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지방자치단체장 탐구③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

‘소리 없는 불도저’ 세 번째 엔진 가동 준비 완료!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민주당 김정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부산광역시장으로는 최초로 3선 고지를 점령한 것. 이로써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이와 함께 일류 부산을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가 시가 처한 여러 현안들에 어떤 해법을 가져다줄 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 공직 30년, 시장에 이른 ‘부산 전문가’
부산광역시장으로서 최초로 3선 고지 점령


허남식 당선자는 경남 의령군 용덕면 깊은 산골에 자리한 벽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던 그는 끼니를 거르는가 하면 겨우 고구마로 때우기 일쑤였다. 당시 허 당선자의 아버지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집도 없이 분가해야 했다.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먹고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바람에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일제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당시 ‘신교육’을 받은 ‘깬 여성’이었다. 허 당선자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맹모’에 버금가는 어머니의 훈육과 열성 덕분이다.

이후 그는 의령중, 마산고를 거쳐 고려대에 진학했다. 초등학교 동기생 53명 중 대학을 나온 사람은 허 당선자를 포함해 두 명 뿐이었다.

허 당선자의 대학 진학과 함께 어머니와 동생도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허 당선자를 올바로 키우려 열과 성을 다 바쳤다. 당시 서울 집에 들렀던 숙부는 무심코 나무마루를 걸으며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가 형수로부터 “남식이가 방에서 고시공부를 하니 발뒤꿈치를 들고 걸으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는 그의 어머니의 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 같은 어머니의 ‘못 말리는 성원’에 힘 입어 결국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 꿈에 그리던 공직의 길에 서는 데 성공했다.

부산직할시에서 사무관 근무를 시작한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부산사람’으로 살았다. 청·장년기의 땀과 열정을 온통 부산발전의 밑거름으로 쏟아부었다. 부산광역시 기획관-영도구청장-지역경제국장-내무국장-기획관리실장-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그는 부산발전의 주요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부산의 도시기반 확충 및 도시 국제화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맹모 못잖은 어머니의
열성적 성원에 행시합격

부산이 전국최악의 교통 3난(소통난·도로난·주차난)에 시달릴 당시 초대 교통기획과장을 맡아 교통난 해결의 주춧돌을 놨다. 또 도시의 국제화에 힘쓸 땐 국제경기대회지원준비단장을 맡아 지난 2002년 4대 국제행사 성공의 기틀을 다졌으며 경제중흥의 계기를 찾을 시기에는 지역경제국장을 맡아 적극적인 지역경제 회생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다. ‘국제회의 도시 부산’의 초석인 벡스코를 세우고 중소기업의 경영지원을 돕는 신용보증재단을 세운 것 또한 그의 공로였다.

허 당선자는 “그 일들은 분명 부산의 역사를 바꾸는 작은 거름이었다. 그래서 나의 부산시 생활은 개인적으로는 보람과 긍지의 세월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전문 행정가’로 불리는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 재임 중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를 맞아 그 동안 쌓아온 행정 경륜을 부산발전을 위해 쏟아 붓기로 결심한 것. 결국 그는 멋지게 꿈을 이뤄냈고 행정가에서 부산경영 CEO로 우뚝 서게 됐다.

만만치 않은 보궐선거를 한 치의 빈틈 없이 치러낸 그는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도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경영 능력과 도시관리 철학을 아낌 없이 발휘했다. 때문에 그는 취임 후 당면했던 지난 2005 APEC 정상회의에서 ‘역대 최고’의 자랑스러운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또 시정의 중심을 부산경제 회생 및 서민생활 안정 위주로 잡아 지역혁신 및 서민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정경영 철학을 펼쳤다. 이후 한결같고 겸손하게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음으로써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국회의원 3선의 권철현 전 의원과의 치열한 당내 경선과, 한때 부산시정 동료였던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동남권 중심도시를 너머 세계도시로 도약할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것이 그의 재선시절 성과를 아우르는 안팎의 평가다. 이 기간 부산은 APEC 성공개최를 발판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센텀시티 성공, 벡스코나 신세계 유치·성공은 부산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산도약 가능성을 읽은 국내외 자본이 들어와 오늘 센텀시티 일대는 ‘한국의 맨해튼’으로 거듭났다.

민선 4기 출범 당시 내걸었던 고질적 산업용지난 해소, 글로벌도시 부산 기반구축, 생활공감 정책실현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부산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행복한 복지부산 건설 같은 5대 분야 공약에 대한 외부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매니페스토 공약 이행도와 신뢰도 부문 평가에서 큰 점수를 받아 07년, 08년 2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또 정부의 7개 특별·광역시에 대한 국정시책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대표적 성과 중 하나는 고질적인 용지난을 풀어낸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년 산업용지난 해소에 주력, 강서그린벨트 1000만 평을 풀었다.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신호와 센텀시티, 과학, 정관, 기룡 등 229만 평 규모의 5개 산단 조성을 완료했고, 현재 600만 평 규모의 15개 산단은 조성 중이거나 조성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북아 해양물류허브 육성 기반 구축 사업인 부산신항 건설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 중이고,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북항 재개발사업도 지난해 12월 부지조성공사 발주로 본 궤도에 올랐다.

강단 있는 추진력
‘소리 없는 불도저’

도심 한복판에 20년 동안 방치됐던 문현금융단지 개발사업도 지난해 1월 해양·파생 금융중심지 지정으로 탄력을 받아 국제금융도시로의 발전 기반을 마련했다.

시민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시내버스-지하철-마을버스로 이어지는 대중교통 무료 환승제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도시철도 3호선 및 2호선 양산선이 개통했으며, 만덕터널과 동서고가로를 앞당겨 무료화, 시민부담을 덜었다.

평소 편안한 외모와 겸손한 자세에서 묻어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과는 달리 ‘소리 없는 불도저’란 별명처럼 일관성 있고 강단 있는 추진력으로 부산시정을 이끌어온 허 당선자.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부산시민의 선택을 받아 앞으로 4년 간 부산의 시정을 도맡아 꾸려가게 됐다.

이에 따라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부산신항 건설과 북항 재개발, 강서 지역 국제산업물류도시, 동부산관광단지, 문현금융단지와 동삼동을 비롯한 3개 지구의 혁신도시, 하야리아 시민공원 등은 허 당선자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완성되면 부산은 명실공히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이 비전 달성을 위해 허 당선자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의 스마트성장, 환경 보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동시에 지향하는 녹색성장, 문화와 창의를 중시하는 창조도시 건설로 세계 일류도시 부산을 향한 새로운 성장발전 5대 지표와 20대 전략, 100대 과제를 정해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동남권’ 넘어 ‘세계도시’ 기반 다졌다” 호평
“100대 과제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낼 것”


이를 위해 첫째,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동력산업을 창출하고,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토대인 소프트기업 500개를 육성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신경제도시로 녹색첨단산업, 금융, 문화컨텐츠, 관광, 컨벤션산업 등 창의적인 경제구조로 만들고 전통산업을 첨단화할 계획이다.

또 서부산권은 신항만, 신공항, 경제자유지역, 강서 국제산업물류도시, 강동 창조도시 등 세계적인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부산의 신성장지역으로 동남권의 원자력 의·과학단지의 완성과 부산의 풍부한 의료시설과 인력을 바탕으로 부산을 아시아 의료산업 허브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둘째, 출산장려금 1000억 원을 조성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갓난아이부터 대학까지 교육 비용 부담을 줄이는 꿈과 희망이 꽃피는 교육도시로 서부산권에 부산연구개발특구 조성,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사업 추진, 부산의 인재가 머물고 세계적 인재가 찾아드는 과학기술도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셋째, 모든 시민이 행복한 선진복지도시로 희망 디딤돌 사업 확대, 사회적 기업 200개 조성, 서민들과 노인, 여성들의 일자리와 소득 보장, 장애인종합회관을 건립해 장애인들의 재활과 경제참여기회를 늘리고 노인문화센터 확충과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과 사회활동을 돕겠다고 밝혔다.

넷째, 문화가 숨 쉬는 녹색 창조도시로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통해 산복도로와 주변 지역을 명품지역으로 재창조하고 부산시민공원, 석대수목원 등의 도심 숲과 산과 바다·강을 연결하는 녹색 갈맷길을 조성해 자연이 어우러진 품격있는 녹색도시를 창조할 계획이다.

또 도시교통을 지능형으로 개편, 도시철도망을 확충해 공해 없고 편리한 녹색교통환경을 만들고 보행로 개선과 도로녹화를 통해 걷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오페라 하우스, 예술의 전당 등을 건립해 도심 여러 곳에 문화창조지구를 조성, 시민참여형 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섯째, 세계로 활짝 열린 글로벌도시로 가덕도 국제관광도시 건설, 부산 연안 해상 플로팅 아일랜드 리조트 조성, 국제규모 돔구장 건설 등 세계인이 찾는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고 가덕도에 동북아 제2 허브공항을 반드시 유치해 국제항공노선을 확충, 신항만과 연계 동북아를 리드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부권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양산 등 부산 인접 지역의 통합을 통해 동남권 발전을 주도해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활성화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새로운 부산시대 열 것


허 당선자는 “이 공약은 남은 생애의 마지막 사명으로 꿈과 열정을 부산 발전에 바쳐 이 공약이 이뤄지는 4년 후 부산은 몰라보게 달라져 부산의 경제는 지금의 2만 달러 시대에서 4만 달러 시대로 나아가고 지역 간 계층 간의 격차 완화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세계 일류도시 800만 동남경제권의 중추관리도시로 세계의 대표적 광역경제권 중 10대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세우기 위해 시의 행정조직을 세계 일류도시 경영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 1만5000여 공직자와 함께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거듭나 새로운 부산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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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