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헬조선’ 외치는 청년들 천태만상

“더이상 한국엔 희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사회가 날이 갈수록 팍팍하다 못해 노력해도 빈곤해져만 간다. 청년들은 이런 대한민국을 ‘헬조선’ ‘지옥불반도’라 부른다.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 속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는 지옥으로 묘사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헬조선’(Hell·지옥+조선)과 ‘지옥불반도’(지옥불+한반도)라는 신조어가 떠돌아다닌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젊은이는 10대에 입시, 20대에 취업, 30대에는 주거·결혼 전쟁을 겪는다. 발버둥쳐도 ‘루저’ 신세와 가난의 대물림을 벗어날 수 없다. 헬조선 신드롬은 경제적 약자의 아픔을 그저 “‘노오력’이 부족해”라고 외면하는 불통의 현실에 대한 야유이자 집단 반란이다.

‘지옥+조선’
 
헬조선의 등장은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역사 갤러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본래 헬조선은 식민사관을 비호하고 근대지상주의(일본이 한국을 지배해서 이만큼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국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한반도 역사가 미개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네티즌들은 한국의 지옥같은 현실과 헬조선이라는 단어의 강렬함에 이끌려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5월부터 헬조선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가 등장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한국 사회가 살기 어렵고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사람과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헬조선이라는 표현에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헬조선을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노오력’ ‘금수저’ ‘탈출’ 등 이다. 이 키워드는 헬조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이 단어를 뜯어보면 헬조선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헬조선 목소리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취업과 청년문제다. ‘청년을 노예처럼 부려 먹는 조직문화’가 지옥인 것이다. 청년들에게 자발적 희생을 강조하는 의미의 단어 ‘노오력’ 등이 핵심이다. 노오력은 노력이라는 명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성세대와 노력해도 끊을 수 없는 청년 빈곤을 풍자하는 데서 비롯됐다. 
 

최근 3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젊은이), 5포세대(3포세대에 취업·주택구입 등 포기한 젊은이), 7포세대(5포세대에 인간관계 및 희망을 포기한 젊은이) 등 이것보다 오래된 이태백(이십대 태반은 백수)과같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청년이 노력해도 되지 않은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노오력과 짝을 이룬 말로써 가장 많이 쓰이는 키워드는 ‘금수저’다. 금수저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부유한 사람과 상류층 자제를 일컫는다. 대물림되고 있는 부를 비꼬고 있다. 헬조선의 헬(Hell)은 이 신조어의 현대성을 부각하지만 ‘한국’도 아닌 ‘조선’은 이미 신분의 대물림이 거의 제도화된 한국 사회의 퇴행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조선의 한양 북촌에서 태어난 권문세도가들의 자녀들이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듯, 오늘날 ‘강남족’은 저들만의 세습적 신분이 이루어 거주지, 통혼권, 학습, 유학 루트, 언어 등의 차원에서 배타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금수저와 상반된 의미로 ‘흙수저’도 있다. 흙수저는 저소득층, 일용직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소득이 저조한 계층을 의미한다. 흙수저에는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신분의 한계가 내재돼 있다. 이런 보이지 않은 계급적 한계를 빗대어 최근에는 “내가 흙수저로 태어난 것은 노오력이 부족해서”라며 한국 사회는 노력으로 극복 불가능한 신분 사회가 됐다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하고 있다.
 
‘노력해도 빈곤한 삶’ 풍자한 신조어
지옥같은 현실·기성세대 향한 분노
 
네티즌들은 헬조선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탈출 뿐’이라고 말한다. 탈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예 같은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청년층 간 ‘계층’과 ‘불평등’ ‘반목’이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오늘날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현실에서 절망할 때 찾는 해결책이 있다. ‘한국을 뜨는 것’이다. 명문대생들을 중심으로 취업이민 스터디와 이민계까지 결성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 경쟁구조, 빈약한 사회안전망 등에 실망한 2030 젊은이들이 최근 해외이민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을 자발적으로 떠나는 ‘코리아 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민을 떠나는 이들의 공통으로 “내 아이에게 답답한 미래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암울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렸다.
 
해답은 탈출?
 
한 사회학자는 “청년들이 ‘살기 힘들다’ 외치면 정상적 사회라면 ‘뭐가 힘드냐? 어떻게 고칠까?’하고 반응해야 한다. 그러나 헬조선의 486세대는 ‘내가 20대였을 땐 말이야’라고 훈계하고, 그 윗세대는 ‘북한 가라’고 말한다.”
 
헬조선은 청년세대의 절규를 귀담아듣지 않는 기성세대의 태도를 풍자하는 유머다. 기성세대는 ‘헬조선’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기사 속 기사 - 미니인터뷰> ‘헬조선’ 운영자에게 들어보니…
 
인터넷 커뮤니티 ‘헬조선’에는 한국 사회의 치부만 전문적으로 올라온다. 기자는 헬조선 운영자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헬조선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최초로 사이트를 개설한 김모(30)씨와의 일문일답. 
 
▲하는 일은?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별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초중고 교육을 받고 입시를 통해 대학에 나와 우여곡절 끝에 취직했다. 시간이 날 때 헬조선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헬조선은?
정식 오픈은 올해 5월27일이다. 헬조선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판단되는 이슈들을 볼 수 있는 사이트다.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기준을 배제한 ‘현재 대한민국 모습을 전달할 수 있는 사이트로 만들자’라는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자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북한이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면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의 문제점 잘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냉소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애국에 대한 이데올로기와 ‘현실이 괴롭더라도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 그러니 노예처럼 일해라’는 기득권 이데올로기가 만났다.
 
젊은이들은 누구 쇠사슬이 더 크고 예쁜지 자랑한다. 자신의 쟁취 해야 하는 건 아예 생각지도 못한 채 노예화 되고 있다, 기득권은 원정출산, 이중국적, 국적포기를 선도하며 앞서서 국부 유출에 힘쓰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의 헬조선이 되고 있다. 
 
▲헬조선에는 한국을 풍자하는 촌철살인 같은 드립(?)이 올라온다. 기억에 남는 드립은?
‘너도 나도 죽창 한방이면….’ 죽창을 달라는 말은 불평등을 의미한다.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저 죽창을 달라고 하는 것은 지독할 정도로 자기 파괴적인 포기선언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포기하게 하였는지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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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