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노조전임자 실태

거꾸로 가는 노조문화…‘이젠 완장을 버려라’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다. 이 논란의 골자는 일손을 놓고 있는 노조전임자에게 굳이 회사에서 월급을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뿐더러 노조전임자 주도의 무리한 투쟁을 불러오는가 하면 툭 하면 터지는 비리·부패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시행된 ‘타임오프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임자들의 특권이 크게 축소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임자들은 노조완장을 내려놓지 않으려 악을 쓰고 있으며 이 같은 노조 측의 몸부림에 회사 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임자 비율 일본의 4배, 유럽의 10배 넘어
특권 지키기 위해 비합리적 투쟁 주도하기도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에서 급여를 받은 국내 전체 노조전임자는 1만583명으로 이들이 회사로부터 수령하는 임금은 1인당 평균 4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인당 조합원수 149명
선진국 500∼1500명

또 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는 149명으로 다른 선진국들과 차이가 크다. 일본은 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가 500∼600명, 미국은800∼1000명, 유럽연합(EU)은 1500명 수준이다.
전임자들은 출·퇴근 면제는 물론, 회사일에서 손을 놓고 노조 업무에만 몰두한다.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만은 꼬박꼬박 챙긴다. 게다가 교대로 일하는 일반 근로자가 기본급과 잔업수당만 받는 데 비해 전임자는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 휴일 특근 수당 등 갖가지 수당을 더 얹어 받는다. 또 핵심 전임자들은 회사로부터 차량 및 유류비를 지원받는 특혜까지 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특권 유지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가 하면 비합리적 투쟁을 주도하고 조합원들의 의지와 무관한 싸움을 불사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전임자의 무리한 투쟁 및 파업 선동, 전임자 수 및 대우에 대한 분쟁으로 인한 파업 유발, 작업장 분위기 및 생산성 저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노조전임자 문제로 파생되는 피해규모는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를 지켜보는 세인들의 시선도 차갑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일손 놓은’ 전임자에게 회사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조합 및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71.0%가 회사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전임자가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실정임에도 그간 회사 측은 파업 등을 앞세운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에 밀려 노조전임자 급여를 지급해왔다. ‘근로자가 생산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한다’는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에 역행해 오고 있던 셈이다.

이런 ‘삐뚤어진’ 관행은 노조 간부의 특권화와 권력화, 방만한 노조운영과 노조 예산의 투쟁기금화로 이어졌고 결국 노사 갈등과 노사관계의 악화를 초래해 왔다. 그럼에도 전임자들은 그동안의 관행에 기대 특권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법에서 부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7년에 개정된 노조법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아서는 안되고, 회사도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규정은 13년째 논의만 있었을 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노동계의 강력 반발로 13년 간 4차례나 유예됐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 가운데 지난 1일 개정 노동법에 따라 타임오프제가 시행됐다. 이는 노조원이 임금을 받으며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 총량을 정한 제도로, 사용자는 법정 타임오프 한도 안에서만 노조 전임자 월급을 지급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까닭은 전임자 급여지급 전면 금지로 인한 노조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노사갈등의 불씨는 안고 가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불씨는 이내 번졌다. 금속노조가 노조 전임자 처우 보장 요구를 골자로 ▲지난 상반기에 중앙노동위원회 일괄 조정신청 ▲쟁의행위 찬반투표 ▲총파업 선포대회 등 구체적인 투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 이는 타임오프제와 관계없이 기존 노조 전임자 수와 처우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노동부 측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개정법에 위반하는 사항으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찬반투표 및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자신들의 뜻을 실력으로 관철하려는 불합리한 행동’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정 갈등으로의 비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금속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 지침에 대한 비판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
“임금 지급 부정적”

하지만 금속노조 측은 오히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측은 “전임자 급여 지급은 노사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법으로 강제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개정 노조법 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분명 노조의 주장대로 전임자 급여 지급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없다”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각국은 전임자 급여를 노조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노조 전임자 급여는 굳이 법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노조가 당연히 부담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를 두고 마치 한국 정부만 유일하게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규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어떤 노조도 활동비용을 회사 측에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과 같이 기업별 노조 조직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전임자 급여를 노조의 재정으로 지급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사정은 같다. 영국 역시 노조에 어떤 금전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조 측에서도 자주성 유지를 위해 회사 측에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금속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무효화 시도
기아차노조, 특근거부로 고객 차량 인도 차질 


기아차 역시 첫 단추부터 어긋나 곤란해 하는 모습이다. 기아차 노조가 회사 측에서 제안한 특별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임단협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것.

지난 2일 기아차 서영종 사장을 비롯한 회사 측 교섭위원 9명은 소하리공장 종합사무동에서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제도 시행 관련 특별 단체교섭’ 개최를 위해 노조측 교섭위원을 기다렸다. 그러나 노조 측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노조 측은 “타임오프 관련 조항만 교섭하자는 것은 노동조합의 투쟁을 불법으로 몰아가기 위한 것”이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임단협의 틀 안에서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협상이 틀어져 파업으로 이어졌을 때 ‘합법 파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회사가 제안한 특별 단체교섭은 노조 측이 불참한 반쪽짜리 교섭이 됐으며, 기아차 노사의 2010 임단협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기아차 노조는 181명의 전임자를 19명으로 축소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강화된 전임자 관련 요구안을 확정했다.

기아차 노조의 2010년 임단협 요구안에는 ▲현행 전임자 수 보장 ▲상급단체와 금속노조 임원으로 선출 시 전임 인정 및 급여지급 ▲조합에서 자체 고용한 채용 상근자 급여지급 ▲전임자에 대한 편법 급여지급 ▲조합활동 인정 범위를 대의원 및 각종 노조위원회 위원까지 대폭적인 확대 등 노조 전임자와 관련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전임자 급여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개정 노동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요구다.
또 기아차 노조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특근 거부 투쟁에 나섰다. 전임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급여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65.7%의 찬성률로 가결시키는 등 파업 수순을 밟았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 1일 전임자 204명에 대해 무급 휴직 발령을 내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이로써 공장별로 월 4~8회 특근을 하기로 했던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달에 이어 7월에도 1만대 가량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근 거부로 휴가철에 새 차를 이용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출시한 중형 세단 K5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차량을 인도받게 되는 시기가 최대 한 달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K7, 쏘렌토R, 스포티지R 등의 인도 일정도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뒤로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투쟁으로 신차의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면 신차효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기아차에 치명적인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선진화 위해
급여 노조가 부담

이어 이 관계자는 “올바른 노사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노조 전임자 급여를 회사가 아닌 노조 스스로 부담토록 함으로써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부당한 폐해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당분간의 진통이 수반되더라도 노사 관계의 선진화를 위해 올해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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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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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