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지뢰밭 걷는 이상득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또 골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MB시절 ‘상왕’으로 군림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표적이 됐다. 최근 검찰은 포스코 협렵업체의 새로운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포스코가 MB시절 협력업체인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특혜를 줬다는 것. 티엠테크의 실소유자는 이 전 의원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포스코 본사는 물론 MB정권 주요 인사들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이 전 의원의 측근이 한때 실소유주로 있던 포스코 협렵업체 티엠테크를 압수수색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티엠테크는 이 전 의원이 현역 의원일 당시 포항지역 사무소장이었던 박모씨가 실소유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박씨가 이 전 의원과 20여 년간 친분을 유지하며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원할 것 같던
무소불위 권력
 
검찰은 포스코가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이 업체에 수사관을 보내 각종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검찰은 티엠테크에 흘러들어 간 돈 일부가 이 전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치권으로 비자금 유입이 확인된 건 없다”며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개입했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티엠테크는 포스코 제철소 설비를 보수·관리하는 업체다. 2008년 12월 설립된 티엠테크는 포스코켐텍과의 거래로 연매출 170억∼180억원을 기록했다. 검찰은 박씨가 2009년 6월에 티엠테크 지분 100%(5만 주)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이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박씨가 최대주주에 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씨는 포스코그룹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6월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티엠테크의 매출은 100% 포스코켐텍에서 발생하는 구조”라며 “설립 후 기존 거래 업체의 물량을 가져오고 매출 100%를 한 업체와의 거래에서만 수익을 올린다면 특혜 의심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 배경에 이 전 의원이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정 전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지난 7일 전해졌다. 
 
MB정권 끝나고 불거진 대형사건마다 거론
이번엔 포스코…끝나지 않은 형님의 시련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08년부터 1조4000억원을 들여 경북 포항에 신제강공장을 세우려 했으나. 인근 군부대의 반발로 2009년 9월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당시 공정률이 이미 93%에 달해 이대로 공사가 중단되면 1조원대 투자금을 날릴 판이었다. 1년이 넘도록 공사 재개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역구 의원이자 MB정권의 최고 실세인 이 전 의원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결국 2011년 2월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서 군사작전에 방해가 안 되게 공장 설계를 일부 변경하는 조건으로 군과 포스코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신제강공장은 2011년 4월 준공됐고, 포스코는 거액의 손실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측근 박씨가 실소유주인 티엠테크가 일감 100%를 포스코에서 수주하는 등 특혜를 누린 것이 신제강공장 공사 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과 7일 박씨를 소환해 “이 전 의원의 지시에 따라 정 전 회장으로부터 협력 업체를 따냈고, 수익금은 이 전 의원을 위해 썼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며, 포스코에서도 정 전 회장이 티엠테크 경영주를 박씨로 바꾸도록 결정한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에게서 “이 전 의원으로부터 티엠테크에 일감을 주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지난 8일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티엠테크와 관련 청탁이 있었으며 이후 티엠테크 하청계약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은 외주업체를 따낸 뒤 받은 22억여원의 수익을 이 전 의원의 지역구 관리 비용으로 쓴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 업체를 소유한 5년6개월 동안 주주 배당과 회사 임직원으로 이름을 올린 가족 앞으로 지급된 급여 등 총 22억여원을 별도로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돈은 이 전 의원의 지역 사무소 조직관리 비용 등으로 쓴 것으로 확인된다고 검찰은 전했다. 제철소 관련 경력이 전무한 박씨가 포스코 외주업체를 따낸 경위, 그 수익금의 사용 경로 등으로 미뤄 박씨가 벌어들인 돈이 사실상 이 전 의원의 정치자금이었다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불법 정치자금 
징역 살고 나와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박씨의 금품 수수에 직접 관여했는지가 확인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나아가 정 전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대가성이 확인되면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전 의원의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에 수백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전 회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포스코 관계자들에게서 정 전 회장이 티엠테크에 거액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계열사에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MB정권의 ‘비리 몸통’으로 불린다. 2011년 12월 자신의 비서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 6개에서 수억에 달하는 부정 자금이 드러나자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전 의원은 솔로몬·미래저축은행과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총 7억575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됐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형이 구속된 사례이다.
 
그 후 2013년 1월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그해 1월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에 의해 징역 2년과 추징금 7억5750만원이 선고됐다.
 
7월1일에는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징역 3년에 추징금 7억5750만원이 구형됐다. 7월25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에 의한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2월에 추징금 4억5700만원이 선고됐다. 같은 해 9월9일 출소했다. 2014년 6월26일 징역 1년2월에 추징금 4억5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재확정 됐다.
 
측근 일감 몰아주기 압력?
정치자금 확보 정황 포착 
 

이 전 의원은 검찰이 자원비리 관련 경남기업의 성공불융자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할 당시 MB정권 초기 신한은행에 전화를 걸어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에서 빼라고 청탁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1935년 11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54년에 동지상고를 졸업하고 육사에 14기로 입학했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되자 자퇴하고 이듬해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하여 졸업했다.
 
1961년 27세에 한국 나이롱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1973년 이사, 1975년 상무, 1976년 7월 9일 영업본부장을, 1977년 1월 23일 전무, 1978년 3월 6일 부사장에 올랐다. 1981년에 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출범할 때 상임위원으로 참여했고, 1984년 12월에 코오롱상사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당선된 이후 경북 포항·울릉 지역구에서 내리 6선을 했다. 2008년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함께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친이명박)계의 한 축을 담당했고, 이로 인해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쇄신파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아왔다. 
 
문제의 티엠테크
민원해결사 노릇?
 

18대 총선 공천 당시인 2008년 3월 공천후보 55명은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의한 권력 사유화’ 발언을 통해 이 전 의원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MB정권 시절 각종 비리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파란만장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왕차관’ 박영준도 또?
 
검찰이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2009년 회장 교체 당시 정치권 외압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사퇴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회장직에 물러날 때 박 전 차관 등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불러 이 전 회장에게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MB정권 당시 실세로 통했다. 이런 탓에 온갖 비리에 몸통이 돼 각종 구설수와 검찰 수사선상에 끊임없이 올라왔다.
 
박 전 차관은 경북 칠곡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2002년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게 됐다. 
 
서울시에서는 정무국장을 지냈다.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다. 그는 서울시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전략과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한 ‘S라인’의 핵심이다. 대선 때는 ‘선진국민연대’라는 전국적인 외곽조직을 직접 꾸려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 전 차관은 2007년 이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에 기획조정비서관으로 합류했다. ‘왕비서관’으로 통하던 그는 촛불시위 정국에서 4개월 만에 인사전횡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6개월 만인 2009년 1월 개각에서 그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중용했다. 그는 이 시기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찰을 주도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 ‘영포 라인’과 친했다. 최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사찰 증거 파기를 위해 청와대 최종석 행정관에게서 받은 대포폰에서 박 전 차관과의 통화내역이 확인됐다.
 
그는 2010년 8월부터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원외교가 ‘왕차관’으로 불린 그의 주요 업무였다. 씨앤케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이 터진 게 이 시기다. 그는 차관에서 물러난 후에는 여의도 진출을 추진했다. 하지만 4·11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고 무소속으로 대구 중·남구에 출마했지만 5.7% 득표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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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