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지방자치단체장 탐구③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

‘소리 없는 불도저’ 세 번째 엔진 가동 준비 완료!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민주당 김정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부산광역시장으로는 최초로 3선 고지를 점령한 것. 이로써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이와 함께 일류 부산을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가 시가 처한 여러 현안들에 어떤 해법을 가져다줄 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 공직 30년, 시장에 이른 ‘부산 전문가’
부산광역시장으로서 최초로 3선 고지 점령


허남식 당선자는 경남 의령군 용덕면 깊은 산골에 자리한 벽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던 그는 끼니를 거르는가 하면 겨우 고구마로 때우기 일쑤였다. 당시 허 당선자의 아버지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집도 없이 분가해야 했다.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먹고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바람에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일제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당시 ‘신교육’을 받은 ‘깬 여성’이었다. 허 당선자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맹모’에 버금가는 어머니의 훈육과 열성 덕분이다.

이후 그는 의령중, 마산고를 거쳐 고려대에 진학했다. 초등학교 동기생 53명 중 대학을 나온 사람은 허 당선자를 포함해 두 명 뿐이었다.

허 당선자의 대학 진학과 함께 어머니와 동생도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허 당선자를 올바로 키우려 열과 성을 다 바쳤다. 당시 서울 집에 들렀던 숙부는 무심코 나무마루를 걸으며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가 형수로부터 “남식이가 방에서 고시공부를 하니 발뒤꿈치를 들고 걸으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는 그의 어머니의 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 같은 어머니의 ‘못 말리는 성원’에 힘 입어 결국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 꿈에 그리던 공직의 길에 서는 데 성공했다.

부산직할시에서 사무관 근무를 시작한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부산사람’으로 살았다. 청·장년기의 땀과 열정을 온통 부산발전의 밑거름으로 쏟아부었다. 부산광역시 기획관-영도구청장-지역경제국장-내무국장-기획관리실장-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그는 부산발전의 주요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부산의 도시기반 확충 및 도시 국제화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맹모 못잖은 어머니의
열성적 성원에 행시합격

부산이 전국최악의 교통 3난(소통난·도로난·주차난)에 시달릴 당시 초대 교통기획과장을 맡아 교통난 해결의 주춧돌을 놨다. 또 도시의 국제화에 힘쓸 땐 국제경기대회지원준비단장을 맡아 지난 2002년 4대 국제행사 성공의 기틀을 다졌으며 경제중흥의 계기를 찾을 시기에는 지역경제국장을 맡아 적극적인 지역경제 회생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다. ‘국제회의 도시 부산’의 초석인 벡스코를 세우고 중소기업의 경영지원을 돕는 신용보증재단을 세운 것 또한 그의 공로였다.

허 당선자는 “그 일들은 분명 부산의 역사를 바꾸는 작은 거름이었다. 그래서 나의 부산시 생활은 개인적으로는 보람과 긍지의 세월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전문 행정가’로 불리는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 재임 중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를 맞아 그 동안 쌓아온 행정 경륜을 부산발전을 위해 쏟아 붓기로 결심한 것. 결국 그는 멋지게 꿈을 이뤄냈고 행정가에서 부산경영 CEO로 우뚝 서게 됐다.

만만치 않은 보궐선거를 한 치의 빈틈 없이 치러낸 그는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도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경영 능력과 도시관리 철학을 아낌 없이 발휘했다. 때문에 그는 취임 후 당면했던 지난 2005 APEC 정상회의에서 ‘역대 최고’의 자랑스러운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또 시정의 중심을 부산경제 회생 및 서민생활 안정 위주로 잡아 지역혁신 및 서민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정경영 철학을 펼쳤다. 이후 한결같고 겸손하게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음으로써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국회의원 3선의 권철현 전 의원과의 치열한 당내 경선과, 한때 부산시정 동료였던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동남권 중심도시를 너머 세계도시로 도약할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것이 그의 재선시절 성과를 아우르는 안팎의 평가다. 이 기간 부산은 APEC 성공개최를 발판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센텀시티 성공, 벡스코나 신세계 유치·성공은 부산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산도약 가능성을 읽은 국내외 자본이 들어와 오늘 센텀시티 일대는 ‘한국의 맨해튼’으로 거듭났다.

민선 4기 출범 당시 내걸었던 고질적 산업용지난 해소, 글로벌도시 부산 기반구축, 생활공감 정책실현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부산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행복한 복지부산 건설 같은 5대 분야 공약에 대한 외부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매니페스토 공약 이행도와 신뢰도 부문 평가에서 큰 점수를 받아 07년, 08년 2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또 정부의 7개 특별·광역시에 대한 국정시책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대표적 성과 중 하나는 고질적인 용지난을 풀어낸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년 산업용지난 해소에 주력, 강서그린벨트 1000만 평을 풀었다.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신호와 센텀시티, 과학, 정관, 기룡 등 229만 평 규모의 5개 산단 조성을 완료했고, 현재 600만 평 규모의 15개 산단은 조성 중이거나 조성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북아 해양물류허브 육성 기반 구축 사업인 부산신항 건설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 중이고,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북항 재개발사업도 지난해 12월 부지조성공사 발주로 본 궤도에 올랐다.

강단 있는 추진력
‘소리 없는 불도저’

도심 한복판에 20년 동안 방치됐던 문현금융단지 개발사업도 지난해 1월 해양·파생 금융중심지 지정으로 탄력을 받아 국제금융도시로의 발전 기반을 마련했다.

시민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시내버스-지하철-마을버스로 이어지는 대중교통 무료 환승제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도시철도 3호선 및 2호선 양산선이 개통했으며, 만덕터널과 동서고가로를 앞당겨 무료화, 시민부담을 덜었다.

평소 편안한 외모와 겸손한 자세에서 묻어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과는 달리 ‘소리 없는 불도저’란 별명처럼 일관성 있고 강단 있는 추진력으로 부산시정을 이끌어온 허 당선자.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부산시민의 선택을 받아 앞으로 4년 간 부산의 시정을 도맡아 꾸려가게 됐다.

이에 따라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부산신항 건설과 북항 재개발, 강서 지역 국제산업물류도시, 동부산관광단지, 문현금융단지와 동삼동을 비롯한 3개 지구의 혁신도시, 하야리아 시민공원 등은 허 당선자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완성되면 부산은 명실공히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이 비전 달성을 위해 허 당선자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의 스마트성장, 환경 보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동시에 지향하는 녹색성장, 문화와 창의를 중시하는 창조도시 건설로 세계 일류도시 부산을 향한 새로운 성장발전 5대 지표와 20대 전략, 100대 과제를 정해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동남권’ 넘어 ‘세계도시’ 기반 다졌다” 호평
“100대 과제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낼 것”


이를 위해 첫째,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동력산업을 창출하고,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토대인 소프트기업 500개를 육성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신경제도시로 녹색첨단산업, 금융, 문화컨텐츠, 관광, 컨벤션산업 등 창의적인 경제구조로 만들고 전통산업을 첨단화할 계획이다.

또 서부산권은 신항만, 신공항, 경제자유지역, 강서 국제산업물류도시, 강동 창조도시 등 세계적인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부산의 신성장지역으로 동남권의 원자력 의·과학단지의 완성과 부산의 풍부한 의료시설과 인력을 바탕으로 부산을 아시아 의료산업 허브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둘째, 출산장려금 1000억 원을 조성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갓난아이부터 대학까지 교육 비용 부담을 줄이는 꿈과 희망이 꽃피는 교육도시로 서부산권에 부산연구개발특구 조성,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사업 추진, 부산의 인재가 머물고 세계적 인재가 찾아드는 과학기술도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셋째, 모든 시민이 행복한 선진복지도시로 희망 디딤돌 사업 확대, 사회적 기업 200개 조성, 서민들과 노인, 여성들의 일자리와 소득 보장, 장애인종합회관을 건립해 장애인들의 재활과 경제참여기회를 늘리고 노인문화센터 확충과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과 사회활동을 돕겠다고 밝혔다.

넷째, 문화가 숨 쉬는 녹색 창조도시로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통해 산복도로와 주변 지역을 명품지역으로 재창조하고 부산시민공원, 석대수목원 등의 도심 숲과 산과 바다·강을 연결하는 녹색 갈맷길을 조성해 자연이 어우러진 품격있는 녹색도시를 창조할 계획이다.

또 도시교통을 지능형으로 개편, 도시철도망을 확충해 공해 없고 편리한 녹색교통환경을 만들고 보행로 개선과 도로녹화를 통해 걷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오페라 하우스, 예술의 전당 등을 건립해 도심 여러 곳에 문화창조지구를 조성, 시민참여형 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섯째, 세계로 활짝 열린 글로벌도시로 가덕도 국제관광도시 건설, 부산 연안 해상 플로팅 아일랜드 리조트 조성, 국제규모 돔구장 건설 등 세계인이 찾는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고 가덕도에 동북아 제2 허브공항을 반드시 유치해 국제항공노선을 확충, 신항만과 연계 동북아를 리드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부권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양산 등 부산 인접 지역의 통합을 통해 동남권 발전을 주도해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활성화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새로운 부산시대 열 것


허 당선자는 “이 공약은 남은 생애의 마지막 사명으로 꿈과 열정을 부산 발전에 바쳐 이 공약이 이뤄지는 4년 후 부산은 몰라보게 달라져 부산의 경제는 지금의 2만 달러 시대에서 4만 달러 시대로 나아가고 지역 간 계층 간의 격차 완화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세계 일류도시 800만 동남경제권의 중추관리도시로 세계의 대표적 광역경제권 중 10대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세우기 위해 시의 행정조직을 세계 일류도시 경영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 1만5000여 공직자와 함께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거듭나 새로운 부산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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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