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제주, 노동력 착취 논란 <전모>

실습대학생은 현대판 노예였다

제주도의 호텔롯데에 ‘노예’가 등장했다. 노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실습대학생들. 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호텔 측이 성수기에 부족한 인력을 값싸게 메우기 위해 실습대학생을 받는 편법을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시급 1900원에 노동만 주구장창
“피서철 일손 부족 값싸게 메우려는 것 아니냐” 비판

광주고용노동청에 한 부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내용인 즉슨, 제주도에 자리한 특1급 숙박업소 호텔롯데가 산학실습교육을 명분으로 대학생들에게 과중한 일을 시키면서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광주고용노동청이 노동력 착취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불만 호소 못해

광주노동청에 따르면 호텔롯데제주는 지난 7월 초 전국 80여 개 대학교에서 호텔·관광업을 전공하는 학생 150여명을 선발해 이달 말까지 2개월간의 산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 측은 실습생들에게 처음 3일 간만 인사 예절 및 서비스 교육을 한 채 현장에 투입시켰다. 학생들은 고객안내, 레스토랑 서비스, 주방 지원 등의 업무를 맡아 주 5일간 하루 9시간씩 일하고 있다. 과중한 업무였지만 그 대가는 시간당 1900원에 불과했다. 이는 최저임금인 시간당 411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실습생들은 불만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한 채 냉가슴만 쓸어내리고 있다. 산학실습을 이수한 학생에게만 인턴십의 기회를 주고, 인턴십을 수료한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직을 뽑는 채용구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호텔들이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다 실습교육을 구실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인상이 짙다”며 “제대로 된 교육이 뒤따르지 않는데 아르바이트랑 다를 게 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호텔롯데 관계자는 “실습대학생 대다수가 호텔 관련 학과 전공생이라 별도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며 “도내 다른 호텔 대부분이 이런 산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같은 해명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호텔롯데가 피서철 특수를 맞아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인건비를 절약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이윤 극대화도 좋지만 실습대학생들의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호텔롯데는 이 같은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텔롯데는 그동안 설비 및 신규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는 적극적인 반면, 직원 복지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부터 잠실 제2롯데월드와 부산롯데타운, 김해 복합단지, 김포스카이파크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 규모가 자그마치 1조2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신규 투자 및 인수를 결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유니버셜 테마파크와 베트남 대우호텔까지 포함하면 투자액은 훨씬 많아진다.
호텔롯데는 지난 2월 참여한 유니버셜 테마파크 3자 배정 유상증자에서 33.90%의 보통주를 취득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유니버셜 테마파크는 자본금 5000억원에 예상 총사업비만 3조원 이상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롯데는 호텔롯데 외에도 롯데자산개발, 롯데쇼핑 등 그룹의 계열사를 총동원해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호텔롯데는 대우건설이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인수를 검토 중이다. 대우호텔은 베트남의 랜드마크 격인 최고급 호텔로 인수대금은 약 1500억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회사 측의 투자는 직원들의 호응을 얻는 게 보통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이런 일반적인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직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과 줄어드는 근로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부문 중 하나인 롯데월드가 지난 5월 직원 130여 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면서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사측은 그 동안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다시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는 지난해 초 3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여론에 밀려 철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 ‘펑펑’ 복지 ‘찔끔’

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임금인상은커녕 적자를 이유로 들며 연봉이 평균 20% 가량 줄었다. 방법도 치졸했다. 시간외 수당이나 연차 사용 강요, 명절 대휴수당 삭감 등 온갖 편법이 동원됐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그만한 여력이 있다는 방증 아니겠나”라며 “투자는 아낌없이 하면서 직원복지는 오히려 후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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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