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지방자치단체장 탐구③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

‘소리 없는 불도저’ 세 번째 엔진 가동 준비 완료!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민주당 김정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부산광역시장으로는 최초로 3선 고지를 점령한 것. 이로써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이와 함께 일류 부산을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가 시가 처한 여러 현안들에 어떤 해법을 가져다줄 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 공직 30년, 시장에 이른 ‘부산 전문가’
부산광역시장으로서 최초로 3선 고지 점령


허남식 당선자는 경남 의령군 용덕면 깊은 산골에 자리한 벽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던 그는 끼니를 거르는가 하면 겨우 고구마로 때우기 일쑤였다. 당시 허 당선자의 아버지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집도 없이 분가해야 했다.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먹고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바람에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일제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당시 ‘신교육’을 받은 ‘깬 여성’이었다. 허 당선자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맹모’에 버금가는 어머니의 훈육과 열성 덕분이다.

이후 그는 의령중, 마산고를 거쳐 고려대에 진학했다. 초등학교 동기생 53명 중 대학을 나온 사람은 허 당선자를 포함해 두 명 뿐이었다.

허 당선자의 대학 진학과 함께 어머니와 동생도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허 당선자를 올바로 키우려 열과 성을 다 바쳤다. 당시 서울 집에 들렀던 숙부는 무심코 나무마루를 걸으며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가 형수로부터 “남식이가 방에서 고시공부를 하니 발뒤꿈치를 들고 걸으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는 그의 어머니의 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 같은 어머니의 ‘못 말리는 성원’에 힘 입어 결국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 꿈에 그리던 공직의 길에 서는 데 성공했다.

부산직할시에서 사무관 근무를 시작한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부산사람’으로 살았다. 청·장년기의 땀과 열정을 온통 부산발전의 밑거름으로 쏟아부었다. 부산광역시 기획관-영도구청장-지역경제국장-내무국장-기획관리실장-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그는 부산발전의 주요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부산의 도시기반 확충 및 도시 국제화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맹모 못잖은 어머니의
열성적 성원에 행시합격

부산이 전국최악의 교통 3난(소통난·도로난·주차난)에 시달릴 당시 초대 교통기획과장을 맡아 교통난 해결의 주춧돌을 놨다. 또 도시의 국제화에 힘쓸 땐 국제경기대회지원준비단장을 맡아 지난 2002년 4대 국제행사 성공의 기틀을 다졌으며 경제중흥의 계기를 찾을 시기에는 지역경제국장을 맡아 적극적인 지역경제 회생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다. ‘국제회의 도시 부산’의 초석인 벡스코를 세우고 중소기업의 경영지원을 돕는 신용보증재단을 세운 것 또한 그의 공로였다.

허 당선자는 “그 일들은 분명 부산의 역사를 바꾸는 작은 거름이었다. 그래서 나의 부산시 생활은 개인적으로는 보람과 긍지의 세월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전문 행정가’로 불리는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 재임 중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를 맞아 그 동안 쌓아온 행정 경륜을 부산발전을 위해 쏟아 붓기로 결심한 것. 결국 그는 멋지게 꿈을 이뤄냈고 행정가에서 부산경영 CEO로 우뚝 서게 됐다.

만만치 않은 보궐선거를 한 치의 빈틈 없이 치러낸 그는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도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경영 능력과 도시관리 철학을 아낌 없이 발휘했다. 때문에 그는 취임 후 당면했던 지난 2005 APEC 정상회의에서 ‘역대 최고’의 자랑스러운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또 시정의 중심을 부산경제 회생 및 서민생활 안정 위주로 잡아 지역혁신 및 서민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정경영 철학을 펼쳤다. 이후 한결같고 겸손하게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음으로써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국회의원 3선의 권철현 전 의원과의 치열한 당내 경선과, 한때 부산시정 동료였던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동남권 중심도시를 너머 세계도시로 도약할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것이 그의 재선시절 성과를 아우르는 안팎의 평가다. 이 기간 부산은 APEC 성공개최를 발판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센텀시티 성공, 벡스코나 신세계 유치·성공은 부산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산도약 가능성을 읽은 국내외 자본이 들어와 오늘 센텀시티 일대는 ‘한국의 맨해튼’으로 거듭났다.

민선 4기 출범 당시 내걸었던 고질적 산업용지난 해소, 글로벌도시 부산 기반구축, 생활공감 정책실현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부산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행복한 복지부산 건설 같은 5대 분야 공약에 대한 외부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매니페스토 공약 이행도와 신뢰도 부문 평가에서 큰 점수를 받아 07년, 08년 2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또 정부의 7개 특별·광역시에 대한 국정시책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대표적 성과 중 하나는 고질적인 용지난을 풀어낸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년 산업용지난 해소에 주력, 강서그린벨트 1000만 평을 풀었다.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신호와 센텀시티, 과학, 정관, 기룡 등 229만 평 규모의 5개 산단 조성을 완료했고, 현재 600만 평 규모의 15개 산단은 조성 중이거나 조성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북아 해양물류허브 육성 기반 구축 사업인 부산신항 건설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 중이고,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북항 재개발사업도 지난해 12월 부지조성공사 발주로 본 궤도에 올랐다.

강단 있는 추진력
‘소리 없는 불도저’

도심 한복판에 20년 동안 방치됐던 문현금융단지 개발사업도 지난해 1월 해양·파생 금융중심지 지정으로 탄력을 받아 국제금융도시로의 발전 기반을 마련했다.

시민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시내버스-지하철-마을버스로 이어지는 대중교통 무료 환승제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도시철도 3호선 및 2호선 양산선이 개통했으며, 만덕터널과 동서고가로를 앞당겨 무료화, 시민부담을 덜었다.

평소 편안한 외모와 겸손한 자세에서 묻어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과는 달리 ‘소리 없는 불도저’란 별명처럼 일관성 있고 강단 있는 추진력으로 부산시정을 이끌어온 허 당선자.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부산시민의 선택을 받아 앞으로 4년 간 부산의 시정을 도맡아 꾸려가게 됐다.

이에 따라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부산신항 건설과 북항 재개발, 강서 지역 국제산업물류도시, 동부산관광단지, 문현금융단지와 동삼동을 비롯한 3개 지구의 혁신도시, 하야리아 시민공원 등은 허 당선자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완성되면 부산은 명실공히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이 비전 달성을 위해 허 당선자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의 스마트성장, 환경 보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동시에 지향하는 녹색성장, 문화와 창의를 중시하는 창조도시 건설로 세계 일류도시 부산을 향한 새로운 성장발전 5대 지표와 20대 전략, 100대 과제를 정해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동남권’ 넘어 ‘세계도시’ 기반 다졌다” 호평
“100대 과제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낼 것”


이를 위해 첫째,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동력산업을 창출하고,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토대인 소프트기업 500개를 육성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신경제도시로 녹색첨단산업, 금융, 문화컨텐츠, 관광, 컨벤션산업 등 창의적인 경제구조로 만들고 전통산업을 첨단화할 계획이다.

또 서부산권은 신항만, 신공항, 경제자유지역, 강서 국제산업물류도시, 강동 창조도시 등 세계적인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부산의 신성장지역으로 동남권의 원자력 의·과학단지의 완성과 부산의 풍부한 의료시설과 인력을 바탕으로 부산을 아시아 의료산업 허브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둘째, 출산장려금 1000억 원을 조성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갓난아이부터 대학까지 교육 비용 부담을 줄이는 꿈과 희망이 꽃피는 교육도시로 서부산권에 부산연구개발특구 조성,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사업 추진, 부산의 인재가 머물고 세계적 인재가 찾아드는 과학기술도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셋째, 모든 시민이 행복한 선진복지도시로 희망 디딤돌 사업 확대, 사회적 기업 200개 조성, 서민들과 노인, 여성들의 일자리와 소득 보장, 장애인종합회관을 건립해 장애인들의 재활과 경제참여기회를 늘리고 노인문화센터 확충과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과 사회활동을 돕겠다고 밝혔다.

넷째, 문화가 숨 쉬는 녹색 창조도시로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통해 산복도로와 주변 지역을 명품지역으로 재창조하고 부산시민공원, 석대수목원 등의 도심 숲과 산과 바다·강을 연결하는 녹색 갈맷길을 조성해 자연이 어우러진 품격있는 녹색도시를 창조할 계획이다.

또 도시교통을 지능형으로 개편, 도시철도망을 확충해 공해 없고 편리한 녹색교통환경을 만들고 보행로 개선과 도로녹화를 통해 걷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오페라 하우스, 예술의 전당 등을 건립해 도심 여러 곳에 문화창조지구를 조성, 시민참여형 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섯째, 세계로 활짝 열린 글로벌도시로 가덕도 국제관광도시 건설, 부산 연안 해상 플로팅 아일랜드 리조트 조성, 국제규모 돔구장 건설 등 세계인이 찾는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고 가덕도에 동북아 제2 허브공항을 반드시 유치해 국제항공노선을 확충, 신항만과 연계 동북아를 리드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부권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양산 등 부산 인접 지역의 통합을 통해 동남권 발전을 주도해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활성화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새로운 부산시대 열 것

허 당선자는 “이 공약은 남은 생애의 마지막 사명으로 꿈과 열정을 부산 발전에 바쳐 이 공약이 이뤄지는 4년 후 부산은 몰라보게 달라져 부산의 경제는 지금의 2만 달러 시대에서 4만 달러 시대로 나아가고 지역 간 계층 간의 격차 완화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세계 일류도시 800만 동남경제권의 중추관리도시로 세계의 대표적 광역경제권 중 10대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세우기 위해 시의 행정조직을 세계 일류도시 경영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 1만5000여 공직자와 함께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거듭나 새로운 부산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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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