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레이더> ‘장로 회장’ 잔혹사

최악의 스캔들메이커…알고 보니 ‘장로님’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성완종, 이규태, 박성철.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일단 재계 오너란 점. 여기에 최근 스캔들, 이슈메이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교집합을 갖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로 ‘장로님’이란 사실이다.

 
재계 회장들 중엔 교회 장로도 있다. 물론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경영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 ‘정도’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다. 오너의 종교 활동은 사내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들 회사에서 종교는 절대적이다. 임직원은 사내에서 예배를 갖고, 수시로 모여 성경공부를 한다. 대부분 교회를 다녀 가능한 일이다.
 
최근 ‘장로 총수’ 3인방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인공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세 회장은 각자 비리와 의혹으로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모두 장로들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교회 지은 성완종
 
비자금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 정국에 태풍을 몰고 왔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흘려 쓴 메모 한 장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허태열, 홍문종, 유정복, 홍준표, 서병수, 김기춘, 이병기, 이완구…’
 

각각 이름 옆에 1억∼7억원씩 체크된 이들은 모두 현 정권의 일등공신으로, 하나같이 거물급 정치인이라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거짓말로 여론 도마에 오른 이완구 전 총리가 옷을 벗은 상태. 야당 쪽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성 회장 장부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사람들이 빼곡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두 번의 특사 진실게임도 점입가경이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성 회장에게 돈을 받고 성 회장의 뒤를 봐준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독실한 크리스천 오너 3인방 구설
뇌물·비리·수사…입길 오르내려
 
‘죽어서 말한’ 성 회장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2조원대 대기업을 일군 그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교회. 10대 때 고향인 서산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을 당시 성 회장을 보듬어 준 곳이 교회다. 서울 영등포의 한 교회에서 먹고 자며 막노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는 성 회장이 건설업에 관심을 갖는, 재벌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어느 정도 성공한 성 회장은 모친이 종지기 생활을 했던 충남 서산시 석림동 서산중앙감리교회와 인연을 맺었다. 이 교회는 성 회장의 기부로 다시 세워졌고, 성 회장을 명예장로로 추대했다. 서산중앙감리교회에선 성 회장의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하는 당선감사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세상을 떠난 성 회장의 발인예배가 열린 곳도 이 교회다.
 
교회 이용한 이규태
 

무기중개상인 이 회장도 교회 장로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본성결교회에 다닌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남전도회 전국연합회 임원, 한국성결신문 운영위원장, 서울신학대학교 서기이사를 맡는 등 개신교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이 회장이 교회를 처음 접한 것은 30세 때의 일이다. 부친의 장례를 치르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신앙인으로서 사업보다 교회 일에 앞장섰고, 1992년 장로가 됐다. 사명도 신앙과 관계가 있다. ‘일광’은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뜻한다. 이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니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듯 회사가 성장했다”고 전한 바 있다.
 
‘클라라 스캔들’로 유명해진 이 회장은 방산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달 31일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1101억원(9617만 달러)을 가로챈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터키 하벨산의 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명분으로 관련 비용을 애초 책정한 금액보다 2배나 비싸게 부풀렸지만 실제로는 R&D 관련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창구로 이 회장 사무실이 마련된 교회를 의심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교회 내부에 ‘밀실’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교회는 2009년 경협차관을 러시아 무기로 대신 받는 ‘불곰사업’을 중개하면서 이 회장의 수수료 세탁창구로 이용된 곳이다. 이 회장은 당시 수수료 84억원 중 46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9년 구속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교회 먼저인 박성철
 
박 회장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교회 장로인 박 회장은 크리스천으로서 담배와 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책은 성경과 람세스. 지난 40년 동안 교회 예배를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1년에 100명 이상씩 전도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맡기도 박 회장은 북한에 교회 개척을 추진, 2006년 연면적 2000평 규모의 개성교회를 세웠다.
 
 
박 회장의 세 아들도 모두 교회의 ‘직’을 갖고 있다. 장남 정환씨는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2010년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선교 수도노회로부터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후 인도네시아, 네팔, 중국 등 해외 14개 국가에 설립된 신원 지사를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쳐왔다. 차남 정빈씨와 3남 정주씨는 지난해 각각 신길교회 장로, 안수집사가 됐다.
 
박 회장은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3월 신원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국세청은 최근 박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도마에 오른 곳은 신원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 국세청은 이 회사를 박 회장이 회사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편법으로 만든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로 판단했다. 박 회장은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주식을 매입하면서 증여세 등을 내지 않은 혐의다. 국세청은 일단 박 회장 일가에 200억원가량 추징금을 부과한 상태다.
 
신원(믿을 신·으뜸 원)그룹은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믿음 경영’이 원칙이다. 박 회장이 개신교 정신을 기업이념에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수들 종교는?


재벌그룹 총수들은 무슨 종교를 갖고 있을까.
 
재계 CEO들의 종교는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 등 3대 종교에 몰려있다. CEO들의 종교 현황을 분석한 한 조사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기독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불교, 천주교 순이다. 무교이거나 원불교, 성공회 등 소수 종교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재벌 총수라고 다르지 않다. 주요 대기업 오너들의 종교를 살펴보면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 김영훈 대성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등은 기독교 신자다.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은 불교 신자다. 한때 사돈지간이었던 이건희 삼성 회장과 임창욱 대상 회장은 원불교를 믿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은 각각 천주교, 성공회 신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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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