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남자가 되가는 것 같아요”
문근영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녔으나, 남자로 살아야 했던 천재화가 신윤복을 연기한다.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이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어봤어요. 신윤복의 비밀스러우면서도 묘한 매력에 빠져 결정하게 됐죠. 그림도 열심히 배웠고요. 남장여자 신윤복 연기를 위해 목소리와 표정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단순히 남장여자 역할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신윤복은 조선시대에 그림을 위해 남자로서의 삶을 산 것 같아요. 점점 남자가 돼가는 것 같아요.”
‘신윤복’은 남장여자로 각각의 상대에 대한 감정 기복이 심하게 변화된다. 박신양이 연기하는 ‘김홍도’와 문채원이 연기하는 기생 ‘정향’에게 느끼는 애정의 표현은 ‘아역스러운’ 느낌으로는 자칫 남녀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성인-아이’간의 애정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스스로가 각각의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선을 뛰어넘는 생각을 가진 문근영은 무난하게 이 느낌을 표현해냈다. 특히 동성애로 비춰질 수 있는 문채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문근영은 성숙된 사고를 보였다.
아기 때는 ‘남자아이 아니냐?’
얘기 듣기도
여느 20대처럼 다이어트와 외모에 관심이 많은 문근영은 최근 재즈댄스로 5kg을 감량했다. 전작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까지만 해도 통통하게 남아있던 볼살이 쪽 빠졌다.
“이젠 저도 성숙해졌는지, 예전엔 여성스러운 컨셉트로 화보 촬영 등을 하면 제가 봐도 어색했는데, 지금은 스태프들도 여성스러워졌다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바람의 화원>에서는 남자 한복을 입고 출연해 전혀 여성스러운 맵시를 보여줄 수 없어 속상하다. 오히려 극중 남장여자로 출연해 가짜 수염을 붙이는 장면을 선보인다. 그래도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남장여자 연기라 만족하고 있다.
“아기 때는 ‘남자아이 아니냐?’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방송 때는 친구들이 제 생각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전부터 남장여자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문근영에게 연기는 만만치 않은 모험의 연속이었다. 하긴 배우가 된 이후 문근영의 삶도 그에 못지 않다. ‘국민 여동생’으로 보낸 청소년기를 뒤로 하고 숙녀가 되자마자 찾아온 것은 민망한 악성 루머였다.
25살 이전에
결혼하고 싶어
“저는 올 해 초에야 들었어요. 그때 머릿속에 딱 떠오른 사람이 엄마였어요. ‘엄마는 이 이야기를 이미 들었거나 앞으로 듣게 되면 얼마나 속상해 하실까’라고 말이죠.”
한창 20대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문근영에게 결혼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 하지만 결혼은 25살 이전에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예쁠 때 웨딩드레스를 입고싶은 마음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녀의 할머니 때문이다.
“할머니가 내 아이를 키워주신다고 말씀하셨어요. 할머니께 ‘할머니 오래 사셔야죠’라고 말하면 ‘그렇게 오래 살아 뭐하냐’고 말씀하세요. 그러면 제가 ‘저 결혼하는 것은 보셔야죠’라고 재차 말하죠. 그러면 할머니는 ‘그래, 너 결혼하는 것도 보고 아이까지 내가 다 키워주마’라고 대답하세요. 증손녀를 키워주시겠다는 거죠.”
‘힘든 것’이 가장 싫다고 말하는 문근영에게는 두 가지 힘든 것이 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모두 연예인의 삶을 살기에 얻게 되는 고민이다. 첫 번째는 ‘연기가 안 될 때’, 두 번째는 ‘자유로운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태어나도 ‘연예인’ ‘연기자’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대신 한가지 조건이 붙었다.
“다시 태어나도 연기자를 하고 싶어요. 무척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해서 직업처럼 생각한 게 아니라 놀이처럼 생각해서 책임의식이 없었거든요. 연기를 하는 것은 무척 좋아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조금 늦게 직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해 보고 싶어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