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분쟁 2라운드 '장남의 반란' 관전포인트

더이상 물러날 곳 없다 ‘배수의 진’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훗날 조선 3대 임금으로 등극한 이방원은 왕위에 오르기까지 숱한 피를 재물로 삼았다. 자신의 정적들을 차례로 제거하고 심지어 아버지로부터 권력마저 빼앗았다. 최근 롯데그룹 꼭대기에서 벌어지는 왕위 쟁탈전도 비슷한 모습이다. 이방원과 조선, 신동빈과 롯데그룹의 관계는 묘하게 닮아 있다. 차이라면 장애물을 철저히 없앤 이방원과 달리 신동빈은 정적에게 도발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이 또 한 번 내홍에 휘말렸다. 돌이켜보면 지난 8월 발생한 형제 간 왕위계승싸움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당시보다 더 큰 규모의 제2막이 시작된 셈이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차남이 우위를 점한 사실은 변함없다. 다만 아버지의 후광을 기으로 장남이 이전보다 면밀히 준비해 온 만큼 섣부를 판단은 금물이다. 차남의 우군을 자처했던 세력이 판도를 좌지우지할 키를 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자신하는 동생
출렁이는 롯데

분쟁의 시작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그룹 지분 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를 장악하고 동생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향해 칼끝을 겨누면서 비롯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4일 일본 광윤사 긴급 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시켰다. 이사회에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던 지분 50%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주식 1주를 사들여 과반 지분도 확보했다.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며 이러한 자격으로 지금부터 롯데그룹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바로잡고 개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둔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영권 다툼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약 1/3에 이르는 종업원지주회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산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신동주의 난’ 노림수 혹은 무리수 
‘정점’광윤사 장악…신동빈 해임

승부의 관건은 지난 8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드러났듯이 종업원지주회가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로 귀결된다. 현재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의 2대주주(27.8%)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정리된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위에서 군림해온 신 총괄회장 일가의 사실상 가족회사다. 신동주 전 부회장(50%), 신동빈 회장(38.8%), 신격호 총괄회장(0.8%),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10%) 등이 100% 소유하고 있다.

또한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이다. 롯데홀딩스는 지분 구조는 광윤사(28.1%), 종원원지주회(27.8%), 관계사(20.1%), LSI(10.7%), 오너일가(7.1%), 임원지주회(6.0%), 롯데호텔(5.5%), 롯데재단(0.2%) 등으로 이뤄졌다.

지금껏 종업원지주회의 이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이 맡았고 롯데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큰 변동이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주총에서 돌연 종업원지주회는 신동빈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은 개별 구성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표성에 따라 움직인다. 종업원들이 개별적으로 주식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개별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배당으로 보상받는다.


게다가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은 이사장 한명에 의해 행사된다.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 이사회 개최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사회 구성이나 구체적인 이사회 결의 방식은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

결국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확보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는 종업원지주회를 끌어들이는 게 숙제다. 그리고 종업원지주회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나설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SDJ코퍼레이션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은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실패 사례 등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이번엔 다르다’
의결권 미지수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준비가 이전보다 착실해진 만큼 이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종업원지주회 지분이 신동빈 회장에게 무작정 쏠린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최대 지분을 보유한 광윤사의 대표이사가 된 이상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종업원지주회를 자신의 우호 지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종업원지주회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 지분 상당수를 종업원들에게 일정부분 나눠준 형태로 출범했다.설립 과정을 감안하면 종업원지주회가 무작정 신동빈 회장에게 힘을 싣는다고 보기 힘든 셈이다. 오히려 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을 배당으로 분배하는 만큼 주총 때 최대주주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3% 남짓을 소유한 이건희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도 어찌 본다면 비슷한 맥락이다. 압도적으로 주식을 많이 보유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다.
 

물론 종업원지주회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의중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종업원지주회는 경영권의 향방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입장에 놓인다. 다만 지금까지 행보를 비춰볼 때 종업원지주회는 그리 능동적인 집단은 아닌 듯한 인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는 설립 취지로 보자면 신동주 전 회장에 가깝지만 신동빈 회장의 편에 선 전례가 있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종업원지주회에 어느 선까지 미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에 기대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광윤사 등기이사 해임 건이 롯데그룹 후계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바라보는 이유 역시 무관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전면에 내세운 안건이 롯데그룹의 중국시장 공략 실패다.

지난 1997년 부회장 승진한 이래 신동빈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지난 2008년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안, 2009년 두산 주류부문, 2010년 필리핀 펩시 공장,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수, 올해 더 뉴욕 팰리스 호텔까지 연이어 인수하면서 신동빈 회장은 빠르게 롯데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그 사이 롯데그룹의 자산도 급증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취임한 2011년 이후 4년간 롯데그룹의 총 자산은 약 20%, 매출액은 약 40% 늘었다.


물론 모든 사업이 성공리에 안착한 건 아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겪은 손실은 신동빈 회장의 그간 행적을 희석시킬 만큼 커다란 악재였다. 이를 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손실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으며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사재를 털어서라도 물어내라며 압박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 세력의 결집력이 과연 기대 이상의 힘을 발휘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른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칼을 빼들었지만 신동빈 회장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고 보긴 힘들고 그렇다고 확실한 우군을 확보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영권 다툼에서 한차례 패배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비슷한 형태로 또 한 번 고배를 마실 수 있다는 견해가 부담스럽다. 달리 말하자면 신동빈 회장이 지난 8월과 동일한 수순으로 형제 간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동주 뜨니
주가는 하락

아직까지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배신했던 종업원지주회의 신임을 엊지 못하고 있다. 종업원지주회의 의중은 지난 8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확인됐고 불과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었던 만큼 판세 뒤집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 측은 종업원지주회를 확실한 우호세력으로 바라보는 인상이 짙다. 이 경우 자기주식+우호지분은 50%를 상회한다.


신동빈 회장 측이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만 보유한 가족회사에 불과하다”며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이 그룹의 경영권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승부 키는 종업원지주회
각자 설득 작업에 나서

경영권 분쟁을 겪은 후 빠르게 회사를 수습하고 나선 신동빈 회장의 행보가 긍정적으로 비춰진다는 것도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담요소다.

비록 장남은 아니지만 신동빈 회장은 주주들에게 자신의 경영권을 위임받았다는 점에서 정통성을 지닌다. 지난달 17일 국정감사 증인 출석 당시 “이사회에 막강한 권한을 줬다”며 “이사회가 결정하면 저를 해임할 수도 있고 해직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정통성을 자신했기에 가능한 발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시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주주들의 뜻에 반하는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단순 지분율을 넘어 ‘경제적 가치’라는 낯선 개념까지 강조하며 ‘소유=경영’이라는 의미를 부각시킨 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광윤사 지분율이 50%고 롯데홀딩스에 대한 경제적 지분 가치가 36.6%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지분 가치가 이렇게 높은 대주주를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의적인 해석일 뿐 신동주 전 부회장의 실제 지분은 28.1%에 국한된다. 그가 주장한 경제적 지분가치는 의결권 없는 주식 비중을 배제했을 뿐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확보 방안을 발표하며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전문가들도 기존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게다가 형제 간 분쟁이 롯데그룹 관련주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신동빈 회장에게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처음으로 부각됐던 지난 7월말 롯데그룹 관련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신동빈 회장이 사실상 형제 간 대결에서 승리하자 롯데 관련주는 조금씩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도 벌써부터 비슷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롯데 관련주는 조금씩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오너리스크’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버지 선택은?
신격호에 주목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소송의 뜻을 밝힌 지난 8일 이후 롯데쇼핑은 4.09% 주가가 하락했다.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롯데 그룹주들도 같은 기간 각각 3.77%, 2.77%, 2.07% 주가가 떨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롯데그룹 주가에 좋이 않은 영향을 주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최근 이미지 쇄신에 노력하는 롯데그룹의 행보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똘똘 뭉친 신동주 사람들

롯데그룹 경영권 쟁탈전이 또 한 번 부각되면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보좌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이다.

민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최근 국내에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의 고문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민 고문 옆에는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대표와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 변호사가 함께 했다.

산업은행 총재와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던 민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오랜 시간 교류해 온 인물로 꼽힌다. 최근에는 나무코프, 티스톤 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업계에서 활약해왔다. 주목할 점은 그가 금융계 전문가로서 정·관계에 막대한 인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민유성 주도…가신들 모습 드러내
닻 올린 SDJ 실무진 10여명 구성

실제로 민 회장은 신 전 부회장에게 고교 동창인 두 변호사 친구를 소개해 이른바 ‘신동주 자문단’을 구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민 회장의 인맥을 통해 새로운 인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신동주 사단은 이들 외에도 실무진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닻을 올린 SDJ코퍼레이션이 규모를 키울 경우 운영진의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SDJ코퍼레이션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근 한국에서 설립한 회사로 향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국 내 전초기지가 될 법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올랐고 전자와 생활제품 무역업 및 도소매 등을 사업 목적으로 등록했다.

더불어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소베 테츠를 신임 이사로 선임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동전선도 분명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광윤사 주총에서 신임 이사로 선임된 이소베씨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서로 20년 이상 보필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이사회로 선임되면서 광윤사 대표이사로 선임된 신 전 부회장의 무게감도 더욱 커지게 됐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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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