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출마설 도는 기업인 리스트

여의도 입성 노리는 사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내년 4월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이 가까워지자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인사들의 발 빠른 행보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투영하듯 내년 총선에 다수의 기업인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는 명망 있는 기업인들을 간추려 봤다.

경제전문가를 표방했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기업인들의 정계 진출은 익숙한 풍경으로 비춰지고 있다. 대기업 CEO 출신이었던 이 대통령이 표방한 경제살리기와 실용주의 이념이 폭넓게 퍼지기 시작한 까닭이다. 실물 경제전문가인 기업인들의 총선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기업인들이 경제 회복에 일익을 담당할 거란 기대감을 반증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융권 출신
정치권 기웃

4월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기업인 명단을 살펴보면 이름값에서부터 확연히 두드러지는 인물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정·재계에서 명망을 쌓았거나 대내외적인 활동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정몽준, 최양오 등이 대표적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출마 여부를 두고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로 손꼽힌다. 한 때 월드컵 개최 1등공신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대선에 참가할 만큼 정 이사장은 거물급 인물로 통한다. 이미 울산과 서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나라당 대표도 겸임했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것도 그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FIFA 회장 출마 과정에서 피해자로 비춰지며 대중들에게 호의적인 인물로 비춰진 점이 호재다. 이미 여당 내부에서도 정 이사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정말 중요한 분들은 모조리 총선에 참여해주길 강력히 권고한다”고 언급하며 정 이사장의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부각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정 이사장은 총선 출마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회장 탄신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서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출마 여부는 다른 자리에서 수차례 이야기했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배경이 총선 출마 가능성을 부채질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남으로 잘 알려진 최 고문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한 이후 줄기세포 제약기업인 차바이오텍 대표이사를 거쳤다. 지난해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후 2달 만인 9월15일자로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으로 임용된 바 있다.

최 고문은 최근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울 서초갑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최양오 고문의 출마 예정지인 서울 서초갑은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의 출마가 예상되는 곳이다.

금배지 야망 품고 저울질 한창
여야 물밑서 될만한 사람 찾기

성일종 엔바이오컨스 대표는 고인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부각된 경우다. 성 대표는 이미 20대 총선에서 명예 회복을 위해 형의 지역구였던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를 뜨겁게 달군 ‘성완종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야당으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성 대표는 지난 7·30재보선에서 형의 지역구인 충남 서산태안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했지만 일부 공천심사위원이 형제가 지역구를 대물림한다는 문제를 지적해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성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동정여론이 일고 있어 성 대표에게 표가 쏠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기업인 가운데 상당수도 20대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거나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굽네 치킨’으로 중소기업 성공 신화를 일궈낸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에 이어 페리카나치킨의 양희권 회장이 총선에 뛰어들었다. 양 회장은 올해 초부터 홍성·예산 선거구에 출마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홍성·청양선거구는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2선에 성공한 지역으로 국회 예결특위위원장까지 맡아 활동해 온 홍 의원이 판세를 굳히는 양상이었다는 게 지역 정계의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 회장은 공식적으로 출마 입장을 밝히면서까지 지역 정가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홍성·예산은 현재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과 양희권 회장 이외에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두원 전 지역위원장과 채현병 전 홍성군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양 회장은 “그동안 지역민들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구고 이로인해 다양한 사회봉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보고 싶다”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재수·삼수하는
사장·회장님도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의 출마 여부도 관심거리다. 빙그레그룹의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은 2008년 총선 출마를 위해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이후 6년 동안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2010년 천안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활동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한화그룹의 창업주인 고 김종희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빙그레 경영진 복귀를 염두한 움직임이 포착된 이래 총선과 관련된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출마 의중을 내비치지도 않은 상황이다.

부산 중동구 출마를 준비해온 하준양 리더스손해사정 대표는 내년 총선 때 지역구가 분리되거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출마한다면 비례대표로 바꿀 생각마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산복싱연맹 회장과 부산지식서비스융합협회 사무총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쳐온 '차세대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 대표는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선거사무실 개소를 미루기로 한 상태다.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사장도 발빠른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씨티엘 상무를 거쳐 대전시티즌에 몸담았던 그는 지난달 29일 한밭대 평생교육관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것' 출판기념회를 열며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이 책에 대전시티즌 사장과 대전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재임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중구 당협위원장 공모에 도전하기도 했던 김 전 사장은 내년 총선에도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신방식 전 제민일보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제주시 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대표는 새누리당 중앙당에 자율적인 후보 경선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당내 예비후보들에게 아름다운 경선 동참과 함께 정도의 의리의 정치를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신 전 대표는 제주시 이호동 출신으로 제주중앙고와 제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제민일보 대표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제19대 총선에서 제주시 갑 지역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공천에 탈락한 뒤 현경대 후보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으며,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제주도당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다.

경제전문가 내세워 표심 공략
전국구 인지도 갖춘 거물급도

금융권의 주요 인사들도 총선을 앞두고 요주의 대상이다. 최근 금융권은 연말 인사 태풍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금융권 수장 가운데 상당수가 내년 총선을 위해 차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을 비롯해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등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금융권 인사 가운데 총선 차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2013년 12월 기업은행의 수장으로 취임한 권 행장은 '최초 여성 1급 승진' '최초 여성 부행장'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란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다.
 

부임 초기만해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지만 경영 실적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도 올해 초 열린 5개 경제부처 협업 업무보고에서 “권 행장을 본받아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역시 총선 출마설과 연결되고 있다. 홍 회장은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 초기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낙점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첫 공공기관장 인사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 대통령을 도왔으며, 2013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맡았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교체론과 함께 총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해 3월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이 행장은 이전부터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 가운데 하나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거친 박 대통령과는 서강대 동문이자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파악된다. 다만 이 행장은 과거 수은이 지원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구설수에 올랐던 게 취약점이다.

공천룰 변수
눈치만 본다

이외에도 KB국민카드 부사장 출신의 이현희씨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미 새누리당 청주흥덕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 상태다. 이씨는 “고향인 청주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제가 가진 역량을 고향을 위해 쓰고싶다”고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씨가 도전하는 청주흥덕갑 지역구는 3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국회의원이 버티고 있다. 또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현호 당협위원장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씨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중·청주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KB국민카드 부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 청주흥덕갑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한편 기업인 출신 총선 참가자들의 성패는 공천룰 확정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획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공천 룰도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출마자들은 나서야 할 지역구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고 나머지 주자들의 공천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출마설’ 공기업 임원은?

전·현직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출마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공직자 사퇴시한은 선거일인 내년 4월13일의 90일 전, 선출직은 선거 120일 전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내년 공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부산이나 출생지인 대구·경북지역에서 출마를 검토 중이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성남 분당갑에 출마하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종훈 현 의원과 당내 공천을 먼저 거쳐야 한다.

재무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도 성남 분당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임 전 의원은 지난해 7월30일 재·보궐선거 때 경기 수원정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전 장관도 경남 창원에서 출마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았다가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공천이 취소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고향인 충남 서산·태안에서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세청에서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그는 올해 4월 관련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고향인 충남 보령·서천 출마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이수원 전 특허청장 역시 고향인 강원 춘천에서 출마 예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야권 인사 가운데는 이용섭 전 의원이 전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서 복귀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재정경제원 출신인 이 전 의원은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재경부 출신으로 경제부총리를 지낸 3선의 김진표 전 의원도 수원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내년 총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 출신인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고향인 부산 남구 쪽에서 출마 요구가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임해종 전 산업은행 감사는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 현직 공기업 간부들도 총선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긴 마찬가지다. 박완수 사장은 경남 창원 의창구, 김성회 사장은 경기 화성갑에 각각 출마할 채비를 갖추면서 사퇴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총선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던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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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