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지방자치단체장 탐구③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

‘소리 없는 불도저’ 세 번째 엔진 가동 준비 완료!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민주당 김정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부산광역시장으로는 최초로 3선 고지를 점령한 것. 이로써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이와 함께 일류 부산을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가 시가 처한 여러 현안들에 어떤 해법을 가져다줄 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 공직 30년, 시장에 이른 ‘부산 전문가’
부산광역시장으로서 최초로 3선 고지 점령


허남식 당선자는 경남 의령군 용덕면 깊은 산골에 자리한 벽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던 그는 끼니를 거르는가 하면 겨우 고구마로 때우기 일쑤였다. 당시 허 당선자의 아버지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집도 없이 분가해야 했다.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먹고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바람에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일제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당시 ‘신교육’을 받은 ‘깬 여성’이었다. 허 당선자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맹모’에 버금가는 어머니의 훈육과 열성 덕분이다.

이후 그는 의령중, 마산고를 거쳐 고려대에 진학했다. 초등학교 동기생 53명 중 대학을 나온 사람은 허 당선자를 포함해 두 명 뿐이었다.

허 당선자의 대학 진학과 함께 어머니와 동생도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허 당선자를 올바로 키우려 열과 성을 다 바쳤다. 당시 서울 집에 들렀던 숙부는 무심코 나무마루를 걸으며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가 형수로부터 “남식이가 방에서 고시공부를 하니 발뒤꿈치를 들고 걸으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는 그의 어머니의 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 같은 어머니의 ‘못 말리는 성원’에 힘 입어 결국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 꿈에 그리던 공직의 길에 서는 데 성공했다.

부산직할시에서 사무관 근무를 시작한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부산사람’으로 살았다. 청·장년기의 땀과 열정을 온통 부산발전의 밑거름으로 쏟아부었다. 부산광역시 기획관-영도구청장-지역경제국장-내무국장-기획관리실장-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그는 부산발전의 주요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부산의 도시기반 확충 및 도시 국제화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맹모 못잖은 어머니의
열성적 성원에 행시합격

부산이 전국최악의 교통 3난(소통난·도로난·주차난)에 시달릴 당시 초대 교통기획과장을 맡아 교통난 해결의 주춧돌을 놨다. 또 도시의 국제화에 힘쓸 땐 국제경기대회지원준비단장을 맡아 지난 2002년 4대 국제행사 성공의 기틀을 다졌으며 경제중흥의 계기를 찾을 시기에는 지역경제국장을 맡아 적극적인 지역경제 회생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다. ‘국제회의 도시 부산’의 초석인 벡스코를 세우고 중소기업의 경영지원을 돕는 신용보증재단을 세운 것 또한 그의 공로였다.

허 당선자는 “그 일들은 분명 부산의 역사를 바꾸는 작은 거름이었다. 그래서 나의 부산시 생활은 개인적으로는 보람과 긍지의 세월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전문 행정가’로 불리는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 재임 중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를 맞아 그 동안 쌓아온 행정 경륜을 부산발전을 위해 쏟아 붓기로 결심한 것. 결국 그는 멋지게 꿈을 이뤄냈고 행정가에서 부산경영 CEO로 우뚝 서게 됐다.

만만치 않은 보궐선거를 한 치의 빈틈 없이 치러낸 그는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도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경영 능력과 도시관리 철학을 아낌 없이 발휘했다. 때문에 그는 취임 후 당면했던 지난 2005 APEC 정상회의에서 ‘역대 최고’의 자랑스러운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또 시정의 중심을 부산경제 회생 및 서민생활 안정 위주로 잡아 지역혁신 및 서민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정경영 철학을 펼쳤다. 이후 한결같고 겸손하게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음으로써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국회의원 3선의 권철현 전 의원과의 치열한 당내 경선과, 한때 부산시정 동료였던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동남권 중심도시를 너머 세계도시로 도약할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것이 그의 재선시절 성과를 아우르는 안팎의 평가다. 이 기간 부산은 APEC 성공개최를 발판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센텀시티 성공, 벡스코나 신세계 유치·성공은 부산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산도약 가능성을 읽은 국내외 자본이 들어와 오늘 센텀시티 일대는 ‘한국의 맨해튼’으로 거듭났다.

민선 4기 출범 당시 내걸었던 고질적 산업용지난 해소, 글로벌도시 부산 기반구축, 생활공감 정책실현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부산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행복한 복지부산 건설 같은 5대 분야 공약에 대한 외부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매니페스토 공약 이행도와 신뢰도 부문 평가에서 큰 점수를 받아 07년, 08년 2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또 정부의 7개 특별·광역시에 대한 국정시책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대표적 성과 중 하나는 고질적인 용지난을 풀어낸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년 산업용지난 해소에 주력, 강서그린벨트 1000만 평을 풀었다.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신호와 센텀시티, 과학, 정관, 기룡 등 229만 평 규모의 5개 산단 조성을 완료했고, 현재 600만 평 규모의 15개 산단은 조성 중이거나 조성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북아 해양물류허브 육성 기반 구축 사업인 부산신항 건설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 중이고,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북항 재개발사업도 지난해 12월 부지조성공사 발주로 본 궤도에 올랐다.

강단 있는 추진력
‘소리 없는 불도저’

도심 한복판에 20년 동안 방치됐던 문현금융단지 개발사업도 지난해 1월 해양·파생 금융중심지 지정으로 탄력을 받아 국제금융도시로의 발전 기반을 마련했다.

시민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시내버스-지하철-마을버스로 이어지는 대중교통 무료 환승제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도시철도 3호선 및 2호선 양산선이 개통했으며, 만덕터널과 동서고가로를 앞당겨 무료화, 시민부담을 덜었다.

평소 편안한 외모와 겸손한 자세에서 묻어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과는 달리 ‘소리 없는 불도저’란 별명처럼 일관성 있고 강단 있는 추진력으로 부산시정을 이끌어온 허 당선자.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부산시민의 선택을 받아 앞으로 4년 간 부산의 시정을 도맡아 꾸려가게 됐다.

이에 따라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부산신항 건설과 북항 재개발, 강서 지역 국제산업물류도시, 동부산관광단지, 문현금융단지와 동삼동을 비롯한 3개 지구의 혁신도시, 하야리아 시민공원 등은 허 당선자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완성되면 부산은 명실공히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이 비전 달성을 위해 허 당선자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의 스마트성장, 환경 보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동시에 지향하는 녹색성장, 문화와 창의를 중시하는 창조도시 건설로 세계 일류도시 부산을 향한 새로운 성장발전 5대 지표와 20대 전략, 100대 과제를 정해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동남권’ 넘어 ‘세계도시’ 기반 다졌다” 호평
“100대 과제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낼 것”


이를 위해 첫째,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동력산업을 창출하고,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토대인 소프트기업 500개를 육성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신경제도시로 녹색첨단산업, 금융, 문화컨텐츠, 관광, 컨벤션산업 등 창의적인 경제구조로 만들고 전통산업을 첨단화할 계획이다.

또 서부산권은 신항만, 신공항, 경제자유지역, 강서 국제산업물류도시, 강동 창조도시 등 세계적인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부산의 신성장지역으로 동남권의 원자력 의·과학단지의 완성과 부산의 풍부한 의료시설과 인력을 바탕으로 부산을 아시아 의료산업 허브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둘째, 출산장려금 1000억 원을 조성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갓난아이부터 대학까지 교육 비용 부담을 줄이는 꿈과 희망이 꽃피는 교육도시로 서부산권에 부산연구개발특구 조성,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사업 추진, 부산의 인재가 머물고 세계적 인재가 찾아드는 과학기술도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셋째, 모든 시민이 행복한 선진복지도시로 희망 디딤돌 사업 확대, 사회적 기업 200개 조성, 서민들과 노인, 여성들의 일자리와 소득 보장, 장애인종합회관을 건립해 장애인들의 재활과 경제참여기회를 늘리고 노인문화센터 확충과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과 사회활동을 돕겠다고 밝혔다.

넷째, 문화가 숨 쉬는 녹색 창조도시로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통해 산복도로와 주변 지역을 명품지역으로 재창조하고 부산시민공원, 석대수목원 등의 도심 숲과 산과 바다·강을 연결하는 녹색 갈맷길을 조성해 자연이 어우러진 품격있는 녹색도시를 창조할 계획이다.

또 도시교통을 지능형으로 개편, 도시철도망을 확충해 공해 없고 편리한 녹색교통환경을 만들고 보행로 개선과 도로녹화를 통해 걷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오페라 하우스, 예술의 전당 등을 건립해 도심 여러 곳에 문화창조지구를 조성, 시민참여형 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섯째, 세계로 활짝 열린 글로벌도시로 가덕도 국제관광도시 건설, 부산 연안 해상 플로팅 아일랜드 리조트 조성, 국제규모 돔구장 건설 등 세계인이 찾는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고 가덕도에 동북아 제2 허브공항을 반드시 유치해 국제항공노선을 확충, 신항만과 연계 동북아를 리드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부권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양산 등 부산 인접 지역의 통합을 통해 동남권 발전을 주도해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활성화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새로운 부산시대 열 것


허 당선자는 “이 공약은 남은 생애의 마지막 사명으로 꿈과 열정을 부산 발전에 바쳐 이 공약이 이뤄지는 4년 후 부산은 몰라보게 달라져 부산의 경제는 지금의 2만 달러 시대에서 4만 달러 시대로 나아가고 지역 간 계층 간의 격차 완화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세계 일류도시 800만 동남경제권의 중추관리도시로 세계의 대표적 광역경제권 중 10대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세우기 위해 시의 행정조직을 세계 일류도시 경영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 1만5000여 공직자와 함께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거듭나 새로운 부산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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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