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벌가 숨은 황태자들 프로필 대해부

3세 경영 본격화… 요람에서 왕좌까지 ‘한방에!’


지난 1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 현식씨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3세 경영’이 다시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두각을 드러낸 인물은 10여명. 구광고 LG전자 과장,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밖에도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경영수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3세대 황태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속속 일선에 조심스런 첫발을 내딛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3세대 경영이 본격화 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1950년-1세대, 1980년-2세대, 2010년-3세대 개막
한국타이어·한화·SKC·GS 등 3세대 황태자 대거 속출


국내 기업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재벌 기업이 본격적으로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당시 이병철 삼성 창업주나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나이는 대개 30~40대였다.

30년을 한 세대로 봤을 때 이들이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에 걸쳐 경영권을 이양해 2세 회장 시대가 열렸으며, 2010년을 전후로 3세 경영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2010년, 3세대 황태자들이 수면위로 속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화 동관씨 면접관 변신
“내 사람은 내 손으로”

지난 1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 현식씨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됐다. 이에 앞서 현식씨는 지난 3월 한국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한 바 있다. 1970년생으로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현식씨는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9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 경영혁신팀 차장, 상무,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타이어 경영전반에 대한 수업을 받아왔다.

이번 승진인사는 신임 조 사장이 재임기간 중 국내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켰으며 지난 2009년 국내타이어 시장점유율 50%이상으로 국내 1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공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식씨를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 역시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후계 구도를 확고히 하고 있다.
 
미국의 명문 세인트폴고교를 거쳐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복무를 마친 동관씨는 지난 1월1일 한화에 차장 직급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관씨는 1월 4일부터 3주 간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친 뒤 회장실에서 그룹 전반에 관한 업무를 파악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동관씨는 또 해외 유학 연수 대상자 면접 전형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이는 한화의 유력 후계자로서 사내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동관씨가 면접관으로 참여한 데엔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김 차장이 손수 뽑아 양성한 글로벌 인재를 ‘내 사람’으로 키워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 향후 한화가 3세 경영인 체제로 후계 작업을 본격화할 때를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하지만 동관씨는 여타 재계 3세 경영인과 달리 나이가 어려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동관씨는 앞으로 경영학 석사 등 학업을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관씨는 한화 지분 4.44%와 비상장 계열사인 한화S&C 지분 50% 등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 보유 주식 평가액은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SKC 최신원 회장의 장남 성환씨는 SK그룹 내 오너 3세 중 가장 빨리 경영수업에 들어간 케이스다. 중국의 명문 푸단대를 졸업한 성환씨는 지난해 초 SKC 기획부문 과장으로 입사해 올 초 차장으로 승진했다.

성환씨는 부친 최 회장으로부터 강도 높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최회장이 그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시켰을 정도라고 한다. 대한전선그룹 역시 명실상부한 3세 경영 시대를 맞았다. 지난 2월1일 대한전선은 고 설원량 전 대한전선그룹 회장의 장남 윤석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입사 6년 만의 일이었다.

윤석씨는 연세대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을 1년 반 앞둔 지난 2004년 3월 대한전선 국내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경영전략팀, 전력사업부문, 경영관리본부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은 윤석씨는 지난해 10월 임시주총 때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그리고 3개월여 만에 다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연이은 고속승진을 했다. 윤석씨는 향후 대한전선 경영기획부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윤석씨는 현재 대한전선의 지분 14.75%를 보유한 대한전선 최대주주다.

대한전선 장남 윤석씨
입사 6년만에 부사장

GS그룹의 경우는 4세 경영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경영 전면에 나서는 날이 머지않았다. 눈에 띄는 인물은 허윤홍 GS건설 부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싱가포르 부사장 두 명이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는 올초 부장 직급을 달고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지분은 GS와 GS건설 각각 0.51%, 0.14%다. 세홍씨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4세 중 가장 직급이 높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한 세홍씨는 일본 오사키 전자, IBM 뉴욕지사, 셰브런 싱가포르지사 등을 거쳐 2006년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이 밖에 윤석금 웅진 회장의 장남 형덕씨는 웅진코웨이에서 올해 초 차장으로 승진했고, 차남 새봄씨는 웅진씽크빅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형덕씨는 해피올 주식 18.53%와 웅진홀딩스 주식 125만973주(2.19%)를, 새봄씨는 해피올 주식 14.86%과 웅진홀딩스 주식 100만3315주(1.7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유학파 “세계적 트렌드 감지 능력 기르기 위해”
임원승진은 초고속 총괄권한 부여까지 13~15년 걸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 1960년대 이후 출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대부분이 유학파라는 것이다. 2세 경영인들 중에도 외국 유학파가 더러 있기는 했지만 학위를 마쳤다기보다 연수를 다녀온 정도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3세 그룹은 이와는 달리 정식으로 학위를 마쳤고, 외국 유명대에 다닌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재벌닷컴의 조사결과, 주요그룹 3세들의 53%가 미국 등 외국에서 대학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 경영환경은 해외를 낱낱이 파악하고 세계적인 트렌드를 온몸으로 감지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시 된다는 게 그 배경이다.

이와 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창업주와 2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그룹을 일구고 키웠다면, 3세들의 중요 임무는 글로벌경쟁력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CEO 리더십은 배제할 수 없는 요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입사 후 임원승진은 초고속이지만 총괄 권한을 부여받기까지 13~15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이다.

기업 이끌 역량보다
기업 철학 선행 돼야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은 1997년 입사해 해외영업부문장을 거치는 수련기를 보낸 후 13년 만에 경영을 맡게 됐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95년 27세로 대우이사로 출발, 14년 만인 지난해 총괄대표이사를 맡았다. 대림 이해욱 부회장 역시 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한 후 올해 부회장에 승진함으로써 15년만에 3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앞서 동국제강에 3세 경영을 뿌리내린 장세주 회장은 78년 사원으로 입사한 후 23년 만인 지난 2001년 회장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렇듯 이제 경영권 세습은 거스를 수 없는 한국 기업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오랫동안 옥신각신하다 보니 경영권 세습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이 무뎌진 때문으로 보인다. 재벌들은 끊임없이 2세 경영의 성공 사례를 들며 3세 경영을 정당화한다. 전 계열사가 동원되어 3세 경영인의 신화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너 혈통이라는 사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때문에 3세들은 기업을 이끌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명경영, 인간 존중경영, 사회공헌 경영에 대한 굳건한 철학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무소불위 후계자는 기업을 순식간에 망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어느 때보다도 곱씹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차세대 한국의 실물 경제를 책임질 3세대 경영인. 그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통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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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