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주주대표소송 승소

편법 이용한 재산 불리기…“네 죄를 사하노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는 지난 18일 경제개혁연대와 신세계 소액주주 등 10명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전ㆍ현직 이사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 부회장은 광주 신세계와는 별도 법인인 신세계의 이사였고 신주 인수는 그와 광주 신세계와의 사이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신세계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한 ‘자기거래’로 볼 수 없다”며 정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이 같은 판결에 경제개혁연대는 거세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정 부회장이 지난 1998년 광주신세계가 25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실권주를 모두 인수하면서부터다. 이는 지난 2002년 광주신세계가 상장하면서 585억원으로 불어났다. 상장 이전 정 부회장의 지분은 83.3%에 달했다.

광주신세계는 1995년 처음 설립될 때만 해도 신세계가 100% 대주주였다. 그런데 대주주가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하고 이 실권주가 정 부회장에게 넘어가면서 정 부회장의 개인 회사처럼 돼 버렸다. ‘알짜배기 비상장 계열사가 유상증자를 하면 이 회사의 주주로 있는 계열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청약을 포기하고 그룹의 황태자가 실권주를 싸게 사들인다.’ 이는 그간 재벌가에서 사랑받아온 전형적인 재산 불리기 시나리오다.

하지만 신세계의 경우, 다른 재벌가와 다른 점이 있다. 1심에서부터 우호적인 판결이 이어졌다는 게 바로 그것. 이 재판의 쟁점은 광주신세계가 헐값에 발행한 신주를 왜 대주주인 신세계가 외면했느냐다. 정 부회장에게 지분을 넘기려고 의도적으로 실권한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런데 법원은 신세계와 광주신세계가 독립된 별도의 법인이라는 엉뚱한 논리를 들며 정 부회장의 편에 섰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의 대주주고 정 부회장 일가는 신세계의 대주주다. 이 두 회사를 과연 독립된 법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헐값 발행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 부회장은 최대 1만9434원으로 평가되는 주식을 5000원에 사들였다. 만약 이 계산대로라면 신세계 입장에서는 알짜배기 자회사의 지분을 헐값에 내준 셈이다. 그때 25억원을 신세계가 직접 출자했다면 신세계는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을 텐데 신세계는 이를 포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주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발행됐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또 법원은 “이사가 합리적인 선택 범위 내에서 판단하고 성실히 업무를 진행하였다면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애초에 정 부회장을 비롯해 신세계 이사회가 의도적인 실권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 결과적으로 신세계가 알짜배기 자회사의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정 부회장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은 건 사실이지만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우호적 판결의 배경으로 일각에선 법조·관료 출신 인사로 구성된 신세계의 사외이사진을 거론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광주신세계에 대한 논란이 한창 뜨겁던 지난 2007~2008년 사이에 영입됐다는 점에서 그 의혹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공시에 따르면 신세계와 광주신세계 사외이사진에는 법무법인·법률사무소에 소속된 인사가 검사장 출신을 포함해 네 명, 국세청 출신 세무 전문가 두 명, 감사원 출신 두 명, 공정위 출신 한 명이 포진해 있다.

이처럼 신세계 뒤편에 버티고 있는 ‘빵빵한’ 사외이사진이 신세계 측의 든든한 아군이 돼줬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에 대해 신세계 측은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