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공대협 이보열 위원장

민영화가 주거복지? “대통령님,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

[일요시사 경제 2팀] 이창근 기자 = 시도 때도 없는 국토교통부의 LH공사 편들기가 기어코 역풍을 만났다. 금년 1월 국토부가 발표한 ‘뉴스테이 정책’ 속에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운영·관리업무의 민간개방 항목을 끼워 넣은 것에 대해 주택관리공단은 물론 거주하고 있는 입주자들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로 결성된 ‘전국 공공임대주택 대표자 협의위원회’(이하 공대협) 이보열 위원장(54)은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과 관리를 민간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거복지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이라며 국토부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국토부의 뉴스테이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주택 운영·관리의 민간개방’을 명시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과 관리를 민간에 개방하면 서비스가 나아지고, 관리비도 하락될 것’이란 국토부의 견해는 한 마디로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라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
 
“서민들을 위한 주거정책에 LH공사가 요구해 온 비상식적 주장을 끼워 넣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이 위원장은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과 관리는 절대 민간에 개방해선 안 된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민간개방을 철회하지 않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국토부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도 개시했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60만 입주민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운영 및 관리의 민간개방 반대’를 약속하는 서명까지 받고 있다. 여·야당을 가릴 것 없이 서명한 국회의원이 100여명이다. 입주민과 국회의원의 서명으로도 철회되지 않으면 동원 가능한 입주자들과 함께 국토부 앞 항의시위를 계획 중이다. 어떻게든 민간개방만큼은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주택 입주민들이 국토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고 행동에 나선 것 자체부터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예고된 반발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국토부와 LH공사의 행보들이 모두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임대와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민임대주택 주민들은 LH공사의 광역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고,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은 기존의 단지관리 방식을 박탈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민간개방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관리 시스템이란, 몇 개의 임대단지를 총괄하는 하나의 통합관리센터를 두고 그 아래 각 단지별로 건물 관리업무를 맡기는 민간업체를 고용해서 이원화 방식을 말한다. 임대운영과 건물관리를 분리한 만큼 단지관리 방식에 비해 고객만족도가 떨어진다. 주로 LH공사가 관리하는 국민주택이나 장기임대주택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단지관리 시스템은 각 단지별로 관리소를 두고 임대업무와 관리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일원화 방식이다. 주택공사 시절 임대주택의 운영관리 전담조직으로 분리된 주택관리공단의 서비스 방식이 바로 이 방식이다. 각 단지별로 전담 관리조직이 있는 만큼 입주민 밀착서비스가 가능하다.
 
 
관리실에 전화만 하면 전기, 수도, 보일러 등의 시설물 하자처리는 물론이고 각종 임대계약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독거노인 말벗 해주고, 한 부모 가정 학생들 숙제도 도와주고, 관리비 내기 어려운 가정은 후원자 연결해 주는 일까지 해 왔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은 영구임대주택 입주민들의 호응이 높은 것은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문제는 입주민들에게 호응이 높은 단지관리 방식을 LH공사가 싫어한다는 데 있다. LH공사는 그간 수시로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을 민영화하거나 민간기업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국토부의 입을 빌어 2년 내 민간개방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공공임대 60만 입주민이 뿔났다!

억지 논리로 민영화 추진에 반발
 
이러한 LH공사의 태도는 최근 몇 년 동안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 사항이었다. 2002년 노사정 합의와 2009년 토공과 주공 합병추진위 당시 ‘공공주택 건설과 분양은 LH공사가, 운영과 관리는 주택관리공단이 맡는다’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번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LH공사는 꿈적하지 않았고, 국토부 역시 업무이관을 미루는 LH공사에 어떠한 제재나 시정을 촉구한 바 없다. 
 
“국토부의 탁상행정이 문제입니다. 현장을 모르니까 LH공사가 만들어 준 논리를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죠. 관리 운영의 민간개방은 LH공사 근무하는 임직원들 자리보전 방편일 뿐 결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이런 배경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은 “LH공사와 국토부는 한통속”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국토부 출신 인사가 LH공사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LH공사의 생존 논리를 ‘서민을 위한’ 국가정책 속에 끼워 넣었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시각은 무리가 아니다. <일요시사>가 지난 997호와 998호에 연속보도한 ‘LH공사의 횡포-힘 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1, 2탄’을 통해 공개된 바와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부채 142조원의 부실경영도 모자라 호화청사에 성과급 잔치, 성추행 파문 등 공기업 비리 백화점이라 불리는 LH공사의 생존전략이 바로 주택공단의 매각 또는 업무회수다. 주택공단이 존재하는 한 ‘공공주택의 운영·관리를 공단 측에 이관하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게 될 것이고, 그 와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기업의 정상화 기조로 인해 LH공사의 업무 및 조직 축소를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인 것이다. LH공사가 부채해소와 조직 정상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자회사 밥그릇을 뺏고 있다고 비난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LH공사의 장단에 국토부가 춤을 추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국토부 뉴스테이 정책에서 민간 개방 부분은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그나마 공기업인 주택관리공단의 그늘 아래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보호받고 있었는데 이를 민간에 개방하면 사회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것이다.
 
“운영·관리의 민간 개방이 무슨 주거복지입니까? 이익 없는 일을 민간업체가 하나요. 서비스가 좋아지고 관리비도 안 오를 거라는 논리 자체가 탁상행정이고, 서민기만입니다. 국토부가 나서서 사회안전망을 없애겠다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LH 장단에 국토부 춤
 
이보열 위원장은 국토부가 입주민들의 반대에도 민간 개방을 추진할 경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의 주거복지 공약과도 배치되는 이번 정책은 60만 입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님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그나마 마음 붙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터전을 LH공사 사람들 밥그릇 챙겨주자고 외면해서 되겠습니까? 사회안전망이 붕괴되면 그 때는 LH공사도, 국토부도, 이 정권도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알게 할 거고요”
 
 
<manchoice@ilyosi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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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