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벌가 숨은 황태자들 프로필 대해부

3세 경영 본격화… 요람에서 왕좌까지 ‘한방에!’


지난 1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 현식씨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3세 경영’이 다시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두각을 드러낸 인물은 10여명. 구광고 LG전자 과장,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밖에도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경영수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3세대 황태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속속 일선에 조심스런 첫발을 내딛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3세대 경영이 본격화 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1950년-1세대, 1980년-2세대, 2010년-3세대 개막
한국타이어·한화·SKC·GS 등 3세대 황태자 대거 속출


국내 기업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재벌 기업이 본격적으로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당시 이병철 삼성 창업주나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나이는 대개 30~40대였다.

30년을 한 세대로 봤을 때 이들이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에 걸쳐 경영권을 이양해 2세 회장 시대가 열렸으며, 2010년을 전후로 3세 경영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2010년, 3세대 황태자들이 수면위로 속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화 동관씨 면접관 변신
“내 사람은 내 손으로”

지난 1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 현식씨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됐다. 이에 앞서 현식씨는 지난 3월 한국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한 바 있다. 1970년생으로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현식씨는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9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 경영혁신팀 차장, 상무,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타이어 경영전반에 대한 수업을 받아왔다.

이번 승진인사는 신임 조 사장이 재임기간 중 국내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켰으며 지난 2009년 국내타이어 시장점유율 50%이상으로 국내 1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공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식씨를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 역시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후계 구도를 확고히 하고 있다.
 
미국의 명문 세인트폴고교를 거쳐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복무를 마친 동관씨는 지난 1월1일 한화에 차장 직급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관씨는 1월 4일부터 3주 간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친 뒤 회장실에서 그룹 전반에 관한 업무를 파악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동관씨는 또 해외 유학 연수 대상자 면접 전형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이는 한화의 유력 후계자로서 사내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동관씨가 면접관으로 참여한 데엔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김 차장이 손수 뽑아 양성한 글로벌 인재를 ‘내 사람’으로 키워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 향후 한화가 3세 경영인 체제로 후계 작업을 본격화할 때를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하지만 동관씨는 여타 재계 3세 경영인과 달리 나이가 어려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동관씨는 앞으로 경영학 석사 등 학업을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관씨는 한화 지분 4.44%와 비상장 계열사인 한화S&C 지분 50% 등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 보유 주식 평가액은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SKC 최신원 회장의 장남 성환씨는 SK그룹 내 오너 3세 중 가장 빨리 경영수업에 들어간 케이스다. 중국의 명문 푸단대를 졸업한 성환씨는 지난해 초 SKC 기획부문 과장으로 입사해 올 초 차장으로 승진했다.

성환씨는 부친 최 회장으로부터 강도 높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최회장이 그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시켰을 정도라고 한다. 대한전선그룹 역시 명실상부한 3세 경영 시대를 맞았다. 지난 2월1일 대한전선은 고 설원량 전 대한전선그룹 회장의 장남 윤석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입사 6년 만의 일이었다.

윤석씨는 연세대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을 1년 반 앞둔 지난 2004년 3월 대한전선 국내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경영전략팀, 전력사업부문, 경영관리본부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은 윤석씨는 지난해 10월 임시주총 때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그리고 3개월여 만에 다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연이은 고속승진을 했다. 윤석씨는 향후 대한전선 경영기획부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윤석씨는 현재 대한전선의 지분 14.75%를 보유한 대한전선 최대주주다.

대한전선 장남 윤석씨
입사 6년만에 부사장

GS그룹의 경우는 4세 경영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경영 전면에 나서는 날이 머지않았다. 눈에 띄는 인물은 허윤홍 GS건설 부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싱가포르 부사장 두 명이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는 올초 부장 직급을 달고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지분은 GS와 GS건설 각각 0.51%, 0.14%다. 세홍씨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4세 중 가장 직급이 높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한 세홍씨는 일본 오사키 전자, IBM 뉴욕지사, 셰브런 싱가포르지사 등을 거쳐 2006년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이 밖에 윤석금 웅진 회장의 장남 형덕씨는 웅진코웨이에서 올해 초 차장으로 승진했고, 차남 새봄씨는 웅진씽크빅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형덕씨는 해피올 주식 18.53%와 웅진홀딩스 주식 125만973주(2.19%)를, 새봄씨는 해피올 주식 14.86%과 웅진홀딩스 주식 100만3315주(1.7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유학파 “세계적 트렌드 감지 능력 기르기 위해”
임원승진은 초고속 총괄권한 부여까지 13~15년 걸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 1960년대 이후 출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대부분이 유학파라는 것이다. 2세 경영인들 중에도 외국 유학파가 더러 있기는 했지만 학위를 마쳤다기보다 연수를 다녀온 정도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3세 그룹은 이와는 달리 정식으로 학위를 마쳤고, 외국 유명대에 다닌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재벌닷컴의 조사결과, 주요그룹 3세들의 53%가 미국 등 외국에서 대학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 경영환경은 해외를 낱낱이 파악하고 세계적인 트렌드를 온몸으로 감지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시 된다는 게 그 배경이다.

이와 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창업주와 2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그룹을 일구고 키웠다면, 3세들의 중요 임무는 글로벌경쟁력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CEO 리더십은 배제할 수 없는 요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입사 후 임원승진은 초고속이지만 총괄 권한을 부여받기까지 13~15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이다.

기업 이끌 역량보다
기업 철학 선행 돼야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은 1997년 입사해 해외영업부문장을 거치는 수련기를 보낸 후 13년 만에 경영을 맡게 됐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95년 27세로 대우이사로 출발, 14년 만인 지난해 총괄대표이사를 맡았다. 대림 이해욱 부회장 역시 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한 후 올해 부회장에 승진함으로써 15년만에 3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앞서 동국제강에 3세 경영을 뿌리내린 장세주 회장은 78년 사원으로 입사한 후 23년 만인 지난 2001년 회장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렇듯 이제 경영권 세습은 거스를 수 없는 한국 기업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오랫동안 옥신각신하다 보니 경영권 세습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이 무뎌진 때문으로 보인다. 재벌들은 끊임없이 2세 경영의 성공 사례를 들며 3세 경영을 정당화한다. 전 계열사가 동원되어 3세 경영인의 신화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너 혈통이라는 사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때문에 3세들은 기업을 이끌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명경영, 인간 존중경영, 사회공헌 경영에 대한 굳건한 철학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무소불위 후계자는 기업을 순식간에 망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어느 때보다도 곱씹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차세대 한국의 실물 경제를 책임질 3세대 경영인. 그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통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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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