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재벌 후계자 자질 논란

설익은 왕자님 새파란 공주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재벌가 2·3세를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은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 이들을 지칭하는 ‘금수저’라는 신조어 역시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가 2·3세 대다수는 별다른 능력 검증을 거치지 않고 회사를 물려받는다. 경영 일선에 나서는 연령대마저 낮아지면서 30대 초반부터 그룹 내 요직에 이름을 올린 경우도 심심치 않다.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함께 재벌가 2·3세의 경영참여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금껏 재벌가 후계자들은 평균적으로 20대 후반에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30대 초반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4년이 채 되지 않는다. 말단 직원의 임원 승진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출발선부터 다른 셈이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다

지난 9월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100대 기업 임원 숫자와 평균 연령 현황분석 결과’에 따르면 재벌기업 다수에 젊은 임원들이 포진해 있다. 30대 초·중반의 나이에 회사 임원으로 떠올라 승계구도의 중심에 서는 모습도 빈번해지는 양상이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1982년생)와 이만득 삼천리 회장의 삼녀인 이은선 삼천리 이사(1982년생),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장남인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1982년) 등이 3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임원 직함을 달았다.

정몽준 전 회장의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중공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정기선 상무는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해 반년 뒤 미국 유학길에 오른 후 2013년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다시 회사에 들어왔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승계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2014년 임원이 됐다. 상황을 봐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은 확실시된다. 어려운 회사 사정을 고려할 때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임창욱 명예회장이 199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상그룹에서는 총수일가 3세인 임상민 상무(1980년생)가 주목의 대상이다. 언니인 임세령 상무와 함께 회사 내에서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임씨는 대상홀딩스 지분 36.71%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2·3세 초고속 승진 잔치
30대에 임원…경영능력 ‘글쎄’

중견기업에서 총수일가 2·3세 임원을 찾는 일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식음료업계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올해 창립 65주년을 맞은 주류업체 보해양조는 지난 11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창업주인 고 임광행 회장의 손녀이자 보해양조 최대주주인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의 장녀 임지선씨(1985년생)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임 부사장은 대표이사 재임기간 ‘부라더시리즈’를 선보여 주류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 4월 대표이사에 선임된데 이어 부사장으로 임명되자 임씨의 승진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경남지역에 거점을 둔 주류업체 무학 역시 일찌감치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최재호 회장의 아들 최낙준씨(1988년생)는 지난 3월 무학에 입사하자마자 등기임원에 오르며 상무를 달았다. 최 상무는 미국 유학 후 경남은행 재무기획부에서 약 1년간 근무하다 올해부터 회사로 들어와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또 다른 주류업체 국순당도 지난 4일 창업주인 고 배상면 회장의 장손이자 배중호 대표의 아들 배상민 상무(1981년생)를 영업총괄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배 상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다국적 컨설팅업체에서 근무하다 2012년 국순당에 입사했다. 사내에서는 기획, 구매 부서를 거쳐 영업총괄본부장을 거쳤다.


조만간 2·3세의 경영 참여가 예상되는 기업도 눈에 띈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CJ그룹은 오는 15일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벌써 부사장
비판적 시각

일각에서는 선고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오쇼핑 과장(1985년생)과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사원(1990년생)의 경영참여가 구체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나이가 어린 데다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흥미로운 점은 30대 초중반에 불과한 재벌 2·3세들의 기업 내 요직 진출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이들이 구설수에 휘말릴 경우 잡음이 훨씬 크게 부각된다는 사실이다. 남다른 출신배경과 사회 통념에 대한 이해부족 탓으로 돌려도 큰 무리는 없다.
 

지난해 끝자락을 뜨겁게 달군 ‘땅콩회항’ 사건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개인의 잘못을 넘어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허탈한 직원들
상대적 박탈감

최근 몇몇 대기업에서는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한창이다.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재벌가 2·3세들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30대기업 자산승계율은 40%를 웃돌고 있으며 지분 승계가 종료됐거나 진행 중인 재벌기업들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30대 초중반에 불과한 재벌가 2·3세들의 경영 참여를 대중들이 그리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난 24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내놓은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가구전화 및 휴대전화 설문방법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과반 이상의 사람들은 재벌 2·3세의 경영권 승계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정적이라는 응답자가 54.8%인데 반해 긍정적인 답변은 34.4%에 불과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선 “총수일가가 경영을 독점하는 것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39.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경영권과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도 25.2%였다.

반면 경영권 승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경영능력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응답이 35.5%였다. 이어 “전문경영인보다는 주인이 있는 기업이 보다 성장가능성이 높기 때문(24.4%)”이 뒤를 이었다.

갈수록 빨라지는 경영승계 속도
“원만” “경험부족” 평가 엇갈려


이처럼 2·3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것은 이들의 능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재벌가 2·3세는 조기 해외 유학을 다녀와서 20대 중반에 입사한 후 초고속으로 승진해 임원 배지를 달고 경영자의 지위에 오른다. 평사원을 거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설령 밑에서부터 차근히 단계를 밟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통솔력을 갖추기란 그리 쉽지 않다.

경험 부족은 위기관리능력의 부재로 연결된다. 재벌가 2·3세가 임원에 임명된다는 것은 핵심 의사결정권자로 발돋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들의 의사결정에 따라서 기업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선대와 달리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전세대가 개척자 정신으로 회사를 일궜다면 2·3세는 선대의 의지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빈번하다. 대다수 재벌 2·3세들을 잡초 근성이 부족한 온실 속의 꽃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와 달리 2·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책임감이 희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평범한 직장인들이 꿈꾸기 힘든 자리에 어렵지 않게 도달하는 2·3세들은 애초부터 특권의식에 사로잡히곤 한다”고 언급했다.

예전부터 재벌그룹의 최대 난제는 대외적인 정세 변화가 아닌 ‘오너리스크’란 말이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창업주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후임자의 능력 부족으로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이 회사 내부에서 사그라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긴 힘들다.


‘금수저니…’
대중의 시선

물론 30대 젊은 임원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다만 실무 경험이 미천한 재벌가 2·3세에게 애초부터 큰 기대를 갖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심각한 구직난과 대비되는 그들만의 세상에 씁쓸함이 더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