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에 돈 떼인 회장님 사연

믿고 맡겼는데 발등 찍고 줄행랑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여윳돈이라고 해서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건네긴 어려운 법이다. 가족이라도 돈 문제가 얽히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하물며 타인의 술수에 놀아나 생각지 못한 손해만 생긴다면 어떻겠는가. 누구든 참기 힘든 분노에 휩싸일 것이다. 제아무리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가진 자산에 비하면 몇 푼 되지 않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채 10년 가까이 법정공방을 벌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재벌 총수가 최근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그의 잘못은 딱히 없다. 오히려 측근에게 배신당한 피해자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사람을 너무 믿은 나머지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실조차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된 모습은 재벌을 떠나 인간미마저 느끼게 한다.

가신의 배신

지난달 29일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정 회장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7억9000만원을 취소해달라며 남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2006년부터 지금껏 이어진 법정다툼은 정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법정으로 정 회장을 내몬 원인 제공자는 그의 측근이었던 서씨였다. 1999년 당시 현대산업개발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서모씨에게 정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신세기통신 주식 약 52만주를 팔라고 지시했다. 대신 매도가격이나 시점 등 주식 매매에 대한 모든 권한은 서씨에게 위임한 상태였다.

측근을 너무 믿은 게 잘못이었을까. 정 회장의 주식 52만주를 173억원에 처분한 서씨는 중간거래인을 내세워 140억5000만원에 판 것처럼 이면계약서를 작성한 뒤 나머지 차액 32억5000만원을 챙겼다. 한발 더 나아가 부과되는 세금마저 140억5000만원에 맞춰 신고하는 치밀함마저 보여주었다.


서씨의 대범한 행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정 회장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뒤늦게나마 알게 된 건 한참 후의 일이었다. 검찰은 2004년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를 조사하면서 정 회장 주식의 실거래가가 140억5000만원이 아닌 173억원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해당 사실을 세무당국에 전했다. 남양주세무서는 정 회장에게 차액 32억5000만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7억7000만원과 증권거래세 1780만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자신의 측근이 배신한 것도 황당한데 생각지 못한 세금이 부과되자 정 회장은 즉각 소송을 냈다. 32억5000만원을 횡령한 당사자는 자신이 아닌 서씨인 만큼 세금을 낼 수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길고 긴 소송공방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그 사이 법원의 판결은 뒤집어지길 반복했다.

주식 매각 지시 이면계약서로 33억 챙겨
증발한 돈에 세금 “못 낸다” 씁쓸한 소송

정 회장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여긴 1심은 원고인 정 회장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2심은 정 회장이 서씨에게 속아 주식이 140억5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알았더라도 이는 둘 사이에 정산해야 할 문제일 뿐 세금은 실제 거래액을 기준으로 내야 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야 정 회장은 양도소득세 7억7000만원을 낼 필요 없다는 판결을 들을 수 있었다.

대법원은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해 자산을 저가에 양도한 것처럼 속인 채 양도대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점에서 돈 회수가 불가능하다면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소유권이 이전되면 부과되는 유통세인 만큼 정 회장이 실제 양도가액이 173억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이 금액에 해당하는 1780만원은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10년 가까이 이어진 법정공방에서 승리한 정 회장은 피 같은 돈 7억원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정 회장이 끝까지 지키고자 노력한 7억원이라는 금액은 ‘상처뿐인 영광’이나 다름없다. 금전적인 손해를 최소화한 반대급부로 호사가들에게 재벌 총수가 좋은 먹잇감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법적공방을 계속한 건 개인의 자존심 문제를 우선시 한 행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4월 정 회장은 개인 소유 현대산업개발 주식 20만주를 포니정재단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산업개발 주식 종가가 6만1900만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돈으로 환산했을 때 123억8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처럼 큰 돈을 기부하는데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정 회장이 정작 7억원이 아까워 길고 긴 소송전을 끌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다만 정 회장이 생각한 세금 7억원의 무게가 10년이라는 세월과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만하다.

10년째 공방

그렇다면 재벌 총수의 감쪽같이 챙긴 서씨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그는 2002년 퇴사해 미국으로 이주해 영주권을 취득했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영화 같은 복수전을 생각지 않는 한 당분간 그의 행적은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직원들 등친 사장님 사연

개발이 불가능한 부동산을 회사 직원들에게 팔아넘긴 업자들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오모(48)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개발 가능한 땅을 보여준 뒤 실제 등기상 개발이 불가능한 산꼭대기나 근저당이 설정돼 개별 등기가 불가능한 땅을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11명의 피해자에게 오모씨 일당이 챙긴 돈은 7억2000만원에 이른다.

피해자 가운데 고객 1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모두 직원이었으며 개발 덕분에 시세 차익이 생길 것이라는 회사 임원들의 말을 믿고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오씨 일당은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야산 꼭대기 일대 땅 18만5000㎡를 3.3㎡당 1만원의 헐값에 사두고 피해자들에게 "전철이 곧 생기고 택지개발이 된다"며 살 것을 권유했다.

속아서 땅을 산 피해자 6명에게는 3.3㎡당 19∼20만원의 땅값을 받아 2억7000만원을 챙겼고 보여준 땅 대신 자신들이 사둔 산꼭대기 땅을 등기했다. 은행 대출과 사채로 구입한 용인시 일대 땅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실을 숨긴 채 “국도가 개발되고 놀이동산이 들어온다”고 꼬드겨 나머지 5명에게 팔아 4억5000만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은 허위 과장 광고로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실제 지적도와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권리 관계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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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