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⑦쫓겨나게 생긴 한경미씨

“맘 편히 장사하고 싶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일곱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건물에서 쫓겨나게 생긴 한경미씨 이야기입니다.


한경미씨는 동작구 숭실대 앞에서 10년째 감자탕집을 운영했다. 가게 위치가 도로변에 있고 대학가 근처라 장사가 썩 잘 됐다. 지난해 9월 중국 상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건물주가 찾아왔다. 건물주는 내년 4월29일까지 가게를 무조건 비워달라고 했다. 어차피 한씨의 건물 계약이 올해 4월29일까지였다. 한씨는 건물을 나갈 생각에 건물주에게 “그럼 양도양수 해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세입자에 소송
 
그런데 건물주는 미국 기업이 들어오기 때문에 양도양수를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당시 건물주는 미국에서는 권리금이 없기 때문에 양도양수를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한씨와 건물주는 양도양수에 대해 오랜 시간을 이야기 했지만 건물주는 해줄 수 없다며 고집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지난 2월부터 건물주의 친척이라는 사람이 한씨를 찾아왔다. 이들은 “왜 아직도 가게를 안 비웠느냐”며 “이런 식으로 하면 보증금도 못 준다”며 한씨에게 말했다. 한씨는 이게 싸울 일도 아니고 어차피 계약 기간도 곧 끝나기에 건물을 나가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하지만 새로운 건물을 찾기도 막상 쉽지 않았다. 대부분 비싼 권리금 때문에 쉽사리 점포를 구할 수 없었다. 한씨는 건물주에게 “새로운 가게를 구할 동안 시간을 조금 달라”며 “직원이 4명인데 이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부탁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자신에게 피해가 간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다 한씨는 건물 계약이 아직 한 달이나 더 남았는데도 지난 3월30일 건물주에게 명도소송 소장을 받았다. 
 

한씨는 2층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다 지난 3월에 나간 세입자에게 이번에 새로 들어온다는 세입자가 스타벅스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스타벅스는 건물을 3층까지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3층에 있던 학원과 2층에 있던 커피숍이 나간 상태였다. 이들 역시 권리금은커녕 계약기간에 맞춰 등 떠밀리듯 가게를 내줬다.
 
이 말을 듣자 한씨는 건물주에게 스타벅스가 들어온다면 양도양수를 해달라고 따졌다. 이어 “스타벅스는 나갈 때 권리금을 받고 나갈 것 아니냐”며 “그럼 나도 권리금을 받고 나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세입자는 스타벅스는 미국 기업이라 안 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말에 화가 난 한씨는 “그딴 소리하지 마시죠. 여기가 미국입니까”라고 항변했다. 
 
 
한씨는 한동안 강하게 버텼다. 그러자 건물주는 스타벅스가 들어오기로 한 2층과 3층에 대한 것까지 한씨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씨는 “솔직히 이런 말 들으면 불안하고 무섭다. 한편으로는 ‘내가 진짜 물어야 하나’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소장조차 읽는 게 어려워 변호사에게 물어보러 갈 정도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동작 숭실대서 10년째 감자탕집 운영
스타벅스 입주…다짜고짜 “가게 비워”
권리금은 커녕 양도양수 거부
 
그러다 7월2일 건물주는 건물명도단행가처분을 신청했다. 건물명도단행가처분이란 명도소송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1∼2개월 이내 빠른 기간에 결론이 난다. 즉, 이미 명도집행이 진행 혹은 마쳐진 건물에 세입자가 침입 또는 점유 등을 한 경우에 소를 제기한다. 
 

한씨는 “건물명도단행가처분을 신청하려면 변호사를 또 선임해야 한다. 사건번호가 아예 다르다”며 “건물주는 돈이 많으니깐 할 수 있겠지만, 먹고 살기 바쁜 장사꾼이 변호사를 두 번이나 선임할 돈이 어디 있느냐”며 성토했다. 한씨는 이 소장을 받고 억울하고 답답했다. 
 
한씨는 “작년 10월에 스타벅스와 건물주가 계약을 했다”며 “내가 여전히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건물주가 마음대로 스타벅스랑 계약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가 들어오기로 한 날은 이번 7월1일이다. 상식적으로 계약을 했으면 7월1일에 가게를 안 비워주면 계약이 깨진다”며 “스타벅스가 당연히 손해배상소송을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은 권리금도 없이 들어오며 손해 보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깐 내가 쫓겨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작년까지 건물주와 세입자들이 원만히 해결한 줄 알았다. 우리도 피해자다”며 “건물주와 세입자가 문제를 잘 해결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는 그 동안 한국에 700개 매장을 오픈하면서 권리금을 주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는 애초에 건물주와 세입자가 문제 해결이 된 줄 알았다는 입장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게 이득이다. 건물에 들어올 스타벅스는 월세 1300만원을 내기로 했다. 이는 한씨를 비롯해 전에 있었던 세입자들이 내는 월세보다 두 배가량 많다. 또 스타벅스가 들어온다면 건물 값도 오른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건물주는 “권리금은 누구도 줄 수 없다”며 무조건 나가라는 입장이고, 스타벅스는 회사 정책상 권리금을 줄 수 없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실정이다. 한씨는 “부동산에서 ‘가게 내놓을 생각이 없느냐’고 전화가 올 정도로 좋은 자리다. 심지어 이 가게를 얻으려고 부동산에 권리금을 들고 찾아온 사람도 있다”며 “우리는 주인 말 한 마디에 권리금이 날아간 거나 마찬가지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씨처럼 ‘나가라는 건물주’와 ‘버티는 세입자’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건물주가 세입자가 초기에 투자한 권리금과 시설투자 비용을 주지 않고 내보내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5월13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세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주 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입자들은 법에 보호를 받지 못하고 힘겹게 싸우고 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맘상모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대기업 프렌차이즈와 기획부동산에 의해 쫓겨나는 임차상인 피해 사례 발표 및 상생을 촉구했다. 

“있는 사람이 더해”
 
맘상모는 “건물주 입장에선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건물의 값어치도 오르기 때문에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의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임차상인들과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 사회에 도덕적인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씨는 “열심히 일한 국민이 외국 기업한테 권리금도 못 받고 내몰리는 게 맞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며 “정부와 법에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맘상모는?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하 맘상모)은 상가세입자들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인 상가세입자들의 모임이다. 맘상모는 지난 2013년 5월에 출범했다. 
 

억울하게 쫓겨난 몇몇 세입자가 모여 상인들을 대책 없이 내쫓고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전면적 개정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법과 제도의 미비로 억울한 처지에 놓인 세입자들의 생존권 쟁취를 위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싸움을 진행 중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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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