질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남으로 잘 알려진 최 고문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한 이후 줄기세포 제약기업인 차바이오텍 대표이사를 거쳤다. 지난해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후 2달 만인 9월15일자로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으로 임용된 바 있다.

최 고문은 최근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울 서초갑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최양오 고문의 출마 예정지인 서울 서초갑은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의 출마가 예상되는 곳이다.

금배지 야망 품고 저울질 한창
여야 물밑서 될만한 사람 찾기

성일종 엔바이오컨스 대표는 고인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부각된 경우다. 성 대표는 이미 20대 총선에서 명예 회복을 위해 형의 지역구였던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를 뜨겁게 달군 ‘성완종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야당으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성 대표는 지난 7·30재보선에서 형의 지역구인 충남 서산태안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했지만 일부 공천심사위원이 형제가 지역구를 대물림한다는 문제를 지적해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성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동정여론이 일고 있어 성 대표에게 표가 쏠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기업인 가운데 상당수도 20대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거나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굽네 치킨’으로 중소기업 성공 신화를 일궈낸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에 이어 페리카나치킨의 양희권 회장이 총선에 뛰어들었다. 양 회장은 올해 초부터 홍성·예산 선거구에 출마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홍성·청양선거구는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2선에 성공한 지역으로 국회 예결특위위원장까지 맡아 활동해 온 홍 의원이 판세를 굳히는 양상이었다는 게 지역 정계의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 회장은 공식적으로 출마 입장을 밝히면서까지 지역 정가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홍성·예산은 현재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과 양희권 회장 이외에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두원 전 지역위원장과 채현병 전 홍성군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양 회장은 “그동안 지역민들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구고 이로인해 다양한 사회봉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보고 싶다”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재수·삼수하는
사장·회장님도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의 출마 여부도 관심거리다. 빙그레그룹의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은 2008년 총선 출마를 위해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이후 6년 동안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2010년 천안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활동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한화그룹의 창업주인 고 김종희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빙그레 경영진 복귀를 염두한 움직임이 포착된 이래 총선과 관련된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출마 의중을 내비치지도 않은 상황이다.

부산 중동구 출마를 준비해온 하준양 리더스손해사정 대표는 내년 총선 때 지역구가 분리되거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출마한다면 비례대표로 바꿀 생각마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산복싱연맹 회장과 부산지식서비스융합협회 사무총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쳐온 '차세대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 대표는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선거사무실 개소를 미루기로 한 상태다.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사장도 발빠른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씨티엘 상무를 거쳐 대전시티즌에 몸담았던 그는 지난달 29일 한밭대 평생교육관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것' 출판기념회를 열며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이 책에 대전시티즌 사장과 대전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재임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중구 당협위원장 공모에 도전하기도 했던 김 전 사장은 내년 총선에도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신방식 전 제민일보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제주시 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대표는 새누리당 중앙당에 자율적인 후보 경선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당내 예비후보들에게 아름다운 경선 동참과 함께 정도의 의리의 정치를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신 전 대표는 제주시 이호동 출신으로 제주중앙고와 제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제민일보 대표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제19대 총선에서 제주시 갑 지역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공천에 탈락한 뒤 현경대 후보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으며,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제주도당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다.

경제전문가 내세워 표심 공략
전국구 인지도 갖춘 거물급도

금융권의 주요 인사들도 총선을 앞두고 요주의 대상이다. 최근 금융권은 연말 인사 태풍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금융권 수장 가운데 상당수가 내년 총선을 위해 차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을 비롯해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등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금융권 인사 가운데 총선 차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2013년 12월 기업은행의 수장으로 취임한 권 행장은 '최초 여성 1급 승진' '최초 여성 부행장'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란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다.
 

부임 초기만해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지만 경영 실적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도 올해 초 열린 5개 경제부처 협업 업무보고에서 “권 행장을 본받아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역시 총선 출마설과 연결되고 있다. 홍 회장은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 초기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낙점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첫 공공기관장 인사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 대통령을 도왔으며, 2013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맡았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교체론과 함께 총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해 3월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이 행장은 이전부터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 가운데 하나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거친 박 대통령과는 서강대 동문이자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파악된다. 다만 이 행장은 과거 수은이 지원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구설수에 올랐던 게 취약점이다.

공천룰 변수
눈치만 본다

이외에도 KB국민카드 부사장 출신의 이현희씨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미 새누리당 청주흥덕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 상태다. 이씨는 “고향인 청주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제가 가진 역량을 고향을 위해 쓰고싶다”고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씨가 도전하는 청주흥덕갑 지역구는 3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국회의원이 버티고 있다. 또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현호 당협위원장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씨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중·청주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KB국민카드 부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 청주흥덕갑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한편 기업인 출신 총선 참가자들의 성패는 공천룰 확정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획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공천 룰도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출마자들은 나서야 할 지역구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고 나머지 주자들의 공천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출마설’ 공기업 임원은?

전·현직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출마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공직자 사퇴시한은 선거일인 내년 4월13일의 90일 전, 선출직은 선거 120일 전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내년 공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부산이나 출생지인 대구·경북지역에서 출마를 검토 중이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성남 분당갑에 출마하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종훈 현 의원과 당내 공천을 먼저 거쳐야 한다.

재무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도 성남 분당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임 전 의원은 지난해 7월30일 재·보궐선거 때 경기 수원정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전 장관도 경남 창원에서 출마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았다가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공천이 취소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고향인 충남 서산·태안에서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세청에서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그는 올해 4월 관련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고향인 충남 보령·서천 출마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이수원 전 특허청장 역시 고향인 강원 춘천에서 출마 예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야권 인사 가운데는 이용섭 전 의원이 전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서 복귀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재정경제원 출신인 이 전 의원은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재경부 출신으로 경제부총리를 지낸 3선의 김진표 전 의원도 수원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내년 총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 출신인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고향인 부산 남구 쪽에서 출마 요구가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임해종 전 산업은행 감사는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 현직 공기업 간부들도 총선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긴 마찬가지다. 박완수 사장은 경남 창원 의창구, 김성회 사장은 경기 화성갑에 각각 출마할 채비를 갖추면서 사퇴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총선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던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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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