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 내정자가 인사 청문회 당시 자신의 병역면제 사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신검장에 갔는데 ‘여러 정밀검사를 해야겠다’고 했고, 등을 좀 벗기고 검사도 하고 여러 의학적인 검사를 한 다음 정밀검사 끝에 병역면제 결정이 난 것”이라고.
바로 그 다음 날 1978, 1979, 1980년에 신체검사를 받았던 친구들을 만나 이와 관련 대화를 나누자 북한의 김정은이 아니라 친구들이 웃었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뱉어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번에도 그 당시의 신체검사 상황과 더불어 병역면제에 대해 밝혔지만, 대학생 신분으로서 외관상 사지가 멀쩡한 사람의 병역면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병역면제 받은 자를 일컬어 ‘신의 아들’이란 말이 탄생했던 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신체검사 상황을 더듬어보자.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생생하지는 않다. 그러나 친구들과 나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결론은 하나다. 즉 신검장에서 정밀검사는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전에도 밝혔지만 당시 신검장에서의 신검은 그저 요식적 행위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당시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사전에 일반 병원에서 진단서 내지는 증빙서류를 준비해 신검 담당자에게 제출했고 아울러 당시 신검장에 비치되어 있던 의료 기구는 결핵 환자를 가려내기 위한 엑스레이 촬영 기계가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황 내정자의 경우 당시 우리가 신검 받았던 곳과는 다른 곳에서 신검을 받은 듯 보인다. ‘여러 의학적인 검사’ 또 ‘정밀검사’란 말을 서슴없이 한 것으로 보아 흡사 요즈음 대학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은 듯하다. 황교안은 우리 세대에 빈번했던, 육두문자와 함께 전해지는 ‘군복에 몸을 맞춰!’, ‘군화에 발을 맞춰!’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여하튼 황교안이 병역을 면제받았던, 기피하였던 결론은 하나다.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를 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목을 인사 결정권자 즉 대통령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아무런 차이 없다. 기피했다면 범죄자고 또 면제 받았다면 부실한 몸으로 국정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완구 전 총리도 모자라 신검에서 병역면제 받았다고 주장한 황교안을 총리로 지명했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의 그 속내를 모르겠다. 심지어 그녀의 머리에 의식이란 단어가 존재하고 있는지 의심까지 든다.
결국 ‘박근혜 귀에 경 읽기’에 그치고 말겠지만 한 마디 하자. 아니 국민들 말은 말 같지도 않게 여기니 조선 제21대 임금인 영조(英祖)를 끌어들여야겠다. 영조가 독서와 생활을 통해 느끼고 생각한 바를 모아서 엮은 책인 ‘어제자성편’에 실려 있다.
덕의 교화와 정치의 계책은 사람에게 있음을 생각하니
우리 백성들의 괴로움과 즐거움이 곧 나의 몸이로다
나라 다스리는데 어찌해야 좋은지 알고자 한다면
낌새를 깊이 헤아려 어진 신하를 등용해야 하리
德敎政謨惟在人(덕교정모유재인)
吾民苦樂卽余身(오민고락즉여신)
治國欲知何以善(치국욕지하이선)
幾微深察任賢臣(기미심찰임현신)
이제 결론 맺자. 병역을 필한 이 땅의 남자들은 병역면제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울러 병역면제자들의 고위 관료 등용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있다. 국방 의무의 신성함을 고려하여 여자와 장애인이 아닌 병역 미필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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