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 ②경북 포항시

걷고, 먹고, 즐기고…영일만 봄 별미여행

첫 목적지 내연산계곡은 봄 풍경을 만끽하며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계곡 따라 산길이 이어지는데, 곳곳에 폭포가 즐비해 지루할 틈이 없다. 내연산계곡의 입구 격인 보경사에서 경상북도수목원까지 12.8km 숲길에 데크 로드와 안전 펜스 등이 설치되어 남녀노소 모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봄 나들이 떠나기 좋은 내연산계곡·기청산식물원

내연산계곡의 좋은 점은 굳이 모든 코스를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연산폭포까지 다녀와도 내연산계곡의 하이라이트는 다 구경하는 셈이다. 아이와 함께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넉넉하다. 내연산계곡 최고 절경은 연산폭포다. 연산폭포 가기 전에 구름다리가 아찔하게 걸려 있고, 그 아래로 관음폭포가 흘러내린다. 출렁이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굉음과 함께 쏟아지는 연산폭포를 만난다.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불리는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재직할 때 〈내연산삼용추도〉라는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니, 내연산의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연산 절경
연산폭포

내연산계곡에서 나와 찾을 곳은 기청산식물원이다. 아름다운 식물원으로 손꼽히는 이곳에는 토종 들풀과 수목, 각종 꽃 등 식물 2500여종이 자란다. 5~6월이면 작약, 초롱꽃, 약모밀, 쪽동백, 당조팝나무 등이 환하게 꽃을 피운다. 새들이 지저귀고 온갖 꽃과 나무가 울창한 식물원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양치식물원, 자생화원, 아열대원, 희귀멸종위기 식물원 등이 있는데, 아이들은 커다란 낙우송이 있는 곳에 가장 흥미를 보인다. 나무 둘레에 뿌리가 송이처럼 솟아났기 때문이다. 뿌리로 숨을 쉬는 희한한 모습에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식물원에서 나와 포항 시내로 가는 길, 사방기념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1960~1970년대 사방 사업에 종사하며 국토 녹화에 힘쓴 사방 기술인의 자료를 전시한 곳이다. 당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동해 최대 규모 농수산물 집결 ‘죽도시장’
매콤 물회·깊은 맛 전복죽 한 그릇 뚝딱


자, 이제 출출해질 시간이다. 죽도시장에 가면 전복죽과 물회 등 포항의 별미가 기다린다. 죽도시장은 포항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상설 시장이자, 경북과 강원도 일대의 농수산물이 집결·유통되는 요충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작은 시장이었지만, 1970년대 초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대형 상설 시장이 되었다. 2000여개의 점포가 빼곡하며, 김과 파래, 매생이부터 상어, 고래 고기까지 동·서·남해안에서 나는 수산물이 거래된다. 어시장 구역 외에도 농산물거리와 먹자골목, 떡집골목, 이불골목, 한복골목 등이 있다. 

시장 구경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는 법. 죽도시장의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물회다. 시장 한쪽에 물회골목이 있다. 물회는 고기를 잡느라 바쁜 어부들이 한 끼 식사를 빨리 해결할 요량으로 먹던 음식. 방금 잡은 물고기를 회 쳐서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훌훌 들이마신 데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어부 사이에서 유행하다가 차차 주민에게 알려지면서 ‘포항물회’라는 지방 특유의 음식으로 정착했다. 죽도시장 입구에 자리한 ‘운하회대게식당’은 가자미, 광어, 우럭, 도다리, 노래미 등 제철에 나는 흰 살 생선으로 물회를 만든다. 배, 마늘, 미나리, 양파, 오이, 당근, 쪽파, 고추장, 참기름, 김 등 양념도 12가지나 들어간다. 갖가지 해산물 반찬에 매운탕을 곁들이는 것도 특징이다. 매콤하고 시원한 물회 한 그릇 비우면 나른한 몸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군침 도는
다양한 별미

전복죽도 유명하다. 굵직하게 썬 전복에 참기름을 두르고 끓이는데, 고소한 풍미가 남다르다. 내장을 함께 넣고 끓여 깊은 맛이 난다. 그 맛에 반해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다 보면 금세 바닥이 보여, 배가 부르지 않으면 한 그릇 더 먹고 싶을 정도다.뜨끈한 수제비도 지나치면 섭섭하다. 시장 한쪽에 수제비를 파는 좌판 식당이 늘어선 골목이 있다. 메뉴는 수제비와 칼국수, 칼제비가 전부. 감자와 부추 등을 넣고 팔팔 끓인 멸치 국물에 칼국수와 수제비를 넣고 김 가루를 뿌려 낸다. 탁자마다 양념장과 다진 청양고추가 있어 취향에 따라 넣어 먹는다. 칼국수와 수제비 중 뭘 먹을지 고민이라면 ‘섞어’로 통하는 칼제비를 선택한다. 한 그릇에 칼국수와 수제비를 반씩 담아준다. 

죽도시장 앞으로는 포항운하가 흐른다. 1970년대 초 포항제철을 준공하며 물길이 막힌 동빈내항 일대에 오염물이 쌓여 죽도시장까지 악취가 진동했는데, 이를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1.3km 길이의 물길을 냈다. 포항운하관에 가면 동빈내항의 역사, 운하의 설립 배경과 건설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따뜻한 봄 바다의 정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이었지만, 해상 누각인 영일대가 세워지면서 영일대해수욕장으로 바뀌었다. 해수욕장 뒤편으로 카페와 레스토랑, 횟집 등 유흥 시설이 밀집해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기에도 좋다.
이왕 나선 걸음이니 구룡포까지 가보자.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어부들의 부지런한 모습, 생선을 손질하는 여인네들의 웃음소리, 바다를 분주히 오가는 고깃배의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요즘 구룡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근대문화역사거리다. 좁다란 골목 양쪽에 1910년대 일본인 어부들이 살던 적산 가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특히 1938년 구룡포어업조합장을 지내면서 큰 부를 쌓은 하시모토 젠기치의 이층집이 눈길을 끈다. 일본에서 공수한 건축자재로 지은 이 건물은 부쓰단, 고타쓰, 란마, 후스마, 도코노마 등 일본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지금은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며, 건물 내부에는 당시 구룡포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었다.
골목 가운데 자리한 일본식 찻집 ‘후루사토야’도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일본어로 ‘고향 집’이라는 뜻의 일본식 목조 가옥으로, 일본 장식품과 인형, 다기 세트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방이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녹차, 호지차, 커피 등을 판매하는데, 다다미방에 앉아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다. 

구룡포에는 아주 오래된 국수 공장이 있다. 1971년 문을 연 ‘제일국수공장’이다. 당시 구룡포에는 국수 공장이 일곱 개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이 집만 남았다고 한다. 일흔이 훨씬 넘은 이순화 할머니가 지금도 소금물로 반죽하고 재래식 기계로 면을 뽑아 바닷바람 부는 건조장에 내다 말린다. 자연 건조를 고집하는 이유는 온풍기로 말리면 염분이 국수 표면에 달라붙어 짠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 집 국수는 탱탱하고 쫄깃해 씹는 맛이 좋다. 공장 뒷마당으로 가면 국수 말리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다. 봄 햇살에 말라가는 국수 가닥이 고운 무명실처럼 보인다.
맞은편에 자리한 ‘할매국수’는 제일국수공장의 국수만 사용해 멸치국수를 말아 내는 집. 고명으로 시금치와 깨소금을 단출하게 올린 국수가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준 국수를 떠올리게 한다.
구룡포초등학교 앞의 ‘철규분식’은 찐빵으로 유명하다. SBS-TV 〈생활의 달인〉에서 찐빵 최강 달인으로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구룡포 지역의 토속 음식 모리국수도 맛보자. 큼지막한 솥에 그때그때 잡힌 생선과 채소, 고춧가루, 칼국수 등을 듬뿍 넣고 걸쭉하게 끓인다. 어부들이 뱃일을 마치고 먹던 음식으로, 매콤한 국물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게 한다. ‘많다’는 뜻이 있는 일본어 ‘모리(森)’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기청산식물원→죽도시장→포항운하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내연산계곡→기청산식물원→사방기념공원→죽도시장→영일대해수욕장(숙박)
둘째 날 : 포항운하→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구룡포시장

관련 웹사이트
· 포항시 문화관광 http://phtour.ipohang.org
· 기청산식물원 www.key-chungsan.co.kr
· 포항운하 http://innerharbor.ipohang.org

문의 전화
· 포항시청 국제협력관광과 054-270-2373
· 기청산식물원 054-232-4129
· 사방기념공원 054-270-5884
· 포항운하 주중 054-270-5177, 주말 054-270-5173
· 구룡포 근대역사관 054-276-960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포항역 :
KTX 하루 8~10회(05:15~22:1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포항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2회(07:00~24:0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 서울 출발 :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대련 IC→동해대로→보경로→보경사(내연산계곡 입구)
· 부산 출발 : 경부고속도로→경주 IC→서라벌대로→동해대로→보경로→보경사(내연산계곡 입구)
· 대구 출발 : 경부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대련 IC→동해대로→보경로→보경사(내연산계곡 입구)

숙박
· 베니키아호텔 포항 : 남구 중앙로, 054-282-2700, www.benikeapohang.com
· 영일대호텔 : 남구 행복길, 054-221-9452, www.yeongildae.co.kr
· 씨캐슬펜션 : 북구 청하면 해안로2000번길, 054-261-1600, www.seacastlepension.com
· 네이처풀빌라 : 북구 청하면 해안로, 010-6700-1200, www.naturepoolvilla.com
· 갤럭시관광호텔 : 북구 해안로, 054-251-9988, www.galaxyhotel.kr

식당
· 운하회대게식당 : 물회, 북구 죽도시장길, 054-246-5656
· 유화초전복죽 : 전복죽, 북구 죽도시장2길, 054-247-8243
· 제일국수공장 : 국수,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221번길, 054-276-2432
· 후루사토야 : 호지차,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054-276-9461
· 할매국수 : 멸치국수,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054-284-2213
· 철규분식 : 찐빵,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054-276-3215
· 까꾸네 모리국수 : 모리국수,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054-276-2298

주변 볼거리
호미곶, 오어사, 칠포해수욕장, 포항함, 일월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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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