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펀드 안 내는’ 간큰 회장님 막전막후

낼 돈 없다고?…대통령이 지켜본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 여부는 어느덧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야심차게 출발한 청년희망펀드의 취지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단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만큼 순조롭게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재벌의 참여를 강요한 까닭이다. 다만 몇몇 재벌 총수는 자발적 참여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인상이 짙다. 눈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간이 큰 걸까.

재벌 총수들이 릴레이식 동참에 나선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9월 조성된 펀드다. 청년층 취업 기회 확대를 도모한다는 취지에 맞게 펀드기금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일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제안하고 직접 기부를 한 이후 민·관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부를 받고 있다.

버티는 대기업
안한 곳 상당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가세한 후 재벌총수들의 참여가 가속화됐다. 출범 초기 삼성그룹이 이 회장 명의로 200억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사재를 털어 20억원을 내놓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50억원 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0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 7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70억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30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이후에도 재벌 총수 및 대기업의 기부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기부금 액수에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재계 서열 순이다. 그 사이 청년희망펀드 기부금 액수는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좋든 싫든 간에 기부금을 낸 기업들은 청년희망펀드를 기업 이미지 쇄신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양상이다. 특히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각축전을 벌였던 롯데, SK, 신세계, 두산은 비슷한 시기에 모두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낸 기업들은 앞다투어 기부금 액수와 자신들의 사회공헌사업을 연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기왕 내야 할 돈이라면 최대한 생색내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기부금을 안낸 기업도 다수 눈에 띈다. 10대 기업 가운데 현대중공업(8위)이 기부금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고 50대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약 2/3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어물쩍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마당에 기금을 내지 않는다는 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꼴이다. 다만 그들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VIP 기부 이어 재벌 총수들 릴레이식 동참
재계 서열 따라 금액 책정…할당제 논란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금을 내지 않은 회사 가운데 일부는 정황상 기부금 액수를 제대로 책정하지 못하거나 내기 애매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론 이들 상당수가 조만간 기부 대열에 동참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KT(11위)는 조만간 청년희망펀드에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재원 마련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액은 기업 규모에 걸맞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금껏 이어진 청년희망펀드 기부는 재벌 총수가 솔선수범해 사재를 내놓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KT를 골치 아프게 만든다. KT는 한 해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이지만 사주가 따로 없다. 황창규 회장은 자사주를 5000주밖에 보유하지 않은 전문 경영인이다. 올해 3분기까지 10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지만 재벌 총수에 비하면 재산이 현저히 적다.

만약 황 회장이 다른 재벌 총수처럼 혼자서 수십억원을 기부하려면 올해 연봉을 전부 내놔도 부족하다. 결국 KT가 회사 규모에 걸맞게 기부액을 책정한다면 임원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내놓을 액수
눈치전 팽팽

기부금은 둘째 문제고 재벌 총수를 둘러싼 각종 악재를 처리하는 것만 해도 정신없는 기업도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회사 자금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된 상태다. 매주 금요일마다 검찰과 장 회장 측 변호인이 위법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것만 해도 바빴다.
 

물론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이재현 CJ그룹(14위)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24위) 회장은 이미 기부금을 내놨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과 임원진의 이름으로 청년희망펀드에 25억원을 책정했고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 및 임원진의 이름으로 20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600억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고 조석래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 등의 혐으로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다만 동국제강은 이들보다 회사 사정이 더 나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극도로 나빠진 회사 사정상 기부금을 선뜻 내기 힘든 총수와 기업들도 제법 보인다. 대우조선해양(16위)은 얼마전 산업은행의 추가 자금 지원이 결정되고 나서야 겨우 기사회생했고 대우그룹 공중분해 이후 수차례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25위) 역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17위)은 박삼구 회장이 이제야 회사를 수습하고 나선 상황이고 동부그룹(20위)은 최근 5년간 10개 기업을 인수합병 했지만 이 중 8곳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 등 한창 그룹 재편에 바쁜데다 김준기 회장은 자금 한 푼이 아쉬운 처지다.

경영진이 외국 인사거나 혹은 외국계인 기업들도 청년희망펀드에 무반응이다. 국내 기업문화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는 핑계가 그나마 먹힐만하다. S-OIL(26위), 한국GM(36위) 등 외국계 회사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기부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얼마전 사모펀드에 인수된 홈플러스(37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총수와 기업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일반적인 국내 재벌기업 형태와 조금 차이가 있다.

대림산업(18위), 부영그룹(19위)은 기부금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그간 활동이 일종의 가림막이다. 대림산업의 경우 이준용 명예회장이 얼마 전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전 재산 2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사회공헌사업에 힘쓰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때도 피해 복구와 유가족 성금으로 당시 재계에서 가장 많은 20억원을 기탁 한 바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역시 연세대학교 기숙사 기증을 비롯해 지난 8월 건국대에 80억원 기부 등 사회공헌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청년희망펀드에 아직 기금을 내놓지 않고도 나름의 이유로 이리저리 빠져 나갈 구멍을 마련해놓은 기업과 총수들이 상당수다. 별다른 이유 없이 기부금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기업도 여럿 된다.

자발적 아닌
사실상 반강제

흥미로운 점은 범현대가에 뿌리를 둔 기업들의 참여가 유독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펀드 설립 초기에 기부금을 내놓은 현대자동차그룹과 3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현대백화점그룹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그룹(8위), 현대그룹(21위), KCC그룹(28위), 한라그룹(33위), 현대산업개발(41위) 등 50위권에 포함된 범현대가 기업 상다수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이유라도 있지만 다른 곳들은 총수가 직간접적으로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외에도 OCI(23위)를 비롯해 30위 내 몇몇 기업들도 청년희망펀드 기부에 동참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술 더 떠 50위까지 규모를 넓히면 참여한 기업의 비율은 더욱 줄어든다. 어쩌면 자신들 앞선에서 기부금을 내지 않은 곳 많은 만큼 일종의 면죄부가 쥐어졌다고 볼 수 도 있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인 만큼 표면상 기부금을 내지 않아도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이건 겉보기에 국한될 뿐이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청년희망펀드가 재벌기업 사이에 할당제쯤으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얼마?’아직 고민 중인 회장
‘강제로 못내’무시한 회장도


펀드 출범 초기엔 사회 지도층, 공직자, 일반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9월 황교안 국무총리는 “삼성에 2000억원을 내라고 하고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에 돈을 내라고 하면 1조원을 모을 수 있겠지만 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력에 제한이 된다”며 기업 기부는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지금은 준강제적인 모금으로 변질된 모습마저 보여준다. 좋은 취지와 별개로 청년희망펀드는 기업의 입장에서 얼핏 ‘울며 겨자 먹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청년희망펀드 기부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기부액 규모와 참여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청년희망펀드는 이런 배경 탓에 진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그룹 총수의 기부행렬이 청년들의 실업의 아픔을 헤아린 기부가 아닌 마지못해 하는 기부 아니냐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도 찜찜한 상황이 됐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2000만원과 매달 월급의 20%씩 기부하는 청년희망펀드의 ‘1호 가입자’이지만 이달 중순까지 재벌총수의 참여가 있기 전까지 기부액은 60억원에 그쳤다.

이렇게 되자 청년층을 위한 기부가 아닌 정부의 눈치보기에 불과하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대통령이 앞장선 상황에서 눈치껏 기부금을 내는 게 차라리 속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 아무리 재벌 총수라도 약자에 속한다. 일부 기업들은 정부 인허가 사업이 걸려 있거나 총수와 기업 핵심 인사들이 수사 명단에 포함된 상황이다.

“낼까? 말까?
내는 게 속편해”


결국 알면서도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는 재벌기업 총수들이 시기를 봐서 기부 행렬에 동참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치 없는 총수 혹은 기업으로 비춰지는 것보다 차라리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게 속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껏 자발적으로 사회공헌사업에 충실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추가로 좋은 일에 동참한다고 봐야지 별수 있겠나”며 “청년희망펀드가 어떤 식으로 쓰일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냥 있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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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