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지방자치단체장 탐구②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옳은 건 끝까지 밀고나가는 나는야 ‘황소’

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당선됐다. 송 당선자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52.5%를 득표하면서 44.5% 획득에 그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를 8% 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따라서 그는 향후 4년 간 인천시정을 이끌게 됐다. 송 후보의 인천시장 당선은 민주당 출신 최초의 인천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천은 그간 서울과 경기도에 비해 보수적 성향을 띠었기에 전통적 야당세력인 민주당이 발 붙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너머 인천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송 당선자. 그는 누구이며 어떻게 인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을지 조근조근 살펴봤다.

노동운동 전개…‘내 가족’이란 생각으로 투쟁
서른 살 나이에 사법시험 도전, 2년 만에 합격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어린시절 늘 배가 고팠다. 부면장이었던 아버지였지만 6남매를 키우기에는 힘이 부쳤기 때문이다. 그의 소원은 120원짜리 메밀 자장면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그는 ‘절약정신’을 발휘했다. 학용품값을 아껴서 자장면을 사먹기로 결심한 것. 아끼고 아낀 끝에 결국 자장면을 사먹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둘째형에게 들키면서 송 당선자는 호되게 혼이 났다.

“자장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혼이 났던 송 당선자. 그러나 형제애는 굳건했다.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한 것도 형들이었다. 공부하는 형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는 것.

고교생 때 사회비판 시각
박석무 선생 영향 컸다

그럼에도 ‘개구쟁이’ 기질은 버릴 수가 없었다. 남몰래 영화를 보러가다 선생님에게 들켜 화장실 청소를 하기 일쑤였다.
송 당선자가 사회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박석무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4·19 학생운동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박 선생은 김남주 시인의 선배로 정의감이 남달랐다. 특히 ‘책벌레’였던 그의 영향으로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할 수 있었다. ‘자랏골의 비가’ ‘아, 청춘의 도시 광주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이 벌어질 때면 ‘버럭 송영길’이 되곤 했다. 유신 말기 교련복과 M-16 총을 들고 거리행진을 할 때였다. 박 선생은 이 같은 현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고 송 당선자 역시 동감했다. 학생들을 데리고 군사훈련을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 때문에 그는 반발심이 발동했다. 하루는 교련시간에 차렷 자세 등을 취할 때 불량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허벅지를 걷어찼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교련선생님이 서 있었다. 그는 그길로 운동장에 M-16 총을 던져버리고 집으로 향했다.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일념 하에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사귀며 사고의 폭을 넓혀갔다. 그리고 수도권 빈민 운동을 했던 손학규 전 대표 등과도 교류가 있었다. 기독교청년회가 주 활동무대였던 그는 사랑방교회를 열어 민중 목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시절 ‘남다른 조직가’로 성장했던 그는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노동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 중 하나가 택시운전사다.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에 분신자살한 이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열성적으로 투쟁했다.
아픈 추억도 있지만 송 당선자는 택시 운전하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송 당선자는 “택시를 탈 때마다 친정에 온 것 같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인생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1986년 전두환 암살음모 혐의사건으로 안기부에 끌려갔던 것.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그는 아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송 당선자에 따르면 아내의 미모가 너무 뛰어나 추파를 던진 이들이 많았다고.

그가 지금의 아내와 만난 것은 대학교 초년병 시절, 교회에서였다. 서로 얼굴만 익힌 정도라 연인으로 발전하는 데까지 2년이 걸렸다. 신촌 로터리에서 가두행진을 할 당시 송 당선자가 경찰에 밀려 도로에 넘어져 있는 아내를 구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인천 시계공장에 다녔어요. 잔업이 끝나면 전철을 타고 구로역까지 가서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역 앞 포장마차에서 어묵 등을 먹는 것이 데이트의 전부였죠”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포지티브로 일관해

송 당선자는 인천 대우자동차 공장 건설현장 배관용접공과 택시기사 등 현장 노동자와 노동운동가로서 7년을 살았다. 이후 서른 살의 나이에 사법시험에 도전해 불과 2년 만에 합격했다. 이때부터는 노동인권변호사로 변신, 노동현장을 지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에 몸 담았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은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 인천 계양·강화갑 지구당위원장으로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2000년 16대 총선에 다시 도전,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17대, 18대 총선에서도 내리 승리를 거두며 민주당의 3선 중진 의원이자 최고위원으로 우뚝 섰다.

당내에서 그는 거침없는 소신으로 유명하다. 초선이던 2001년 정풍운동을 주도했고 2003년엔 개혁세력의 일원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찬성과 대북송금 특검 반대 등으로 당내에서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뚝심 있는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관된 포지티브 선거운동에 대한 유권자들 주목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등 공약에 탄력 받을 듯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화살을 겨누며 쓴소리를 하는 그에겐 “건방지다” “지나친 비판이다”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그는 “옳다고 믿는 것은 밀고 나가는 ‘황소’같은 스타일 때문”이라고 반론을 편다.

그는 최근 ‘신(新) 40대 기수론’을 외치며 공개적으로 대권의 꿈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 징검다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계획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인물난을 겪자 당 최고위원으로서 ‘희생’을 각오하고 인천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바꿨듯 인천을 바꿔 한국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던 그는 결국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민주당 출신 최초의 인천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천은 그간 서울과 경기도에 비해 보수적 성향을 띠었기에 전통적 야당세력인 민주당이 발 붙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서 ‘북풍’으로 이용하면서,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앞바다를 지역구로 갖고 있는 지리적 요건으로 북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인천에서 송 당선자가 이길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당 보다는 송 당선자 개인의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의 민주당 지지도는 22.2%인데 비해 송 당선자에 대한 적극 투표층의 지지도는 46.8%로 나타났다. 그의 개인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무려 24.6%포인트나 높았던 것이다. 

또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포지티브 선거운동으로 일관한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 후보는 선거 내내 정책과 공약의 대결이 아닌 송 당선자에 대한 인신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일관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의존했다. 하지만 그는 일체 대응을 삼간 채 정책과 비전을 내세운 포지티브 선거운동으로 일관함으로써 ‘당당한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얻으며 인천시민들의 선택을 받게 됐다.

앞으로 4년 간 인천시 살림을 꾸려갈 송 당선자의 공약은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도시 균형발전, 교육지원예산 확충 등 시정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당초 교육 복지 환경 분야 공약이 주를 이뤘으나, 공약을 다듬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성장 및 개발 부분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송 당선자가 각별히 공을 들인 공약은 교육지원예산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천 내 10대 명문고를 선정해 2014년까지 이들 학교에 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초·중학교 무상급식 실시와 인천장학기금을 매년 500억원씩 증액해 2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송 당선자는 또 복지 공약으로 노인 일자리 3만 개 창출과 실버아카데미 개설 등을 제시했다. 노인 틀니 비용의 70%를 지원하고 홀몸노인에게 매주 2회 문안 전화를 드린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교육지원 예산 1조
초중교 무상급식 확대

인천지역 8개 도시재생사업지구 중 상당수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송 당선자는 3조원의 도시재창조기금을 조성하여 현재 추진 중인 재개발 및 도시정비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송 당선자는 인천 경제자유구역(FEZ)을 세계 3대 FEZ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내 첨단기업에도 외국인 투자에 준한 세제혜택을 주고, FEZ에 부품소재 항공정비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매니페스토연구회 간사인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정치학 박사)은 “성장과 분배를 잘 조화시켰고, 앞으로 20∼30년 뒤 인천의 성장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하지만 인천의 전체 예산이 7조원인데 경상비를 빼고 나면 사업비는 극히 제한적이다”라며 “도시재생에 3조원, 교육지원에 1조원 등 공약 관련 예산이 수십 조원에 달해 보다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인천시장 프로필

학력
1981년 2월  광주 대동고 졸업
1988년 3월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81학번)
2005년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경력
1984년 연세대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 
1985년 인천 대우자동차 르망공장 배관용접공으로 노동자생활 시작
1991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시지부 초대 사무국장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2000년 - 제16대 국회의원
2002 ~ 2008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 
2004~ 2008년 제17대 국회의원(재선) 
2004 ~2006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간사
2005 ~ 2007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2006 ~ 2007년 열린우리당 한미FTA특별위원회 위원장
2007년 - 국회의원연구모임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 공동대표(現)
2008년 - 제18대 국회의원(3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동문회 윤리위원장(現)
통합민주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現)
통합민주당 장외투쟁대책본부장(現)  
 
수상경력
2000년, 2002년, 2006년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 선정  
2003 ~ 2004년  최우수 국회의원 연구단체
2001 ~ 2004년  우수 국회의원 연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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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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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