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냉동 가리비 대장균 검출 파문

대한민국 ‘유통 최강자’ 명성 무색하다


이마트가 ‘생쥐가루’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이번엔 ‘자숙 냉동가리비살’에서 대량의 대장균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유통업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부실한 식품 위생 관리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찌 보면 사고 직후 해당업체가 지탄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후처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업체 평가의 명암이 갈리게 된다. 사고 후 대처에 따른 ‘명’과 ‘암’, 그 내부를 샅샅이 들여다봤다. 


잇따른 이물사고에 업계 “잔혹한 2010년”  
사후처리에 따라 되레 신뢰도 오르기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25일 신세계이마트부문이 일본 소지쯔에서 수입·판매하는 ‘자숙 냉동가리비살’에서 대장균군이 기준치인 1g당 10이하 보다 초과 검출돼 회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회수 조치된 제품은 제조일자가 2010년 1월30일로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24개월인 2012년 1월29일까지다.
 
식약청은 적발된 부적합 제품은 서울시 식품안전과가 신세계이마트 천호점에서 판매중인 해당 제품을 수거 검사한 결과, 대장균군 180/g 검출로 부적합 돼 회수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청에서 오해한 것

해당 제품은 전국 신세계이마트 매장에서만 유통·판매되고 있으며, 현재 해당제품 수입물량(1kg×4500봉지, 300g×700봉지) 6750㎏에 대해 수입자가 회수를 진행 중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섭취하지 말고 즉시 수입사인 신세계이마트 각 지점에 반품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신세계 이마트 측 관계자는 “냉동 가리비살은 대장균 관련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1차 수산물로 분류된다”며 “식약청 측에서 제품을 냉동가공식품으로 보고 조사한 탓에 문제가 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은 식품업체에게 잔혹한 해다. 연이은 식품사고에 업계가 바짝 긴장한 몸을 펴지 못하고 있다. 이물질이 발견된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오리온제과의 ‘포카칩’, 쇠붙이가 나온 농심켈로그의 시리얼, 기준치를 넘은 세균이 검출된 해태제과의 ‘자유시간’과 오리온제과의 ‘마켓오 초코바크런치’, 이마트의 ‘생쥐 튀김가루’ 등 언론에서 크게 다뤄진 사고만 여섯 건에 이른다.

다양한 업체와 제품에서 식품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그에 따른 대응은 제각각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말로는 ‘소비자 안전’을 부르짖으면서도 막상 사고가 터지면 ‘꿀 먹은 벙어리’로 돌변하는 업체도 있다. 식품사고 발생시 업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업체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나뉘게 된다.

제대로 조치를 취한 기업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지만 소비자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채 이미지 보전에만 연연하는 업체는 ‘소비자를 농락하는 업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한다. 사고수습을 잘한 사례로는 농심의 ‘새우깡’을 들 수 있다. 지난 2008년 노래방용 새우깡에서 생쥐머리가 발견되면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당시 문제의 새우깡을 생산한 농심의 중국 청도 공장을 조사한 식약청은 “생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만한 제조·공정상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 농심은 2008년부터 ‘식품안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로 지난해 28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120억원을 더 투자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농심은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고객불만이 접수되면 2시간 안에 담당 직원이 소비자를 찾아가 상담과 해결 과정을 맡아 처리 한다. 하지만 농심은 최근 다시 한 번 긴장해야 했다. 농심켈로그의 시리얼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나온 것. 농심켈로그는 농심과 미국 시리얼 업체 켈로그 사이에 합작 투자로 만들어진 회사로 사실상 농심과는 별개의 회사다. 하지만 농심 직원들은 쏟아지는 문의전화에 “그건 농심켈로그의 문제”라면서도 성실하게 답변에 응해줬다.

그리고 농심켈로그는 바로 일간지 등에 사과 광고를 게재해 사건의 경위와 조치 내용을 알리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그렇다면 ‘벌레 나온 빼빼로’로 악명을 떨친 롯데제과는 어떨까. 이들은 빼빼로에서 나온 벌레가 유통 과정에서 유입됐다고 판단, 현재 벌레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포장지를 개발 중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는 물론 소규모 동네슈퍼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영업팀이 직접 나와 모니터링을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바로 수거하는 등 식품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 관계자는 “100% 무결점 운영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업계가 노력해야 하는 건 자명한 이치”라며 “업체에서 생산하는 과자는 수십만 개이고, 그 중 이물이 검출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라도 이 작은 숫자를 줄이는 게 과자 업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했다.

해태제과 역시 ‘윤리적인’ 대응을 보여줬다. 지난 4월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 검출된 ‘자유시간’에 대해 “회수가 아직 덜 됐다”며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적극 알린 것. 해태 관계자는 “워낙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었기 때문에 회수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해태의 모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와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렇게 ‘사후처리’로 높은 점수를 따는 업체가 있는 반면 오히려 ‘제살 깎아 먹는’ 업체도 눈에 띈다. 특히 쇠붙이가 발견된 ‘포카칩’에 대한 오리온제과의 대처는 ‘실망’이라는 말로 밖엔 표현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사고 터지면 ‘꿀 먹은 벙어리’

사고 발생 후 오리온제과는 자사 홈페이지는 물론 언론기관에도 관련 사실에 대해 ‘함구’했다. 이 회사 관계자에게 ‘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식약청 홈페이지에 회수 사실이 공표돼 있지 않느냐”며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식약청이 보도자료를 냈을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오리온제과가 지난해를 ‘식품안전 경영의 해’로 선언하고 식품안전센터까지 설립하는 등 식품 안전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인 의무는 없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업체가 적극 나서서 위험을 알린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야 믿고 먹을 수 있다”며 “특히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더 큰 책임감으로 소비자의 불신감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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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