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등대여행 ⑤태안 옹도등대

100년의 보물 지닌 옹기 닮은 등대섬

태안군은 북쪽 이원면에서 남쪽 고남면까지 세로로 길쭉한 반도다. 학암포에서 영목까지 약 230km에 리아스식 해안이 펼쳐진다. 그 주변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이고,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이어져 피서지로 인기다. 그 사이에 이름난 곳도 많다. 수려한 풍경과 흥겨운 축제가 다양한 태안이니 당연하다. 그럼에도 귀한 보물처럼 오랜 시간 꼭꼭 숨겨둔 장소가 있게 마련이다.

‘옹도’의미 담은 옹기 조형물 자리한 섬
봄에는 붉은 빛, 여름엔 초록 빛 선사

옹도 역시 태안의 명소 가운데 하나로, 지난 2013년에 개방했다. 1907년 옹도등대가 세워지고 100여 년간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항로표지원이 외로이 섬을 지키는 동안 소문은 계속 퍼졌다. 2007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됐고, 2012년에는 국토경제신문이 발간한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섬 20선>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에 개방하기 전부터 그 섬과 등대의 아름다움은 알음알음 섬 밖으로 향했다. 

옹도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안흥외항까지 이동한다. 태안 읍내에서 약 20km 거리다. 안흥항은 내항과 외항으로 나뉜다. 내항과 외항은 신진대교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다. 육지 끝의 정죽리에는 내항이, 다리 건너 신진도에는 외항이 있다. 항구의 기능은 외항이 생겨난 뒤 내항에서 외항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푸른바다 조망
동백꽃 쉼터

안흥외항에서 옹도까지 약 12km 거리다. 안흥외항을 떠난 배는 가의도 곁을 지나 옹도에 다다른다. 옹도 여행은 약간 아쉽다. 유람선이 하루 한 차례 오가고, 섬에 내려서는 1시간가량 머물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서두를 이유는 없다. 옹도는 산책로를 따라 섬 정상의 등대까지, 등대에서 선착장 반대편의 섬 서쪽까지 내려갔다 돌아오는 왕복 구간이다. 직선거리로 약 365m, 잠깐씩 숨을 고르며 천천히 다녀와도 부족하지 않다.
선착장에 내려서자 등명기 모양 쉼터 ‘환영의 빛’이 등대섬답게 여행자를 맞아준다. 산책로 초반은 계단을 따라 오른다. 첫 모퉁이를 돌 때 옹기 쉼터가 나온다. 섬의 중간 높이로 선착장 풍경을 품는다. 옹기는 이 섬에 옹도라는 이름이 붙은 기원이다. 섬이 옹기를 옆으로 뉘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옹도다. 섬 곳곳에 있는 옹기 형상 조형물도 같은 의미다. 


두 번째 모퉁이에는 동백꽃 쉼터와 동백잎 쉼터가 반긴다. 동백꽃 쉼터는 동백꽃의 붉은색 차양, 동백잎 쉼터는 동백 잎의 초록색 차양으로 꾸민 쉼터다. 그 사이에 장승이 섰다. 동백꽃 쉼터는 옹기 포토 존과 가자미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옹기 포토 존은 옹기를 반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정상의 등대가 보이도록 배치했다. 동백꽃 쉼터는 옹기 쉼터보다 높아 전망대로는 한 수 위다.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멀리 신진도까지 보인다. 가의도 남쪽은 목개도와 정족도가 눈을 맞춘다. 동백꽃 쉼터와 동백잎 쉼터를 지나면 동백 터널이다. 옹도는 봄날에 동백꽃이 섬을 물들인다. 붉은 꽃의 터널이 그 백미다. 여름에는 초록 잎이 반짝이며 길을 연다. 

동백 터널을 나오자 비로소 등대 앞 중앙광장이다. 섬의 정상은 등대와 중앙광장, 숙소동으로 구성된다. 중앙광장에는 커다란 옹기 조형물이 다시 한 번 옹도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 옆으로 고래 조형물이 있다. 그러고 보니 멀리서 본 옹도는 고래를 닮았다. 실제로 일대 어민들은 고래섬이라고 부른다. 등대에 전시관도 있다. 옹도 모형 등이 있어 발길이 닿지 않는 섬의 면면까지 살펴볼 수 있다.

충남 유일
유인 등대

산책로는 등대에서 서쪽 아래로 계속된다. 섬 가장자리 못미처 끝나는데, 울타리 너머에 물범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먼 바다에는 충남 최서단의 격렬비열도가 보인다. 그 이름처럼 새가 무리 지어 날아가듯 바다에 떠 있다. 굳이 전망대나 쉼터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너른 바다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선착장 방면에 비해 고즈넉하니 잠깐이나마 사색하는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걸음을 돌리면 언덕 위에 옹도등대가 눈을 맞춘다. 100년 넘게 평택항과 대산항 등 서해를 오가는 배들의 길라잡이다. 충남에서 유일한 유인 등대로 바다의 파수꾼임을 실감한다.

옹도를 뒤로하고 나올 때는 섬의 모양을 눈여겨볼 일이다. 옹기를 누인 듯도 하고, 고래가 헤엄치는 듯도 하다. 바위섬을 유람하며 좀더 머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옹도는 들어가는 데 30분이 걸리지만, 나오는 길은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가의도 주변의 재미난 바위섬들을 관람하기 때문이다. 

가의도는 가의라는 중국 사람이 피신해서 가의도라 하고, 신진도의 가장자리라 그리 부른다고도 한다. 동서로 길게 뻗었는데 동쪽 바다에는 독립문바위와 돛대바위가 도열한다. 독립문처럼 문이 있는 바위와 돛대처럼 솟은 바위다. 사자바위와 거북바위 역시 바다에 줄지어 섰다. 사자바위는 고개를 돌린 사자의 모습과 신기할 만큼 닮았다. 멀리 중국 땅을 바라보며 태안반도를 지킨다고 전한다. 사자를 뒤따르는 자그마한 바위 끝에 거북바위가 있다. 섬 주민들이 제를 올리던 바위다. 코바위와 부부바위도 유람의 즐거움이다.

배에서 내리면 안흥항을 돌아본다. 항구에는 집어등을 단 배가 많다. 옹도 서쪽의 격렬비열도 일대는 오징어 집단 서식지다. 태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이제 동해 못지않다. 오징어를 사기 위해 부러 안흥항을 찾는 이도 적잖다. 신진대교를 건너 태안 접어드는 길목에는 갈음이해수욕장이나 연포해수욕장이 마지막 더위를 쫓는다. 특히 갈음이해수욕장은 너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캠핑이 가능하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두 주인공이 왈츠를 추던 해변으로, 아담한 백사장이 매력적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불가능했으며,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해변의 모래밭이 피서지이기만 할까. 조금 색다른 모래밭이 보고 싶다면 태안 북쪽 원북면 신두리를 찾는다. 신두리에는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 지역이 있다. 모래언덕과 모래 위 바람 자국 등이 사막을 연상케 한다. 탐방로를 따라 걷는 길도 운치 있다.

안흥외항에서 신두리 가는 길에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국보 307호)도 만나보길 권한다. 태안의 진산인 백화산 등성이 태을암 옆에 있다. 가운데 키가 작은 보살입상 1구와 양옆으로 불입상 2구가 자리한 구조다. 백제 시대 가장 오래된 마애불상으로 그 가치가 특별하다. 가만히 눈을 맞추면 마음에 염화미소가 떠오른다. 달리 ‘넉넉하고 편안한’ 태안(泰安)일까. 태을암 대웅전 마당에서 보면 태안 시가지도 더없이 평온하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바다 체험 코스 : 안흥외항→옹도등대→갈음이해수욕장
· 풍경 여행 코스 :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옹도등대→태안신두리해안사구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안흥외항→옹도등대→갈음이해수욕장
· 둘째 날 :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백화산→태안신두리해안사구
관련 웹사이트
· 태안군 문화관광 http://travel.taean.go.kr
· 신진도안흥유람선 www.shinjindo.com
· 갈음이해수욕장 www.galumlee.com
문의 전화
· 태안군청 관광진흥과 041-670-2772
· 신진도안흥유람선 041-675-1603, 674-1603
· 갈음이해수욕장 041-675-1363
· 태을암(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041-672-1440
·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대중교통
· 버스 : 서울-태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10) 운행, 2시간 10분 소요. 태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신진(도) 방면 버스 이용, 30~40분 소요.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유람선 : 안흥외항-옹도, 하루 1회(14:00) 운항, 30분 소요(운항 시간 변동 가능, 사전 확인 필수).
문의 : 신진도안흥유람선 041-675-1603, 674-1603, www.shinjindo.com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서산·태안 방면 좌회전 570m→운산IC교 아래 지나 운산교차로에서 서산·당진 방면 좌회전→서해로 13km→예천사거리 안면도· 태안법원 방면 좌회전→서해로 15.9km→남문IC지하차도 진입, 서해로 3.1km→두야교차로 신진도리 방면 좌회전→태흥로 16.2km→신진부두길 우회전 300m→안흥외항
숙박
· 제이드리조텔 : 근흥면 신진도길, 041-674-4999, 5999, www.jaderesortel.com
· 샌드힐 : 원북면 신두해변길, 041-675-3102, www.sandhill.co.kr
· 리츠캐슬리조트 : 근흥면 마도길, 041-673-5727, http://ritzcastle.com
식당
· 화해당 : 간장게장, 근흥면 근흥로, 041-675-4443, www.hwahaedang.com
· 한국관 : 생갈비, 태안읍 독샘로, 041-675-2415
· 토담집 : 우럭젓국, 태안읍 동백로, 041-674-4561
축제와 행사
태안빛축제 2015 : 2015년 12월 31일까지, 태안꽃축제장, 041-675-7881, 9200,www.ffestival.co.kr, 우천 시 취소
주변 볼거리
안흥성, 백화산, 천리포수목원, 몽산포해수욕장, 꽃지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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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