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린 담뱃세 여론조작에 쓰였다?

담배기금 사용처 논란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담뱃값이 인상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흡연율 감소 등 국민의 건강증진이 명분이었으나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금연홍보를 이유로 받은 예산을 담뱃값 인상을 옹호하는 정책홍보예산으로 사용했음이 밝혀졌다. 정부가 담배부담금을 엄한 곳에 사용한다는 비난에 반박할 수는 없어 보인다. 건강증진사업비가 줄어드는 동안 담배 판매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담뱃세 예상세수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98%(1577만5942명)가 납부한 근로소득세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6일, 네이버뉴스 메인화면에 ‘담뱃값 인상 9개월…금연효과는?’이란 제목의 카드뉴스가 올라왔다. 유력 뉴스통신사를 통한 해당 기사는 ‘담뱃값 인상 9개월, 꼼수 증세 VS 금연 효과 있다’라는 기사 초반의 양비론적 시각과는 다르게, 중반 이후부터는 ‘올 들어 7개월간 판매량 6.3억갑 감소’ ‘한국, 담뱃값 인상에도 주요국 보다는 낮은 상황’등과 같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여론 희석용

중간제목으로 등장한 ‘꼼수 증세’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기사는 작은 글씨로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담뱃값 인상을 옹호하는 해당 기사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건강증진기금 중 건강증진사업비에 책정된 ‘금연홍보예산’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흡연자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이 흡연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정부의 정책홍보에 쓰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정책PR 전문기획사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발표가 있었던 시점 전후부터 금연홍보 용역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금연정책홍보였던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며 “보건복지부의 입맛에 맞는 지표와 데이터 해석을 사용했는데, 정부용역을 하다 보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기사도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세다보니 비흡연자들을 노린 여론조작이 아니겠냐?”고 밝혔다. 기사가 올라온 날짜와 일방적인 자료해석을 이유로 들었다. 바로 전날 국정감사에서, 판매감소율을 당초 34%에서 25% 등으로 조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흡연자들의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함이란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요 정책에 관한 홍보를 맡은 대변인실은 해당 기사에 대한 지원이 금연홍보 및 금연사업 담당자의 소관임을 밝혔고, 건강증진과의 해당 담당자는 “해당 기사가 건강증진기금의 건강증진사업비에서 지출된 것은 사실이다. 금연홍보예산에서 지출되었고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적합한 방법으로 집행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에 대한 지원이 금연홍보예산에서 지출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해당 기사에 사용된 자료는 모두 사실이고 담배의 가격을 조정하는 정책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한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배판매량의 감소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6.3억갑의 감소치도 흡연자들의 사재기에 따른 것이란 해석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담뱃값 인상 10개월…건강증진비 26.4% 불과 
인상으로 걷은 세금 "엉뚱한 데 쓰고도 당당"

건강증진기금은 지난 1995년 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담배부담금을 재원으로 1997년부터 조성됐다. 당초 목적은 흡연자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런 재정원칙으로 따지면 담배부담금은 원칙적으로 부담금 납부의무자인 흡연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우선 사용해야 한다. 담배부담금이 재정조달 목적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고, 집단 효율성 요건을 충족하려면 어디까지나 흡연자를 위해 일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증진기금 중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지난달 22일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2016년 예산안 상정에 따른 질의를 통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세출사업 중 국민건강생활 실천 등 포괄적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2014년 34.2%에서 2015년 34.1%, 2016년 계획안에는 31.3%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2016년도 계획안에 따른 건강증진기금 수입은 총 3조8638억원이며 이중 담배부담금이 2조9099억원으로 대부분인 76.3%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고유목적사업인 건강증진사업의 비중이 해마다 줄어든 것도 문제고,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부담금이 증가하였음에도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을 줄인 것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올해 새로 시작한 금연사업 예산 대부분을 축소한 것과 관련해 "미진한 사업부분은 줄이는 게 바람직하긴 하지만, 국민건강증진과 금연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린 점을 고려할 때 금연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축소하는 것은 정부 금연정책과 부합하는 예산편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며 남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연구개발과 정보화, 의료시설 확충, 의료비 지원 등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의 목적에 맞지 않은 사업은 일반회계로 이관하고 기금의 애초 목적인 건강증진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번 경우와 같이 금연정책과 부합하는 예산이 정책홍보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고유목적인 건강증진사업비로 사용되는 실제 비중은 더욱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금연사업예산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건강증진기금 관련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의 담당자는 “남인순 의원이 쟁점화한 부분은 사실을 말한 것이기 때문에 반론을 하거나 반박자료를 작성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며 “건강증진기금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시되거나, 절차에 따르지 않고 진행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올해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면서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도 1갑당 354원에서 841원으로 급상승했다. 담배를 통한 보건복지부의 수입은 2014년 1조6000억원에서 2016년 2조9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이렇게 증가한 담배부담금으로 각종 사업계획을 짜면서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기금사업비의 60% 정도를 국민건강보험지원사업에 떼어놓았다.
 

기금이 아닌 일반예산을 투입해야 마땅한 연구개발(R&D)과 정보화, 의료시설 확충사업 등에도 9.1%를 책정했다. 의료비 지원에도 2.9%를 편성했다. 고유목적인 건강증진사업비로는 28.4%밖에 배정하지 않았다.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총액이 상승했기 때문에 사업비 자체의 예산은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늘어난 예산을 가지고 지역사회중심 금연지원서비스, 금연치료지원,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 단기금연캠프, 흡연 폐해 연구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금연정책개발·정책지원 등 다양한 신규 금연사업을 만들어 벌였다. 기존에 실시했던 금연사업들과 함께 건강증진기금 재정원칙에 부합하는 고유목적사업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이 금연사업 들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연사업예산을 160억원 가량 줄였고, 올해 새로 시작한 금연사업 예산 대부분을 축소했다. 특히 청소년 흡연예방을 위한 학교흡연예방사업 예산을 올해 444억1500만원에서 내년에는 333억1100만원으로 25%나 줄였으며, 금연치료지원 사업비도 128억원에서 81억800만원으로 36.7% 축소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일반회계에 사용될 예산을 건강증진기금에서 사용하는 측면이 문제시 되는 것이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의 최대호 정책부장은 “건강증진기금이 보건복지부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기금사용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간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자료는 무시하고, 본인들 입맛에 맞는 자료만 사용하여 정책홍보를 한다면, 그 뿐 아니라 정책홍보비를 금연홍보예산에서 집행한다면 이는 담배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기만"

한국담배협회에 따르면 7월 담배 판매량은 3억5000만갑으로 최근 3년 동안 월평균 판매량 수준을 회복했다. 또 한국납세자연맹은 2016년 담뱃세 예상세수가 12조6084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근로소득자의 98%(1577만5942명)가 납부한 근로소득세수 12조720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 등 국민의 건강증진이 명분이었다. 늘어난 담뱃세를 고유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정부는 ‘꼼수증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