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강남자동차매매단지 김용선 관리단장

“강남단지 사람들, 전임 관리단장 손에 놀아나고 있다!”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강남자동차매매단지 내홍 전모> 1탄 기사가 나간 후 강남단지 관리단은 <일요시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고발했다. 관리단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1탄 기사에 이어 내보낸 <관리단 전 직원 양명렬씨의 양심고백> 기사도 문제를 삼았다. 사실 확인 없이 양씨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14일 언론중재위원회는 <일요시사>가 보도한 1탄 기사에 대해 “강남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언론사의 기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기된 문제에 대한 충분한 반론을 담았기 때문에 중재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다.

다만 양명렬씨 인터뷰를 담은 후속 기사에 대해서는 “양씨의 발언 수위가 높은 만큼 관리단 측에도 동일한 발언 기회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다음은 언론중재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강남자동차매매단지 김용선 관리단장의 인터뷰다.

- 언론중재위를 통해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 일전에 관리단 취재 왔을 때 충분한 자료를 제시하고 해명을 했는데 마치 관리단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 그렇지 않다. 매매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취재해서 보도한 거다.
▲ 물론 여러 사람 만나보고 기사를 작성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 말은 믿을 수 있고, 관리단의 해명을 못 믿겠다는 접근 아니었나?


- 허참. 강남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홍을 보도했을 뿐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리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수사기관에서 답을 내놓을 게 아닌가?
▲ 하여튼 관리단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 무엇이 그렇게 아쉬웠나?
▲ 양명렬씨의 주장이 아무런 검증 없이 나갔다. 700만원이면 될 회계 결산비용을 5000만원이나 줬다는 말이랑 200만원짜리 배터리 교체비용을 2700만원으로 처리했다는 부분만 해도 그렇다.

- 그것이 어떻다는 것인가?
▲ 그 사람이 무슨 영수증이나 증빙자료를 주던가?

- 자신이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 그러니까 그 자료 보았느냐는 말이다. 아마 직접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자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람 말만 믿고 관리단에서 보여준 회의록과 결산자료를 부정하는 발언을 실은 것이 참 아쉬운 부분이다.

- 전직 관리단 직원의 발언이기 때문에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는 사안의 진위파악은 수사기관의 몫이다. 각종 의혹은 관리단이 매매단지와 관련된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탓에 생긴 것 아닌가?
▲ 그렇지만 관리단에 대한 부정적인 의혹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취재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그게 더 아쉽다.

- 강남단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 것에 관리단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
▲ 잘못한 일로 질책을 받는다면 왜 억울해 하겠는가? 잘한 일도 이상하게 왜곡해서 해석하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그렇다.

- 단지 내 사람들은 관리단장이 다 해먹고 다닌다고 인식하고 있던데...
▲ 그러니까 말이다. 200만원이면 교체할 배터리를 2700만원에 했다고? 참, 어처구니가 없다. 진짜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배전반 공사에는 관리단 돈이 10원 한 장 안 들어갔다. 전기안전점검에 따른 배전반 공사 견적이 2700만원은 LED 공사비용에 합산해 발주했기 때문에 따로 회계처리 하지 않는다. 그것을 200만원 배터리 운운하다니... 참 악의적인 해석이다.


- 전 직원인 양명렬씨 등의 증언이 틀렸다는 것인가?
▲ 틀렸다. 완전 허위다. 오죽하면 그 사람을 고발까지 했겠나. 관리단이 회계자료에 공개한 것이 맞다. 어떻게 회계자료를 의심하는지 모르겠다.

- 그렇다면 회계비용 관련한 이슈도 악의적 해석이란 말인가?
▲ 그 부분은 회계법인이 보내준 자료를 보면 답이 나온다. 2013년과 2014년 회계결산 비용으로 입금된 내역이 거기에 있다. 600만원 한 번, 30만원 한 번. 총 630만원 지급했다. 다 세무서에 신고된 거다. 회계 맞추기가 어려워 5000만원 넘는 돈이 집행됐다고? 관리단 통장 다 뒤집어 보라고 해라. 보면 알 것 아닌가!
 

- 그 말도 많은 LED 공사 얘기 좀 해보자. 전기료가 23만원 밖에 안 줄었다는데...
▲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2012년부터 금년 6월까지 3년 치 전기세 명세서 줄 테니 확인해 봐라. 23만원 줄었다고? 매달 1000만원 가까이 줄고 있다. 절감액이 980만원 이하면 그 차액만큼을 공사업체가 물어주도록 계약되어 있다. 더 이상 어떻게 해명하나?

- 중국산 재료를 썼다는 말이 있다.
▲ 국산 제품 쓰도록 계약되어 있다. 만약 중국산 제품 사용했다면 공사업체가 책임지도록 하면 된다. 2019년까지 보장되는 5억 짜리 하자보증보험도 받아뒀다.

- 중국산 제품 썼을지도 모른다는 말인가?
▲ 내가 조명기술자도 아닌데 그것까지 확인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계약서에 어떻게 해야 강남단지에 피해가 가지 않는지 만약 피해가 생기면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 나중에 조사결과 중국제품이 사용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당연히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 주차비에 대한 양명렬씨 주장이 설득력이 있던데.
▲ 주차비를 개인 통장이 아니라 관리단 통장으로 받는다. 당연히 회계감사를 받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서 자금을 운용한다. 총회책자 11페이지, 23페이지 미수금 내역을 보면 다 나와 있다. 어느 상사가 주차비를 얼마나 냈고, 어느 상사가 얼마를 안 냈는지 상호까지 다 공개했다.

그 내역이 틀리면 해당 상사에서 가만히 있었겠나? “내가 언제 이만큼 주차비를 밀렸느냐, 무슨 수작을 꾸미려고 이런 문서를 만들었느냐” 하면서 진작 난리가 났을 것이다.

- 그래도 관리단의 해명이 통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 글쎄 말이다. 뭔가 제대로 잘못을 지적한다면 할 말이나 없지. 이건 잘한 일도 비비꼬아서 못된 일로 만들어 놓으니 미칠 지경이다.

- 상인들의 시선도 같은 맥락이던데...
▲ 그게 더 죽겠다. 몇 사람이 분위기를 잡고 관리단을 물고 늘어지니까 다들 그런 줄 안다. 어느 누구 한 명 직접 관리단에 찾아와서 따져줬으면 좋겠는데, 찾아오지는 않고 자기들끼리 의혹만 키운다.

-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 전임 관리단장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10년 동안 관리단장을 했던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과 그 일당들이 현 관리단을 흠집 내고 있다.

- 그 사람이 왜 그런다는 말인가?
▲ 그럴 사정이 있다. 지금 관리단은 전임 관리단장을 포함한 집행부 5명에 대해 27억 짜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거의 십년간 관리단을 운영해 온 이 사람들이 관리단에 끼친 손해가 크다. 그래서 횡령과 배임혐의로 고소 고발을 했고, 다섯 명 각각의 재산에 11억5000만원씩 가압류를 걸어 놨다. 그 때문이다.
 


- 그것이 어떤 상관이 있는가?
▲ 생각해 봐라. 자기 재산에 11억 이상 가압류가 걸려있으면 그것을 풀고 싶지 않은가.

- 그런데?
▲ 그러려면 관리단과 나를 공격해서 흠집을 내야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신임 관리단장으로 만들고, 그 다음 전임단장 고소 건을 취하시킨다는 수순이다.

- 전임 관리단장이 그럴 힘이 있나?
▲ 전임 관리단장만이 아니다. 가압류 당한 집행부 인사 5명도 똑같이 절박한 상황이다. 그래서 관리단이 하는 모든 일에 태클을 걸고 있다.

- 단지 내 상인들의 시선도 흠집 내기로 보는가?
▲ 전임 관리단장이 이 단지를 장악한 것이 10년 이상이다. 매년 하게 되어 있는 결산총회를 3년 넘도록 안하고, 닦달해서 결산하라고 하면 4년 치를 몰아서 한 번에 하던 사람이다. 단지 내에 나름 인맥도 많고, 같이 손발 맞추던 집행부 측 사람들까지 나서서 바람을 잡으니까 사람들이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언제고 진실을 알아 줄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 이기홍 강남지부장도 전임 관리단장에게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지부장과는 나름 좋았다. 사적으로는 형님 동생 했던 사이다. 일전에 내가 “형님! 거, 전임단장 꼬붕 노릇 좀 그만 하세요”라고 한 적 있는데 그것이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 내 딴에는 문제가 있다 싶어서 한 말인데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지부장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 순수한 사람을 이용해 먹는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할 뿐이다.

- 양명렬씨도 마찬가진가?
▲ 지금도 그 사람에게 화가 나지만 배경은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 양명렬씨가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던데.
▲ 보여주던가?

- 일부 확인했다.
▲ 확인 해 보니 어떻던가, 그 자료들이 맞던가?

- 맞고, 틀리고를 제3자가 어떻게 단정할 수 있나? 비교 대상도 없는데... 다만 아무 근거 없이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판단은 가능했다.
▲ 그럼 그 사람 증거는 믿고, 관리단이 제시하는 증거는 못 믿는다는 것인가?

- 그 역시 믿고 안 믿고의 영역이 아니다.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했으니 그 결과에 따르는 것이지 기자가 판단할 영역은 아니다.
▲ 그 말은 내가 이 자리에서 아무리 해명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말인데... 좋다. 양명렬씨가 수사기관에 증거를 제시했다고 하니 관리단도 그 자리에서 해명하는 것으로 하겠다. 다만...

- 다만?
▲ 양명렬씨에 대해 한 마디는 하고 넘어가고 싶다. 안 그러면 내가 무슨 찔리는 것이 있어 반박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생길까 싶어서다.

- 어떤 말인가.
▲ 나중에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은 확실히 해두고 싶다. 무슨 증거를, 어떤 경로로,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면 ‘잘못 알았느니, 오해였느니’ 하는 말로는 수습할 수 없을 것이다.

- 9월8일 치러진 관리단장 선출을 위한 총회가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렇다. 무산됐다. 투표자 수가 이상이 있어서 개표도 못하고 투표함이 봉해진 상태다.

- 부정투표 의혹인가? 작년 선거도 뒷말이 많았다던데.
▲ 창피하지만 그렇다. 행사를 준비한 주최자 입장에서 참으로 참담하다. 조만간 다시 총회를 열기로 했다.

- 이번에도 출마했다고 들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관리단장을 왜 또 하려고 하나?
▲ 관리단장 직책에 큰 미련은 없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굴뚝같다. 하는 일마다 음해하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싸우는 것도 이제 지친다. 정말 그만 하고 싶다. 하지만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 그게 뭔가?
▲ 내가 그만두면 다시 예전처럼 강남단지가 난장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질서를 잡아놨는데 다시 전임 관리단장 추종 세력들에게 관리단을 넘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혹시 내 조건을 들어준다면 모르지...

- 조건? 어떤 조건 말인가.
▲ 누구든 관리단장에 선임되면 전임단장에 대한 27억 횡령 배임 건을 취하하지 않겠다고 공약하는 것이다. 그 건을 내가 마무리 짓도록 위임해 준다면 그 사람을 밀어줄 용의도 있다. 전임 관리단장 측과 무관한 사람이라면, 그래서 내게 27억 횡령배임에 관한 일을 끝까지 맡겨 준다면 내가 밀어 줄 수 있다.

-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 이미 관리단의 비용이 크게 들어간 사안이다. 유야무야 넘기면 관리단 빚만 늘어난다. 꼭 27억을 회수해야 한다. 그래야 강남단지가 산다. 결코 관리단이 제기한 민사재판을 취하 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게 아주 중요하다.

- 민사재판 마무리 때문에 연임을 하겠다는 것인가?
▲ 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시스템이 예전으로 주먹구구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막고 싶은 것도 이유다.

- 주먹구구 시절?
▲ 잘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예전에 어떻게 했는지 관리비 내역 하나만 보자. 이것은 2009년도 관리비 부과내역서다. 2009년 11월 분 관리비 총액이 4299만원이다. 맞나?
 

- 맞다. 4299만원. 정확히는 4299만8240원이다.
▲ 2011년 10월 분 관리비 총액도 보자, 얼마인가?

- 이 시기도 4290만원으로 적혀 있다.
▲ 그렇다면 이것 좀 보자. 내가 취임한 이후 시기인 2015년 3월 분 관리비. 부과 총액이 얼마인가?

- 음, 3200만원이다.
▲ 매달 걷는 관리비가 1000만원 줄었다. 매달 1000만원이면 1년에 1억2000만원이다. 그 만큼 상인들의 부담이 줄었다.

- 부과내역서를 보면 관리비가 준 것은 같기는 하다.
▲ 그 어떤 사람들은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할 거다. 그런데 거짓말이 아니다. 관리단에 매매단지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관리비 부과내역서가 다 있다. 언제든 와서 봐도 된다. 이 내역서는 매달 각 사업자에게 보내는 것이니까 아마 이 내역서를 모아둔 사람도 꽤 있을 거다. 이런 것을 어떻게 속인단 말인가?

- ‘민사재판 마무리’와 ‘현 시스템 강화’가 명분인가?
▲ 그 동안 해 온 노력이 아까운 부분도 크다. 열심히 안 해서 욕먹은 것이라면 모르겠는데 열심히 하고 욕먹은 것이라 억울한 면이 있다. 아직 강남단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싶다.

- 다음 달에 다시 선거를 치르면 당선 될 확률은 있는가?
▲ 모르겠다. <일요시사>가 내보낸 기사의 후폭풍이 하도 커서 장담하기 어렵다. 언론중재위 권고가 아니었다면 이런 자리도 없었을 게 아닌가? 투표권 가진 사람들에게 열심히 어필하고 처분에 맡길 수밖에... 누가 관리단장이 되든 민사소송이 취하되는 지 안 되는 지 언론이 꼭 지켜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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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