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트위터 이중행보 논란

자랑질엔 ‘방방’ 사고나면 ‘잠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트위터 행보가 구설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자신의 관심사는 물론 신세계의 사업계획 등을 트위터로 밝혀 세인들은 물론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서 자신의 근황과 그룹 홍보에는 열심인 반면, 정작 언급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함구한다는 것이다.

홍보에는 적극적인 모습…사고만 터지면 침묵
자사 사고엔 관대, 타사 흠에는 거침없는 질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재계에 내로라하는 ‘트위터리안’이다. 팔로워만도 현재 2만8000여 명에 이른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 키우는 강아지 사진 등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쌓고 있다. 또 정보통신(IT) 신기술에도 관심이 많아 팔로워들과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고 있다.

트위터로 수십억 번 셈

트위터를 통한 홍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트위터를 통해 신세계 전점에 와이파이(Wi-Fi) 무선인터넷을 구축할 것이라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또 계열사인 스타벅스의 이벤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 이마트 25호점 개점도 트위터로 알렸다. 오너나 전문 경영인이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폐쇄적인 기업과 달리 오너 경영자가 직접 ‘1인 홍보’를 펴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한 홍보실 관계자는 “가만히 있어도 홍보가 되니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이상 번 셈”이라며 “신세계의 기업 이미지가 유연하고 젊은 이미지로 각인되는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소득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트위터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회사자랑에는 열심이지만 사고와 관련해서는 함구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이마트 가리비살’에서 대장균 과다 검출 논란이 빚어졌을 때 정 부회장의 트위터는 침묵했다. ‘이마트 튀김가루’에서 생쥐가 발견됐을 때도, ‘이마트 옥수수맛전분’에서 이산화황’이 초과검출됐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신세계백화점에 화재라는 대형사고가 터진 뒤에야 입을 열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백화점의 안전대책 교육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안전불감증이다. 개점 전이라 천만다행이지만 이번 기회에 안전교육을 챙겨보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회장님’의 얘긴 씨알도 안 먹힌 듯하다. 이번엔 이마트 성수점에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신세계 백화점 화재로부터 불과 열흘 만의 일이었다. 민망한 정 부회장은 다시 ‘침묵모드’에 돌입했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소통과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놀랄 만한 사안에 대해 침묵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자사의 사고에 관대한 정 부회장이지만 타사의 흠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다. 제 눈 대들보 못보고 남의 눈 티끌만 보이는 꼴이다.

지난 4월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방식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후배가 애플의 아이폰이 3년이면 쇠퇴할 것이라고 했다”며 “아이폰을 이기는 솔루션에는 관심이 없고 기계 몇 대 파느냐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방식을 지적한 것이다.

또 최근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를 갖고 해외 출장을 나갔다가 겪은 ‘불편’을 트위터에 털어놓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에 “로밍 중인 갤럭시S가 갑자기 먹통입니다. 전파 못 잡기를 6시간…그리고 이제는 유심카드마저도 인식이 안 된다고 하네요. 국제 전파미아가 된 기분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영향력 남다르다

트위터라는 개인 공간에서 어떤 얘길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지위를 고려하면 그가 트위터를 통해 뱉어내는 한마디의 영향력이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게 재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때문에 언론은 재계 CEO들의 트위터를 항상 주목하고 있으며 CEO들의 발언은 곧잘 기사화돼 국민에 전달된다. 정 부회장이 좀 더 신중한 트위터 행보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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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