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린 담뱃세 여론조작에 쓰였다?

담배기금 사용처 논란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담뱃값이 인상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흡연율 감소 등 국민의 건강증진이 명분이었으나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금연홍보를 이유로 받은 예산을 담뱃값 인상을 옹호하는 정책홍보예산으로 사용했음이 밝혀졌다. 정부가 담배부담금을 엄한 곳에 사용한다는 비난에 반박할 수는 없어 보인다. 건강증진사업비가 줄어드는 동안 담배 판매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담뱃세 예상세수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98%(1577만5942명)가 납부한 근로소득세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6일, 네이버뉴스 메인화면에 ‘담뱃값 인상 9개월…금연효과는?’이란 제목의 카드뉴스가 올라왔다. 유력 뉴스통신사를 통한 해당 기사는 ‘담뱃값 인상 9개월, 꼼수 증세 VS 금연 효과 있다’라는 기사 초반의 양비론적 시각과는 다르게, 중반 이후부터는 ‘올 들어 7개월간 판매량 6.3억갑 감소’ ‘한국, 담뱃값 인상에도 주요국 보다는 낮은 상황’등과 같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여론 희석용

중간제목으로 등장한 ‘꼼수 증세’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기사는 작은 글씨로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담뱃값 인상을 옹호하는 해당 기사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건강증진기금 중 건강증진사업비에 책정된 ‘금연홍보예산’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흡연자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이 흡연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정부의 정책홍보에 쓰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정책PR 전문기획사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발표가 있었던 시점 전후부터 금연홍보 용역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금연정책홍보였던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며 “보건복지부의 입맛에 맞는 지표와 데이터 해석을 사용했는데, 정부용역을 하다 보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기사도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세다보니 비흡연자들을 노린 여론조작이 아니겠냐?”고 밝혔다. 기사가 올라온 날짜와 일방적인 자료해석을 이유로 들었다. 바로 전날 국정감사에서, 판매감소율을 당초 34%에서 25% 등으로 조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흡연자들의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함이란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요 정책에 관한 홍보를 맡은 대변인실은 해당 기사에 대한 지원이 금연홍보 및 금연사업 담당자의 소관임을 밝혔고, 건강증진과의 해당 담당자는 “해당 기사가 건강증진기금의 건강증진사업비에서 지출된 것은 사실이다. 금연홍보예산에서 지출되었고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적합한 방법으로 집행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에 대한 지원이 금연홍보예산에서 지출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해당 기사에 사용된 자료는 모두 사실이고 담배의 가격을 조정하는 정책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한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배판매량의 감소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6.3억갑의 감소치도 흡연자들의 사재기에 따른 것이란 해석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담뱃값 인상 10개월…건강증진비 26.4% 불과 
인상으로 걷은 세금 "엉뚱한 데 쓰고도 당당"

건강증진기금은 지난 1995년 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담배부담금을 재원으로 1997년부터 조성됐다. 당초 목적은 흡연자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런 재정원칙으로 따지면 담배부담금은 원칙적으로 부담금 납부의무자인 흡연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우선 사용해야 한다. 담배부담금이 재정조달 목적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고, 집단 효율성 요건을 충족하려면 어디까지나 흡연자를 위해 일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증진기금 중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지난달 22일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2016년 예산안 상정에 따른 질의를 통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세출사업 중 국민건강생활 실천 등 포괄적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2014년 34.2%에서 2015년 34.1%, 2016년 계획안에는 31.3%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2016년도 계획안에 따른 건강증진기금 수입은 총 3조8638억원이며 이중 담배부담금이 2조9099억원으로 대부분인 76.3%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고유목적사업인 건강증진사업의 비중이 해마다 줄어든 것도 문제고,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부담금이 증가하였음에도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을 줄인 것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올해 새로 시작한 금연사업 예산 대부분을 축소한 것과 관련해 "미진한 사업부분은 줄이는 게 바람직하긴 하지만, 국민건강증진과 금연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린 점을 고려할 때 금연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축소하는 것은 정부 금연정책과 부합하는 예산편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며 남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연구개발과 정보화, 의료시설 확충, 의료비 지원 등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의 목적에 맞지 않은 사업은 일반회계로 이관하고 기금의 애초 목적인 건강증진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번 경우와 같이 금연정책과 부합하는 예산이 정책홍보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고유목적인 건강증진사업비로 사용되는 실제 비중은 더욱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금연사업예산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건강증진기금 관련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의 담당자는 “남인순 의원이 쟁점화한 부분은 사실을 말한 것이기 때문에 반론을 하거나 반박자료를 작성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며 “건강증진기금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시되거나, 절차에 따르지 않고 진행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올해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면서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도 1갑당 354원에서 841원으로 급상승했다. 담배를 통한 보건복지부의 수입은 2014년 1조6000억원에서 2016년 2조9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이렇게 증가한 담배부담금으로 각종 사업계획을 짜면서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기금사업비의 60% 정도를 국민건강보험지원사업에 떼어놓았다.
 

기금이 아닌 일반예산을 투입해야 마땅한 연구개발(R&D)과 정보화, 의료시설 확충사업 등에도 9.1%를 책정했다. 의료비 지원에도 2.9%를 편성했다. 고유목적인 건강증진사업비로는 28.4%밖에 배정하지 않았다.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총액이 상승했기 때문에 사업비 자체의 예산은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늘어난 예산을 가지고 지역사회중심 금연지원서비스, 금연치료지원,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 단기금연캠프, 흡연 폐해 연구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금연정책개발·정책지원 등 다양한 신규 금연사업을 만들어 벌였다. 기존에 실시했던 금연사업들과 함께 건강증진기금 재정원칙에 부합하는 고유목적사업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이 금연사업 들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연사업예산을 160억원 가량 줄였고, 올해 새로 시작한 금연사업 예산 대부분을 축소했다. 특히 청소년 흡연예방을 위한 학교흡연예방사업 예산을 올해 444억1500만원에서 내년에는 333억1100만원으로 25%나 줄였으며, 금연치료지원 사업비도 128억원에서 81억800만원으로 36.7% 축소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일반회계에 사용될 예산을 건강증진기금에서 사용하는 측면이 문제시 되는 것이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의 최대호 정책부장은 “건강증진기금이 보건복지부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기금사용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간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자료는 무시하고, 본인들 입맛에 맞는 자료만 사용하여 정책홍보를 한다면, 그 뿐 아니라 정책홍보비를 금연홍보예산에서 집행한다면 이는 담배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기만"

한국담배협회에 따르면 7월 담배 판매량은 3억5000만갑으로 최근 3년 동안 월평균 판매량 수준을 회복했다. 또 한국납세자연맹은 2016년 담뱃세 예상세수가 12조6084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근로소득자의 98%(1577만5942명)가 납부한 근로소득세수 12조720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 등 국민의 건강증진이 명분이었다. 늘어난 담뱃세를 고유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정부는 ‘꼼수증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