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포토그래퍼 김우일 작가가 섬을 소재로 한 수십장의 사진을 선보인다. '섬 같은 사진, 섬 같은 사람'을 제호로 단 '김우일 사진전'은 오는 27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김 작가가 촬영한 우리 섬의 풍경은 정갈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담겨 있다.
김우일의 사진은 축복이다. 한반도 어느 구석엔가 자연의 아름다움이 거친 파도에도 살아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은 먼 훗날까지 살아 숨쉬며, 우리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증언하게 될 것이다.
섬의 아름다움
광고사진가 김우일 작가가 서울 에비뉴얼 아트홀에서 지난달 29일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 제목은 '섬 같은 사진, 섬 같은 사람'이다. 독도와 오륙도, 백령도 등 우리 섬 곳곳의 실루엣은 흑백으로 인화됐다. 김 작가로서는 자연과 관계 맺어온 자신의 주제의식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1971년 대학을 졸업한 김 작가는 화장품회사와 제과회사 등을 오가며 다양한 광고 사진을 찍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광고작업의 답답함과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았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김 작가는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시되는 자연에 눈뜨게 됐다. 마침내 그는 섬이란 공간에서 자신이 갈구하던 자유로움을 얻었다.
김 작가는 단순함을 좋아한다. 복잡한 색상과 구도는 지양한다. 김 작가의 발과 눈을 거쳐 드러난 광경이 곧 그의 철학이다. 계산된 절제는 지양한다. 삶을 대하는 김 작가의 태도가 그가 찍은 사진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앞선 사막을 소재로 한 작업에서 김 작가는 광활한 대지에 녹아든 '빛의 흔적'을 포착했다. 이번 전시 역시 망망대해 속 '생의 흔적'을 찾는 장기가 발휘됐다. 바다 위의 섬은 하얀 바탕에 까만 점으로 묘사됐다. 사진평론가 박담회는 "누구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서 '무엇이 있다'라는 외침과 같은 작업"이라고 비유했다.
동해부터 서해, 남도에서 제주까지, 혹은 독도에 이르기까지 김 작가는 관객의 관심을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이끌었다. 김 작가는 희뿌연 해무로 들어가 '바다 안의 소우주'를 찍었다. 그곳은 외부와 차단된 미지의 세계다. 그는 바다 위 고립된 섬의 운명에 주목했다.
문명의 발달로 섬에는 다리가 놓였다. 육지와 연결된 그곳엔 사람이 오고갔다. 인류의 정복 이전엔 소금기 가득한 풍랑에 시달렸던 섬이다. 시간을 인내한 기암절벽이 김 작가 작업의 출발점이다. 다만 김 작가는 '바다의 눈'으로 멀리서 바위를 지켜볼 뿐이다. 그의 욕망은 어떤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자연을 기록하는 데 있다.
독도 오륙도 등 풍경 흑백으로 표현
정갈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 담겨
김 작가의 사진은 옛 산수화를 닮았다. 산수화에 준법이 있듯 김 작가의 사진에도 그만의 준법이 있다. 흑산도의 바위는 도끼로 크게 쳐낸 듯해서 '대부벽준'으로 부른 준법처럼 촬영됐다. 반대로 독도의 바위는 잘게 부서져 있어 소부벽준으로 부를 법 하다.
오륙도는 거친 표면에 자잘한 주름들이 눈에 띈다. 이는 파마준으로 분류된 기법이다. 백령도의 바위는 쌀알을 흩어놓은 미점준으로 보인다. 가까이 있는 섬이 짙고 어둡게 촬영돼 겸재 정선의 적묵법도 연상케 한다. 대체로 김 작가의 작업은 수묵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산수화의 대가들조차 김 작가가 찍은 섬을 그린 적 없다는 사실이다.
산수화 닮아
섬은 육지와 다르다. 지질부터 지형, 공기까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탐험가로 알려진 이영준은 섬에 대해 "마치 바다와 투쟁하는 존재 같다"라고 했다. 섬 표면에 가득한 주름들은 그 투쟁의 훈장이다. 인간의 몸으로 투쟁에 동참하는 방법은 '훈장'을 기록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인지 김 작가의 사진에는 장렬함 내지는 처절함이 응축돼 있다. '섬 같은 사진, 섬 같은 사람'전은 오는 27일까지다.
[김우일 작가는?]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그로리치화랑, 서울시립미술관, 서미갤러리, 제주현대미술관, 이룸갤러리 등 전시 다수
▲호남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 역임
▲대한민국 유공광고인 국무총리표창상 수상
▲한국광고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석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