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야생화 탐방 ③포항 기청산식물원

다채로운 표정의 여름 꽃 핀 포항의 무릉도

지난 4월 포항 KTX가 개통했다. 포항은 이제 서울에서 2시간30분, 대전에서 1시간30~40분 거리다. 접근이 편리해지며 포항 여행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그간 포항은 제철 도시의 색깔이 강했다. 여행지는 일출 명소 호미곶과 바다가 앞섰다. 못내 아쉽다. 포항은 훨씬 다채로운 표정이 있는 여행지다. 조금 새로운 발견을 원한다면 북쪽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여름날 꽃과 숲을 만나기 좋다. 처음 찾는 이들은 포항의 심상이 달라진다.

느린 걸음으로 고요한 숲이 주는 안락함 만끽
희귀멸종위기식물원에서 마주하는 진귀한 꽃

첫 방문지는 기청산식물원이다. 기청산은 기(箕)와 청산(靑山)을 합친 말이다. 기는 곡식을 까부르는 데 쓰는 키고, 청산은 익히 아는 대로 유토피아다. 키 모양 대나무 언덕이 있는 무릉도원, 좋은 식물과 사람의 참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삼우 원장의 취지가 담긴 이름이다. 그는 지난 1969년 기청산농원을 열며 식물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현재는 9ha에 식물 2500여종이 자란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했나. 그 가치는 식물원에 들어서는 순간 실감한다. 정문 일대부터 영화나 소설에 나올 법한 숲길이 펼쳐진다. 초록 숲 사이로 알록달록한 꽃들이 반긴다. 비밀의 빗장을 열듯 살며시 걸음을 낸다.
초입의 양치식물원, 자생화원, 울릉식물관찰원을 지나 가장 안쪽의 용연지나 희귀멸종위기식물원까지 다녀온다. 그 중간에 식용식물원이나 암석원, 해변식물원 등이 자리한다. 기청산식물원을 돌아보는 데 정해진 경로나 원칙은 없다. 숲이 주는 안위를 만끽하며 느리게 걷는다. 눈길을 끄는 꽃이나 식물이 있다면 푯말을 보고 이름을 되뇌어도 좋겠다. 또한 멸종위기식물을 눈여겨보면 관람이 좀 더 풍요롭다.

멸종 위기 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

기청산식물원은 지난 2004년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환경부가 서식지 내 보전이 어려운 동식물을 서식지 외에서 보호·관리하도록 지정한 기관이다. 경상도 최초이자 민간 식물원으로는 한택식물원 다음이다. 현재 경상도에서 자생하는 멸종 위기 식물 10종을 보전하며 섬개야광나무, 섬현삼, 섬시호 등 울릉도 자생식물이 많다.
이맘때는 멸종 위기종 섬시호를 비롯해 섬말나리, 섬기린초 등이 꽃을 피운다. 섬시호는 바닷가 숲에서 자란다. 7~8월에 노란 꽃이 복산형꽃차례에 달린다. 섬말나리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 6~7월에 꽃을 피운다. 일본에서는 관상용으로 키울 만큼 화려한 모양을 자랑한다. 섬기린초는 7월에 20~30송이가 우산 모양으로 꽃을 피운다. 마치 포항에서 울릉도 숲을 걷는 듯하다. 


가장 안쪽에 있는 희귀멸종위기식물원도 꽃들이 반긴다. 수줍게 고개를 숙인 자주초롱꽃이다. 백두산에서 채종한 자주초롱꽃이 울릉도 섬초롱꽃과 자웅을 겨룬다. 오가는 길목의 습지에 노랑어리연꽃과 노루오줌 꽃도 앙증맞다. 야생에 피는 꽃 못지않은, 야생인 듯 야생 같은 식물원의 모습이다. 

가족이 함께라면 울릉식물관찰원 북쪽의 낙우송 고목이나 대숲도 볼거리다. 낙우송은 뿌리가 숨을 쉬기 위해 땅 위로 무리 지어 솟아올랐다. 진귀한 현상이라 아이들이 눈을 반짝인다. 낙우송 근처에는 키 모양 대숲이 있다. 대나무 사이 미로를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식물원을 알차게 경험하는 방법이다. 야생화 심고 기르기, 나무피리목걸이 만들기를 비롯한 목공예 체험과 천연 염색 체험 등이다. 유료로 진행하는 식물 해설 가이드 역시 기청산식물원을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숲이 고요해 가만히 귀 기울이면 새소리도 다채롭다. 

포항 북쪽 생태 여행은 기청산식물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죽장면 경상북도수목원과 송라면 내연산이 약 10km 거리에 있다. 경상북도수목원은 해발 650m에 자리해 우리나라 수목원 가운데 가장 높은 위치다. 더위를 피해 걷기에 제격이다. 전체 면적 역시 2727ha의 국내 최대 규모에 알찬 구성이 매력이다. 만남의 광장을 중심으로 서쪽은 백합원을 지나 삼미담이 나오고, 동쪽은 활엽수원과 울릉도·독도식물원을 지나 전망대까지 오른다. 수변 경관을 볼 수 있는 삼미담은 수목원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 반면 15분 거리의 영춘정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동해까지 내다보인다.

내연산도 포항의 자랑거리다. 해발고도 710m로 가늠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여름에는 12폭포가 피서객을 부른다. 쌍둥이 폭포인 상생폭포를 출발해 시명폭포까지 12개 폭포가 각기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보경사에서 첫 폭포인 상생폭포까지는 왕복 40분,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관음폭포와 연산폭포까지는 왕복 2시간이 걸린다. 관음폭포와 연산폭포 사이에는 구름다리가 있고, 주변으로 학소대와 비하대 등이 절경이다. 시간을 내서 다녀올 만하다. 길목의 계곡에는 쉴 만한 물가도 여럿이다. 내연산 초입의 보경사도 마음을 다스린다. 602년(진평왕 25) 신라 지명법사가 창건한 사찰로 보경사 원진국사비(보물 제252호), 보경사 승탑(보물 제430호) 등 문화재가 있다.

포항의 해운대
영일대해수욕장

여름 바다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면 포항 시내에서 가까운 해변을 찾는다.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의 해운대’로 불리는 번화가다. 예전에는 북부해수욕장이었으나,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 누각 영일대가 들어선 뒤 이름이 바뀌었다. 영일대는 일출과 야경 명소로 소문이 났다.

오는 7월 30일부터 8월2일까지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 때 야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좀 더 활동적인 레저를 체험하고 싶을 때는 포항해양스포츠아카데미를 찾는다. 윈드서핑, 딩기 요트, 카이트 보딩이나 서핑 등을 배울 수 있다.


정적인 레저는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포항운하의 크루즈가 있다. 포항운하는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잇는 뱃길이다. 크루즈는 포항운하와 바다를 아우르는데 기본 코스(8km)와 내항 코스(6km)로 나뉜다.

선착장을 출발해 죽도시장, 포항함 등을 30~40분간 운항한다. 7월1일부터는 야간 운항도 하고 있다. 예약하는 게 안전하다. 기다리는 동안은 포항운하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주변 바다 경관이 푸근하게 안기는데, 포항(浦項)이라는 이름이 뜻하는 포구의 길목, 갯메기를 실감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생태 체험 코스 : 기청산식물원→경상북도수목원→보경사→내연산
체험 여행 코스 : 기청산식물원→영일대해수욕장→포항운하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기청산식물원→보경사→내연산 12폭포
둘째 날 : 경상북도수목원→영일대해수욕장→포항운하

관련 웹사이트
· 포항시 문화관광 http://phtour.ipohang.org
· 기청산식물원 www.key-chungsan.co.kr
· 경상북도수목원 www.gbarboretum.org
· 보경사 www.bogyeongsa.kr
· 포항운하 http://innerharbor.ipohang.org

문의 전화
· 포항시청 국제협력관광과 054-270-2373
· 기청산식물원 054-232-4129
· 경상북도수목원 054-260-6100
· 보경사 054-262-1117
· 포항운하 054-270-5177, 5173(주중) 054-270-5176, 5173(주말)
· 포항크루즈 054-253-4001
· 영일대해수욕장(포항시청 해양항만과) 054-270-2843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포항역 :
KTX 하루 8~10회(05:15~22:10) 운행, 2시간3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포항 : 동서울종합터미널 하루 20여회(07:00~24:0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대련 IC→동해대로 16km→청하 방면 좌회전 청하로 1.8km→ 청하로175번길 방면 좌회전 500m→기청산식물원

숙박
· 베니키아호텔포항 : 남구 중앙로, 054-282-2700, www.benikeapohang.com
· 연산온천파크 : 북구 송라면 보경로, 054-262-5200, www.yeonsanspa.com
· 스타모텔 : 북구 중앙상가6길, 054-232-8255, 8257
· 네이처풀빌라 : 북구 청하면 해안로, 010-6700-1200, www.naturepoolvilla.com

식당
· 운하회·대게식당 : 물회, 북구 죽도시장길, 054-246-5656, www.unha.kr
· 삼보가든 : 산채 요리, 북구 송라면 보경로, 054-262-2224
· 경주종가집장독된장 : 장독된장, 남구 이동로, 054-278-6468
· 까꾸네모리국수 : 모리국수,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054-276-2298


축제와 행사
· 제12회 포항국제불빛축제 : 2015년 7월30일~8월2일, 영일대해수욕장·형산강체육공원 일원
                                         054-270-2255, http://piff.ipohang.org

주변 볼거리
하옥계곡, 덕동문화마을, 환호공원, 죽도시장,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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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