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정치혐오 진단한 진시원 부산대 교수

“정치는 정치인 게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사회현상 중 하나는 ‘포비아(phobia)’다. 그 속에는 정치혐오(politicophobia)도 포함된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현대를 일컬어 ‘정치혐오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정치인은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이 된 지 오래다.


‘정치혐오’는 결국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10·28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20.1%였다. 사전투표 참여율 7.85%가 포함됐음에도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선거구 획정 등 굵직한 현안들로 인해 관심이 분산된 것도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국민들의 정치무관심이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다.

혐오는 무관심으로

한국정치학회(회장 최진우·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런 국민들의 무관심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지난달 19일 학회는 ‘국회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정치학 연구와 교육의 실용성: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정치교육진흥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발표가 있은 후 본 기자는 진 교수와 마포구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먼저 ‘관련 법안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을 던졌다. 진 교수는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서다”라며 “정치인들은 물론 시민사회운동가들을 만나도 정치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말한 대로 정치혐오증이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진 교수 또한 지금의 정치가 퇴행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등하고 충돌하는 곳이 국회인데,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해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공존·공감의 정치가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수정당의 강세, 진보정당의 약세’를 불러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진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진보정당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렇기에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관계가 정당에서 대변되지 못 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분단이라는 구조적 한계로 이데올로기의 협소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보수일변도 정당구조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례성의 증대, 그리고 정치교육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진 교수는 “지금의 선거제도가 국민들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 못하고 있다”며 “사표를 줄이기 위해 비례성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선거결과가 51%대 49%로 나오면 51%가 당선되고, 나머지 49%의 이해관계는 사표가 되는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투표율 최저치 기록
정치교육진흥법 필요성 제기

이를 위해 의석수 확대까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 군 60만을 대표하는 장성이 430여명 정도 되는데, 5000만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300명”이라며 “더 많은 의원들이 내 표를 반영해줘서 사표를 줄이는 것이 주권자가 버림받지 않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것이 결국 지역주의에 고착화된 양당구조를 개선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단순다수제’가 유지되면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종북·친일과 같이 프레임 전쟁이 과열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은 재선이 생명이기 때문에 정치공학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공동선보단 권력의 유지를 목표로 하다 보니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으로 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 문제를 예로 들었다. 비정규직·청년실업·가뭄문제 등 국민 삶과 직접 연계되는 것들은 제쳐두고 교과서로 다투는 현 실정을 지적했다.

때문에 ‘시민주권’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부산참여단체시민연대와 함께 시민주권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일임하지 말고 시민들이 정책결정을 주도하고, 전횡을 부리는 정치인을 탈락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권을 시민들이 스스로 행사하게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주장하는 시민주권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모든 것은 정치교육이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을 예로 든 그는 “(독일에는) 정치인·학생은 물론 서민들까지 소그룹별로 정치교육 모임이 많다. 이런 것을 통해 정치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토론한다”며 “(토론과 타협을 통해) 공익이 사익이 되고 사익이 공익이 되는 사회가 진정한 공화국이다”라고 주장했다.

아무래도 정치교육 문제다 보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진 교수 또한 그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다. 정치교육진흥법이 제정됐을 때 ‘보수교육만 시키는 것 아냐?’ 또는 ‘너무 진보로 가는 것 아냐?’와 같은 소모적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마치 국정화 문제처럼 말이다. 진 교수는 해외 사례를 통해 “영국에서도 시민교육을 추진할 때 보수당과 노동당의 이해득실로 논쟁이 있었다”며 “보수교육도 진보교육도 아니다. 민주주의 태도와 자세를 체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연대와 주권운동 펼쳐
“민주태도 함양이 지름길”

연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혼자서 끌고 갈 순 없는 문제다”라며 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학회, 사회교육학회, 윤리교육학회 등 관련 있는 단체들과 협의해 나갈 뜻을 전했다.

이러한 정치교육의 필요성을 비단 시민에게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정치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된다고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진 교수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주권을 위임받은 사람들이지 않냐”라며 “시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위임받은 자는 정치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범주로 군인·경찰뿐만 아니라 외교공무원·행정공무원·교사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체화할 때 국가가 바뀐다”며 “그렇기에 정치교육이 이들을 선발하는 시험에도 포함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정치가 공무원 시험에 포함되면 수험생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그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태도를 체화하는 것”이라며 “공무원이 국민 위에 있고 정치인이 공동선 보단 정치싸움만 한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야지 과목 하나가 늘어난다는 접근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심이 필요하다

진 교수의 주장은 자칫 국민들의 삶과 동 떨어진 얘기로 들릴 수 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뭘 또 배워야 하냐고 말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진 교수는 이러한 것들이 무겁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게 얘기하면 놀자는 것”이라며 “내 이해관계가 국가정책에 더 반영되도록 주도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면서 놀자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진 교수는 정치에 대해 “저들의 것이 아닌 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진 교수는 시민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시민들이 주체가 되고 민주시민의 주체가 돼서 정치를 바꾸는 것이다”라며 “함께 해보자”고 전했다.

<chm@ilyosisa.co.kr>

 

[진시원 교수는?]

▲영국 워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
▲부산MBC 라디오 ‘생방송 시사터치’ 진행자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
▲현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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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