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폐업’ 거품낀 상조업계 현주소

피같은 돈을…문닫고 ‘배째라’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사별은 엄청난 고통이다. 그렇다고 마냥 슬퍼만 할 수는 없다. 3일간 장례 절차에 따라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조서비스가 폭넓게 보급되면서 장례를 원활히 치를 만한 여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다만 이 같은 경우는 튼실한 상조업체에 가입한 사람에 국한된 이야기다. 급한 일을 대비하고자 가입한 상조서비스가 정작 큰 일이 닥쳤을 때 별다른 도움이 되는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상조업체 대다수는 가입자가 약정된 금액을 매월 2만∼4만원씩 약 10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선불식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장례식을 치룰 때 한꺼번에 목돈이 들지 않도록 이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나눠 내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어느덧 상조업계는 등록업체 약 300개, 가입자 수 5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으로 변모했다.

300개 업체 등록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최근 상조업계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우후죽순처럼 업체가 늘어난 데다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대다수 상조업체의 재정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부실 상조업체들의 퇴출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올 3분기 선불식할부거래 상조업체 현황을 살펴보면 등록사항이 바뀐 업체 38곳을 비롯해 총 53건의 변경사항이 발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최근 상초업체 폐업건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불과 석 달 사이 실버뱅크, 클럽리치홀딩스, 센텀종합상조 등 3곳은 폐업했고 광일라이프, 아산라이프, 하나웰페어앤컴퍼니, 장수모아종합상조, 예조, 신한라이프 등 6곳은 등록 취소됐다. 이들 9개 업체에서는 현재 소비자 피해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같은 기간 새롭게 등록된 업체는 중앙고속 1곳에 불과했다.


상조업체 폐업은 단순한 사업철수가 아니다. 선수금을 받은 상조업체가 운영능력을 상실한 채 폐업하면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도나 폐업 후 다른 상조업체로 인수되면서 납부한 돈을 떼이거나 제한적인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경우 ▲중도해지 시 턱없이 적은 해약환급금 ▲가입된 상조업체의 연락두절 등 가입자들이 겪는 피해 유형은 꽤나 다양하다.

물론 가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지침’에 따르면 상조업체가 양도·합병·분할될 시 승계 사업자가 선수금 보전, 해약환급금 지급 등 모든 법적 의무를 승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원칙에 따라 회원승계를 하거나 전액 환급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상조 가입 후 만기까지 전액을 납부하더라도 해약이나 폐업 시 원금의 최대 85%까지만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어 폐업 시 가입자는 손해를 피하기 힘들다. 이마저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사 돌려받더라도 나머지 15%는 고스란히 상조회사의 수익으로 남겨진다.

문제는 추가로 폐업이 속출할 경우 비슷한 형태의 피해사례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프리드라이프, 보람상조, 부산상조, 재향군인상조회, 더케이예다함상조 등 수위권 상조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가운데 자본금 10억원 안팎에 불과한 업체가 부지기수다.

중소 규모의 상조업체들이 별다른 반등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남은 건 폐업뿐이다. 그 사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 관련 상담 건수는 2012년 7145건에서 지난해 1만7083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3개월간 9곳 퇴출…미지급 환급금 눈덩이
사실상 소비자 보호책 없어 “보완 시급”

게다가 최근 3년간 상조업체들이 회원들에게 미지급한 해약환급금만 해도 수십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지난 9월 공정위는 상조계약을 해지한 소비자들에게 일부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할부거래법을 위반하고 자료제출을 하지 않은 13개 상조업체를 적발하고 일부는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마저 제대로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정위가 상조업체 소비자 피해보상과 관련해 은행들로부터 아무런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꼬집고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의원은 “소비자 피해 보상을 제대로 실시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공정위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공정위는 소비자가 피해 보상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현재 선수금을 은행에 예치한 상조업체가 폐업이나 등록 취소 및 말소 등으로 문을 닫아 은행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업체는 88개. 현행 할부거래법상 선불식 상조업으로 등록하려는 업체는 고객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의 50%를 보전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후 폐업이나 등록취소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은행, 공제조합 등 지급 의무자는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설립 인가한 상조공제조합에서 보상해야 할 금액 1036억원 가운데 실제 보상금액은 56.9%인 590억원(7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가입자만 피해

결국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계약 전 해당 업체가 할부거래법 적용을 받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지난해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 및 ‘기업존속 불확실’ 진단을 받은 상조회사들이 다수 집계된 만큼 앞으로 상조업체 폐업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피해 사례가 증가해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 셈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묘시설 점검해보니…

전통적인 장례문화의 변화와 함께 장묘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정작 장묘시설 정보 제공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장묘서비스 이용자 6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묘업체 267개 중 90곳(33.7%)은 홈페이지 없이 운영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업체 일부는 장묘 상품의 가격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래조건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묘상품의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업체는 전체의 9%를 차지한 반면, 장묘상품의 거래조건을 표시하지 않은 업체는 78.5%로 매우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간의 짧은 장례로 경황이 없는 가운데 장묘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 특성상 소비자는 장묘에 관한 정보를 쉽게 취득해 비교·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장묘시설 선택 기준이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장례식장 주변의 소개인·중간상들이 전하는 한정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일부 업체는 중도해지 시 잔여금을 환불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비자원 조사결과 평균 장례비용은 1380만원으로 나타났다. 장례장소는 대형병원 장례식장이 41.6%로 가장 많았고 전문 장례식장(32.3%), 중소병원 장례식장(25.6%) 등이 뒤를 이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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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