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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17일 16시38분

일요신문고

<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16)돈의문뉴타운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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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가라니 막막합니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열여섯 번째 이야기는 도시개발의 뒤편으로 내몰린 돈의문뉴타운 철거민입니다.

1980년대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국내 건설경기는 도시의 모습마저 순식간에 변모시켰다. 그 사이 세월의 광풍을 머금은 낡은 단층 건물과 언덕배기 골목길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번쩍이는 고층빌딩이 세워지고 재개발이라는 이름아래 곳곳에서 굴착기 소음이 끊임없이 퍼졌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 상당수는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개발에 따른 보상금이 주어졌지만 긴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세월의 무게와 견주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비단 신도시나 변두리에서 통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도 마찬가지다.

역사공원 조성

광화문에 인접한 신문로2가 일대 돈의문뉴타운지구는 변신을 앞두고 있다. 이미 인근지역은 대단위 아파트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중이고 이곳 역시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돈의문뉴타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는 이 지역 일대를 역사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할 예정이다.

당초 공원정비계획은 전면철거 후 공원 조성이 기본 골자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인근지역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 거주민 이주 이후 일부 건축물을 존치한 상태에서 역사공원으로 꾸민다는 포부를 밝힌 상황이다.


서울성곽과 경희궁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비계획도 일부 변경했고 공원조성을 위한 예산 확보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조합이 근린공원 조성비용으로 책정한 약 25억원을 포함해 서울시 주택사업특별회계를 사용한다는 계획도 한층 구체화됐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 6월 공원이 개관한다.

지난 2013년 “용산참사에서 드러난 각종 철거비리와 재개발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시가 돈의문 일대에서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재개발의 아픔을 간직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공원 조성계획은 정작 이곳에 터를 두고 지금껏 살아온 사람들에게 아픔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서울시의 공원조성 계획에 이곳 상인들에 대한 배려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감 없는 이주 보조금이 문제였다.

돈의문뉴타운 지정구역에서 20년 가까이 상점을 운영중인 A씨는 당장 살길을 찾아야 이곳을 떠나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미 지난달 재개발조합은 강제 퇴거를 진행할 수 있다는 통첩을 전달했다.

그러나 보상비 명목으로 책정된 금액은 약 50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금액으로는 다른 곳에서 장사를 시작하기에 터무니없이 모자란다. 돈의문뉴타운 인근 지역은 큰 회사들이 주변을 둘러싸있고 수요가 많아 지금껏 높은 월세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장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어진 보상금을 기반으로 지금과 비슷한 환경을 찾아 떠난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물론 영업보상비를 받고 자진 철수한 상인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A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만 해도 10여 명에 이른다.
 

A씨는 “긴 세월동안 터를 잡고 생활한 이곳은 내게 고향이나 마찬가지다”며 “어디로 가서 다시 터전을 닦아야 할지 막막할 뿐만 아니라 막상 가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겨울 앞두고…철거 예정자들 하소연
“쫓기듯 떠나야” 제2의 용산사태 우려

그 사이 기존 상인들과 서울시, 조합 간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상가세입자들의 거센 반발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 지역 상인들은 인근 돈의문뉴타운1구역 상가세입자들이 주축이 된 전국철거민협의회와 함께 단체 행동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문뉴타운1구역 상가세입자들 역시 조합의 충분치 못한 보상금액과 쫓기듯 내몰렸기에 일정부분 공통분모를 두고 있긴 마찬가지다.

서울시 종로구 홍파동에서부터 교남동을 아우르는 돈의문뉴타운1구역은 2003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책에 따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뒤 이듬해부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이 한창이며 내년 준공을 앞두고 분양이 이뤄지는 중이다.
 


물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수차례 강구됐다. 서울시, 조합, 상인들 사이에 이주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사전협의체가 구성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사전협의체를 통해 대책을 강구하기엔 상인들과 서울시의 입장이 애초부터 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협의체는 기본적으로 해당지역 상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해진 조치”라며 “법적인 절차에 따라 사업을 구상한 만큼 사적인 이익을 모두 충당할 수 없고 중재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10여 명 남아

이렇게 되자 돈의문뉴타운에서 제2의 용산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조성되고 있다. 2009년 1월 벌어진 용산사태는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참극이었다. 당시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국가는 철거민 8명에게 인명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이들은 결국 감옥에 갔다.

A씨는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 대다수는 이곳에서 뼈를 묻는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쫓아내면 우린 미래가 없다. 이곳에서 제2의 용산참사 벌어지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뉴타운사업 현황

아파트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정작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100%를 넘긴 주택 보급률은 2014년에 103.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뉴타운사업으로 대표되는 대단위 아파트 조성공사가 주택보급률 상승에 일조했다고 평가한다.

뉴타운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2년에 은평·길음·왕십리 3곳을 시범 뉴타운지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일부지역은 뉴타운 조성사업을 위해 그린벨트까지 해제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구는 35곳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이 들어선 2012년이 돼서야 뉴타운 출구전략이 시작돼 뉴타운 등 서울시내 재개발 지구 683개 중 절반가량이 지정 해제됐거나 해제될 예정이다.

그러나 뉴타운사업은 아파트를 늘렸을 뿐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긴 힘들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소유 주택 거주 비중은 53.9%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의 자가점유율은 45.9%였고 서울은 16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인 40.2%였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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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6·1 보궐선거> 출마한 안철수·이재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여기간 2022-05-12~2022-05-30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6·1 보궐선거 지역 중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가장 탐내던 자리가 있다. 바로 송영길 전 대표가 내놓은 인천 계양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곳으로 그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될 때 대들보 역할을 자청하던 곳이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인식 속에 민주당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천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천신청서는 휴지통에 버려져야 했다. 해당 지역구에 이재명 상임 고문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확정됐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고문이 연단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열띤 성원을 보냈다. 탐나는 당 대표 마이크를 잡은 이 고문은 지지자들을 향해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 좀 덜 할 걸 그랬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나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실제로 이 고문의 측근들이 그의 출마를 끝까지 말렸다고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고작 두 달가량밖에 안된 시점이기도 했고,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떳떳하지 못한 이 고문에게 두 달의 잠행은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민심은 아직도 좋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문처럼 두 달만에 정계 복귀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사실 대선주자의 정계 복귀가 대한민국 정계에서 그렇게까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패배 후 복귀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2개월은 너무 짧지 않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통령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적어도 1년 가까운 기간의 숙고를 거친 후에야 정계 복귀를 선택했다. 이 고문의 이례적인 행보는 정치 평론가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게 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모를 리 없는 그에게 ‘왜 지금, 왜 인천에 출마했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계 관련자들은 여기에 적어도 세 가지 노림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노림수에 대한 의심은 ‘0선’의 대권후보였던 이 고문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 고문은 정치 시작부터 대선 전까지 늘 지방선거에만 출마해왔다. 큰 선거가 있을 때 특정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들은 다수 있었지만, 본인 당선된 선거는 성남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뿐이다. 이 때문에 세간의 의심은 당 대표 자리에 쏠리고 있다. 이 고문이 진정 원하고 있는 자리는 당 대표라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번에 놓친 대통령 자리를 다음 대선에서 거머쥐기 위해서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이 받쳐주지 못한 대통령 후보는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계양을 출마 확정 고작 2개월 칩거…부정적 여론 더 커 이번 대선에서 그랬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분석한 이재명 캠프 측의 한 인사는 패배 요인 중 ‘민주당의 분열’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겉으로는 하나가 된 척 쇼를 했지만, 실제 내부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친문(친 문재인)파’와 ‘이재명계’간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29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예산 편성권과 공천권을 동시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문이 만일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당내에 있는 ‘반이재명계’의 힘을 줄여 놓을 힘이 생긴다. 이후 출마할 대통령선거 전에 발판을 미리 닦아놓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라면 누구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갖는다. 입후보하고 싶은 민주당 권리당원은 기탁금(2020년 기준 8000만원)을 내기만 하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정계에서는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는 나왔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며 “장외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과 장내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려면 ‘반이재명계’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이것을 장외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확실히 민주당 리더의 대세는 현재 이 고문이 맞지만, 대세가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지려면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 민주당 당 대표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대부분 원내 인사들이었다. 아직은 소수인 ‘이재명계’ 의원들의 결속과 ‘반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견제 및 포섭까지 하려면 그가 직접 여의도 내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해석이다. 정계가 의심하고 있는 이 고문 출마에 대한 두 번째 노림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대선 전부터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말은 ‘지면 감옥 가는 선거’였다. 방탄의원단 면책특권? 선거 기간 내내 피 튀기는 네거티브 공방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고문은 서로를 향해 고소 고발을 진행하며 대선을 뜨겁게 불태웠다. 윤 대통령에게는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문제가, 이 고문에게는 대장동 리스크와 경기도지사 시절 공금 횡령 문제가 따라다녔다. 대선 후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건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이 고문의 리스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은 이 고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고문이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런 시도는 국민의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대선 과정만 하더라도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의 인연을 강조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고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주장하는 ‘수사 방탄’ 의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44조에 기인한다.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적시돼있다. 2항에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회기 중 체포도, 또 체포 후에 석방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부의 힘이 다소 약하던 시절,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소신발언하고 양심에 따라서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 와서 그 의미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까운 예는 1999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연루된 본인의 측근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7개월간 임시국회를 소집한 일이다. 당시 이 총재와 측근들은 대선을 치르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총재의 측근들은 국세청을 동원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았고,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 끝에 그중 몇몇은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혐의를 의심받던 용의자들이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총재가 임시국회를 여는 바람에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측은 임시국회 소집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 대책 심의 등 다뤄야 할 현안이 많다”고 항변했지만, 당시 여론은 의원들의 체포를 막으려는 ‘꼼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측근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이 총재는 수차례 임시국회를 열어야 했다. 감독서 선수로 언론은 이를 빗대 ‘방탄 국회’라 보도했고 곧 ‘방탄 국회’는 불체포특권에 숨는 의원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 대명사를 최근에야 이 전 대표가 다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이 고문의 출마 의미를 다시 해석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국회의원이 임시국회에 숨어 체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당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되는 일은 그동안 몇 번 있어왔다. 2020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받고 검찰로부터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상태였다. 청주지방법원은 그에게 기소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3030만원을 선고했다. 그의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국회는 정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빠르게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186명의 국회의원 중 16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국 체포됐다. 민주당 측은 정 전 의원처럼 뚜렷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현역 의원이라도 누구든지 체포될 수 있는 게 요즘 국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간의 의심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민주당 측의 주장도 사실이지만 이 고문이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부당한 외압 수사’라며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에 거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 이상인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제1정당이다. ‘야인’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보다 ‘국회의원’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가 한결 어려워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의 세 번째 노림수를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고문의 출마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이재명계’ 지방선거 주자 모두가 공천을 받은 후에 비로소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시점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국회로 들어가려? “시대 변했는데 무슨∼” 공천 잡음을 가장 많이 야기했던 곳은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장은 송 전 대표가 받았다. 이 고문의 대선을 함께 뛰었던 송 전 대표는 “당의 요구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며 “(서울시장 출마는)희생하러 가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단수 공천’ 이야기도 언론에 흘리는 등 그의 선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인천에만 연고가 있는 인사가 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냐는 지적과 함께 투명한 공천룰 도입을 촉구했다. 논란은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미 시장 출사표를 던진 ‘서울 기반의 민주당 의원들’과 ‘반이재명계’ 의원들이 합세해 ‘친이재명계’ 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는 한때 공천에서 ‘완전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치르며 공천장을 받아든 송 전 대표지만 ‘이재명계’의 이번 선거 부담은 더욱 가중돼있는 상태다. 경기도지사 공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정도만 약할 뿐이지 여기서도 ‘친이재명계’에 대한 편애를 지적하는 후보가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앞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직에는 이미 조정식·안민석 의원 및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전 부총리의 출마 선언이 나오자 경쟁자들의 총질이 시작됐다. 김 전 총리의 경쟁자들은 공천룰이 부당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후보들의 몇몇 핵심 측근은 이재명 캠프 인력이 대거 김 전 부총리를 돕고 있다고 양심 선언을 하기도 했다. 무난히 공천을 받지 못한 ‘이재명계’ 후보들과 이 고문 본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 시 명장으로 이름을 남기겠지만, 진다면 패장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대선 패배로부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의 패배까지 책임지라고 한다면, 당 대표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그 책임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인이 보선에 뛰어들어서 ‘감독’으로서 역할보단 ‘선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이 고문은 ‘본인의 사람들’이 모두 공천받을 때까지 기다렸고, 모든 퍼즐이 맞춰진 후에야 ‘출마 선언’을 했다. 한걸음 뒤로 책임은 안 져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해석이 모두 맞을 수는 없다. 이런저런 행보를 하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치다. 이 고문의 이번 인천 출마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고, 또 그중에는 오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 고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이 고문이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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