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한국공항공사 성추문 백태

멀쩡한 팀장이 여직원에 몹쓸짓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의 직장. 그러나 조직 내부는 외부의 동경과 달리 마냥 깨끗하지 않다. 조금씩 드러난 인권유린의 흔적은 어쩌면 극히 일부분이다. 모두가 희망하는 공기업이라는 이미지와 심각한 내부부조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는 계속된다. 그 사이 한국공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전국 14개 공항을 효율적으로 관리 및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다. 항공산업의 육성·지원에 관한 사업도 공항공사의 몫이다.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최고 수준이고 평균 연봉은 공기업 사이에서도 상위권이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다.

기강 해이 심각

최근 공항공사는 생각지 못한 구설수로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국토교통위원회 국점감사가 도화선이었다. 공항공사의 치부로 여겨지던 성추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 시점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공항공사에서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 납품비리, 직무소홀, 성희롱 등으로 징계받은 직원이 31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징계유형별로는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4명 ▲감봉 9명 ▲견책 11명 등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토위 공기업 중 최근 3년간 성추행 사건 발생 1위는 한국공항공사”라며 “1년에 한 번꼴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 의원은 “비슷한 수위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보안검색을 담당한 직원은 해임됐고, 또 한명은 정직3월 및 강임 조치가 이뤄졌으며 다른 한 명은 정직3월 등의 처분이 널뛰기로 이뤄졌다”며 “공기업 성추행 문제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전담기구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공항공사 내부에서 자행된 심각한 성희롱 문제였다. 특히 공항공사 소속 A팀장은 지난 2013년 7월31일부터 2014년 5월30일까지 일년 가까이 같은 팀으로 근무했던 인턴 여직원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더욱이 A팀장은 2014년 11월 퇴근 무렵 여성인턴에게 카톡으로 “오늘 패션 좋다. 사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인턴 여직원이 상반신만 카톡으로 보내주자 재차 몸 전체가 다 나오게 찍어서 보내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인턴 여직원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꺼질 것 같다”고 하자 “집에 가서 전신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요구까지 했다. 그러면서 A팀장이 자신의 상반신을 셀카로 찍어 인턴 여직원에게 전송해 그 인턴 직원이 불쾌감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2013년 7월부터 근무했던 인턴 여직원에게 평소 캐주얼하게 입고 출퇴근하다 어느 날 정장을 입고 출근했더니 “어른이 다 됐다”고 하면서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한 적도 있었다. 또한 2012년 12월부터 3개월 정도 근무했던 다른 인턴 여직원에게는 소속팀 사무실 옆 공간에서 둘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진을 같이 찍은 사실도 있었다.

결국 A팀장은 ‘성희롱 및 품위유지 위반’ 사유로 지난 6월 18일자로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게 된다.
놀라운 건 징계를 받은 A팀장은 2013년 12월13일 ‘2014년 교통문화발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불과 1년6개월 사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우수사원 표창을 받은 직원이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문제는 공항공사가 이미 성희롱을 비롯한 내부 기강해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천명했음에도 똑같은 사례가 되풀이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희롱을 했던 A팀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석했고 성희롱 해당 기준을 충분히 숙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팀장이라는 직위상 성희롱 예방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례처럼 겉으로 드러난 성희롱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기업 내부에 만연한 성희롱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성희롱·성추행 1위 공기업…국감서 난타
가해 직원 대통령표창 “내부 통제불능?”

직장 내 성희롱이 법으로 다뤄진 것은 1999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조항을 신설하면서부터다.

해당법 시행규칙은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일 등 신체적ㆍ언어적 성희롱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사업주는 지체 없이 가해자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고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진 지 십 수년이 지나도록 직장 안에서 성희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직장문화 특성상 피해자가 함구한 채 속앓이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단 대다수 부하직원들이 상대적 약자인데다 용기를 내더라도 내부고발자로 찍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흔하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김석기 사장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되고 있다. 경찰청의 요직을 거쳐 공항공사에 부임한 김 사장은 그간 기강확립과 내부통제에 엄격한 인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례가 드러났다는 것은 그간 공항공사의 방만한 운영이 도를 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사이 공항공사는 공기업 가운데 성희롱 1위라는 불명예마저 얻었다.

강 의원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경찰 고위간부 출신이라서 기강 확립과 내부 통제가 엄격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히려 온갖 비리와 직무소홀 등 근무기간 해이가 심각하다”며 “공항공사는 국가 중요 보안시설의 관리·운영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공항공사는 성희롱 이외에도 직무 관련 금품수수와 납품비리, 근무지 무단이탈 등 김 사장 취임 후 비리와 근무 기강 해이문제가 연이어 불거졌다. 2013년 11월 방음창호공사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로 2명이 파면당했고 정직 3개월과 견책도 각각 1명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항행안전장비 납품비리 검찰수사 등으로 직원 4명이 중징계인 파면을 당했다.

빙산의 일각?

특히 지난 1월에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여권위조 등으로 입국이 거부돼 강제 출국을 기다리던 외국인이 공항 담장 밖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 청원경찰 5명이 공항 경계근무 실패 등의 사유로 정직·감봉 등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리 만연’ 인천시 대책은?

잇단 공직비리로 불명예를 안은 인천시가 공직기강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인천시는 공직자 및 공기업 직원들의 고질적 토착비리, 시민 생활밀착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감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 및 향응수수 행위와 공금 횡령·유용,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 통지 및 경조 금품 수수 등의 비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행, 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건설·건축·회계 등과 관련해 예산 목적 외 사용과 예산낭비 사례, 부당한 구비서류 요구 및 지연처리, 업무전가, 무사안일 등의 생활 밀착형 민원비리에 대해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감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천시는 최근 잇따른 공직비위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한 6급 공무원은 위탁사업 협회로부터 사업을 만들어주겠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공여자의 동생 취업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6급 공무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고가교 보수공사에 참여시키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수차례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논란이 됐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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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